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왕국여행기]六.역사를 보다
어제 없는 오늘은 없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것은 네 사정이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매정한 대사들이다.
그들에게 한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어는 표현방법이 다양하여 말장난이 참 많다.
"그건 그래. 하지만 아냐."
어법상 문제가 없는 이 말도 따지고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그야말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는..." 그 때 없이 지금이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현재와 과거를 끊을 수 있을까?
"그것은..." 상대방 사정이 그렇다니 문제가 있다는 거지.
역사 없는 현재는 없다.
과거를 변경시켜 오늘을 영광스런 의미로 돌리거나 키워준 부모를 죽여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벌로 여겨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어 여행온 '태국'이라는 나라. 이 나라가 부강하지는 못해도 풍족한 미소를 머금은 아름다운 국가로 키워주셔, 내게 여행의 장소를 제공한 부모님(태국의 과거역사)을 뵙기 위해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방콕 철도는 서울에 비해 최근에 지어서 신식이지만 넓지가 않다.
때문에 조금만 더 뭐 좀 보려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
방콕의 교통은 버스만 활용할 줄 안다면 편해지겠지만... 더운 날씨에 에어콘 없는 버스를 타는 것은 좀 슬픈 일이다. 게다가 원래 북유럽에 태어났어야할 미스터 문이 찜통버스를 싫어하여 우리는 매번 택시를 탔다. 택시가 한국인 기준으로 굉장히 싸고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교통체증이나 바가지 요금에게 습격당하면 대책이 없다.
태국은 역사가 짧다
평균에 비해 비교적 짧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하면 짧디 짧다.
한국이야, '문명'으로 넣어줘도 손색이 없는 기나긴 역사를 가진 나라가 아닌가.
태국의 역사는 남중국에 살다가
내가 가장 관심있어하는 '프라야 탁신'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 시피 하여 굉장히 아쉬웠다.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찍어온 필름 자료가 없다.
기념품점에 가서 '프라야 탁신'에 대한 엽서나 자료가 있는가 물었더니...
태국인도 아닌 사람이 별걸 다 찾는다는 듯 웃으며 안타까이도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박물관앞에 택시로 내리자마자 뚝뚝 기사가 나에게 다가와 말한다.
"당신, 정말 태국 사람같이 생겼다!"
아이하!(태국어로 이런! 젠장!)
도대체 나는 언제가 되어야 한국인임을 누군가가 알아볼까?
인천공항부터 시작해서 국적혼란의 연속이었다.
나는 기사에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최대한 현지인 같이 보이기위해 말했다.
"저, 태국 사람 맞아요. 이 옆에 있는 친구가 한국에서 온 외국인 친구라..."
"오! 정말?! 태국인 매표소는 저쪽인데?"
"물론 농담이죠..."
기사 아저씨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