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20)
생각해보니 지난 왕궁과 짜오프라야 강 주변 관광안내에서 빼먹은 것이 하나 있네요. 물론 방콕에 들린 적 있으신 분들이야 다 아실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이 글은 저와 같은 초보님들을 위한 글이니만큼~
* 저는 못 가봤지만 왕궁과 짜오프라야 강 주변의 유명한 다른 볼거리들
: 국립박물관, 왓 아룬, 씨리랏 의학 박물관 등
============================================================
[여행 3일차, 4월 1일, 일요일]
17. 싸얌 파라곤, 싸얌 디스커버리, 싸얌 센터, 싸얌, 싸얌 싸얌~ - 싸얌 쇼핑몰에 가다
사바이 사바이라는 뜻을 알 수 없는 주문 덕에 기력을 회복한 저는 다시 택시를 타고 이번엔 싸얌 지역으로 향합니다. 영어로는 Siam이라고 표기하는데, 현지에서는 “싸얌”이라고 발음해야 알아듣습니다. 참 이 곳의 영어발음과 표기는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 제가 묵고 있는 호텔도 “싸얌 비벌리” 라고 발음했어야 맞는건가요? 싸얌에 있는 호텔도 아닌데~ 여튼 헛갈립니다.
싸얌은 대형백화점, 쇼핑몰들의 밀집지역입니다. 싸얌 파라곤, 싸얌 디스커버리, 싸얌 센터, 마분콩 등이 있고, 조금 걸어가면 월탯이란 곳도 있습니다. 팟퐁 야시장이나 쑤언 룸 나이트 바자, 또는 주말이면 짜뚜짝 시장 같은 곳도 쇼핑에 참 좋은 곳입니다만, 이런 시장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곳에서 쇼핑을 즐기시겠다는 생각이시면 답은 싸얌입니다.
영어가 좀 되시는 택시기사님의 초반 호객행위가 약간 귀찮기는 했으나, 싸얌으로 진입하면서는 여기가 싸얌 센터고, 저것이 싸얌 파라곤이고 하면서 나름 열심히 설명해주시더군요. 어쨌든 호객행위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노 땡큐” 뿐~
* 사판탁신역 부근(사바이 사바이 마사지가 자리한 로빈싼 백화점 앞)에서 싸얌 센터까지 택시 요금 : 52바트 (팁 포함 60바트 지불)
오전에 체력소모도 컸겠다, 이미 피부는 화상이 심한 상태라 햇볕 아래는 다시 못나가겠고, 오늘 오후는 시원한 쇼핑몰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그 중 제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싸얌 센터입니다. 들어서니 1층 로비에서 무슨 TV 프로그램인지 라디오 방송인지 싶은데 공개녹화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어차피 말을 못 알아들으니 잠깐 쳐다보고 발을 옮기는데~ 어라? 이거 벌써 끝이네요. ‘뭐가 이렇게 작은거야?’
여행안내책자를 꺼내보니 원래 4층 짜리 건물이라는군요. 전에 이미 드렸던 말씀이고 팟퐁 이야기 때도 또 한번 나오겠지만, 방콕에서는 대부분 규모에 대해서는 일단 크게 기대하시지 않는게 낫습니다. 방콕에서 머무는 동안 규모란 면에서 정말 압도된다라는 느낌을 받은 곳은 단 한 곳 뿐이었습니다. 기대 정도다 싶었던 곳도 왕궁과 시암 니라밋쇼, 짜뚜짝 주말시장 정도였구요. 왓 포의 와불 같은 경우도 분명히 거대하기는 했지만 원체 그간 TV에서 보면서 거대하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던 때문인지, 실제로 봤을 때는 기대만큼 규모까지로는 안느껴지더군요.
여튼 싸얌 센터를 한바퀴 돌아봤음에도 정말 이게 전부인가 싶어 다시 한바퀴를 돌아봤습니다. 역시 그게 전부 맞군요. 말씀드린대로 쇼핑에 관심있던게 아니라 그냥 눈대중으로 흝고 지나다니니 두 바퀴 도는데라봐야 한 15분이나 걸렸을까요? 흠, 그럼 옆 건물로 건너가야죠.
싸얌 디스커버리. 싸얌 센터보다는 훨씬 큽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역시 별로 볼 게 없습니다. 방콕에서 가장 좋은 영화관이라는 그랜드 EGV 시네마도 있다고 합니다만, 여기서 영화를 보기엔 시간도 아깝고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거~
또 옆 건물로 건너갑니다. 바로 여기서 앞에 말씀드린 ‘제가 방콕에서 머무는 동안 규모란 면에서 정말 압도된다라는 느낌을 받은 곳은 단 한 곳’ 을 만납니다. 싸얌 파라곤입니다. 물론 쇼핑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면 싸얌 센터나 싸얌 디스커버리에서도 마음에 맞는 물건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는 저렴한 가격대의 쇼핑을 원하신다면 마분콩도 좋겠죠.
