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21)
18. 어고고바, 그 두 번째 진출기 - 쏘이 카우보이에 가다
호텔 근처에 도착해서 또 생수를 사고, 주변의 노점에서 이런저런 꼬치를 먹으며 행복해 합니다. 사실 저는 대부분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노점 음식점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꾸어이 띠아우와 이름모를 꼬치들을 먹었습니다.
보통들 많이 찾으시는 MK 레스토랑(쑤끼라는 태국식 샤브샤브 음식점), 쏨분 씨푸드, 뻐꿍파오 등은 한 곳도 안가봐서 아는게 없네요. 그러니까 첫날 시암 니라밋 뷔페에서 먹은 한 끼, 셋째날 아침 호텔 조식, 그리고 여행 마지막날인 내일 실롬 콤플렉스에서 한 저렴한 레스토랑에서 카우 팟 탈레(태국식 볶음밥, 카우 팟이 볶음밥, 탈레가 해물의 의미함) 한 그릇 먹은 것 빼놓고는 거의 꼬치구이 아니면 노점식당에서 해결한 겁니다.
전에 어떤 나라에 가면 택시 외에 대중교통은 꼭 타봐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저한테 있다고 했는데, 역시 저것도 식사도 저런 집들에 가서 먹어야 진짜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본 거라는 제 고집의 발로입니다. 태국전통음식은 첫날 시암 니라밋 뷔페 한번 맛본 걸로 대신하기로 했구요.
다만 이번에는 노점음식에 주력했으니 다음번에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가게 된다면, 그 때는 위의 식당들을 다 가보려고 해요. 사실 혼자니까 이런저런 음식을 시켜놓고 골고루 먹어보기 힘들어서 좋다는 식당을 굳이 안찾은 이유도 있네요. 근데 그래도 전 어디가나 노점음식들이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입맛이 저렴한가? ^^;
* 태국 노점에서 꼬치 먹기
- 종류에 따라 한 개 당 5 -15바트
- 일반적으로는 큰 것은 10바트, 작은 것 5바트 짜리가 대부분
호텔에 들어와 씻고, 땀에 젖은 옷들 널어서 말리고, 너무 땀에 젖은 청바지 한 벌은 호텔 세탁 서비스 맡기고, TV 앞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다시 어고고바 진출을 위한 체력을 회복합니다.
이후 준비과정은 제 14번째 글에서 다루었던, 첫 번째 진출 준비 시와 거의 비슷합니다. 약간의 두근두근거림, 지갑과 주머니에 적절한 돈의 분배, 몸에 지녀야할 필수품과 미리 인쇄해온 자료 챙겨넣기~ 심지어 택시를 타려고 하니 유흥가를 가자고 하니까 처음 올라탄 택시 기사가 100바트를 요구한 것까지 똑같습니다. 이거 뭐 케이블 TV 재방송이야, 이영애의 타임머신 TV야? -_-;
다만 오늘 가는 곳은 어제 갔던 나나 플라자가 아니라 쏘이 카우보이란 것이 다릅니다.
* 시암 비벌리 호텔에서 쏘이 카우보이까지 택시 요금 : 52바트 (팁 포함 60바트 지불)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부터는 태사랑 윤리규정을 적용하여 자체검열합니다!!
쏘이 카우보이는 그냥 달랑 작은 골목 하나입니다. 길지도 않은 짧은 골목 하나. 그 양 쪽을 어고고바들만 약 30개 있습니다. 나나처럼 주변에 그냥 바라든가 무슨 다른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 골목 하나. 대신 나나처럼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게 없어서 그런지 가게에서 푸잉들이 나와서 호객행위도 열심히 합니다. 그래도 사람 잡고 늘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전 태국의 이 소프트한 삐끼문화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역시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좋은(?) 어고고바를 찾는 기준에 따라 미리 선정해둔 업소로 들어갑니다. 음, 똑같습니다. 푸잉들이 춤추고, 서양인들만 천지에 동양인은 나 혼자고, 맥주 한 병 주문해서 마시고, 특정한 푸잉하고 눈 안마주치려고 나름 조심하고~ 그리고 잠시 후에 어김없이 쑤어이한(예쁜) 푸잉이 내 옆에 와서 앉고~
나름 두 번째 와 보는거니 어제보단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튼 올 때나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그런게 있는거지, 와서 앉아 있으면 알 수 없는 덤덤함이 가슴을 채웁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이왕 이런데 왔으면 신나게 놀아야지’ 하지만 쉽게 가시지 않는 그 덤덤함~ ⇒ 어디든 유흥가로 진출했을 때 저에게 나타나는 동일한 패턴. 다른 분들도 원래 다 그러신가요?
여튼 약간 여유가 생기니 주변사람들도 좀 보이고 그렇습니다. 주변사람들, 그렇죠 전부 다 서양인들 뿐입니다. 어제에 이어 동양인은 오직 나 하나. 한편으로 푸잉들의 그냥 몸흔들기 댄스를 보면서, 또 한편으로 이 서양인들의 행태를 한번 관찰해 봅니다.
