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떠나요~(2주.자유여행) - 시작.
드디어 가는구나.
처음 타 보는 비행기. 스물 두 살의 첫 해외여행. 귀여움 받으면서 별 어려움 모르고 자란 막내딸이 혼자서 태국을 가겠다고 하니 못가게 하려는 무리(?) 들이 별별 겁주는 말들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무조건 간다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준비해 왔던 나인데..
인천공항. 이곳이 나를 흔들어 놀 줄이야..
'이제 마지막 기회다. 몇 발자국만 가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나.. 정말 혼자서 괜찮을까?'
'마지막' 선택의 기회라는 사실이 나를 잠시 흔들었다. 처음 비행기 타 본다고 공항에 세 시간 전에 도착..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밖에 할 일이 없었으니 그럴 수 밖에. ㅋ
하지만 평소에 독하고 고집세기로 소문난 난 악바리. 나름 깡이 있는데 창피하게 취소한다는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 입버릇처럼 태국갈거야~ 를 외치던 나를 보고, 저러다 말겠지.. 했다던 친구들이 "진짜 가냐? 혼자? 살아서 돌아와~ " 하며 신기해 하는 전화를 해 댄다.
헤어지고서 나한테 못되게 하고 군대에 간 전 남자친구한테서 편지가 와 있다는 언니의 전화. 언니한테 대신 읽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타이밍 죽인다 진짜.. ㅡㅡ;;
예쁘게 차려입고 캐리어와 앙증맞은 가방을 메고 탑승을 기다리는 내 앞의 커플은 태국까지 가는 긴 시간 내내 눈에 거슬렸다. ㅋ 왜 자꾸 내 눈 앞에서 알짱거리는 거냐고~! 더구나 왜 여자는 내가 여행간다고 산 바지랑 똑같은걸 입고 있냐고~ ㅠㅠ
대만 경유 에바항공. 비행기다~ 둥둥둥~~ 비행기가 뜬다. 순간 내게 용기를 준다. 비행기가 뜨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여자애 혼자서 태국에 배낭여행을 떠난다는건 당시의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 때의 기분과 비행기가 뜨는 순간은 정말 완벽한 조화였다.
비행기 갈아타는 대만 공항에서의 몇 걸음.. 촌스럽게도 내가 아주 멋진 여자라고 생각되는거다. ㅋ
뭐든 잘 먹는 나는 기내식도 너무 맛있고, 에바항공의 빵은 아직도 생각나.. 경유편이라 기내식 두 번 먹을 수 있어서 기뻐하는 나였다.
태국에 새벽 1시 40분 도착.
만남의 광장에 숙소와 픽업을 예약했기 때문에 별 걱정을 안 했는데, 길이 엇갈려서... 정확히는 내가 엉뚱한 곳에 가 있어서 엄청 기다렸다. 처음부터 일이 잘못되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 지 모른다. 또 내 특기인 상상의 날개가 펴지기 시작하고, TV뉴스에서만 보던 무서운 일들이 내게 일어날 것 같고.. 나 찾느라 녹초가 된 광장식구들을 보고는 불안감은 금새 창피함으로 변해버렸다. ㅋ 숙소에 3시 반쯤 도착. 아마 그 날은.. 잠이 오지 않았을 거다. ^^
첫날 숙소. 만남의 광장 싱글룸.. ㅋ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야기가 너무 기네요. ㅋ 태국에 간건 이미 2년이나 전 이지만.. 지금 중요한 시험을 준비 중이라 여행이든 뭐든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꿩대신 닭으로 여행기라도 써 보자. 하는 마음에 ㅋㅋ 이 생각 저 생각 ..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ㅋ) 쓰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