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왕국여행기]貳.대중교통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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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왕국여행기]貳.대중교통이용기

Minsson 2 1539

abc방송국의 모 드라마 시작부분처럼 눈을 떴다.

눈의 열림과 더불어 새로운 하루의 시작! 설레기 그지 없었다.

핸드폰을 이용해 어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I AM MINSEONG. I AM ARRIVED."

(참고로 본인의 한국명은 '김민성'으로 여행 간 태국에서는 '킴 민썽คิม มินซอง'으로 불렸다.)

주린배를 움켜쥐고 12층 로비로 향하였는데, 닛산 회사가 장악하여 내일부터 아침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직원을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당시 내가 아는 태국 지명은 모두 네 곳.

여행자의 거리 '카우싼(카오산)'

젊음의 거리 '싸얌'

모두가 통하는 '쑤쿰윗'

어이가 사는 '왓타나'.

아침부터 대학로가서 밥먹기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무난한 쑤쿰윗으로 향했다.

호텔 바로 앞은 프라람까오(Phra Ram 9) 지하철역이 있었다.

노선과 가격을 살피고 동전을 넣자 5백원보다 조금 큰 토큰이 나왔다.

서툰 외국인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따라했다.

토큰은 자성물질로 플랫폼으로 들어갈때는 교통카드처럼 찍고, 나올때는 동전 넣듯 구멍에 넣으며 나오는 방식임을 깨달았다.

쑤쿰윗에 도착하여 밖을 거닌 우리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햇빛아래의 사거리의 휑한 모습은 참으로 야속했다. 다시 지하철 역으로 향하여 역내 식당에 들렀다.

40바트짜리 팟타이가 보였다. 덤벼서 배를 채웠다.

미스터 문의 소망대로 컬럼비아 대학교 위조 학생증을 만들고 점심을 인도식당에서 때우기 위해 카우싼으로 하기로 했다. 지하철 마지막 역인 훨람퐁(Hualamphong)에 도착. 무작정 내렸다. 뚝뚝쌈러(태국의 유명한 삼륜택시) 드라이버들이 우리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웃으며 당당하게! "마이 아오 크랍! (필요 없습니다)"

그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어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로?"

처음 듣는 그 친구의 목소리였다. 헌데 신기한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예상대로의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의학적으로는 이상없지만 개인적으로 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피커를 한번 거친 소리는 잘 못 듣는데, 그 때문에 듣기평가에 대한 점수가 저조해왔다.

그녀는 답답했는지 실없이 웃어 분위기를 띄우려 했는 듯 했다. 나는 요점만 물었다.

"오늘 시간 난단 말이지?" / "응"

"한시간 뒤에 보자. 약속장소는 알아서 정해." / "에까마이역에서 한시간 뒤."

"이따 보자"

미스터 문에게 접근, 물어보았다.

"현지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만나자는데, 괜찮겠지?"

그는 수락했고 카우싼이고 뭐고 치우고 에까마이로 향했다.

BTS끼리 무료환승 BTS와 지하철간의 환승은 유료

끼리끼리 환승은 무료. 일본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일본 가본적은 없고 그냥 주워들은 얘기;;)

에까마이는 BTS를 타야 갈수 있는 역이다. 훨람퐁은 지하철 역으로 두 선이 만나는 역인 지하철의 쑤쿰윗 역과 BTS의 아쏙 역이다. 두 역은 붙어있지만 돈은 따로 내야한다. 표를 사며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어려운 단어를 쓰는 역무원에게 큰 정보는 얻지 못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일깨워나갔다.

약속장소보다 조금 일찍, 에까마이 역에 도착했다.

회색 옷을 입은 키 작은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어이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한바퀴를 돌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따라와 있었다. 얼떨결에 합장하며 격식있는 인사를 해버렸다.

"써왓디 크랍!(안녕하십니까?)"

간단한 대화를 하고 그녀가 작년, 아르바이트를 했던 찻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에까마이에서 조금 먼데, 택시라도 탈까라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알아서 하라고 답했고 결국 걷기로 했다.

보도블럭 뒤엎는다 욕하지 말라

우리나라는 연말이면 보도블럭을 뒤엎는다. 내 짧은 생각이지만, 세금 타내려는 것은 옳지 못한다 쳐도 보도의 교체는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태국은 왠만한 번화가라도 보도가 들쭉날쭉 삐뚤빼뚤... 마치 1990년 의정부를 보는 듯 하고, 오늘날 강화읍 하이마트 앞을 지나가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또, 어찌나 좁은지... 우리는 무슨 순찰대도 아니고 줄 서서 걸었다.

거리에는 상팔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개가 심심치 않게 보였고 2층에서 물을 뿜는 이상한 건물도 보였다. 어이는 웃으며 '이것은 비가 아니야'라는 썰렁한 농담을 하였다.

