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3년전 여행기 - 앙코르왓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시대에 뒤떨어진 3년전 여행기 - 앙코르왓

쪼냐~* 3 1032
평소에도 일찍일어나는 편이지만 여행을 가면 나는 특히나 일찍 일어난다.
새벽은 언제나 좋다. 맑은 공기와 맑은 하늘,
알람이 울려대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여행을 가면 순간순간이 모두 선물이다.

그러한 순간순간을 1초라도 더 맞이하고 싶어서,
새벽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게스트 하우스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글로벌 게스트 하우스, 이곳은 하루종일 정말 멋진 곳이다.
웬만하면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곳은 왠지 마음에 든다.

나갈 준비를 하고 봉언니를 깨웠다.
며칠동안 잠을 거의 못잤다는 언니는 힘들게 일어났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주는 아침식사는 꼭 챙겨먹자는 것도 나의 여행수칙,

퍽퍽한 바게트에 버터와 잼, 바나나, 커피가 전부일 뿐이지만,
여느때의 아침보다 더 맛있다.

전날 함께 미니밴을 빌리기로 한 선생님과 제자 팀은 우리에게 와서 인사를 한다.
늦지 말고 7시 반까지 문앞으로 오세요.

봉언니는 가방에서 부비적부비적 뭘 뒤적이더니 홍삼가루를 꺼낸다.
언니는 정말 귀한거라면서 물에 홍삼을 타 주었다.

- 여행하려면 잘 먹어야해

ankormap.jpg


위 사진은 앙코르왓 복원 단체인 http://ospiti.thunder.it/gacp/ 에서 퍼왔다.

P1010153.JPG

하룻동안 랜트한 미니밴을 타고 앙코르왓으로 간다.
높은 나무, 그 틈으로 보이는 하늘. 상쾌하다.

앙코르왓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미니밴으로 돌아올 약속을 했다.
지리선생님은 이렇게 하룻동안 함께 여행을 하게 된것도 인연이니 통성명이나 하자고 하신다.

지리선생님, 역사선생님, 그의 제자 두 오빠, 초등학교 선생님 언니 둘, 봉언니,
이렇게 하룻동안 앙코르왓을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P1010156.JPG

앙코르왓의 문은 거의 다 동쪽을 향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한다고,

앙코르왓은 정말 거대한 신들의 무덤이다.

P1010157.JPG

프라하에 있는 카를교가 생각났다. 부조를 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얼굴과 가슴이 심하게 망가질 정도로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그리 많이도 빌었는지,

P1010159.JPG

입구를 통과하자 거대한 다리가 나왔다.
신들에게로 가고 있다.

P1010164.JPG

물을 파고, 그 위에 성을 지었다.
앙코르 왓은 물로 둘러싸여 있다.

P1010166.JPG

P1010167.JPG

폐허가 된 유적에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도한다.

P1010168.JPG

P1010169.JPG

향을 파는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자꾸만 이야기를 시킨다. 어디에서 왔으며, 여기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를 보더니 한 꼬마가 와서 수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본다.

신앞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이와 눈인사를 하고 다시 뒤돌아 사원을 걸었다.

함께 온 일행(?)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혼자 정신 없이 걷다 보니깐 같은 곳을 계속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서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종교도 없고, 믿는 것도 없는 주제에,
사원에 있다고 생각하니깐 자꾸 기도를 하게 된다.

정말 신이라도 만났단 말인가,

P1010170.JPG

P1010171.JPG

부조들은 다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다. 하나도 같은 표정이 없다.

P1010175.JPG

흰두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왓을 불교사원으로 알고 있지만,
앙코르 왓은 흰두사원이다.
신에게 가는 길이기 때문에 정면을 바라 볼 수 없게 일부러 계단을 가파르게 만들었단다.

그렇기 때문에 정면을 바라보고 올라가면 계단의 가파름과 뒤로 보이는 앙코르왓의 거대함에 다리가 떨릴 정도이다.
옆으로 올라가면 하나도 안 무서운데,

실제로 프랑스의 귀부인이 여기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단다.

P1010176.JPG

언제나 높은 곳에서는 많은 것들이 내려다 보인다.
몇백년전의 흰두신, 지금의 나와 같은 기분이였을까,

가슴이 탁 트이는 것만 같다.


P1010177.JPG

P1010178.JPG

혼자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데, 스승과 제자팀이 나타났다.
제자 오빠가 묻는다.

