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6.아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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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6.아유타야

오이풀 8 1656


내일 새벽 1시 비행기 타야 하니
오늘이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유타야 가는 날.

아침 일찍 식당에 가려고 로비로 내려가니 웬일인가!

로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글바글,

정말 경로당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서양 경로당.


한쪽엔 캐리어들이 세 군데나 거의 천장까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온통 노인네들 잔치판이다.

흐미, 요즘엔 서양에서도 노인네들

효도관광 보내 주나벼,

저거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 수입한 거 같어.


7시까지 동대문 앞으로 오랬는데

좀 늦어서 7시 15분쯤 도착했다.

동대문은 문도 안 열어서 파타야 때처럼

출발은 늦게 하나보다 하는데

7시 반이 지나도 차가 안 오는 게 이상하다.


동대문 사장님께 전화해 보니

7시에 우리가 없어서 차가 다른 데로 갔다는 것이다.

다시 온 봉고를 타고 지난번처럼 골목을 돈다.

이번엔 서양커플 2명, 좀 젊은 서양 노인들 3명이

우리 팀이다.


커플은 독일어를 해서

독일 사람인 갑다 했는데 나중에

얘기해 보니 스위스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젊은 노인네들은 부부와 친구로 미국인.

이 사람들이 늦게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중 미국 할머니 한분, 엄청 수다스러우시다.

뒤에 앉은 스위스 총각이 영어를 꽤 잘 해서

둘이 계속 수다를 떠는데 도착할 때까지 저러면

시끄러워서 어쩌나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대충 들으니 서로 어디어디 갔다 왔다며

정보를 주고받는 눈치다.

남편과 아들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남편과 무슨 얘긴지 서로들 열심히 나눈다.

남편이 영어를 잘 하지는 않지만

성격이 활달한 편이라 되든 안 되든

말을 거는 거 같다.


나중에 들으니 이 부부, 은퇴하고

3주간 여행을 즐기는 거란다.


내 옆엔 과묵한 미국 할머니 친구분,

이분은 할머니라기보다는 아줌마.

그냥 조용히 가기가 괜히 민망한 나,

슬며시 말을 걸어본다.


어디서 왔냐? 하니까

미국.

난 한국서 왔다. 앞에는 내 가족이다.

아줌마가 니네 여행 기간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본다.

4일 정도다.

어디 갔다 왔냐고 또 물어보네.

파타야. 근데 별로였다고 그러니까

막바로 아주 무뚝뚝하게 “Why?"

하고 대놓고 들이댄다.--;;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안 좋고,

바다에서 노는 시간도 짧고 어쩌고 하고

길게 말하고 싶었지만,

순간 영어가 안 떠오른다.--;;

그냥 내 아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한마디로 끝.


이 시점에서 이 아줌마,

내가 몇 마디 이상은 영어가 안됨을 파악하곤

더 이상 말 걸지 않는다.

무뚝뚝한 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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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방파인 여름궁전부터 들러서 아유타야에 도착,

유적을 둘러보는데 누워있는 부처님이 보인다.

덥기는 어찌나 더운지.

무자게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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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인들 실망한 듯 우리에게 오더니

이게 아유타야 맞냐고 물어본다.

아니 아유타야 유적이 뭔지도 모르고 왔다는 거여, 시방?

이 사람들도 무정보 여행?


그러나 내색을 안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우리 부부.

헬로 태국 꺼내어 아유타야 부분을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까지는 아니고),

“아유타야 원, 아유타야 투, 아유타야 쓰리, 아유타야 포...”

하니 이제사 알겠다는 듯이 끄덕끄덕 한다.

우린 역시 친절한 한국인이야.ㅋㅋㅋ


그러더니 가이드 없냐고 한다.

그러고보니 가이드가 안 보인다.

우리도 처음인데 뭘 아냐고.

가이드가 없나벼 하니까 또 실망모드.


그러나 다음 장소부터는 심히 태국스런 발음의

가이드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셨다.

그래도 서양인들 잘 알아듣는다.

이번엔 스위스 커플이 우리에게 오더니

점심 언제 먹냐고 물어본다.

벌써 배고픈가 보다.


우린들 아냐고,

그냥 점심 주는데 몇 시인지는 모르겠다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이 서양인들, 우리 가족이 무슨

주최측 사촌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모르는 건 죄다 우리한테 물어보냐고.


곧 스위스 커플이 고대하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투어 온 모든 사람들이 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세 가지 태국요리에 밥이 나온다.

여기서 또 스위스 커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보기보다 친절한 스위스 커플, 우릴 위해 일부러

쉬운 영어로 말을 건네주는 거 같았다.

여기서 스위스인인지도 알았다.


자기네는 스위스에서 왔다며 어디서 왔냐 물어보고

스위스는 지금 눈오고 엄청 춥다고 한다.

