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여행~기!! no.7 - 모든 것은 이미 익스큐~즈!!!
많이 늦었습니다..
기다리신 님들께.. 죄송합니다...
바로 고고씽하겠습니다.
아.. 그래도.. 오늘도.. 드림카카오분들께 싸랑 고백은 어김없이 날리면서..
오늘 글은 본의 아니게 제가 늦게 올리는 바람에 더더욱 죄송한...
''솜누스님'' 을 위해 쓰겠습니다. ^^;;;
자!! 그럼~
우리 모두 벚꽃이 비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거침없이 고고씽?? ^.~
2006. 5. (day-2 오늘 드디어 이튿날에 종지부를!!)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엠 윤이 떠난 후..
난 가야할 곳을 분명히 알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에겐 카오산의 이정표나 다름없는 경찰서..
조국에서도 얼씬거리지 않았던 경찰서를..
이 먼 땅까지 와서 가게 되다니..
그나마 우리나라 경찰복은 파란색이라
파란 하늘이 머릿속에 교차되어 공포감이 덜 하던데..
여기 경찰복은 누런 황색인데다 미소가 있는 나라 태국에서도
역시 경찰서는 경찰서인지라.. 무섭다..
아니 미소의 나라라 그런지 경찰 아저씨들에게서 느껴지는 체감 포스가
범상치 않다..
그나마 덜 무섭게 생긴 배나온 인상 좋은 아저씨에게 간 나..
-아이 로스트 마이 패쓰뽀뜨..
난 속으로 내심 -아이구 이쁜 아가씨가 어쩌다 그걸 잊어버렸쪄요??
등등의 자상한 위로 멘트를 아저씨에게 기대했는데 순간 내게 날아온 건
-라이뜨~
단 한 마디와 먹지 댄 겹종이 한 장.
-아이 로스뜨 마이 빼쓰뽀뜨, 에어라인 띠껫 온 더 로드..
메이비.. 스띨런..
윽.. 이 멘트.. 이제 더이상 나에 대해 노코멘트 해 주면 안되겠니??
손에 넣은 분실 사유서를 2등짜리 로또 복권인양
꼭꼭 4등분으로 눌러 접어 백 밑바닥에 꾹꾹 눌러 깐 후
옛 드라마상에 나오는 상경하는 아가씨가 하듯
품에 가방을 꼭 껴안고 망고 거리로 돌아왔다.
잃은 건 잃은 거요.. 떠난 자들은 떠난 자들이다..
난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짜야하고
그 중 일순위는 오밤중에 숙소잡기인 것이다.
그러나..
여덟시가 넘은 시간.. 어디로 가야할지... 널린 게 여관이요 밥집인데...
날 오란 곳은 한 곳도 없는 것 같다..
우울한 맘에 동대문에 들러 아빠께 콜렉트콜 전화를 걸었다..
물론 여권잃어버렸단 멘트는 노코멘트.
드디어 로망의 절정인 싸무이로 갈 거라고
효녀기질 발휘해 선의의 거짓말 안겨 드릴 참이었는데..
- 상대방 분께서 통화를 거부하셨습니다.
엥?
- 부재중이시라구요?
- 아니요, 전화를 받으셨는데 됐다고 끊으셨습니다.
- 혹시 제 이름 잘못 말씀하신거 아닌가요?
- 썬~님, 맞으시죠?
분명 전달했고 상대방께서 됐다고 안받으시겠다고 끊으셨습니다.
헉! 헉!! 헉!!!!
아부지!!!!!!
이건 절 두 번 죽이시는거에요.
제가 언제든 타향서 전화 드리면 받기로 하신건
이미 익스큐~즈 된 거 아니었습니까!!!!
아무리 제가 보증금 들고 튀었어도 그렇지...
시집 한 번 못 간 막내딸래미는 이 먼 타향에서 국적불명의 낭자로
오갈 곳 없는 길바닥 위를 휘청거리는데... 너무 하세요..
그깟 전화비 몇 푼에 이리 매몰차게 끊으시다니...
순간..
