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왕국여행기]四.까르푸원정과 MK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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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왕국여행기]四.까르푸원정과 MK사건

Minsson 2 1454

몰랐다.

태국에는 대형할인마트에서의 주류 판매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다. 점심시간 전후, 저녁시간 전후쯤인데, 까르푸에서 술을 잘못 사서 퇴짜맞은 적이 통틀어 총 두번이나 있다.

퇴짜 뒤에, 바로 월텟으로 향했다.

우리의 최고 전리품인 나라야(Naraya)브랜드 상품을 위해서다.

월텟에서 미스터 문은 나라야 가방과 셔츠를 샀고, 나는 어머니 교습소에 가져다 줄 열필꽂이와 메모함을 샀다.(어머니는 올해들어 어렵사리 작은 교습소를 하나 내셨는데, 때문에 나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운 정치인들을 경계한다. 그들은 중소업자만 공격하려든다.)

그리고 우리는 짜뚜짝으로 향했다.

짜뚜짝 주말시장은 깜팽펫역에서 내려야 한다. 잘못 해서 쑤언짜뚜짝에서 내릴 수가 있는데...

'쑤언'은 태국어로 공원이란 뜻이다. 시장이 아니라 공원역이다.

짜뚜짝 주말시장에서 필요한 기념품을 사고 까르푸로 향했다.

자칫 잘못하면 나와 미스터 문을 동남아 쇼핑관광으로 오해할 수가 있는데, 변명을 좀 하자면...

도착 당일에 현지인친구를 보고 대중교통 이용법을 깨치고, 본래, 다음날부터 본격견학을 떠나야 하는데, 바로 다음날인 토, 일요일이 이번 여행의 초반부이지만 단 한번밖에 없는 주말이라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지 않으면 영영 짜뚜짝 시장을 갈 수가 없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또, 짜뚜짝 시장은 태국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그저 '짜뚜짝 주말시장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라고 하여, 곧대로 행한 것은 아니다. 공으로 하는 묘기를 보고, 수박주스를 흥정해서 사다 마시고 지나가는 외국인과 대화한 것 정도는 생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까르푸가 있는 지하철 '쑨왓타나탐(Thailand Cultural Center)'역에 도착하였다.

역시 맥주구입에 퇴짜맞았다. 이것으로 두번째. 오전에만 제한시간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오후에도 있는 줄은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한시간대가 아니라 판매금지시간대. 아침~오전10시, 그리고 점심~해질녘)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어이에게 묻고는 싶었지만, 이미지 실추될까 싶어 입다물고 있었다.

이런 나의 본모습을 아는 순간, 커피조차 입에 안대는 그녀는 나를 경멸하고 말 것임이 틀림없다.

돈 주고도 못사는 MK굴욕사건!!

1층에 있는 유명한 수끼 체인점인 MK Restaurant에 들어갔다.

차를 무한정 리필해준다는 이 식당은 목마른 우리에게는 최고였다.

1인당 모듬수끼를 하나씩 시키고 닭고기가 들어간 무언가를 시켰다.

문제는 이 '무언가'라는 것. 나는 그것이 수끼 재료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정체는 풀죽 같은 것...

나오자마자 우리는 죽 같은 그 무언가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맛은 없었지만 잘못시켰다는 것이 들통달까 싶어 웃으며 마구 먹었다. 갑자기 점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 세 숟가락 입에 떠 넣었을 때는 한 두명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몇 숟가락 더 먹고 주변을 살펴보니 6명이 모여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 아닌가! 12개의 눈에 음식앞에서는 철면피라는 나조차 안면으로 피가 쏠렸다.

점원들은 좀 높아 보이는 넥타이를 한 남자를 불러다가...

"저 사람들 보세요. 저렇게 먹고 있어요. 어떡하면 좋아..."

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말을 하는 듯 했다. 그들은 허둥지둥 우리에게 소스들을 날라다주기 시작했다.

뿌려먹으라는 손짓. 태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우리와 영어를 못알아 듣는 그들간의 진땀나는 이 상황은 지금은 크게 웃고 넘기지만 당시는 그 부끄러움을 참기 힘들었다.

나는 이 상황을 한국식으로 옮겨보았다.

외국인이 냉면집에 왔다. 공기밥을 하나씩 시키고 마구 먹기 시작한다.

주인과 점원들은 어쩔줄 몰라 하며 소금, 간장, 김치를 내어주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맛있게 반찬없이 공기밥을 비웠다. 물론, 외국인은 냉면을 시키려다 잘못 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상상하며 나름대로 귀엽다(?)라고 생각했는데, 점원들의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남들은 이렇게 맛있게 잘만 먹는데... 우린 뭐냐...

멋지게 악몽같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 순간, 우리는 웃으며 뒤집어졌다.

호텔로 향한 뒤에도 그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그러다 잠들었다.

어이로 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네가 원한다면 매일 만날 수 있어. 하지만 오후 4시 이후가 될거야."

나는 수락했고 월요일 부터 출국 전까지 매일 오후 4시 이후에 만나기로 하였다.

배낭여행 나가서 현지인을 만나는 것 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꼭 유적과 유물을 봐야만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방 현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면 꼭 자신이 보고 부딪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마치 콜레라에 대한 서적을 읽으면 직접 걸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것 처럼 말이다.

배낭여행에서 현지인은 내 여행 속에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현지인 친구로 인해, 타 여행자와 달리 좀더 다양한 신분층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이지, 이런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요소들이다.

나의 이번 배낭여행은 짧고 좁았지만 현지인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고 다른 여행과 차별화를 두고 싶다.

모르는 사람들은 "애써 번돈 해외나가서 연애질 하다 왔구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다고 생각한다. 동행한 미스터 문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여행 참 잘 다녀왔다. 이 보다 더 값지고 알차게 하려면 잠을 자지 않거나 밥을 굶었어야 했다."

판단에 있어서 냉철하기로 유명한 그의 말이므로 믿어의심치 않는다.

2 Comments
덧니공주 2007.04.02 22:58  
  음,술사는시간대를 제한하는군요~
MK분들이 많이들 당황하셨나본데요~냉면집에서 ㅋㅋㅋ공기밥시켜서,맨밥먹는 상황 넘 적절했어요~[[하이]]
머쉬멜로우 2007.04.06 17:57  
  공기밥 얘기에서 쓰러졌습니다 ㅎㅎ
감기걸려 막혀있던 코가 콧물과함께
뻥하고 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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