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것, 남은 것, 얻은 것, 버릴 수 밖에 없는 것들.
덜덜 떨며 도착한 치앙마이역, 지도를 들추고 방향을 잡고 걸어갈지 툭툭을 탈지 고민하지만 어느 도시든 처음 내려 숙소가 정해져 있으면 툭툭을 타자 맘 먹었었다. 배낭 무게가 10kg이고 카메라 가방까지 하면 평소에 비해 정말 많은 짐을 물리적으로 지고 다니는 것이기에 게스트 하우스 담당자들이 호객하기 위해 달려들기 전에 얼른 툭툭을 타고 반매텅문으로 향했다. 그 시간이 7시 채 되지 않았는데 카오산처럼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 타임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내 상태 보고 아무말 없이 가방부터 받아주고 조용한 아줌마가 너무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루에 350B 더블 팬룸에 묵겠다고 했다. 깨끗하고 넓고 시원하고 창문의 위치도 좋은 곳으로 나 있는 방을 잡고 밀린 빨래 열심히 하고 배고파 시킨 클럽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눈을 감고 피로를 푼다.
이 나른함과 피로함이 왜이리 좋은 것인지? 땀 흘려 일할때 가끔 느끼는 기분 좋은 피로, 한 숨 자고 일어나 오늘은 처음 온 치앙마이 거리를 걸어보자 생각하고 나선다.
매년 여름이면 송도로 달려가 락페스티벌에서 작두를 타는 나로서는 저 광고판이 도대체 무엇이더냐. 치앙마이 락 페스티벌이 지금 열린다는 거냐!! 언제 열린다는 거냐..!!! 발을 동동 구르지만 날짜도 없고 태국문자는 대체 상형문자 같다. 한국식당 찾아 한식 먹을 생각에 엠프레스 호텔 근처로 가는 길에 봐서 사람도 별로 없다. 물어도 뭐라 물어야 하나. 포기한다. 집에 가서 찾아보자 지금 페스티벌을 한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찾아가나 인터넷도 느린데 어디서 찾나, 물어보려니 것도 귀찮다라고 생각하며...
올 여름의 송도 팬타포트 락페가 기대된다.
멀찍이서 봐도 부지런히 유리문을 닦고 있는 여 종업원이 보인다. 한국의 한 소주 회사 앞치마를 두르고 얼굴은 정말 한국 아가씨처럼 생겨서 조용조용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낸다. 어느 나라를 가도 한식당에 있는 종업원들은 인사 정도는 한국말로 한다.
사장님들이 열심히 가르치시는 건지 ㅋㅋ 우와 비행기 타고 한 4일 만에 먹는 한식, 넘흐 맛있다. 뭐든 잘 먹는다 태국식도 아주 잘 먹는다. 그러나 한식은 정신적 중독의 일종이기 때문에 그 토종 입맛을 잃기는 힘이 든 것이다. 엄마 김치보다 맛은 덜하지만 한식이라는 상품은 내 뇌에 여러가지 작용을 불러오며 안정감을 준다. 이제 제대로 앞이 보이고 포만감이 들면서 자신감도 충만해진다. 더워도 걸을 기운이 나고 여러가지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한다. 한식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수단 그 이상의 효용을 불러온다. 밥 먹으러 여기까지 찾아온게 아깝지 않다.
밥먹고 빠뚜타패를 목표로 그냥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다 정말 활기차게 일하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밥을 사는 사람들이 보여 잠시 머물며 관찰한다. 상그릴라 호텔과 스파를 짓고 있다는데 언제 완공 될지는 모르겠다. 치앙마이는 계속 발전ING 중이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더욱 견고히 자리하고 사람들은 변해가겠지. 치앙마이의 어느 공사 현장은 내가 어려서 우리 동네가 발전하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 정도의 포스가 느껴졌다. 다음번 방문에는 더 많은 것들이 변해 있겠지. 그러나 날씨는 너무 착하다. 걸어다녀도 땀은 안난다. 적당히 더운 정도 관광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몇 시간 안 됐지만 여기가 좋다.
