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5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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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5 1일차

불꽃소녀 12 4053

배낭에 기대어 눈을 붙힌지 두세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른 새벽부터 체크아웃을 하려는 사람들로 로비가 소란해지고 있었다.
부시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일단 옷을 갈아입었다. 이런 날씨라면 원피스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이제야 좀 사람다워보인다. 조금전까지 영락없는 노숙자였는데- -;;
11시가 체크아웃시간이라는데 그 전에 방이 있어도 체크인을 할 수 는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11시까지 마냥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노릇.
나는 계획대로 카오산의 아침시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끄라이씨 거리에 있는 아침시장은 6시부터 시작한다고 되어있었는데 내가 갔을때는 6시가 조금 못되는 시간이라 이제 막 자판을 준비하는 몇 몇의 상인들밖에는 있지 않았다.
다시 람부뜨리 거리로 가서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좀 알아보다가 6시가 넘어서 시장에 나오니 아까보다는 상인들도 늘고, 시장을 보러온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시장 구경을 하면서 아침거리를 찾다가 닭다리 꼬치인 '까이양'을 20B 에 하나 사서 싸남루앙에서 먹었다.
싸남루앙은 어제 내가 새벽에 헤매고 헤매던 그 공원이었다.
이렇게 무사히 아침을 맞이하고 다시 간 그 공원은 어제 노숙자들로 가득한 우범지대가 아니었다. 상쾌한 아침공기로 가득한 '왕의 광장' 이었다.
까이양을 먹고 있는데 벤치에 한 남자가 앉더니 뭔가를 꼬치꼬치 묻는다. 어느나라에서 왔냐, 혼자 왔냐, 오늘은 어딜 갈꺼냐...
뭐 다른때같으면야 현지인과 얘기를 나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대화했겠지만, 여기가 어디냐. 여긴 태국아니더냐.
이미 나의 사전 조사에 모든 사기 수법들이 목록을 이뤄서 싹 다 정리되어있었다. 이 사람... 단순한 태국인이 아니고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더구나...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배가 좀 나온게 태사랑의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그 사기꾼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
그 사람은 내가 대답만하고 전혀 대화를 이끌어가지 앉으면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자 한참을 앉아있다가 그냥 다른곳으로 갔다.
태연한척 있었지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탓인지 닭다리가 맛있는지 맛이 없었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채로 어느새 없어지고 말았다.
에이씨... 기분 안좋다...
슬리퍼 끈까지 떨어져서 영 걷는게 불편하다. 신고 버리려고 했더니 하루도 못신고 망가져 버릴줄은 몰랐다.
짜뚜짝 시장에 가서 슬리퍼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카오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카오산에 가서 뉴메리브이하우스에 들러 방값을 알아본 후 12시에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3번 버스를 타고 짜뚜짝으로 향했다.
4일밖에 되지 않는 여행기간이지만 다행히 주말이 들어있어 짜뚜짝 주말시장에 갈 수 있다는게 여간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가는 버스편까지 잘 알아내서 공항에서 오는것 말고 처음으로 일반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기특하다^^
짜뚜짝 시장에는 9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했다. 역시 아직 시장이 열리기 전이었다. 그래도 몇 몇 군데 상점을 돌아다니다가 집에 전화좀 하고 앉아서 쉬다보니 9시도 지나고 시장도 점차 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짜뚜짝 시장은... 태국 전국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이 다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크기는... 대략 우리의 남대문시장정도 되는 것 같은데(순전히 나의 추측) 정말 애완동물부터 시작해서 먹자골목, 옷, 잡화 등 없는게 없었다.
볼거리는 정말 많았지만 내가 쇼핑에는 영 관심이 없는터라 특별히 뭐 살만한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열심히 구경만 하고 노란 수박만 먹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숙소를 잡지 못하니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이젠 다시 숙소 잡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뉴메리브이 하우스의 싱글룸은 120B 로 가장 저렴했지만 방이 날지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메리브이 하우스의 싱글룸은 140B 이지만 지금은 방이 없고 200B 의 트윈룸만 있다고 한다.
벨라벨라 하우스는 싱글룸이 200B 이고 방이 있다고 한다.
어떡하지... 마지막으로 람부뜨리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헉... 람부뜨리는 싱글룸을 580B 를 달라고 한다. 좀 좋은 숙소긴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그렇게 좋은 숙소에 묵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숙소의 개념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 늦게 들어가서 잠만 자는 용도이기 때문에 그냥 침대 하나만 있으면 된다. 뜨거운 물이나 에어컨도 필요없다. 아직은 젊기때문에 너무 시설좋은 곳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런곳은 좀 더 나이 들어서 가도 충분하다.