툴툴대는 내 뒷통수에 대고 아버지 말씀하시는 듯하다..
-내가 얼마나 지금 나 자신을 억제!!!!하고 있는지 모르겠냐??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나...
그 날 모여관에서 씽하 한 병 품에 안고 알콜에 의지해 겨우 잘 수 있었다..
2005. 5. (day - 3!!!!)
레트에게 버림받은 스칼렛에게도 새아침은 올 예정이었듯
나에게도 새아침이 밝았다.
나!!!!!
나!!!!! 일명 썬!!!
뒹구는 병나발들을 치우며
더이상 후회도 미련도 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왕지사 이렇게 꼬인 것!
빨리 풀어 내 로망인 차웽비치에
새끼 발가락만이라도 담가 보리라 다짐 또 다짐했다!!!!
차웽비치하니.. 엠 윤이 생각난다.
예정대로 뻘짓 안 하고 갔다면
딱 지금 이 시간 도착해서 차웽비치에 새끼 발가락 담그기위해
목욕재계할 시간이나..
그따위가 뭔 상관이냐!!!!
난 어제와는 다르게 강한 모드로 나만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그것들은 여권 챙겨 분홍 택시 타고
로망에 찬 미소를 뿌리며 갔으니까!!!
씩씩하게 이른 아침 거리로 나가 배부터 채웠다.
오늘 나의 하루는 도전의 연속!!
밥에도 도전이 필요하다.
볶음밥은 이제 그만!
내가 안 먹어 주어도 생존 태국어로 '카오팟 꿍' 달달 외우며 갔을
엠 윤이 대신 먹어줄 것이다!!!
그것도 새우볶음밥만 오지라게!! 후후~
난 과감하게 여러 반찬들을 전투적 자세로 노려본 다음
똠얌꿍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시켰다.
물론 -마이 싸이 팍치!! 는 외치지 않았다.
도전이자 모험 모드로 가는거다.
먼저 팍치만 골라 아작아작 씹어댔다.
팍치를 삼킬 수 있으면
난 오늘 잘 해 낼 수 있으리란 말도 안 되는 점을 쳐 본다.
음..
의외로 오늘 일진이 좋을 것 같다.
참을 수 있는 향이고 웬걸 향기가 오묘하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미묘가 아니라 신비인거다!
다음은 국물!!!
이 국물을 원스톱으로 들이킬 수 있으면 난 오늘 더 잘 해 낼 수 있으리란 점을 또 건다.
오늘 모드는 도전과 굴하지 않는 의지란 걸 기억하며
막걸리 마시듯 벌컥벌컥 마셔댔다.
불타는 의지로 한여름 땡볕에 뜨거운 국물을 무슨 언약주마냥 마셔대니
무난한 계란반찬에 밥 먹던 한 방랑객. 미묘한 시선으로 날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거듭 밝히지만 난 오늘 도전과 모험 모드인 것이다!!
사진관에 갔다.
여권 아니 정확히 여행 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사진이 있어야한다.
거울을 봤다.
어제 흘린 주전자 한 되 분량의 눈물과 뱃속에 들어가 눈물의 빈자리를
지켜준 씽하덕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관없다!!!
오늘은 도전과 모험 모드인 것이다!!
셀카 열풍 국가에서 온 낭자도 한번쯤 미운 사진을 찍을 때가 있는 것이다.
사진은 생각보다 바로 나왔다.
음.. 뽀샵은 아니더라도... 고수분들만 쓰신다는 연필 수정도 여긴 없다...
참 정직한 사진이다.
그러나 괜찮다!!!
난 도전과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전다운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쏘이 띠얌 루엄 밋, 타논 라차다피섹 후어이 꽝 플리즈!
막힌 길을 뚫어가며 한참이나 달려온 곳은 드디어
수산 시장, 에메랄드 사원, 왕궁, 짐 톰슨의 집 등등등..
다 제치고 나에게 선택받은 낯선 명승지, 한국 대사관.
거침없이 고고했고 경찰 아저씨 도장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줄 알았던 나,
당당하고 여유있게 분실 사유서를 내밀었으나,
곧..
