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것, 남은 것, 얻은 것, 버릴 수 밖에 없는 것들.
전날밤 마분콩에서 무사히 카오산으로 돌아온 원정대는 각자 고만고만한 거리에 위치한 숙소에 들려 샤워 후 모두 세븐일레븐 앞에 모여 찬윗을 찾아가 모두 같이 마사지를 받으려 20분 후를 기약하며 그 앞에서 맥주를 시켜 한잔씩 마시고 1시간 반의 마사지를 즐긴다. 모두 주욱 누워 마사지 받는 것도 정말 잼있다.
처음 받는 녀석들은 신음에, 웃음에, 몸에 힘이 들어가 긴장한 녀석에, 나처럼 3번째 받는 정도 되는 이는 거의 말 없이 몸에 힘을 빼고 피로를 몸 밖으로 몰아내려 릴랙스 하는 사람도 있고 7명은 모두 가지각색이었다. ㅋㅋ
맥주 한잔하며 하루를 함께 보낸 녀석들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보스에서 놀다 새벽에 들어온 늠은 일찍 들어가 잠을 청한다. 다음날 수상시장 투어를 위해서..
수상시장은 로컬에서 현지인들의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은 아닌듯 하다. 거의 대부분 과일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을 위해 만든 공산품과 기념품이 주를 이룬다. 눈요기 하기에도 좋고 자세히 보면 사고 싶은 프러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호객을 하는 상점 주인들이 긴 막대기 끝에 고리를 달아 배를 잡아 끌어 가까이 댈 때에는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쯤 되는 듯 싶고 엮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쇼핑에는 별 관심이 없게 된다. ^^
그래도 배 타고 양 옆의 이국적 상점들의 물건을 구경하고 과일을 흥정해서 사들고 처음 먹는 녀석들과 망코스틴이나 람부탄을 즐기며 흐느적 흐느적 강을 떠다니니 이것도 아주 재미있다.
여행 내내 느낀 것이지만 왜 이리 타이트 하게 옷들을 입고 있는 것인지 계속 의문을 가져도 풀리지가 않는다. 제복에서 오는 그 어떤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너무 타이트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에서도 경찰들이 옷을 저렇게 입나? 한 번 떠올려 보면서... 나름대로 선글라스에 포즈까지, 우리 배 뒤에 있던 웨스턴들이 사진기를 들자 열심히 웃고 있다. 주머니에 걸친 손가락은 분명히 그가 포즈를 취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부옥잠쯤으로 보인다. 태국 전역을 다녀도 쉽게 볼 수 있다. 방콕에서는 못 본듯 하지만 연꽃과 함께 사원 여기저기 작은 돌 연못에서는 쉽게 발견 되는데 그것이 정겹다. 어려서 자주 보던 것을 지금은 시골에서도 강가나 냇물이 많이 오염되어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환경오염 때문인 듯 한데 태국은 방콕만 벗어나면 아직은 많은 것이 깨끗하다. 이모저모가. 그러나 관광객이 많은 곳은 어딜가나 점점 더러워진다. 수상시장의 떠들썩한 관광객들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유유히 저렇게 물 위를 떠다니고 있다. 잠시 상념에 잠겨 수상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애매한 날 발견한다. 한 10년전 쯤으로 사고는 이동한 듯 싶다. 그래서 응시하던 저녀석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동한 시간에 비해 짧은 시간 수상시장을 감상하고 느낀 후, 도착한 카오산 숙소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모두 다시 모여 점심을 먹기 위해 나이소이 갈비국수집으로 함께 이동한다. 국수도 딤섬도 맛있다. 그러나 양이 너무 적다. ㅠㅠ 배고프고 조금은 덥고 사진도 안 찍고 난 열심히 먹는다. 혼자하는 여행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카메라의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여정내내 실제 즐겼던 중요한 시간, 순간, 장소엔 지금 생각하면 카메라가 없거나 정작 놓고 다닌 적이 많다. 아쉽지는 않다. 그런 순간의 비주얼과 간직된 오감은 내 안에 담겨 있기에..
다시 돌아온 세븐일레븐 앞에서 모두 한 사람의 수첩에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을 적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다린다. ㅋㅋ 모두 펜이 없어 돌려가며 7번을 써야 하는데 군말없이 연락처를 남긴다. 초반에 너무 괜찮은 녀석들을 많이 만났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3박 4일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같이 움직인 원정대는 돌아온 지금에도 크게 기억에 남고 연락처를 적고 치앙마이 기차를 예약한 나는 녀석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짐을 꾸리고 기차역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빼곡히 적힌 연락처들은 지금 돌아봐도 여행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것들이다. 돌아온 지금 연락도 하기 전에, 사진을 보내기도 전에, 일상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의 시작을 위한 준비가 채 끝나기도 전에 4명의 녀석들은 내게 연락을 해 왔다. "누나, 언니 무사히 돌아왔어요?" 이 인사말은 내가 떠나도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크게 증폭시켜주는 기쁨 중 하나이다.
녀석들은 나를 보내며 한명 한명 덮석덮석 껴안는다.... 엄마나 이모쯤으로 생각하는지... ㅋㅋ
지금은 군에 입대 해 있을 현이 녀석, 키도 제일 큰 것이 가장 쎄게 날 내리 누른다. 잘 지내고 있겠지.
제대하면 누나가 회 사줄게. 현아... 건강히 군 생활하그라.. 눈에 물기가..
이리 정도 헤픈데 왜 남자하고는 정분도 안나는 것인가.
훨람퐁의 정확한 태국 발음은 도대체 무엇인가? 음.. 내 발음으로는 절대 카오산에서 영어를 못하는 기사아저씨를 만나고서는 기차역으로 출발은 할 수 있는 것인지ㅠㅠ 기차표 가이드북 다 뒤져 보여주고 뭘보고 알았는지 모르지만 아저씨는 열심히 가준다. 휴우.. 판단도 안하고 녀석들과 휩쓸려 다니고 그냥 끌려다니는걸 즐긴 나로서는 이제 퓨즈를 갈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기차역 가는 택시를 탄 순간부터 많은 것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 되고 이성을 냉철하게 갈고 판단력과 상황인지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덥다.ㅋㅋ 이제 철저히 혼자 시작되는 여행의 시작,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2등 침대칸 하단 예약했으니 눞고 싶은데 아직 멀었다. 6시 밖에 안되었다. ㅠㅠ 앉아 있다가 반대편 기차가 잠시 정차할 때 학생 녀석들 카메라 보여주고 오케이 싸인 하니 찍으란다. 난리 법썩이다. 완전 연예인이다. ㅋㅋ 혼자 있는데 이 정도 놀이도 안하나.. 심심하게.. 좀 간단하게 먹자고 시킨 소세지. 음.. 설명과는 달리 비엔나 소세지 칼집 내어 칠리소스 하고 오이랑 준다. 오이는 다 먹고 소세지는 반이나 먹었나? 8시 쯤 나타난 아저씨 상단 침대 내려주기 시작하고 9시 쯤은 대부분 잠들려고 노력하지만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노크북 켜고 영화 보는 소리, 다정히 커텐 안에서 뭔가하는 유러피언 남녀, 콜라 사러 기차 이쪽에서 저쪽 오가며 운동 좀 하고 맥주 한 병 마시고 청한 잠은 새벽 3시에 날 깨운다. 기차길 망가져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란다. 하하하하하하.
겁내 추운 버스로 갈아타고 내려준 곳이 치앙마이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