길가다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파는 노점이 있다. 사진들이 참 예쁘다. 여행의 막바지 였다면 몇개 사들고 와서 친구들 나눠주고 싶었는데, 치앙마이에서 쇼핑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많이 후회가 된다. 풍광이 아름다운 나라여서 사진 찍을 곳도 많고 사진도 예쁘게 나오는데 난 왜이리 사진을 못찍는지 반성하며 지나갔던 길이 나중에 알았지만 나잇바자가 서서히 문을 열기 시작하는 시간대였다. 밤에는 사람도 많고 노점도 많이 열리고 구경만 해도 재미있고 더 재미있는 건 사진을 찍으려고 난 한국의 어느 잡지 기자가 되었던 것이다. 혼자인데 이정도 놀이도 안하나? ㅋㅋ
"포토 다이 마이 카?" "NO", 장난 하나 웃으면서 맞는지 모르지만 열심히 태국어로 말하는데 내 발음을 인정하지 않는건지 영어로 대답한다.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어 그래서 열심히 뻥을 친다. 한국인이고 어느 잡지 기자다 너네 상품이, 상점이 너무 아름다워 소개하고 싶은데 딱 한장만 찍자. 그러면 대부분 먹혀 들었다. 히히. 물론 열심히 말하기도 해야 하지만 간절히 원하고 진심을 담아 미소를 던져야 먹힌다.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예쁜 프러덕들 앞에 NO PHOTO라고 적힌 글을 보니 더 찍고 싶어지기에 열심히 사진찍기 놀이에 열중했다. 재미는 있었는데 건진 사진은 별로 없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 예쁜 사진들은 엽서 만들어 여기저기 뿌리고 있다.
빠뚜타패는 대체 어디 있는거야? 그냥 걸어간다. 걸어가다가 가이드북에도 없는 사원에 들어가서 열심히 구경하는데 개들이 떼거지로 몰려온다. 두렵다. 개 정말 좋아한다. 앤디도 키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날 물겠다는 식으로 다가온다. 가끔 태국 여학생들 오른쪽 다리에 개에게 물려 분홍빛으로 새살이 나는 것을 목격한 후로는 태국의 개가 두렵다. 그냥 더워 널부러져 있는 녀석들은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지만 이 녀석들은 강적이다. 음. 일단 온몸에서 기를 발산하고 도망치거나 움직이지 않고 마주 보고 섰다. 다리가 후들거릴 즈음 사원의 관리인 아저씨가 와서 쫓아준다. 6시면 문을 닫는데 지금 닫을 시간이라고... 어찌나 반가운지 그 아저씨가 정문으로 데려다 주시며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눈물이 날뻔했다. 내일 다시 오란다. 자기는 중국사람이란다. 한쪽 다리를 절고 계신 아저씨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고 다시 올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 개들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 얼른 인사하고 줄행랑 친 사원.. 가이드북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원, 현지인들이 찾아와 기도 하고 기원하는 사원들을 선호하는데 여긴 기도는 커녕....
사원에 가면 불교신자이신 엄마 덕에 난 불교신자가 되는 착각이 인다. 근데 마음이 편하다. 맘속으로 나의 입신양명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 조국 통일과 세계평화정도 빌고 다녔다. 사원이 하도 많아서 기원하다보니 거기까지. ㅋㅋ
빠뚜타패 아직도 안나온다. 그래 카오산이나 치앙마이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치과에 들어가 스켈링을 받는다. 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사실 잘 모르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여행자 편의 시설이 많이 모여 있는 거리의 어디에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한 치과가 널려 있다. 누가 굳이 추천해준 곳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이리 쉬이 찾을 수 있으니 시간이 나거나 피곤하면 들어가서 만 오천원에 이 청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얻은 정보로는 태국은 치과의사가 클리닝을 한다고 한다. 들어가 덴티스트라고 소개를 받은 이 분 참 친절하고 밝다. 몇분 정도 걸린다. 언제 클리닝 했냐. 아프지 않냐. 질문도 많다. 답하기도 힘든 상황에. 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차들이 많기도 하고 겁없는 속도로 달리기에 길 건너거나 차들이 오는 방향으로 가기 싫어 등지고 내려왔더니 반대였다. 난 역시 길치다.
그래서 발견한 쑤리웡 북센터와 치앙마이 레지나 커피숍. 서점에서 얻은 광고책자로 그 다음날 받으려고 계획 했었던 스파샵을 결정하고 레지나에서 마신 커피, 맛있다. 커피숍도 너무 예쁘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그쯤에서 옆구리가 시린것이다. ㅠㅠ
혼자하는 여행의 편안함과 살짝 기뜬 외로움과 처음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과의 조우에서 오는 신기함과 아련함들의 감정의 종합세트 속에 젖어 있다가도 문뜩 살짝 고개를 내미는 공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그 것은 모든 것을 혼자 소유하고 있는 행복을 느낄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몇 통 보낸다.
드디어 찾았다. 빠투타패 안과 밖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운 좋게 2-3일 뒤에 보게 된 선데이 마켓은 정말 행운이었다.
왜이리 시장을 좋아하는지. ㅋㅋ 아직 일과가 끝나지 않았지만 다음편으로 넘겨야 겠다. 하루 동안 본 것이 정말 많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