나이대는 젊은 사람부터 나이 좀 있는 분까지 다양하지만 그 외에 이 서양인들이 보이는 행동양식은 거의 똑같습니다.
1. 맥주 한 병 달랑 시켜놓고 더 시키는 법은 없다
2. 1번에도 불구하고 매우 장시간 머문다
3. 푸잉들이 옆에 가도 대체로 대화도 잘 진행 안되는 것 같다
1. 물론 거기는 술 먹자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려면 일반 바에 가야죠. 그리고 원래 이 사람들 문화가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는 아니니 거기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2. 하지만 참 오래들 있는 것 같더군요. 저같은 경우는 한 가게 들어가면 맥주 한병 시켜먹고 내 옆에 온 푸잉한테 음료수 한잔 사주고 수다 떨다가 한 40분 - 1시간 이내 정도에 일어서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올 때까지 저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던 서양인 중 저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3. 푸잉들이 옆에 가도 음료수도 잘 안사주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그렇게 냉냉하니 대화도 잘 진행될 리가 없겠죠.
근데 저는 가서 앉기만 하면 한 10분 내로 보통 한 푸잉이 와서 옆에 앉더군요. 그러면 뭐 음료수 하나 사주고~ 제가 잘 생겨서 그럴까요? 아니죠, 지난 글에서 저는 ‘코메디언 모드’ 라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곳 푸잉들은 그간의 경험으로 서양인들보다 동양인들이 대체로 씀씀이가 후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사람들 중에 외국에 여행까지 왔는데, 옆에 아가씨가 한 명 와서 4,000원도 안될 음료수 한 잔 사달라는데 안사줄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한국사람 정서로는 안사주면 왠지 스스로 미안하거나 위축되는 마음이 들어서라도 한잔 사주고 말겁니다.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도 서양인에 비해서는 우리 정서에 비교적 가까울 겁니다. 그래서 동양인이 오면 더 빨리 다가오는게 아닐까, 사실은 제 맘대로 아무 근거없이 추측해 봅니다.
사실 제가 있는 어고고바에 머무는 내내 옆에 단 한명의 푸잉도 가까이 가지 앉는 서양인 손님들이 꽤 많았습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안가는게 아니라, 처음에 갔었는데 별반응이 없었던 것일 가능성이 높겠죠? 여튼 그러고서도 아무 감정없는 듯한 공허한 눈빛을 해서 그렇게 오래 머물고 있는게 제가 보기는 참 특이하다 싶긴 했습니다. 이것도 문화적 차이인 걸일까요?
여튼 제 옆에는 그래서 또 한 명의 푸잉이 어느새 자리했습니다. 이제부터 이 아가씨를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 ‘정양’ 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찾은 이 어고고바는 사실 푸잉들의 미모 수준이 타 가게들에 비해 아주 출중했습니다. 아, 물론 그래봐야 제가 비교한건 어제 갔던 나나의 가게 하나, 그리고 이 곳 쏘이 카우보이의 두 곳, 총 세 곳을 달랑 놓고 비교한 것에 불과합니다만~ 여튼 셋 중에는 압도적으로 출중했습니다.
그런데 정양은 그 중에서도 매우 출중한 페이스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외모도 피부색깔이 약간 짙은 것만 빼면 동북아시아인에 오히려 더 가까운~ 여튼 상당히 보기 드물만큼 쑤어이한건 확실합니다.
일단 음료수 하나 시켜주고~
“어디서 왔어요?”
오? 이거 다른데?
제가 일전에 색소폰 찾아가는 글에서, 제게 길을 알려주신 중년신사분이 방콕에서 만난 두 번째로 영어발음이 좋은 분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드디어 여러분 앞에 제가 방콕에서 만난 가장 영어발음 좋은 태국님을 소개합니다~ 바로 정양~~
영어를 아주 잘할뿐더러 발음도 매우 좋습니다. 태국님들 특유의 영어발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중에는 영어로 제 월급까지 바트화로 환산해줬습니다. 머리도 좋은가 봅니다. 저는 영어로 머리 속에서 계산하려니 헛갈리던데~ -o-;
사실 생각해보면 지난 3일간 저는 말이란걸 별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해봐야 ‘이거 주세요, 저거 얼마에요, 어디로 가 주세요’ 정도가 가장 많이 해본 말이었을 겁니다. 어제도 어고고바에 가서 잠시 대화하기는 했었지만, 어제의 ‘박양’은 영어가 많이 짧았죠. 정양은 같이 수다가 될만 합니다. 저는 사실 입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푸는 스타일이거든요. 지난 며칠간 나름 힘들었던 겁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안녀하쎄요, 감싸함니다” 하네요.
