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7)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7)

케이치 9 4920


[여행 3일차, 4월 1일, 일요일]



14. 왓 프라깨우, 왓 포, 왓 아룬, 이 왓들은 전부 what이냐? - 왕궁에 가다


어제처럼 호텔방에 20바트 짜리를 한 장 남겨놓은 채, 항상 몸에 지녀야할 필수품들과 오늘 여정에 필요한 자료만 어깨에 메는 작은 가방에 챙긴 채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가장 태국스러운 것들을 만나는 날입니다. 바로 왕궁에 갑니다~


왕궁에 갈 때는 일단 하나 생각해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장! 한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대표하는 유서있는 곳이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바지, 나시, 미니 스커트, 슬리퍼 입장 불가입니다. (반팔티셔츠는 됩니다.) 그래서 저도 어제 저녁 입었던 반바지 대신 다시 청바지를 꺼내입었습니다.

물론 관광지인만큼 반바지 입었다고 야박하게 관광객들을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습니다.

입구 복장 검사대에서 싸롱이라는 긴 치마나 옷, 신발 등을 무료로 대여해 줍니다. 다만 보증금 성격인 예치금만 약간 냈다가 나중에 다시 돌려받으면 됩니다. 여튼 번거로운 것도 귀찮고 이미 어제 밤부터 목부터 시작해서 화상증상을 자각하기 시작한 저는 긴 청바지를 입기로 합니다.


그리고 택시를 타려는 순간, 어제 있었던 뜬금없는 두싯 방문기가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그래, 이거 왕궁(Grand Palace) 가자고 했다가 잘못하면 또 두싯이나 그런 다른 궁전들 있는데로 가게되는거 아냐?’


그래서 택시 기사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왓 프라깨우 가주세요~”


왓 프라깨우는 에머랄드 사원이라도 불리는 곳으로 왕궁 경내로 가기 위해 매표소를 지나면 왕궁보다 먼저 지나게 되는 곳입니다. 그러니 왓 프라깨우 가자고 하면 곧 왕궁에 가시는 것과 다름이 없죠.


* 시암 비벌리 호텔에서 왕궁까지의 택시 요금 : 111바트 (팁 포함 120바트 지불)


라차다피섹에서 왕궁은 각기 방콕의 동, 서쪽 방향으로 반대쪽이라 시내에서 택시 요금 중 유일하게 100바트가 넘게 나왔습니다.



왕궁 가까이 가니 멀리서 벌써 뭔가 번쩍번쩍하는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 뭔가 확실히 멋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왕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바라본 전경>


rDSCN2116.JPG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니 매표소가 나옵니다. 거기서 입구 쪽 사진을 한 장찍으려고 잠시 멈춰서 있는데, 한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시는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제게 큰소리로, 그리고 당연히 한국말로 물으십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느 쪽이에요?”

“저쪽인데요~”


오늘 길에 화장실을 봤길래 알려드렸죠. 근데 대답을 해놓고나서 생각보니 뭔가 좀 이상합니다.


‘내가 그렇게 전형적으로 한국사람처럼 생겼나?’

‘한국사람이세요?’ 하고 먼저 물어본 것도 아니고, 내가 다른 패키지 한국여행객들 사이에 섞여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한국사람이라고 확신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보신 걸까요? 그냥 한국 아주머니 특유의 무대뽀 정신이었던 것 뿐일까요? ‘니가 한국 사람이든 아니든 나는 한국말로 물어본다?’


근데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한 것이 여기서는 한국말이 참 많이 들립니다. 패키지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사실 방콕의 다른 지역에 가면 한국말 듣기가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이건 좀 의외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아무 곳이나 지나다녀도 한국말 많이 들리는 편인데, 방콕에선 안 그렇더라구요. 어디가나 외국인은 서양인만 천지로~ 그렇게 한국인들이 많은 곳이었으니 대강 봐서 흔하게 봐온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당연히 한국인이 맞으렷다 하신 걸지도~


여튼 아주머니의 한국말 질문과 제 외모의 한국인스러움에 대한 의문을 가슴에 품은 채 저는 입장권을 사서 들어갑니다.


* 왕궁과 왓 프라깨우 입장료 : 250바트 (근데 전 300바트 냈어요~ -o-; )


무슨 소린가 하면, 저도 사전에 조사하기를 왕궁하고 왓 프라깨우 입장료가 250바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00바트를 매표구에 넣었는데 표만 주시고 50바트 거스름돈을 안주시네요? 그래서 우리로 치면 경복궁 같은 곳인데 이런데서 바가지 씌울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아, 그새 입장료가 인상되었나?’ 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근데 태사랑에서 찾아보니 지금도 성인 250바트 맞네요. 아마 제가 250바트 준 걸로 착각하신거겠죠? -_-;


참고로 이 왕궁 입장권을 보관하고 계시면, 구입일로 30일 내에 두싯에 있는 위만멕 궁전에 입장하실 때 무료가 됩니다. 위만멕 궁전에 가실 분들은 잘 보관하고 계세요~


왓 프라깨우에 들어서자마자 제가 제일 먼저 본 광경은 이겁니다.


<향을 사르고 헌화하며 기도하는 태국님들>


rDSCN2123.JPG


두싯의 라마 5세 동상 앞에서도 그랬고, 훼이꽝 야시장의 어떤 종교의 상징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떤 조각상 앞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 왓 프라깨우에서도 이렇게 기도하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안쪽에는 일종의 제사와 같은 종교의식를 지내기 위해 차려놓은 것으로 보이는 장소도 있거든요.