하지만 싸얌 파라곤은 여타 쇼핑몰과는 좀 개념이 다릅니다. 쇼핑몰 자체로서도 최대 규모로 보여집니다만, 특히 싸얌 파라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쇼핑몰이 아니라 문화 공간이 결합된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즉 저처럼 특별히 뭘 살 생각은 없는데 이것저것 구경하고 싶은 관광객에게는 딱 알맞은 곳입니다.
우선 들어선 곳은 1층 푸드 코트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분들은 이 곳에 접어드시기만 해도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맛있는 것 많은 곳,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잖아요~ ^^ 너무 다양하게 너무 많은 점포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지하 1층 식품부까지 가면 더욱 다양하다는데 저는 그 곳은 안가봤네요. 어쨌든 이 곳에서 맡은 음식 냄새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졌습니다. 그 행복을 배가시키기 위해 바닐라 아이스크림 컵을 입에 하나 물고 싸얌 파라곤을 헤메기 시작합니다. (19바트)
돌아다녀볼수록 대단합니다. 그 끝없는 매장들이 양면 도열과 화려함~ 전층을 한 바퀴 모두 도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제가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서 특별히 물건을 구경한건 별로 없음에도 말이죠. 기껏해야 야마하 매장 앞에서 악기 구경 좀 하고, 세계의 유력 메이커들이 집결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LG하고 삼성 LCD TV값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교 좀 해보고, 전생이 까마귀인지 번쩍거리는거 좋아해서 크리스탈 제품 매장과 태국 전통 상품 매장 앞에서 조금 머문 정도였습니다.
아, 차량 전시장에서도 시간을 좀 보냈습니다. 5층으로 기억되는데 오토 갤러리라는 유명 5개 메이커 차량을 전시해 놓은 곳이 한 쪽 끝에 있습니다. 차 특별히 좋아하는 분 아니라도 한번 가보실만 합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제라티는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차들은 아니니까요~
<싸얌 파라곤 5층에 자리한 오토 갤러리에서~ : 페라리>
확실히 좋은 차는 국적과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국적과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어린아이같은 약간 들뜬 표정을 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걸 보면 말입니다.
처음엔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보니까 상담 및 판매도 같이 진행하고 있는거였습니다. 그 중 한 대에는 "Sold out" 이라고 붙어 있더군요. 아~ 누군지 부럽다.
근데 마제라티 매장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좀 안스러워 보이더군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포르쉐 매장까지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BMW와 마제라티 매장은 거의 사람이 없었습니다. BMW야 원체 많이 보이니까 희소성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제라티가 저렇게 무관심에 떨어야할 메이커는 아닌데~ ㅎㅎ
싸얌 파라곤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그 크기 자체, 즉 규모입니다. 건물 자체도 넓기도 넓거니와 천정을 매우 높게 지어서 시각적으로 더욱 커 보입니다. 공간이 넓은만큼 각 매장들도 시원시원하게 여유있게 배치되어 있어 또한 시각적으로 더 넓어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늘어선 고급 브랜드 매장들입니다. 고급 브랜드에 대해 별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제가 봐도 참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경연장이랄만큼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과연 세계적인 쇼핑 천국이란 말을 들을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태국님들만의 구매력으로는 한국에 미칠 수 없겠지만, 이 곳은 태국님들만을 겨냥해서 꾸며진 곳은 아니겠죠. 온 세계인이 드나드는 곳에서 자신들의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한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습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꾸며진 고급매장들이 끝없이 늘어선만큼 실내는 고급 상품들과 인테리어로 또 한번 압도합니다.
