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비의 밤하늘에 열아홉의 마침표를 -4-
태국인들의 연인, 라마9세
태국의 왕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존경과 숭배를 받고 있다. 방콕 시내를 지나다니다 보면 노란색 티셔츠를 많이 있고 있는데, 그 노란색 티셔츠는 현재 왕(라마9세)의 장수를 바라며 온 국민들이 입고 있단다. 실제로 현재 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동안(60년) 집권을 하고 있으며 나이도 80세 정도로 고령이다. 노란색 티셔츠 말고도 오렌지색의 팔찌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팔찌에는 ‘Long Live The King'(왕이여 장수하시라!)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에는 그저 유행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태국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 상상 이상으로 왕을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온통 왕 사진이네요. 사람들이 왕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당연하죠. 우린 우리 국왕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요.”
태국의 엘리트인 수라폴 아저씨 입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살짝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옆나라 일본도, 영국도, 북유럽처럼 입헌군주제 나라에서 온 사람들마저도 태국인들의 국왕 사랑에 혀를 내두른다. 태국을 다니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국왕 사진을 볼 수 있다. 도로에도, 학교에도, 회사에도, 시장에도 없는 곳이 없다. 들 한가운데는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왕의 사진, 학교 앞에는 책을 읽고 있는 왕의 사진, 컴퓨터 관련 건물 앞에는 안경을 쓰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 왕의 사진. 이런 기발한 사진을 보며 웃음 터트리기 일쑤였다.
“왜 왕을 그렇게 좋아해요? 사실 일본인들은 자기네들 왕에게 전혀 관심도 없을뿐더러 인형처럼 구경하더라구요. 영국은 거의 연예인 수준이고...”
“왜냐구요? 참 쉬운 질문이군요. 왕은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일하니까 우리도 왕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거죠. 아주 지혜로운 분들이에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할만도 한 듯 했다. 예를 들어 서양 열강들이 아시아에 선교사나 신부를 파견(?)하였을 때 당시 태국 왕은 선교를 하기 전에 태국국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라며 지혜를 보여줬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종대왕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왕을 대대손손 그렇게 존경하고 숭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한달 가량 태국을 여행하면서 본 태국 국왕 사진만 몇 만장이 될 것 같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지만 그렇게 국민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왕의 역할에는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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