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3년전 여행기 - 카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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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진 3년전 여행기 - 카오산

쪼냐~* 4 1319
수하물을 기다렸다. 항상 비행기를 타면 내 수하물만 가장 늦게 나온다.
느낌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자신의 짐을 찾아서 목적지로 유유히 떠나는데,
항상 나는 턴테이블을 목이 빠져라 바라보고만 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수하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수하물을 부치라고 하니,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세상에 나쁜사람이 없다면 내 수하물 같은건 기내에 반입해도 될텐데,
애도 아닌데 별것도 아닌 일에 꼭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여러개의 큰 바퀴달린 캐리어 사이에 작은 내 배낭이 고무덮개를 비집고 나오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역시나 난 단순하다.*-_-*

짐을 찾고는 리턴하는 항공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현지에서는 좀더 쉽게 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설연휴를 너무 얕보지 마라,
이내, 컨펌 된 스케쥴만을 확인하고, 비행사의 전화번호만 손에 쥐고는 터덜터덜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공항의 자동문이 열리자 더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요즘은 좀 추워진거라 하는데, 민소매를 입고도 벌써부터 후덥지근해진다.

카오산으로가는 에어포트버스정류장으로 가서는 표를 한장 사쥐고,
사람들이 앉아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한국사람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째 여기가 방콕인지 인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한국사람들 천지다.
내가 여행을 온게 맞나 의심까지 들 정도다.

사람들은 인도를 6개월간 여행하고 왔다는 어떤 언니의 주변에 모여 앉아서 언니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 그리고 어떤 30대 언니가 인도언니에게 계속 질문을 퍼 부었는데, 나중에 우리들은 그 언니를 실장님이라 불렀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실장님 이였다.

아무튼 실장님은 인도언니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그렇게 장기간 여행을 하는데 드는 돈은 어떻게 충당하느냐,
무슨일을 하느냐 등등 실장님은 다른 사람들이 하기 힘든 질문들을 쉽게 늘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궁금증까지 풀어 주었다.

난 그틈에 앉아서 한국사람들과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옆에서 그 인도언니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드디어 카오산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차장은 큰소리로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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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공항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나서 보니깐 정말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다 모인것만 같다. 근데 이상하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뒤에 앉아있던 인도언니는 계속 인도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언니는 가방에서 무엇을 막 뒤지더니,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했던 전시회라면서 전시회 팜플릿을 꺼내 보여주었다.

언니는 화가였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단다.

어느새 대화거리가 줄어들자, 나는 카메라를 꺼내 버스창밖으로 보이는 거리풍경과 버스의 풍경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카메라만 있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카오산, 인도언니는 같이 숙소를 구하러 다니자면서 나를 불렀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 공항버스를 함께 탄 사람들과 함께 숙소를 구하러 다녔다.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방이 없다.

겨우 방을 하나 찾았는데, 서로 비싸다 그냥 여기 있자 의견이 분분하다.
유희열을 닮은 오빠는 그래봤자 100밧밖에 안 되는데 여기로 하자면서 의견을 굳혔다.
모두들 유희열 닮은 오빠의 말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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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놓고, 단체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어느새 그 많은 사람들이 일행(?)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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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신호등을 찾기가 힘들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아무도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려 길을 건너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사먹은 파인애플 봉지를 손에 쥐고서 길을 걷고 있었다.
인도 언니는 인도에서는 쓰레기를 손에 쥐고 다니면 더 이상한 사람이라면서,
인도사람들은 길거리에 쓰레기를 막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도 쓰레기가 있으면 길에 막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거리에 휙~ 던져 버린다.

난 이제 방콕에 도착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모든게 어색하기만하다.
결국 난 파인애플 봉지를 쓰레기통이 나올 때 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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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사람들이 많으니깐 먹고싶은것도 여러가지이다.
여기에서는 랍스터를 먹자고하고 저기에서는 수끼를 먹자고 하고, 다들 분분하다.