-대사관님과 면접 보셔야 하거든요. 기다리세요.
졸지에 당황 모드로 전환했다.
아닙니다. 외교일에 바쁘실텐데 그냥 여행 증명서나 주시기 바랍니다.
왠지 큰 사고 쳐서 담임선생님 선에서 그치지 않고
교장실로 불려 가는 이 미묘한 감정.
들어가기 앞서 짧은 반바지 최대한 내려 입구,
빨간 쪼리끈 꿰찬 발에 때는 없는지 발검사하고
선글라스부터 벗어 제꼈다.
-아니, 여권을 사수하는 건 여행자의 의무이자 책임인 것을 몰랐나요?
-...
-여권이 없으면 아무도 당신의 신원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난민이나 같아요!!
-...
-더군다나 이런 어리버리한 마인드와 행동으로
어떻게 이 먼 곳에 인솔자 없이 자유여행을 올 수 있습니까!!!!
당장 증명서 받는 즉시 내일자로 귀국하세요!!!!
-그래도.. 전.. 대만 공항서 노숙까지 하며..
친구들과 접선이 한동안 어긋나 고생 오지라게 하고
바로 여권 잃고 600원 짜리 새우도 여태 한 마리 밖에 못 먹고
#$% @#$%
-조용히 하세요!! 그러길래 잘 사수했어야지요!
당장 내일 귀국하세요!!!!
-훌쩍, 네...
오~ 노~ 상상은 여기까지..
이대로 강제 귀국 당할 순 없다!!
최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으나 순전히 운이 나빴던 탓에
한순간에 탈선한 모범생마냥 보여야 한다!!
이윽고 결전의 시간..
-썬님! 들어오세요.
목부터 길게 빼며 쭈빗쭈빗 들어서 고개를 든 순간..
난 풋 웃고 말았다.
근엄한 교장 선생님은 안 계시고
이홍렬 아저씨와 너무나 흡사한 분이 앉아 계신다.
그럼그렇지.. 오늘도 어김없이 상상에 공상에 망상까지 한 나..
그 분과의 몇 마디 대화로
참참참 면접은 끝~~~
그러나 아직 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이민국으로 가서 확인을 받아 오란다..
-거기가 어딘지 모르는디유..
주소받아 나왔다. 에구.. 뭔이름두 이리 복잡한지..
헉.. 마냥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간이 어느덧 오후로 접어 들었다.
얼른 고고씽해야지! 굴하지 않는 도전과 모험!!!
대사관 올 때 시내가 꽤 혼잡했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탔다.
-아저씨, 힘차게 질주해 주세요!
헬맷 쓰고 아저씨 여친인양 아저씨 옆구리살 부여잡고 달리자니
모든 차, 오토바이들 지나가면서 휘파람에 심지어 손까지 흔들어준다.
으이구, 헬맷을 쓰고 있어도 한류열풍 국자 낭자들에게만 나오는 뽀쓰를
이들이 간과할리 없지.
더군다나 내가 달리는 이 곳은 카오산이 아닌 외국인 드문 뱅콕 어딘가!!
더욱이 헬멧쓰고 달리는 작은 동양여인의 뽀쓰는 어딜봐도 나뿐인 게다.
어쩔 수 없다.
같이 휘파람 불고 손 흔들었다.
한바탕 달린 끝에 이민국에 오니 세상에.. 나라별 민족이 모두 모인 듯 하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뒤섞여 다들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말일날 대기 순번 300명에 육박하는 은행의 백배만큼이나 분주해 보인다.
윽.. 이 속에서 한국인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 힘들겠군.
그런데.. 나 이 곳에서 찾았다. 같은 동포분을..
대기표 받아 제출 서류 꼭 쥐고 앉아 있는데
어떤 중년남자분이 옆에 앉으시며
-뭐가 이리 복잡해!!
음.. 김서방님은 아니시겠지만 어쨌든 오셨군요..
-한국분이세요?
-아가씨 한국 사람이에요? 와.. 이런 곳에서 만나네.
