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것, 남은 것, 얻은 것, 버릴 수 밖에 없는 것들.
타이항공을 타고 도착한 카오산에서 함께 밤을 지낸 네 명의 에바 항공 원정대는 숙소에 짐을 풀고 투어 예약을 정리하고 모여 함께 첫 식사를 한다. 람부뜨리 거리 들어서자 마자 있는 큰 식당이자 주점에서 맥주와 함께 시킨 대여섯가지 음식은 입에 맞는다. 여행 내내 살찔 징조다. 치앙마이 쿠커리 스쿨에서 위의 음식 중 세가지를 배웠고 한국에서도 만들기에 별 어려움이 없는 간단한 조리법이다.
채식주의인 친구가 유럽 살 때 먹었던 거라고 백화점에서 이것 저것 사서 만들어준 샐러드와 비슷한 이 요리,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을 보면 유럽이나 서양인들은 익숙한 맛인듯 싶다. 이름도 몰라요 요리법도 몰라요 였는데 쿠킹 스쿨에서 받아온 요리책을 뒤져 다시 읽어 보고 혼자 사는 친구에게 재료 사들고 쳐들어가 같이 만들고 친구들 불러 맥주와 함께 하우스 파뤼해야지. ㅋㅋ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씻은 후 젊은 두 건아가 RCA에 간다기에 주책 맞게 따라갔다. 언제 가보겠어.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따라가 슬림과 펠릭스인지 필릭스인지 들어가 한 참 맥주 마시던 중 녀석들이 여자들과 아이 컨택 할쯤 슬그머니 빠져주는 센스 나와서 커피 한 잔 하고 택시타고 숙소 근처로와서 배고파 볶음밥 먹고 들어가 잤는데 담날 들은 얘기로는 보스인지 어디인지 여자들 따라가서 노는데 하는 말들."누나 거긴 수위가 장난이 아냐!!!" 음 깊은 강물인가보다ㅋㅋㅋ 잼있었나보다, 그들의 젊음에 질투와 찬사를 보내며 새벽에 들어온 그 체력이라니...
그래도 잼있게만 놀다 왔지 별일 없었단다. 가기 전에 "어느 가이드북 봤더니 태국 업소 아가씨들 에이즈 감염율이 얼마래!!"라고 겁 좀 줬는데 착하고 매무새 단정한 녀석들이라 호기심이나 채웠지 쓸데없는 행동은 안했나 보다 라고 기특해 했다. 학교 다닐 때는 한창 무도회장에 발바닥 운동하러 많이 다닌 나도 이젠.... 그래도 보스는 궁금하다 나이가 먹어도 호기심이란.
그 두녀석이다. 후쿠오카부터 같이한 두 형제 녀석, 동생이 군 입대 하기 전에 여행을 같이 온 심중 깊은 형과 그 형을 믿고 잘 따르는 등치만 커다란 동생 녀석, 희, 카오산에서 만난 또다른 희, 둘째날 만난 우와 훈이 나까지 7명은 살인적인(?) 일정을 함께 하며 많이 대화하고 젊은 녀석들에게 많이 배우고 정도 많이 들었다. 왓포에 신발을 벗어 놓고 광 양말을 나란히 신고 있는 두녀석의 귀여움에 기분은 넘어간다.
왕궁, 에메랄드 사원은 두번 가봐서 입구에서 구경만 하고 아그들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잼있다. 슬리퍼와 찢어진 청바지 슬리브리스 윗옷은 모두 잡혀 들어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옷들로 갈아입고 나와 들어가는 곳, 정말 많은 관광객과 가이드들 현지 학생들까지 교복을 입고 엄청난 인파가 모여드는 곳, 왓포는 조금 사람이 덜하다 한국인이나 동양인들보다 서양인이 많고 와불도 신기하지만 108개의 동전 그릇에 바꾼 동전을 넣으며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했다.
배타고 잠깐 들린 새벽사원, 7명이 흥정하여 탄 수상택시로 도착한 차이나타운, 걸어다니다가 은행에 들어가 쉬고 마분콩까지 버스 타고 걸어서 찾은 쏨분씨푸드에 7명은 원탁에 앉아 한가지 음식이 나올 때 마다 포토타임과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영수증을 들고 열심히 공부하기에 모든 식당 안의 사람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종업원들도 빙 둘러 우리를 쳐다보기에 내가 "스터디 막막"이라고 하며 웃었다. 머쩍고 냉소적으로 웃는 종업원 한명. 뭐 어떠냐, 녀석들에게 이것도 공부야 라고 하며 난 동생들을 독려한다.
열심히 배우고 익히라고```
마분콩에 충전기 사러간다는 녀석 덕에 들어가 열심히 삼성을 찾다가 아직 오픈도 하지 않은 삼성 고객 센터를 발견했다. 들어가 영어로 직원에게 물으려는 순간, 안쪽에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중년 남성이 나타나 우리를 도와주신다. 사장님이시란다. 매장 여기저기 다니시며 통역 해주시고 상품도 찾아 주시고 매장에 다시 돌아와 물과 의자를 제공 하시면서 우리는 또 열심히 묻고 배운다.
명함을 주시며 여행하는 동안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고 마분콩에 들리면 언제들지 와도 된다, 도울 일 없냐며 챙기시는 친절한 분이셨다. 모두 함께 삼성 로그 앞에 서 단체 사진을 찍었지만 하도 많은 사람이라 동의를 받을 수 없어 사진은 생략하고 일상과 일이 좀 정리되면 사진을 정리하여 이메일로 보내야겠다. 그다지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역시 국외에 가면 그 곳이 어디든 내 사고의 바운더리는 넓어진다.
브랜드이미지는 상관없이 한국 기업이 태국에서 핸드폰을 잘 판다니 어색한 자부심이 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마분콩에 가실 일이 있으면 한번 쯤 들려 앉아 쉬고 물 한잔 하며 태국에 대해 물으면 친절히 답변 해 주실 분 같다. 이것이 여행하는 재미 아니겠어. 우연히 만난 동포에게 느끼는 익숙함.... 익숙함이 지리하여 새로운 것을 찾는 여행에서도 가끔은 그 지리하던 익숙함이 그리울 때가 분명 있다.
그리고 녀석들은 드디어 저녁을 마감하고 카오산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온다. 오! 감사합니다.
난 그날 고생했지만 잼 있었고 많이 배웠고 젊음을 느꼈고 열정을 느끼고 정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