어디서 배웠냐고 했더니, ‘대장금’을 봤답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네요. 그 주연배우 이름이 이영애라고, 정양이 이영애보다 쪼끔 더 이쁘다고 해줍니다.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좋아합니다. 영어로도 작업이 됩니다, 훗훗~ 아까의 덤덤함이 조금 가시면서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의사소통이 잘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즐겁군요. 쑤어이~ 쑤어이~ 쑤어이~를 마구마구 날립니다. ^o^;
정양은 거기에다가 아주 약간이지만 일본어도 합니다. 왜 그런건지 몰라도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케이치는 한국사람입니다. 따라서 케이치도 한국말 가르치기를 좋아합니다. 정양에게 영어로 한국말과 일본말을 조금씩 가르칩니다. 금방 따라합니다. 오, 영특합니다~ 어고고바에 대한 정보도 구해봅니다. 손님들은 거의 다 유러피안들이고, 동양인은 거의 일본인이라고 합니다. 그 담은 중국사람, 한국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하는~
그렇게 한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무슨 말을 했었는지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거의 주로 80년대풍의 닭살형 멘트 날리며 농담따먹기 하기가 주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교 많고 밝은 스타일이라 아주 잘 받아줍니다.
영어로 농담과 작업이 되다니, 스스로에게 놀랍니다. 항상 네이티브 앞이라 위축되었었는데, 이 곳에 와서는 그런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없어서 평소보다 잘 되나 봅니다. 앞으로 서양인들 앞에서도 신경쓰지 말고 이렇게 내 맘대로 떠들면 되겠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여튼 이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건 아주 즐거웠습니다. ^^;
하지만 결국 어디서나 어고고바의 마지막은 똑같습니다. 정양과 같이 나갈게 아닌 다음에는 적당한 시점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좀 아쉬웠지만 그렇게 이 바를 나섭니다.
* 모 어고고바에서 맥주 한 병과 음료수 한 잔 : 240바트 (300바트 주고 나옴)
오늘은 온 김에 한 곳 더 가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제 갈 곳이 푸잉들이 가장 이쁘답니다.
‘호, 만약 조금 전보다 더 쑤어이하다면~’
몇 걸음 안떨어져 골목 끝자락 쯤에 위치한 다른 바로 들어갑니다. 미에 대한 사람의 기준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_-; 아니면 그 새에 푸잉들이 모두 낙향해서 전부 물갈이 되었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지만, 좀 전의 바와 비교하지 않기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신 여기 와서 처음으로 저 이외의 동양인을 봅니다. 음악이 시끄럽고 약간 거리가 있어서 잘 듣지는 못했는데 아마 중국인인 듯 합니다.
또 푸잉이 오고 또 음료수를 사줍니다. 그리고 잠시 그러고 있다가 또 나가야 하죠. 나가는데 음료수 사준 푸잉이 박하맛 사탕을 하나 줍니다. 사탕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호텔로 향합니다.
‘그래도 어고고바 가서 푸잉이 주는 거 얻어먹고 온 손님은 너 밖에 없을거야’
사탕 한 알에 멋대로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사탕이 왠지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저는 단순한 것 같습니다. -_-;
* 또 다른 모 어고고바에서 맥주 한 병과 음료수 한 잔 : 240바트 (300바트 주고 나옴)
* 쏘이 카우보이에서 시암 비벌리 호텔까지 택시 요금 : 55바트 (팁 포함 60바트 지불)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옵니다. 야행성 동물이 잠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가 봅니다. 다시 간단하게 옷을 차려 입고, 제가 너무나 사랑하게된 훼이꽝 야시장을 가봅니다.
너무 늦었나 봅니다. 새벽 1시 40분 경. 제가 훼이꽝 야시장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여행 첫날밤처럼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미 철시한 가게들도 꽤 많습니다. 절망과 비탄에 잠겨 호텔에 들어와 다시 엎어집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시는 훼이꽝 야시장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치약에 담아 터프하게 칫솔질을 해봅니다.
‘다음번에 방콕에 오면 매일밤 훼이꽝 야시장에 올거야’
방콕에서의 마지막날 밤이 저물어 갑니다. 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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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날 일정으로 이어지겠네요. 셋째날까지 나름 꽤 빡빡하게 움직인데 비해 마지막날은 원체 일정 자체가 적었습니다. 지쳐서 그랬던건지~ ^^; 아마 앞으로 글 세 개 정도면 충분히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기를 이렇게까지 길게 가져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돌아보니 참 많이 왔군요~
역시 자리가 좀 남으니 사진 한장 더해 볼까요? 어고고바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찍었다해도 올릴만한 사진이 못되기에 오늘은 글 중에 사진이 못 올라갔네요. 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다시 월드스타 비로 장식~ 근데 올리다보니 또 사진에 여성분이 들어갔는데요, 정말로 비 찍을려고 했던거지 저 분 찍은거 아니에요~ 아, 안믿으시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