하지만 마냥 저가의 싱글룸이 나오기를 기다릴 순 없어서 그냥 메리브이의 더블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잠깐 람부뜨리에 다녀온 사이에 싱글룸의 여행자가 체크아웃을 해서 방이 나왔다고 한다. 5분전에 체크아웃을 했다고 하니 운이 좋았다.
방을 보겠냐는 카운터의 말에 'I don't mind. I'm OK.' 라고 흔쾌히 대답하자 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140B * 3박 => 총 420B 를 계산하였다. 우리나라돈으로 약 12600원. 다른 여행지와 비교했을때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하루에 4200원밖에 하지 않는셈이다.
비록 작은 방에 요란한 선풍기, 침대하나 덩그러니 있는 방이었지만 내게는 지상낙원같은 곳이었다.
계속되는 피로 누적으로 몸이 완전 넉다운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여행을 강행하는건 무리라고 판단, 나는 일단 밀린 잠을 자기로 했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에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다니는 나였기에 한 낮의 시간을 낮잠으로 보낸다는게 큰 사치였지만 그 땐 정말 한발자국도 더 움직일 수 없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그대로 꿈나라고 빠져들었다. 에어컨도 없는 방이었고 천장에선 선풍기가 커다란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나의 단잠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12시에 check in 하고 샤워하고 가계부 쓰고 짐 정리하고... 그리고 잤으니까 1시가 넘었을텐데 한참을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났는데도 3시밖에 되지 않았다. 밤 늦은 시간일 줄 알았는데...
자기 전에는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맛사지나 받고 맛있는거나 먹자' 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나시 원기충전하여 예정대로 '현지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 코스' (태사랑 추천 도보여행코스) 를 다니기로 하였다.
일단 아침에 먹은 까이양밖에는 뱃속에 들은 게 없기 때문에 뭘 좀 먹어야 했다. 가지고 있는 책을 뒤적 뒤적 하여 숙소에서 가까운 '나이 쏘이' 를 가기로 했다. 지도에서는 꽤 먼 거리처럼 보였는데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식당이었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벽에 유명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이 많이 붙여있는걸로 보아 이곳이 꽤 유명한 식당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아침에 노점에서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산 까이양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떨렸다.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꿰이 띠오 느어 뚠' 이라고 말하자 잘 생긴 식당 아저씨가 한번에 알아듣고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말한다.

어랏? 성공이야?

급 기분 좋아진 나는 으쓱거리는 어깨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책을 펼쳐서 '꿰이 띠오 느어 뚠'을 찾아봤더니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진한 쇠고기 국물에 부드러운 갈빗살을 듬뿍 얹어주는 갈비국수' 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곧 음식이 나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일단 국물을 한 수저 입에 넣었다. 진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진하지만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면서도 특유한 향이 있었다. 거무죽죽한 색에 비해 맛은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한 그릇 뚝딱 한 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책에는 25밧 이라고 써 있었는데 30밧을 받는 것이 가격이 올랐는지...말로만 듣던 거스름돈 덜 주기인지는 몰랐으나 그냥 기분좋게 나왔다.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다파아팃에 도착하여 싸판풋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워낙에 라치니를 가야 하는데 배의 안내원이 '이 배는 라치니에 서지 않으니 싸판풋에서 내려서 걸어가라' 하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배는 일반 배보다 비싼 직행배였다. 난 그냥 일반배타고 라치니로 가면 되는거였는데... 삽질이었다. (하긴 내가 여행내내 한 삽질에 비하면 이 정도 삽질이야 우습다.)
배는 시원스럽게 짜오프라야 강을 달렸다. 뭔가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강 건너에 시리랏 병원도 보이고 왓 아룬도 보였다.
배는 순식간에 싸판풋에 도착하였다. 싸판풋에서 라치니까지는 금새 걸어갈 수 있었다. 라치니에서 빡컹 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빡컹시장은 꽃과 과일을 파는 재래시장이다. 이미 알고있는 과일부터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리고 처음보는 과일까지 온갖 과일이 길 가득 늘어서있었다.
