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0)
앞글에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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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이꽝 야시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가지 않고 그냥 쭈욱~ 걸어간다고 하면 가게들 사이의 좁은 골목을 헤메며, 사람들이 엇갈릴 때 서로 기다리며 피하면서 끝에서 끝을 가도 15분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 길 건너서 반대편을 또 그만큼 거쳐서 돌아와도 전체 돌아보는데 30분이 채 안걸릴 듯 합니다. 물론 피크타임이 지나서 가게도 좀 철시하고 사람도 좀 적어지고 하면 그보다도 적은 시간이 걸립니다.
나중에 팟퐁 야시장에 가서도 느낀 점인데, 방콕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은 대부분 기대치보다는 규모란 면에서는 조금 작은 편인 듯 합니다. 왕궁 정도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물론 쇼핑을 즐기시겠다면 걸리는 시간이야 무한정일 수도 있지요. 저도 여기서 친구들 줄 작은 선물들을 약간 샀는데요, 나중에야 하게된 생각이지만 어차피 짜뚜짝 주말시장을 갈 예정이었으면 거기서 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시장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는데 대해선 짜뚜짝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해볼까 해요.
- 여행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다 : 1 vs 2 맞짱 -
근데 이 시점에서 전 뜬금없이 방콕 여행 중 최대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 위기는 유흥가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목에 칼이 들어온 것도 아니었고, 길을 잃거나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었으며, 어디가 아팠던 것도 아닙니다. 바로 개였습니다, 개!!
훼이꽝 야시장이 끝나는 부분까지 왔음에도 저는 조금 더 아무 이유없이 밤거리를 걷고 싶었습니다. 전 어디가나 이렇게 특별한 목적지나 생각없이 걸어다니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훼이꽝 야시장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왕복 2차선 길을 따라 인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골목 한귀퉁이에서 집채만한 개 두 마리가 팍! 튀어나옵니다. 저도 약간 놀랐지만, 이 넘들은 저보다 더 놀랬나 봅니다. 막 짖어댑니다. ToT
그나마 나름 침착하게 대응한다고 뒤돌아서서 뛰어도망가지 않고 마주 본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뒷걸음으로 물러납니다.
“이봐 개들, 나는 너희들의 영역을 침범할 의사가 없단다. 난 평화주의자야.
혹시 한국말 할 줄 아니? 우리 대화로 풀자고~”
의사소통은 비언어적 방법에 의한게 70%가 분명합니다. 개들은 막 짖어대다가 결국 제 반대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 십년감수했습니다. 이국 땅에 놀러왔다가 처참하게 개에 물려서 한국 9시 뉴스에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그랬다면 다친 건 둘째 치고, 그 쪽팔림은 다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왜 제가 굳이 이런 소소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첨 태국 가시는 분들 개 보고 놀라시지 말라는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특히 여성분들요.
방콕을 돌아다니다보면 시내에도 이런 사람만한 개들이 그냥 주인도 목줄도 없이 그냥 막 돌아다닙니다. 그늘이 좋아보이는 곳에 보면 배 깔고 침 흘리면서 자는 개들이 천지입니다. 호텔 옆에선 잔디밭에 앉아서 신발 하나 물어뜯으며 흐뭇해 하는 거대한 검은 개도 본 적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개들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냥 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열심히들 잘 삽니다. 굳이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관심 가지지 않습니다. 제가 당한 건 갑자기 마주쳐서 서로 놀란 좀 특이한 경우였던 거구요, 그 외에는 사람에게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개를 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시면 별 문제 없으실 듯 합니다.
이렇게 저는 방콕 여행 최대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접어듭니다. 호텔로 향하는 가슴은 콩닥콩닥 합니다. 이건 개 때문도 아니요, 저를 공손하게 만드는 미인들 때문도 아니요, 방콕에서 부족한 소견을 넓힌 여행에서의 학습과 기쁨 때문이라 스스로 생각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훼이꽝 야시장 끄트머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생수를 삽니다.
* 생수 한 통 (작은 것) : 7바트
* 생수 한 통 (냉장고에 넣고 두고 먹을 큰 것) : 20바트
돌아가는 길에 스위소텔 르 콩코드의 전경 사진도 하나 찍어 봅니다.
<스위소텔 르 콩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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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른 나라를 몇 곳 다니다보니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국과 이거 하나는 참 다르구나’ 하고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필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는 점이더군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거리에 V넥이 매우 깊게 파인 상의에 매우 짧은 핫팬츠, 그리고 코와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몸에는 체인장식을 감은 여성이 한 분 지나간다고 해보죠.
남자들은 당연히 빤히 쳐다 봅니다. 속으로든 겉으로든 한마디씩 합니다.
“죽이네~”, “저거 어디 시집이나 가겠나”, “뉘집 딸인지 원, ㅉㅉ”
여자분들은 빤히는 안보지만 잠시 곁눈질로 훑어봅니다.
하지만 남자들보다 훨씬 더 예리하게 그 짧은 찰라에 그 여자의 전신을 정밀분석, 평가까지 마칩니다.
“코는 했네”, “종아리는 가늘지만 저 허벅지는 어쩔거야?”
“가슴에 뽕을 너무 넣었네”, “저 짝퉁가방은 챙피해서 어떻게 메고 다니지?”
엑스레이 촬영에, 흥신소를 통해 뒷조사까지 한 것 같습니다. 무섭습니다. -_-;
그런데 다른 나라를 가면 그런거 신경쓰는 사람들, 정말 별로 없더군요. 전 처음에는 제가 간 곳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아무래도 강할 듯한 선진국이란데를 가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세계 어디를 가봐도 (물론 그렇다고 제가 여러 곳을 참 다양하게 많이 가본 건 절대 아닙니다. 이 역시 짧은 단견일지도 모르겠네요.) 한국처럼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는 문화는 드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서로에게 좋은 관심을 많이 주고 받는 것 참 아름다운 일이죠. 하지만 그 관심이 지나치면 서로에게 구속이 되고, 더 지나치며 일종의 폭력이 되며, 어떤 때는 자신과 비교하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경쟁에 스스로를 몰아넣어 조금씩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어 갑니다. 앞에 든 예는 그저 단적인 한 예일 뿐이고, 단지 외모나 외양만이 아닌 모든 면에서 그러한 점이 있는 듯 하다는거죠.
그러한 비교와 경쟁, 그리고 우리 민족 특유의 열정이 우리를 이만큼까지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좀 더 자신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서로를 끊임없이 힘들게 몰아갔던 많은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음 글에선 토요일 아침 짜뚜짝 주말시장을 찾아 필리핀 출신 사기꾼으로 의심되는 아저씨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후에 렛츠 릴렉스를 찾아 태국안마를 받는 이야기, 그리고 그와 이어져서 태국에서의 팁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해요.
물론 글이 얼마나 또 길어질지 모르기에 진도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제가 길을 잃은 와중에 우연히 찾게되는 두싯 동물원 내부의 작은 호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