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3년전 여행기 - 게스트 하우스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한통과 맥주 몇명, 과자 한봉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아, 중간에 과일가게에 들러서 과일도 샀다.
언제나 그렇듯이 봉언니랑 나는 가치를 지불할 때면 언제나 끈임없이 흥정한다.
특히, 언니와 나는 깍는데라면 선수였다.
보통 그랬다. 우리가 막 흥정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산다고 뒤돌아 서면, 다들 알았어 알았어, 그냥 줄께, 이러는식이였는데,
어찌된 것인지 봉언니가 안 산다고 얘기하니깐 바구니에 담았던 과일들을 다시 쏟아내더라,
강적이다. 결국 근처에 과일가게도 없기도 해서 그냥 샀다. 뭐람 *-_-*
얘네들은 이걸 노린 걸까, 흠, 한 수 위란 말이야.
아무튼 귤같은 오렌지와 봉언니가 좋아하는 포도를 사들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 왔다. 인언니와 도언니가 이 날 바로 태국으로 떠난다길래, 조촐한 파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틀만에 벌써 이렇게 정들다니, 역시, 정이 무섭다니깐,
우리 넷은 일단 샤워를 하기로 했는데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의 샤워실은 3개,
먼저 샤워실로 간 봉언니는 게스트하우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악~ 악~ 어떡해! 어떡해! 악~
순간, 우리들도 너무 놀란나머지, 무슨일이야? 하고 달려갔더니,
두꺼비 녀석이 나온거였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도마뱀과 두꺼비가 제법 많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큰 녀석은 처음이란 말이지, 난 언니에게 뭐 이런걸로 놀라고 그래 하면서 언니의 어깨를 툭 치며 괜찮아~하며 하나도 안 무서운 척 했다.
근데 사실, 정말 하나도 안 무서웠다.
얘네들은 생긴것만 흉측하지, 사람은 절대 안 문다고 한다.
실제로 안 물렸으니 믿어보자. *-_-*
그리고 얘네는 벌레같은것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공생하는 관계랄까,
나는 바로 전에 먹었던 아이스크림통에 물을 하나가득 받아서 두꺼비가 나왔다는 구멍을 막아버렸다.
봉언니는 두꺼비를 보고 상당한 심리적인 데미지를 입은 듯했다^^;
근데, 샤워실은 3개인데, 우리는 넷,
나와 봉언니가 한칸씩 차지하고 도혜언니와 인순언니는 같은 칸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란히 세칸에 들어가 나름대로의 수다도 나누며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은근히 나는 하하, 뭐 두꺼비, 도마뱀 같은거 뭐가 무서워~ 하면서 오히려 얘네들을 귀여워 하는 척 했다.
잠시 후 도언니와 인언니가 있는 칸에서 으악~악~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마뱀이 나타난거다.
"언니, 괜찮지? 에이~ 도마뱀이 뭐가 무섭다고"
(하여간 맨날 혼자 센척은 다해요. *-_-*)
그리고 나서 1분도 안 되어,
조용하던 샤워장에 파란이 일어났으니, 그 범인은 바로, 바로 *-_-*
나 -_-
거울을 살짝 손으로 건들였을 뿐인데, 그 뒤에 숨어있던 도마뱀이 벽을 타고 쏜살같이 사라진다.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난리법석 나
"으악~ 악~~~~~~~~~~~~~~~~~~~~~~~~~~~~~"
정말 그 목소리를 어찌나 우렁차던지,
얼마전에 그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어딜 가셨는지,
하여간 알아줘야해,
샤워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다들 웃기다고 난리다.
에헴, 체면이 말이 아니다*-_-*
2$짜리 숙소에서 무엇을 기대하랴,
샤워를 마치고 우리 넷은 발코니에 앉아서 Ankor 맥주를 한잔씩 따랐다.
거품이 컵을 타고 올라왔다.
잔을 기울이며 태국에 가게 되면, 깐짜나부리의 졸리푸록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