한참을 걸으니 방콕의 비벌리힐즈라 불릴듯한 왓타나 변두리에 있는 2층짜리 아름다운 찻집에 도착했다. 에어콘은 없었지만 열린 문으로 바람이 통하여 시원했다.

커피조차 안마시는 극웰빙주의자인 어이는 밀크티를 주문했고 나도 같은 것으로. 미스터 문은 아메리칸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그녀에게 정말 태국인이 맞냐고 물었다. 그녀가 왜 묻냐고 웃었다.

"너처럼 손수건으로 땀 닦아가며 거리를 걷는 태국인은 처음본다."

내가 그날 본 대부분의 태국인들은 손수건을 갖고 다니지 않았고 전혀 더운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옷이 젖어 있었다. 그녀에게 손수건을 태국어로 무엇이라 하는지, 어디서 살수 있는 지 물었다. 태국어로 손수건을 '파쳇나'. 엄마로부터 받은 손수건이라 어디서 살지를 모르겠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

미스터 문이 태국관광 전리품으로 가져갈 나라야 가방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그녀는 아는 바가 없었다... 정말 태국 사람 맞나?

나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콩출신 사람으로 안다고. 이곳 벨보이는 물론이고 친구의 아는 분을 만났을때도... 심지어 인천공항 직원들까지도...

'벨보이'라는 말은 비영어권 국가에서 낮추는 말이라는 느낌이 들어 '벨보이'라는 대신에 즉석에서 말을 만들어 썼다. 즉석 말 만들기는 태국어의 특성이다.

'콘 트 끄라빠오(사람/관계대명사/들어올리다/가방)' 경우에따라 관계대명사 '티'는 많이 생략되기때문에 '콘트끄라빠오'로 말했다. 현지인인 어이조차도 콘트끄라빠오 이 외에는 벨보이를 가리킬 만한 태국어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밖에 유명한 재래 주말시장인 '짜뚜짝'시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다.

미스터 문은 정말, 화장실을 자주 간다.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아 아픈 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아무 말도 할수 없지만... 좀 귀찮은 것은 사실이었다. 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그녀에게 비밀을 풀어놓았다.

"미스터 문은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 이 친구가 비행기에서 창가에 앉았어. 좀 불편했지. 아참, 이건 우리 비밀이야."

나의 입은 가벼운 편이 아니라고 자부하고, 이 발언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외국인과 만나 서로 진갈색 눈동자만 쳐다보다 히죽히죽 웃다가 끝날뻔한 상황이었다는 것에 촛점을 맞춘다면 나의 행동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미스터 문도 이 정도는 봐준다.

서너시간을 이야기하였다. 언어, 문화, 정치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도 손짓발짓 섞어가며 하였고 심오한 이야기는 다음에 태국어를 깨치고 나서 하겠다고 하였다.

여기서 한가지 실수를 한 듯 싶다. 탁신총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탁신총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지만 나의 이상주의적 가치관으로는 쫓겨나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건(쿠데타)으로 인해 태국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여기는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다. 입조심을 해야하는데...

기르던 개가 아파 병원에 들러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우리는 일어섰다.

미안하다고 그녀가 말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서너시간을 남의 나라말로 대화해 피곤해 있는 나에게는 솔직히 반가운 현상이었다.

헤어지고나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에까마이로 향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태국 택시를 이용한 이 날. 내릴때는 5바트 이하는 팁으로 거슬러 받지 않는 관습도 행해보니 재미있었다.

에까마이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어이에게 전화가 왔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가져왔냐는 전화였다. 창밖을 보니 완전 폭우였다. 역시 우기(태국어로 르두폰(f))였다.

"이미 열차에 올랐으니 괜찮아. 금방 그치겠지."

잘 들리지 않았던 나는 대충 말을 마치고 끊었다. 잘 못 듣는 능력때문에 괜시리 미안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경써줘서 고마워."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첫날은 대중교통 이용법을 깨친 것에 뜻을 두었다.

호텔과 가장 가까운 역인 우리의 홈 스테이션 프라람까오(Phra Ram 9)에 도착하니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편의점에 들러 싸구려 맥주인 Leo(리오) 한 묶음과 호텔 앞에 팔고 있는 노점꼬치 몇개를 사서 침실로 들어갔다.

내 기준으로 말하는 거지만...

확실히 리오(Leo)와 창(Chang)맥주는 씽(Singha)에 비해 뒷맛이 좋지 않다.

2 Comments
덧니공주 2007.04.02 22:50  
  ㅋㅋㅋ 더위를 타는 태국인이군요~
더운데살다보면 더운거몰라서,좀만 쌀쌀해져두,두껍게 옷껴입곤했는데.....
음,리오와 창이 글쿤요~꼭 시음해봐야지~나두~
3시간동안의 태국어대화,음~공부정말 열씸하셨나봐요~
nollon 2007.04.06 00:54  
  커피숖에서의 장면이 그려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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