그런데 아가씨도 여권 잃어버렸어요?
-네.
이제 이 멘트 노코멘트하기로 나 자신에게 익스큐~즈 한 거 아니었습니까?
- 아저씨도 여권 잃으셨나봐요. 어쩌다가 잃어버리셨어요?
캬... 이 아저씨 멘트도 나못지 않게 안습이다.
아저씨도 여행 이튿날 여권을 분실하셨단다.
트랜스퍼하기 위해 어제 아마리 에어포트 공항서 자고
아침에 첵아웃 하는데..
결제하는 사이에 무릎 사이에 낀 007 가방,
그 위에 잠시 얹어 둔 손가방을 정말 귀신처럼 누군가가 채 갔다고 한다.
덕분에 오전 11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던가,
최종 목적지 비행기를 놓쳤다고.. 신용카드까지 다 분실하시고..
더 안습인건 중요한 계약차 가시는데
여권 분실해서 한국 다시 들어갔다 입국 절차만 받고
다시 바로 출국해 남아프리카 가셔야한다는..
그 초록수첩 하나의 위력이 이 정도인지 진정 난 몰랐었네..
서류 받아 다시 대사관으로 와 제출하고
내친 김에 에바항공사까지 가기로 했다.
굴하지 않는 도전과 모험! 깔끔하게 항공권까지 논스톱 마무리로 가는거다!!!
차분한 대사관 여직원에게 에바항공 주소 받아
-음.. 여기서 잠깐!! 이건 국가 기밀일 수도 있는데...
여직원 분이 가진 탐나는 책이 한 권 있었다..
일종의 전화번호부인데 각종 한인업소, 항공사, 행정기관 등등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한글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특히 한식당 번호와 주소가 유난히 탐났다는... -
역시 오토바이로 달렸다.
- 여기서 잠깐! 항상 산만하기만 할 뿐... 정보 0%의 제 글..
반성하는 차원에서.. 점수 좀 따고자
에바항공 태국 지사 위치.. 올려드립니다.
차분한 직원분이 적어준 글씨체가 아직도 선명한 이 종이만은
제가 지금까지도 방부제 묻혀가며 가보 1호로 애지중지 갖고 있지요..
혹시... 에바 항공으로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꼭 저처럼 찾아갈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의도에서가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green tower, 5656/4-5 rama 4 road. klong teey klongton.
( 02- 240- 0890, 공항 내 전화번호 02- 535 - 3537-5) -
기사분이 그린 타워를 모르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물어물어
겨우 찾아 갔다.
오토바이 한 번 탈 때마다 덥지 손 꼭 쥐고 있지
간간히 손 흔들어 인사 나누느라 등이 다 젖어 있다.
도전과 모험,, 역시 고생없이 이룰 수 없다..
또 돈도 든다..
한량인 나...
8만원 굳히겠다고 그 추운 대만공항서 살아 생전 노숙해 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분실 벌금으로 75000원 썼다...
더구나 오늘 대사관에 이민국에 항공사에...
이래저래 쓴 교통비며 증명서 발급비, 사진비, 기타 잡비 등등이..
무려 1000밧에 육박한다..
초안습이다.
역시 도전과 모험엔 눈물도 필요하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도 필요하다.
땀때문에 인중이 근질거리는 줄만 알았던 나....
거울로 확인하니 입술 위에 뭔가가 똘똘 뭉쳐 잔뜩 올라오고 있다...
윽...
윽...
이거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는...
대상포진이다!!!!!
체력이 급도로 저하될 때 나타나는 이 자연 현상..
고 3 스트레스 만빵 시절
등짝에 이따만하게 나는 바람에
뼈 속까지 아파본 기억이 있는
나는..
또다시 눈물이 방울방울이다..
나..
여행 삼일만에 넉다운 되는 것인가?
아직 십일 하고도 이틀이나 더 남은
나의 여행,
나의 로망..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지 않고 굴하지 않는
도전과 모험 모드로
주먹 불끈, 용기 백배!!! 계속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