과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로서는 오전에 짜뚜짝 시장보다도 이곳이 더 재밌고 별천지같았다.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한 좌판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망고스틴'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망고스틴... 정말 맛있는 과일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방콕에도 지금이 제철은 아니어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20밧을 주고 1kg을 산 후 먹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더니 과일파는 청년이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세히 가르쳐준다. 망고스틴을 두 손으로 잡고 살짝 비틀었는데 나무껍데기같은 겉모양과는 전혀다른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먹어보라고 건네주길래 한 입에 쏙 넣었더니 새콤 달콤 부드러운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더니만 순박한 청년이 같이 웃는다.
망고스틴 한봉지를 들고 그때부터 발걸음이 빨라졌다. 원래는 숙소가서 먹으려고 산건데 이미 망고스틴을 먹어버린 나로서는 지금 당장 길거리에 앉아서라도 먹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과일시장을 지나 꽃 시장을 지나 싸판풋에 도착했다. 현 왕조인 짜끄리 왕조의 라마 1세가 있는 공원이다. 공원에는 드레드를 한 남자들이 자전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 타는 연습이 아니라 자전거 묘기연습^^;) 난 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망고스틴을 먹기 시작했다. 아까 총각은 잘 하던데 생각보다 먹는게 쉽지 않았다. 두 손에 과일물을 잔뜩 묻혀가면서 열심히 까서 망고스틴을 먹었다.
1kg 의 망고스틴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고 마침내 그 바닥을 드러내었다.
맛있는 걸 먹어 배도 즐겁고, 구리빛의 몸매를 자랑하며 자전거 묘기를 부리고 있는 청년들이 있어 눈도 즐겁고... 거의 금상첨화가 다름 없었다^^
기분좋게 싸판풋을 나서서 인도골목으로 향했다. 이미 국수에 망고스틴에 배는 불렀지만 인도골목에 있는 샤밥식당에는 꼭 가보고 싶었기에 열심히 지도를 보면서 찾아나섰다. (무서운 식성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나의 엄청난 삽질은...
아무리 지도를 보고 책을 보고, 준비해간 프린트물을 봐도 인도골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설명대로라면 이 골목이 맞는데 또 이상한 골목이 나오고...
한참을 헤매다 보니 인도골목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이 나와버렸다.
허...참...
결국 인도골목을 포기하고 차이나타운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차이나타운이 거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미로같은 곳이라서 책에 쓰여진대로는 절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야왈랏 거리나 무슨 골목 골목은 알고 다니는게 아니라 돌아다니다 보면 그냥 나왔다.
같은 골목인것 같아서 들어가면 다른 골목이고, 다른 골목인가 싶으면 같은 골목이고...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나는 차이나타운 안에서 한없이 헤매고만 있었다.
뭐 그러면서 차이나타운 구경은 잘 하긴 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거다. 나가는데라고 생각하고 나가다보면 또 시장이고, 돌아서 나오면 또 시장이고...
정말 몇 시간을 헤맸는지... 어디까지 헤맸는지는 모르겠지만 돌고돌고 돌다가 겨우 훨람퐁역을 찾아가게 되었다.
휴.. 살았다. 훨람퐁 역을 찾았으니 프린트물에 있는대로 다시 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싶은 마음에 선착장을 찾아갔다.
분명히 프린트물에는 '카오산으로 돌아오려면 역 왼쪽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편하다' 라고 써있었는데... 역 왼쪽에 있을거라고 생각한 선착장이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한테까지 물어봐서 찾아간 곳은 사람하나 없는 골목... 불빛도 별로 없고 사람도 차도 없는 골목을 걷고 있자니 너무 무서웠지만 돌아가기도 이미 늦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어떤 아저씨 뒤만 졸졸 쫓아가고 있는데 대충 선착장 근처라고 생각되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 선착장 옆에 표시되있는 리버시티와 쉐라톤 호텔이 있는것이다. 호텔 옆이라 그런지 사람도 좀 있고 편의점도 있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입도 마르고 갈증도 나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뭘 마시지? 특이하게 생긴 야쿠르트도 먹어봤고, 한국에는 없는 환타 00 맛도 먹어봤는데...
그러다가 집어낸건 씽 맥주^^
그 유명한 씽 맥주를 언제 먹어보나 했는데 갈증도 나고 힘도 들어서 나한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마시기로 했다.
씽 맥주를 한병사서 빨대를 꽂았다.