우리도 한국은 겨울이다.

애 학교는 안 가냐? 휴일이냐 ? 하길래

겨울방학중이다 하고.


근데 이 처자 요리만 먹고 밥을 안 받는다.

내가 손짓으로 밥도 먹어라 하니 괜찮단다.

그러나 좀 있다 두 접시나 밥을 받아 먹는다.

에이, 내숭이었네.

아마도 안 먹어보던 밥을 먹기가 좀 낯설었나보다.


처자 말이 이 남자는 몇 달째 여행 중이고

자기는 3주 동안 여행한단다.

내가 젤로 만만한지 친절하게 자꾸 말을 걸어준다.

이 처자, 맘에 든다.


나온 요리 이름이 궁금해서 헬로 태국을 꺼내어 찾아보니

카이 찌오라고 나와 있다.

태국식 오믈렛이다.

스위스 커플에게 책의 사진을 보여주고 요리를 가리키며

“카이 찌오”라고 가르쳐 주니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다른 차 타고 온 서양인들까지 모두

“카이 찌오, 카이 찌오” 하고 따라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네.

역시 식당에서도 헬로 태국 제값을 톡톡히 한다,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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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럭저럭 즐겁게 점심을 먹고

다시 다른 유적지로 이동,

탑 3개가 있고 계단이 엄청 많은 유적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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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선 너무 더워 난 많이 지쳐 버렸다.

계단 많은 유적지 위에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그냥 그늘에서 쉬고

두 부자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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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이런 유적지가 별로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사진 찍는 재미로 더운 것도 모르고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어쨌든 짜증내지 않고 잘 따라다녀 주니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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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웬 일본 할아버지가 느끼하게 웃으며

“니혼노 죠?” 한다.

“오우 노우!”

그런데도 이 노인네 자꾸 니혼노 죠?를 연발,

아니라는데 왜 자꾸 이려. 에잇 무시하자.


아유타야 유적지에서도 노인네들이 다수다.

효도관광 따라온 기분이다.

근데 태국에 그리 많다던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은

한번도 안 만났다.

산호섬에서도 여기 아유타야에서도.

온통 서양노인들 단체객들뿐.


여기서는 코끼리도 태워준다.

1인당 400바트, 좀 비싼듯하지만 파랑새가 원하니까 오케이.

아들과 나는 코끼리 타고 유적지를 한바퀴 돌았다.

일렁일렁 그런대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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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코끼리가 훌라우프 돌리고

하모니카도 불고 그런 쇼를 간단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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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은 파랑새, 여기서도 바나나 사서 먹여주고

코끼리 코 한번 살짝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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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들른 데가

그 유명한 머리만 있는 불상을

나무뿌리가 감싸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정말 지쳐서 돌아다니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한바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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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시간이 많아서 투어가 아니라 직접 왔다면

유적 그늘 밑에서 낮잠도 자고 좀 천천히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맞춰 차로 돌아와야 하니 바쁘다.

세월의 무상함과 유적의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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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순진무구녀 2007.02.25 15:30  
  코끼리 캠프.. ㅋㅋ 나도 저기 갔었어요
코끼리 넘 귀여움^^
월야광랑 2007.02.25 15:56  
  아드님의 별명을 지어 드립니다.
파랑새 존스... ^>^
채찍과 모자도 사 주세요. ^.^
인디아나 존스 4편을 (4편 찍고 있나? 그럼 5편인가?) 파랑새 존스가 주인공으로... ^>^
서울미인 2007.02.25 16:11  
  10년 전에 다녀왔던 아유타야가 그립네요.  이번엔 저두 꼭 배낭여행으로 다녀와야겠어요. ^^
오이풀 2007.02.25 22:23  
  월야광랑님 별명꺼정 지어주시고! 감사!
아들한테 꼭 알려 줄게요.^^

순진무구녀님 그럼 우리 서로 만났을지도...

그리고 서울미인님 꼭 자유여행으로 다녀 오셔요.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준비만 잘 하면 되요.
덧니공주 2007.02.26 16:33  
  코끼리타면서 코끼리 넘 불쌍했는데,,,페인팅한 코끼리들이 너무 귀엽네요...아드님표정 넘 좋습니다..
방콕해골 2007.02.27 23:55  
  이야 너무 재미있었겠어요~ㅋ
나중에 가볼까~ㅋ
오이풀 2007.02.28 12:40  
  저도 코끼리를 낫으로 찍는다 어쩐다 그런 후기를 봐서 걱정했는데 여기서는 코끼리를 별로 심하게 다루지 않던걸요.

낫은 그냥 들고 있기만 하고, 코끼리가 다른 길로 가도 그냥 아저씨 소리만 지르면서 달래가며 가던데요. 
덧니공주 2007.03.01 00:22  
  다른데 코끼리에 비해 얼굴표정이 밝아보입니다.그래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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