- 왜 혼자 다녀요?
- 그냥요.

제자오빠는 나더러 왜 사진을 찍지 않냐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 그래도 앙코르왓에 왔는데 사진을 찍어야지

수줍게 문앞에 섰다.
사실 혼자서 내 사진 수백장 찍었다가 지웠는데 *-_-*


P1010181.JPG

P1010182.JPG

그렇게 나는 스승과 제자팀에 합류하여 앙코르왓의 돌 하나하나를 함께 밟아갔다.
역사선생님은 둥근모양의 기둥을 보더니, 이건 소승불교에 있는 양식이라면서,
티벳불교에서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통과 같은 의미라고 하신다.
둥근기둥을 손으로 한바퀴 돌렸다.

P1010183.JPG


P1010184.JPG


P1010185.JPG


P1010186.JPG


P1010188.JPG


P1010189.JPG


P1010190.JPG

P1010191.JPG

P1010192.JPG

P1010193.JPG

P1010194.JPG

역사선생님은 부조를 따라 보면서 부조에 담긴 역사들을 설명해 주셨다.

P1010195.JPG

P1010196.JPG

앙코르왓을 한바퀴 다 돌았을 무렵, 지리선생님은 코코넛을 사주시겠다고 앙코르왓 아래로 우리 일행을 데리고 내려가셨다.
어디를 가나 꼬마들이 관광객을 붙잡고 물건을 사달라고 떼를 쓴다.

제자2 오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보여준다.

P1010197.JPG

코코넛을 비워갈 때쯤 봉언니를 만났다.
나는 언니를 한참이나 찾았다면서 어디갔었냐고 물으니깐,
언니도 나를 찾아 헤멨단다.

지리선생님은 미니밴에 가서 쉬신다고 하고,
역사선생님과 제자오빠 두명과 봉언니와 나, 이렇게 앙코르왓의 숲을 걸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길, 다들 카메라를 꺼내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P1010201.JPG

P1010202.JPG

산책이 지루해 질 때쯤 우리들은 다시 앙코르왓 내로 걸어들어 갔다.

German Apsara Conservation Project,

크메르의 유적군을 이런식으로 복원하고 있었다.


초창기 발견당시의 사진을 봤는데,
꼭 로마에 있는 포로로마노가 생각날 정도였다.
완전히 폐허였던 유적군을 다시 복원해 내었다.

유적군들을 복원해 내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옛시절의 부흥이라도 되찾을것 같아서?

아직도 복원중이라던데,
시간을 뭍어 둔 폐허 앙코르왓의 모습이 난 더 좋았다.

정신없이 군대행렬과 천국도와 지옥도, 유교해반에 관한 부조를 보고 있었다.
성 밖에서 봉언니가 나를 부른다.

P1010203.JPG

제자 오빠 둘은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다가 나에게 과일을 하나 건넨다.

- 이게 뭐야? 어, 이거 망고스틴이잖아. 이거 어디서 났어?

나무위를 바라보니깐 아이가 망고스틴을 열심히 따고 있다.
내가 신기해서 카메라를 켜니깐 과일을 따다 말고 저렇게 폼을 잡는다.

P1010204.JPG

P1010205.JPG

하루종일 함께 다녔던 제자오빠 두명

P1010206.JPG

봉언니는 열심히 망고스틴을 먹는다. 맛있다면서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덜익어서 그런지 나는 맛도 없고, 떫은 맛만 난다.
게다가 손에 진이 뭍어서는 이게 무슨 과일이야 난 투덜대기만 한다.

P1010209.JPG


P1010211.JPG

아쉽지만 앙코르왓을 뒤로한 채 성을 걸어 나왔다.

P1010212.JPG

봉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 언니들인 인언니와 도언니에게 망고스틴을 줘야 한다면서 열심히 망고스틴을 들고 다녔다.
3 Comments
월야광랑 2007.03.14 02:03  
  혼자 사진 수백장? :-)
전 혼자 사진 거의 못 찍어요. ^.^
쪼냐~* 2007.03.14 09:02  
  뭐 셀카의 달인이라 할 수 있죠;;ㅎㅎ
덧니공주 2007.03.14 15:05  
  새벽닭이 울기도전에 일어나다니.대단하심~
망고스틴 안익으니 꼭 덜익은 호두같네요~ㅋㅋㅋ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