여튼 그렇게 접어들면 많은 번쩍거리고, 황금색으로 빛나고, 뾰족하고 뭐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볼만 합니다. 사진들을 좀 찍어왔습니다만, 이 사진들을 우루루 올리는 것보다는 직접 가셔서 두루두루 보시는게 낫겠죠? 너무 많이 미리 보여드리면 스포일러될라~ ^^; 또 사진 올리면 너무 자리차지도 많이 해서 여러 장 올리기도 힘들구요. 제 두 번째 글에 이미 한 장 올려놓은게 있으니 간단히 살펴보고 싶으시면 한 번 보시구요, 아니라도 왕궁 사진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시점에서 저같은 자유여행자는 유일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유적지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 왔을 때, 미리 충분히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면 그 역사적 유래는 알지 못한 채 껍데기만 봐야 한다는거죠. 물론 외양만 봐도 멋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왕이면 알고 보면 좋잖아요.

그러나 역시 세상에 뭐든 뜻이 있는데 길이 없는 건 없는 법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여기는 모든 패키지 여행팀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고~ 그 많은 패키지 팀들마다 모두 가이드가 한 분씩 있습니다. 한국여행팀만 해도 얼마나 많을까요? 적당히 한 팀 뒤에 서서 몇발 떨어져서 따라다니세요. 꼭 그 팀만 따라다니실 필요도 없어요. 금방 그 뒤에 다른 팀 또 오니까~ ㅎㅎ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설명해주는 가이드들도 있으니 영어가 약간 되시면 그 쪽으로 적당히 따라붙으셔도 됩니다. 그거 가지고 야박하게 “거기 돈 안 낸 거지는 떨어져!!” 하는 소리는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ㅋㅋ 여튼 그렇게 몇 팀 뒤를 적당히 오가며 따라붙으시면 왠만한 설명은 다 들을 수 있습니다.


거기 있는 건물들에 입힌 보석과 금박들은 모두 진짜가 아닌데, 그 중 오직 사리탑에 바른 것만은 전부 진짜라는 것도 그렇게 제가 주워들은 정보지요~ ㅎㅎ


하여간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가는 방향따라 천천히 가시면 왓 프라깨우를 지나 왕궁 경내까지 자연스럽게 지나게 되십니다. 특별히 왔던 길을 되돌아오시지 않은 한은 진행되는 방향이 계속 한쪽 방향으로거든요.


<왕궁의 전경 - 현재는 여기에 왕이 살고 있지는 않데요~>


rDSCN2182.JPG

여전히 역사적인 광경 못지 않게 사람구경을 중시하는 저는 일흔은 족히 넘어보이는 서양인 부부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열심히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중에 나이들어서 저런 모습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중간에 그 안에 자리한 왓 프라깨우 박물관이란 곳도 들렸는데 그곳은 그다지 볼거리가 있지는 않더군요.

=================================================================


16, 17번째 글은 좀 정보 중심이라 딱딱했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택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그 담에는 정말 주요한 관광지인 왕궁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농담하고 지나갈 자리도 별로 없고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부드럽게 가보도록 하죠~ ^^


여행기 전체도 슬슬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넷째날 같은 경우는 많은 일정을 갖지 않았기에 그다지 이야기거리가 있지 않은 편이고, 중간중간 드려야겠다 싶은 정보도 이미 많이 풀어놓은 편이구요. 아마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가 조금 더 글의 속도가 나지 않을까 합니다.

가능한 글 올리는 간격이 너무 늦어져서 지리함을 드리지 않으려 노력한다고는 하는데, 그게 만만치는 않네요~ ^^;

9 Comments
강남 2007.04.20 09:12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상세한 정보성 글 솜씨는 정말 대단 하십니다.
여행 많이 하시고 책을 한 권 내셔도 될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변덕 2007.04.20 09:46  
  영어도 안되고 길치면.......ㅠㅠ
아는만큼보이고..여행의 즐거움 배! ..공부~.아놔.ㅠㅠ
시골길 2007.04.20 11:54  
  300B? 250B? 참말로...입장권 매표소에서 마저도..^^
누군가 말씀하신 "태국이니까~ "가 문득 생각납니다. 태사랑자료의 색인정리는 너무 감사한 정보입니다. 감솨~
덧니공주 2007.04.20 13:16  
  가이드 따라댕길때,티내면서,따라댕기지마세요~ㅋㅋㅋ
파주군김포댁 2007.04.21 00:09  
  어제두와보구 그제도 와보구 오늘 오니 올라와있네여^^
감사히 잘 읽고 가여^^
아오마 2007.04.21 20:39  
  35이 노인이면 저는 어떻게 되죠? 관속에서 뛰어나온
구신인가^^~여행기 쓰실 정도면 아직 한창같은데..
글 잘읽고 갑니다.정말 글 잘 쓰시네요.
바이욘 2007.04.22 00:54  
  저도 방콕이나 푸켓은가족이나 동료들과 많이다녀왔지만 혼자서는 5월초에 처음으로갑니다 막상 혼자 갈려고하니 두렵기도한데 케이치님글이 많은 도움이 되는듯해서 고맙게 잘읽고있습니다 특히 혼자서 택시 탈려니 영어도 잘안통해서 걱정이 많은데 우리나라말로 적으주시니 좋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케이치 2007.04.23 00:12  
  변덕님 /
저도 영어 안되고 길치입니다.
전 지하도에 들어가서 원하는 방향으로 한번에 나오는 일이 드물 정도에요~  ㅎㅎ
etranger 2008.08.13 13:29  
  왓 프라깨우, 정말 대단합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