식당을 찾아 카오산으로 걷는데 정말 차나 사람이다 다 겁도 없이 다닌다.
실장님과 같이 온 언니는 여행자보험 들었다면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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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은 정말 거대하다.
카오산을 찾는 모든 배낭여행자들이 동의한다.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카오산 만큼 크고 많은 인종과 문명이 몰려있는 곳은 아마 없을거라고,

물론 나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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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첫날, 첫식사, 다들 맛있고 좋은것으로 먹자는것에 동의하여,
카오산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래봤자 1인당 200밧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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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이번여행은 참 계획적이면서도 무계획적인 여행이였다.
여행을 가고자 여행을 무척이나 찾았지만,
실제로 여행에 대한 정보는 많이 수집하지 않았다.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지만 떠나는것이 아니라는 한비야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듯이,
난 가이드 북도 제대로 보지않고 발길닿는대로 마음이 끌리는대로 움직였다.

레스토랑에서도 난 뭘 주문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그냥 알아서 시켜달라고 했다.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메뉴고를 생각은 안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신이 없다. 물론 나도 일조했다-_-v

결국 유희열 닮은 오빠 혼자서 이것저것 메뉴를 열심히 고르고 웨이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희열 닮은 오빠는 정말 유희열과 똑같이 생겨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근데 정작 그 오빠는 유희열을 모르더라,
그래서 같이 있던 언니들이 "너보다 약간 더 말랐다고 생각하면 될꺼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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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끼와 똠양꿍을 비롯한 타이요리들이 줄줄이 나왔다.
다들 하나씩 먹어보며 감탄에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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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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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맛이 나던 숩, 다들 오미자차 이야기를 하면서, 매우면서도 달고 시고 매콤하고, 짭짤하고, 이 음식에 대한 맛을 설명하기 위해 다들 많은 단어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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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보다 맛이 없었던 새우가 들어간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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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
샐러드라는데, 젓갈이 많이 들어가서 김치맛이 나더라,
다들 이게 무슨 샐러드야 하면서,
주문할 때와는 다르게 음식을 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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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애플 한봉지 10밧, 수박한봉지 10밧, 망고한봉지 10밧,
카오산은 먹을것도 정말 천지이다.
과일을 사들고 거리를 걷고 있는데, 실장님은 팟퐁에 가고싶다고 한다.
인도언니도 한번 가보고 싶다면서 같이 가자고 나를 조른다.
유희열 닮은 오빠는 나이트에 가자고 하고,
나는 그래서 그럼 팟퐁에도 가고 나이트도 가자고 했는데,

유희열 닮은 오빠는 팟퐁에는 절대 못가겠다면서,
자신을 팟퐁에 데려가려면 남자를 한명 더 구해 오란다.
7명이 우르르 다니는데, 우리 일행(?)중에 남자는 유희열 닮은 오빠 한명이였기 때문,

이제부터 짧게 그냥 토이오빠라고 부르겠다.
아무튼 토이오빠는 나에게 아마 너가 팟퐁에 가면 하나도 못보고 그냥 나올거라면서,
팟퐁에 가지 말자고 언니들을 설득하게 했지만, 언니들의 가고싶은 욕구는 날로 솟구쳤다.

결국 공항에서 만났던 라스베가스에서 20년간 여행사를 하다 왔다는 아저씨를 만나 8명이 우르르 팟퐁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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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리를 걸으며 팟퐁에 갈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어렸기 때문에 *-_-* 가만히 있었다.

팟퐁은 쇼걸이나 게이들이 바에서 공연을 하는 거리로, 베트남 전쟁의 산물이다.
이렇게 태국에 있는 거의 모든 관광지나, 유흥가는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탄생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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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거리거리 널려있는 기념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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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퐁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일행(?)은 먹을것 또한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는다.
방콕에만 세번째 여행을 왔다는 토이오빠는 맛있는 집과 맛있는 음식을 계속 추천했다.
4 Comments
월야광랑 2007.03.06 02:52  
  트윈 테러라... ^>^
그거 입고 들어 오다가 미국 다시 입국할 때, 잡혀가는거나 아닌지... ^>^
덧니공주 2007.03.06 19:12  
  여행의 참묘미,모르는사람들과 만나서,우르륵,몰려서,여기가고,저기가고,나중에 한국에서 만나서,여행했던 추억을 공유하는~
사진많이 올려주셔서,넘 즐겁습니다...[[씨익]]
공항에서,손톱깍기 뺏기면서 얼마나 억울하던지...
gogo방콕 2007.03.19 23:28  
  언제나 그리운 그곳 방콕 그리고 카오산 ....
젊은 어르신 2007.06.27 17:13  
  잼있으셨겠네 ... 근데 카메라만 있음 안심심하시단분의 사진이 ...^^ 흔들면서 찍으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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