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4 0일차 (2)
저녁 9시 30분경, 비행기는 방콕, 쑤완나품 신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이었지만 활주로에는 형형색색의 불빛들로 수가 놓아져 있었기 때문에 마치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들었다.
착륙을 하고 비행기를 나서는 순간...
헉...
더운 바람에 숨이 컥 막혔다. 안그래도 더운 나라일텐데 몇달동안 추운 겨울날씨에 적응이 되있었기 때문인지 체감온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싶었지만 숙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쉽게 공항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카오산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카오산으로 가려면 택시나 공항버스를 타는 방법, 그리고 시내버스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물론 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시내버스를 타려면 공항 셔틀을 타고 터미널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도통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지 못하겠는거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공항버스 타는곳만 가르쳐줘서 공항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셔틀버스 타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참 기다리고 있으니 셔틀버스가 도착하였고 셔틀버스로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하였다.
터미널은 마치 우리나라의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고 친숙하였다.
내가 카오산까지 타고 갈 버스는 556번. 공항버스가 100 B 인데 반해, 시내버스는 34 B밖에 되지 않고 시간도 얼마 차이나지 않아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버스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터미널을 출발하였다.
버스가 출발할 때가 되자 한 남자분이 일어나서 필통을 들고 다니면서 돈을 걷는데, 이게 참 신기했다.
동그랗고 길다란 철제 필통같이 생긴 물건 안에는 버스표가 동그랗게 말려서 들어있었고, 돈을 내면 필통 뚜껑을 닫아서 표를 찢어주었다. (설명이 이상한데^^;;)
암튼, 그 필통은 방콕의 모든 버스와 배편에서도 이용되는 방법이었는데 처음 봤을때는 한없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책에는 약 50분정도 걸린다고 쓰여져 있었는데 밤 늦은시간이라 차가 막히지 않았는지 11시 30분경에 카오산에 도착하였다. 방송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배낭여행자들이 우루루 내리길래 냉큼 따라내렸다.
그들의 뒤를 따라가면 카오산이겠지... 싶어서 쪼르르 따라가다보니 휘황찬란한 거리가 나타났다. 말로만 듣던, 책에서만 보던, 바로 그 카오산이었다.
하지만 카오산을 찾았다는 반가움 보다는 이미 긴바지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으며, 배낭은 무겁게 느껴지고,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과, 카오산 거리의 무섭게 생긴 외국인들이 너무나 초짜 여행자 티가 나는 키작고 얼굴 노란 이 동양 여자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 같아 겁이 났다.
'오호라~ 저 여자애는 혼자 여행을 온 모양이군. 바짝 긴장한 모습에 얼굴은 겁에 질려있는데? 여행 첫날인것 같은데 아마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꺼야.'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난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렇게 무서운 사람들 많은 곳이 카오산이란 말이야?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 내가 이곳을 이 사람들처럼 즐길 수 있을까?
난 그때, 4일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4일 후에 난, 그렇게 무섭게 생각했던 그런 사람들 속에 섞여서 로띠를 먹고, 카오산 거리를 느릿느릿 걸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난 우선 게스트 하우스를 잡는것이 우선이었다. 처음엔 무조건 제이앤 조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지도에 나와있는 곳을 샅샅이 뒤져도 제이앤 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들어갔는데... 불길했다.
Full
Full
Full
Full
모든 게스트 하우스들이 Full 이라고 했다.
이런... 할 수 없군... 람푸 하우스쪽으로 다시 찾아봐야지...
그런데 아무리 지도를 보고 찾아가도 도저히 내가 찾으려고 하는 곳이 나오질 않았다.
카오산을 벗어나니 길에는 사람도 없고, 자꾸만 남자들이 도와주겠다고 따라오고, 횡단보도나 신호등은 찾을 수가 없어서 무단횡단을 하고는 있지만 차가 너무 쌩쌩달려서 이러다가 비명횡사하는건 아닌지...
1시가 넘었을까... 나는 카오산 주변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이젠 겁에 질려서 다시 어둠속을 헤맬 자신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싸왓디 방람푸 인'앞에 있는 의자에서 밤을 새기로 했다.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러다가 책에있는 지도를 보고 있자니 얼핏 어느쪽이 게스트 하우스 촌인지 감이 왔다.
한번만 더 고생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배낭을 맸다.
지도를 보면서 걷다보니
드디어 람푸하우스등의 게스트 하우스가 몰려있는 람부뜨리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내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이었다.
람부뜨리 거리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나처럼 이제 도착한 듯한 배낭족이 많이 보여서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람부뜨리 거리의 게스트 하우스를 다 뒤져도 모두 Full 이어서 결국 람푸하우스 로비에서 사정얘기를 하고 노숙했다^^;;;
람푸하우스의 착한 총각이 선풍기도 틀어주고 이불도 덮어줘서 노숙치고는 호강한 편이었다.
설마... 노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