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2. OX 301편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이다.
난 결국 뒤척이다 몇시간 못자고 일찍 일어났다.
9시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하니까 집에서 7시쯤 나가기로 어제 얘기함.
난 6시 전에 일어나 머리감고 드라이하고 화장하고 준비를 먼저 마치고
남편과 파랑새(아들 애칭)를 깨워 삼각김밥과 우유로 대충 요기를 했다.
아침에 밥 차려먹으면 시간 없는데 번거롭기도 하지만
싱크대에 음식물 쓰레기 남는 게 싫어서 전날 미리 사다놨다.
그리고 나선 것이 7시반.
입국하는 날 기름 없을 거 같아 중간에 주유소 들러 기름 넣고
9시에 인천공항 도착.
타이비전 직원 만나 항공권 받아가지고 탑승수속 받는데 줄이 길게 늘어선 게 오래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 바로 앞에 있는 버거킹에서 번갈아 가며 햄버거를 먹자는 남편.
기내식도 있는데 말리고 싶었지만 그냥 그러라고 함.
평소에 금지음식이던 걸 먹으니 파랑새 입이 벌어진다.
출입국신고서는 타이비전 직원이 미리 써서 항공원과 함께 준거까지는 좋았는데
방콕 팔래스 호텔 철자가 틀렸다.
뭐 별 상관없을 거 같아 신경 안썼지만 여행사 직원이면 좀더 세심해야 하지 않을까.
캐리어 가방 부치고 면세점 구경하고 남편은 직원들 준다고 담배 한보루 삼.
나야 뭐 면세점에서 명품 살 일 있나, 구경만 했지.
근데 여행내내 쇼핑할 시간이 없어 쩔쩔 맬 줄 이때는 몰랐으니...
우리 OX 301 타는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탑승.
우리가 타고갈 OX 301
"싸왓디 카!"
승무원들 태국말로 인사하는 걸 보니 태국가는 실감이 난다.
오리엔트 타이항공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워낙 악명이 있던지라 기대를 안 하고 탔는데 3좌석씩 3줄이 있는 큰 비행기다.
창가쪽으로 좌석을 달래서 밖이 잘 보였다, 아주 뒤쪽이긴 했지만.
안 달래면 음료수도 안 준다더니 3번씩 잘만 준다.
근데 우리쪽을 서빙하던 승무원 총각, 넘 표정이 없다.
좀 웃어주면 좋으련만.
옆줄의 여자 승무원은 생글생글 잘만 웃더라.
근데 기내식은 역시 소문대로 아주 별로였다.
남편과 아들은 닭고기덮밥, 난 소고기덮밥 먹었는데 배고프니까 먹었지
집에서 같으면 손도 안 댔을 거 같은 수준의 음식이다.
특히 소고기덧밥은 흐~ 몇 달 된 거 같은 시커먼 고기덩이 하나 덜렁 얹어져 있는데
맛도 지독히 없다. 다행이 튜브 고추장을 주길래 그걸 더 달래서 간신히 먹음.
지독했던 소고기덮밥
그나마 좀 나은 닭고기덮밥
남는 시간엔 가져간 PMP에 저장해논 역사스페셜도 보고 파랑새는 애니메이션 하나 보고
약간 지루해질까 말까 하는데 쑤완나품 공항에 도착.
헉,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
비행기는 착륙을 하고 안에 에어콘도 꺼졌고 승무원들은 잘가라 인사도 했는데
승객을 실어갈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더운 기내에서 한 30분 기다린 것이다.
공항 시스템이 좀 엉성하구만, 그래도 별로 연착은 없었다.
어렵게 셔틀타고 공항 들어서서 짐 찾으러 갔다.
남편이 카트 가지러 간 사이에 우리 캐리어가 나오는데 내 앞을 막 지나쳐가는 상황,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낚아채고 보니 옆에 가방 꺼내주는 직원이 있지 않은가.
남들은 우아하게 저거 하고 가리키면 직원이 친절하게 꺼내준다.
나도 우아하게 우리 가방을 가리키는 건데, 흐미 창피시러라.
가방 꺼내주는 직원
우리나라엔 없는 서비스인디 하면서 뭐 하지만 금방 잊고 택시 잡으러 4층으로 간다.
태사랑에서 프린트해 간 공항지도에 4층에서 택시를 잡아준다고 나와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갈 행선지를 말하면
쪽지에 적어서 서 있는 택시기사들에게 불러주면 원하는 기사가 달려오고 직원은
그 택시를 잡아준다. 물론 50바트 추가.
남편이 기분좋게 “하이!” 했으나 우리 기사 아저씨 묵묵부답... --;
남편 뻘쭘해서 좀 있다 다시 호텔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지만 역시 못 들은척,
앞만 보고 운전만 하시는 꿋꿋한 아저씨.
남편 2배로 뻘쭘해진다.--;;
태국 택시기사들은 의외로 영어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후기를 본 기억이 난다.
하긴 뭐 우리도 영어 잘 못한다.
파랑새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는 왼쪽도로로 가고 신호등이 50,49,48 하고
카운트다운 하면서 바뀌는 게 신기하단다.
아들아 엄마도 신기하다 하며 우리끼리 신나하는데 기사 아저씨, 불쑥 한마디 하신다.
“하이웨이?”
이 아저씨 본인에게 필요한 말만 아시는구나, ㅎㅎㅎ
물론 O.K 했지.
고속도로 통행료를 2번 내고 거의 호텔에 다와갈 무렵 우리 기사 아저씨,
아래를 가리키며 또 한마디 하신다.
“방콕 팔래스 호텔!”
이스턴 방콕이라는 으리번쩍한 호텔 옆에 회색빛 칠이 벗겨지고 무너질거 같은 외관의 밋밋
한 건물이 서 있었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말이다.
저게 설마?
남편, 거기라고 절대 안 믿으며 방콕 팔래스 호텔이 다른데 또 있나 하고
열심히 지도를 살핀다.
그러나 거기가 거기였다.
악~ 무너지는 우리 세식구...
그러나 우리 너무 실망하지 말자.
꿋꿋하게...
택시비는 모두 360바트 달래서 줬다. 팁까지 쳐서 받은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생각보다는 안 막히고 빨리 온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