세 번째는 다양함입니다. 말씀드린대로 단지 쇼핑몰만이 아니라 문화공간과 결합되어 있기에 볼거리 자체가 많습니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 초대형 서점, 고급 차량 전시장, 시암 오션 월드(대형수족관), 먹을거리가 넘치는 푸드코너 등등~
물론 한국에도 고급백화점들 많습니다만, 이렇게 규모 면에서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아본 곳은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아, 물론 제가 고급 명품을 봐도 그게 명품인지는 잘 모르는 까막눈인지라, 질적인 평가에 대한 부분은 아니고 단지 규모와 스케일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떤 나라에 가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곳이 물건도 산 것 없는 쇼핑몰이라는 점이 스스로 조금 아이러니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새롭게 발견한 방콕은 세계의 상품들에 대해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서 평가를 내리는 현장이더군요. 어찌보면 세계 브랜드들의 바로미터로서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세계의 눈이 우리에게 보다도 더 많이 주목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그러하시겠지만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경제발전 측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져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낮춰보는 측면이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물론 우리와 태국을 경제규모나 산업구조, 소비능력 등에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곳을 거치면서 적어도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서로의 얼굴을 내밀고 경쟁하는 경연장으로 삼는다는 측면에서는 태국을 약간 다시 보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튼 이렇게 싸얌 파라곤에서 시간을 꽤 보낸 후, 오션 월드 앞에 가서 인어 아가씨들이 손 흔들어주는 모습을 바라본 것을 마지막으로 이 곳을 떠나 월탯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월탯으로 가기 전에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네요. 제가 방콕을 다니면서 특이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싸얌 파라곤에서도 본 건데요, 일본 서적 전용 서점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즉 그 서점에는 일본 서적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그런 특수한 서점들이 어딘가에는 몇 곳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방콕에 있는 일본 전문 서점처럼 대규모이고 자주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방콕에 머무는 불과 며칠 간, 크고 작은 곳을 합치면 4곳이나 보았습니다. 제가 다닌 곳이 주로 관광객들이 갈만한 곳이니, 이 서점들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요지에 주로 자리할만큼 찾는 사람도 많고 장사도 꽤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TV에서는 한류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한국가요 번안곡들이 흔하게 불리기는 한다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 한국서적 전문서점은 본 적이 없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이 곳에서 와 탄 모든 택시는 도요타의 준중형급 승용차입니다. 길 거리에서 보이는 차량의 주종은 도요타, 혼다고 그 다음에는 닛산 정도입니다. 그 외의 차종은 소수~
또 일본은 오래 전부터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을 자신들의 돈으로 이른바 문부성(우리의 교육인적자원부) 장학생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이 우수한 자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아마 후에 정재․사회문화계의 주요한 위치에 오를 가능성이 높겠죠. 또한 아니라도 일본의 강력한 경제력은 동남아 각국을 일정 부분 그 경제블럭 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할 겁니다.
더구나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일본 전문서점이 타국에서 운영될 수 있게 하는 힘~ 일본을 지나치게 무겁게 보지 않는 자존심도 우리를 이끌어온 힘의 하나기는 했지만, 역시 그렇다해서 너무 가볍게 볼 수 있는 상대도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방콕 시내에서 본 네 곳의 일본 전문서점은 저에게 약간의 문화적 충격을 남겼습니다.
월탯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 대부분 햇볕이 안들더군요.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 같길래 또 걸어가는 걸 택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화를 입고도 고쳐지지 않는 이 무한도보증후군~
걸어가는데 저보다 더 축 늘어진 두 젊은 남녀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계속 같은 길을 가는걸 보니 이 사람들도 월탯으로 가는거다 싶더군요. 역시나 나중에 보니 제 뒤를 따라 월탯으로 들어오던데~ 여튼 그 옆 쪽을 지나가게 될 즈음 말소리가 들리는데 익숙한 한국말이더군요. 하지만 내용은 왜 걸어가자고 했냐고 여자분이 남자분을 닦달하고 남자분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내용~ ㅋㅋ
걸어서 못 갈 거리는 전혀 아니지만, 일단은 덥고, 더우니 땀나고 지칩니다. 그렇다고 걸어가면서 주변 경관이 볼만한게 있는 것도 아니구요. 뚝뚝 한 번 타주시는 쪽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탯의 지금 이름은 센탄 월드 플라자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 이름인 월탯으로 부른다고 하네요. 규모로만 따지면 싸얌 파라곤에 이어 두 번째인 것 같습니다. 독특하게 가운데는 대형쇼핑몰이고, 그 양쪽으로 이세탄과 젠이라는 두개의 백화점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상당한 규모고 제가 좋아하는 반짝반짝 조명 밝은 쇼핑몰이기는 하나, 이미 규모에 관한한은 쌰얌 파라곤에서 감명을 받을만큼 받은 상황입니다.
한 바퀴 쓰윽 둘러본 후, 꾸어이 띠아우보다 10바트 더 비싼 35바트 짜리 레모네이드를 하나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오릅니다.
* 월탯에서 시암 비벌리 호텔까지 택시 요금 : 63바트 (팁 포함 70바트 지불)
쇼핑몰에 다녀온 글이긴 한데, 제가 쇼핑을 한게 아니라 다루는 물품과 가격 수준 같은 쇼핑 정보는 정작 드리질 못하네요~
==============================================================================
글을 올리려고 보니 또 길이가 약간 어중간한 듯 하네요.
사진 한장은 더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페라리 사진이 한 장 올라왔으니 람보르기니 사진도 한 장 올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