사실은 아까 싸판풋에서 라치니로 걸어가는 도중 태국 아저씨들이 길을 다니면서 맥주에 빨대를 꽂아서 먹는걸 보고 한번 따라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맥주에 빨대를 꽂아 쉐라톤 호텔옆을 걸으면서 쪽쪽 빨아 먹었다. 태어나서 술을 빨대로 먹은건 처음이었다^^
갈증이 너무 심해서 몇 모금만에 맥주한병을 다 먹었다.
선착장도 거의 다 찾았겠다 갈증도 가셨겠다 약간 알딸딸하게 취기도 오르겠다 기분이 붕 떴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선착장을 다 찾았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선착장이 나타나질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결국, 선착장을 못찾았다.
이미 너무 걸어들어와서 대중교통은 있지도 않고, 훨람퐁역까지 가려면 또 그 어둡고 사람없는 골목을 걸어가야하는데 더 이상 용기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방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택시를 타자 하는 마음에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사전조사에 의하면 방콕의 택시 바가지 요금은 유명하다. 미터기가 달려있지만 미터기를 켜지 않고 가는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얼마면 가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100밧이면 가겠지 싶어서 택시를 잡고 물어봤다.
200밧을 달란다.
그냥 보냈다--;;
다음 택시가 온다.
100밧을 달란다.
사실 100밧이면 방콕 내에 있는 왠만한 곳을 다 간다고 알고 있어서 카오산까지 100밧도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깎을 기운도 남아있지 않고 100밧이면 3000원인데... 하는 맘에 그냥 그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는 카오산으로 가는 내내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사실 태국인의 영어발음은 우리가 알고있는 발음과는 차이가 많이 있지만 중요한건 발음보다도 free talking을 우리보다 훨씬 잘 한다는 거다. 우리는 서로 한국영어, 태국영어를 쓰면서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카오산까지 갔다.
카오산에 돌아오니 고향에 돌아온것 같다. 이제야 카오산이 여행자들의 고향이라는 소리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숙소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타이맛사지를 받기로 했다. 내 여행 계획중 하나는 매일 타이맛사지를 받는것이기 때문에 우선 카오산에서 가까운 '허벌맛사지' 를 찾아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서 받은 맛사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타이맛사지만 받으려고 했는데 2시간에 타이+foot 맛사지를 받기로 했다.
시원한 물을 한 잔 주고 나서는 따뜻한 물에 발을 씻어주었다.
택시도 타고, 누군가 발도 씻어주고... 오늘 나 너무 호강한다^^
발을 씻은 후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6명인가? 8명인가 들어갈 수 있는 방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바지를 갈아입고 누웠다. 안마가 시작되었다.
안마는 생각보다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물론 중간중간 억~ 소리나게 아픈 안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안마는 너무너무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루어졌다.
그 편안함에 나는 그만... 잠이들고 말았다. 지금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웠다. 그 안마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잠이들다니... 물론 내 몸은 기억하겠지만 말이다...
두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 소파에 앉았더니 따뜻한 차 한잔과 파인애플을 준다.
정말 온몸에 쌓여있던 묵은 피로까지 싹 사라진 느낌이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첫 날 받은 맛사지 덕분에 남은 여정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타이 + foot 마사지 2시간에 370밧이었고 400밧을 주고 남은 거스름은 팁이라고 했다.
팁이 적당한게 준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던 돈이 다 100밧짜리라서 할 수 없었다.
또 숙소로 가려던 계획은 맛사지 후의 컨디션 회복으로 변경되었다. 나는 카오산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브릭바를 찾아갔다.
'술 마시기 좋은 곳 BEST 13' 중에 카오산 가까운 곳은 두 군데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군데가 '브릭바' 이다.
브릭바는 카오산 거리에 있는 재즈바인데 종업원도 친절하고 출연 뮤지션들의 연주와 노래가 훌륭하다고 했다.
브릭바는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입구에서 간단한 가방검사를 받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도 가방검사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
술 집 안은 사람들로 가득차서 빈 자리를 발견 할 수 없었다. 노랫소리는 바로 옆의 사람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게 울리고 있었다. 나는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씽 맥주를 하나 시키고 흥겨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맥주는 즉석에서 계산하는건데 아... 이사람들... 또 10밧을 덜 거슬러준다. 이번엔 다시 불러서 얘기했더니 머슥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10밧을 꺼낸다.
알고는 있었지만 참...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어찌되었든 맥주를 마시며 이제 막 분위기에 빠지려고 하는데 연주가 끝나고 밴드가 가버렸다.
어랏? 이게 아닌데... 좀 아쉬운 맘에 맥주만 마시고 있는데 또 다른 밴드가 준비를 한다.
이번엔 아까보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크다^^;
여성 보컬 한명과 다른 많은 남자들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여자도 예쁘고 다른 남자들은 순박하게 생겼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정말 정말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남자가 있었다.
제일 왼쪽에서 드럼은 아니고.. 암튼 무슨 두드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었는데... 거대한 몸으로 악기를 들여놓을때는 그냥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연주자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록 그 사람의 연주도 극에 달했는데 땀흘리며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에 난 거의 넋을 잃었다.
유명한 팝송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신나는 태국노래로 분위기는 최고조를 이루었고 바 안의 여러 국적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은 모두 하나가 되었다.
두시간 가까이 연주를 했을까... 새벽 1시가 넘어가면서 밴드는 마지막 곡을 연주를 한 후 공연을 마쳤다. 조명도 꺼지고 이미 뒤쪽 테이블은 모두 정리가 끝난 상태인데도 우리들은 그 자릴 떠나지 못하고 계속 환호를 했고 전기코드를 뽑고 악기를 정리하던 밴드는 우리의 환호에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마지막 한곡을 더 연주하기 시작했다.
최고였다.
비록 첫날 노숙에 오늘 하루는 삽질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고생스러움까지도 지금 이 순간에는 나의 여행을 200% 즐길 수 있게 하는 여유와 낭만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방콕에서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12 Comments
월야광랑 2007.03.05 01:08  
  아니, 겁이님 여행기부터 시작해서 fish4u님까지 삽질 여행을 시작하시더니, 불꽃소녀님도? :-)
시작부터 좌충우돌... 어쩌다가 매일 맛사지 받기  계획이 실패하셨는데, 궁금해지네요... ^>^
덧니공주 2007.03.05 16:05  
  으하하하,첫날부터 노숙에 ,헤매기까지,결국은 샤밥식당못간거군요.ㅋㅋㅋ
망고스틴의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듯,ㅋㅋㅋ
맛사지받으면서 안자는경우는 드문거같아요.저두 너무 잠이 솔솔와서 잤는데,같은 팀 어떤분은 넘 좋았는지 코까지 골더군요.제가 다 창피할정도루...
요술왕자 2007.03.05 16:15  
  윽... 훨람퐁역 옆 선착장은 없어진지가 10년 정도 되었어요 ^^;;
그래도 즐거운 여정이 계속 이어져서 다행이군요~
월야광랑 2007.03.05 18:52  
  이거 진짜 여행 일기 중에서 누가 누가 삽질 잘 하나 하는 걸로 삽질 베스트 여행일기 시리즈를 뽑아야 할까요? ^>^
사실 전 이발할 때도 조는 걸요. ^>^
덧니공주 2007.03.05 20:30  
  이발할때...ㅋㅋㅋ...
머리만져줄때,또는 귀파줄때 왜이리 졸린지...ㅋㅋㅋ
특히 미용실에서 그긴 시간 머리할땐 미칩니다.꾸벅꾸벅~[[잔다]]
fish4u 2007.03.05 21:28  
  아니, 저보다 더 삽질 여행 하시는 분도 있군요. ㅎㅎ
그래도 저처럼 무정보 여행은 아니신거 같아요. ^^;;
전 정말 아는게 거의 없이 갔더니 별로 구경을 못했죠. ㅠㅠ
나머지 여행기 기대됩니다요. ^0^
피크닉 2007.03.06 01:04  
  하루동안 남들 몇일 여행은 다 하신듯.. 정말 체력 좋으세요.. 남자인 저도 숙소에 한번 누우면 뻗어버려서 일어나지를 못했는데;; khuya
누렁이 2007.03.06 13:26  
  도보여행루트에는 훨람퐁역으로 되어있는데.... 그럼 어디서 타야하나요??
곤스 2007.03.11 05:49  
  `허벌맛사지`ㅋㅋㅋㅋㅋ
mira 2007.03.18 00:57  
  에고 이 사이트 잘 보시면 샤밥레스토랑 지도 올려놓은거 있는데...그거 보시구 찾아가셨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네요
예로 2007.06.05 06:50  
  물고기님...여기서 뭐 하시나욧!! 언능...좀 ...글 좀 올리셔요^^
selfcare 2007.09.09 16:31  
  브릭바.... 저도 같은 팀 노래 들었습니다 여자 한분 타악기 덩치 크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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