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6)
[여행 2일차, 3월 31일, 토요일]
13. 택시 기사 + 영어 = 호객행위 - 태국의 택시, 그리고 택시기사
지난 글에서 그대로 이어나오자면, 여튼 저는 그렇게 약간은 무거운 마음을 담은 채로 나나의 어고고바를 나서서 택시를 잡아탑니다.
“라차다피섹에 있는 시암 비버리 호텔에 가주세요. 스위소텔 르 콩코드 옆이에요.”
그런데 택시기사가 미터기를 켜지 않습니다. 저로선 태국와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왜 미터기를 켜지 않죠?”
“100바트에 가죠?”
안그래도 기분이 약간 꿀꿀하던 타이밍인데 기분이 확 다운됩니다. 미터기를 켜지 않고 흥정을 하려고 드는 택시를 타시면 대응은 우선 미터기 켜라고 하시고, 둘째로 그래도 안 켜면 그 자리에서 세우라고 해서 그냥 내리시면 됩니다.
어차피 택시 잡기도 어렵지 않은 방콕, 원래는 저도 그렇게 해야 마땅한 일이었고 그렇게 해야함도 잘 알고 있었으나~ 방금 전에 어고고바에서 담아온 무거운 기분 때문인지 그냥 ‘에라, 만사가 귀찮다’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러지 마세요~)
“내가 좀 전에 거기서 여기로 타고 왔는데 미터기로 61바트 나왔어요.”
그 가격은 말도 안된다는 듯 씨익 웃으면서 슬쩍 고개를 절래절래 합니다. 생긴 건 정확하게 프로농구 동부팀의 외국인 센터 자밀 왓킨스처럼 생겼습니다. 자밀 왓킨스는 순박하고 성실한 걸로 유명한 선수인데, 이 택시기사는 외모만 자밀 왓킨스입니다.
지난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유흥가 쪽으로 가거나 또는 그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씀씀이가 헤프다고 생각하고 봉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방콕에 머물며 탔던 모든 택시들 중에 요금을 미터 안켜고 흥정을 붙이려고 했던 건, 모두 이날과 그 다음날 어고고바 있는 곳으로 이동할 때 생겼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이동할 때는 이런 택시기사는 한번도 안 만났습니다.
여튼 결국 저는 이 ‘자밀 왓킨스’ 와 80바트에 가는 걸로 협상을 마무리 짓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팁 줄려고 생각했던거 치면 10바트 더 주는건데 뭐~’
그런데 이 인간이 라차다피섹에 와서 호텔의 길 건너 맞은 편에서 차를 세우고 저보고 내리랍니다. 유턴해서 호텔 앞에까지 안 가겠답니다. 아주 성질을 제대로 긁습니다.
“그럼 차라리 저기 앞에 훼이꽝 야시장까지 가죠. 거기 가면 경찰이 항상 있으니 거기 가서 이야기 합시다.” ^-_-^
저는 결국 호텔 정문 앞에 내립니다.
* 나나 엔터테인먼트 플라자에서 짜뚜짝 주말시장까지 택시요금
: 61바트 (강도당한 돈 포함 80바트 지불)
방콕의 택시 기사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가까운 길을 돌아가서 요금을 많이 받으려 한다, 미터로 안 가고 흥정해서 가려 한다, 승차 거부도 가끔 한다, 드물지만 택시 기사와 물리적으로 충돌한 적도 있다 등등~ 물론 저보다 태국에 더 많이 가 보시고, 또 살아보신 분들 말씀이니 분명히 맞을 겁니다. 아마 그런 일이 실제로 꽤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만 한정드리자면, 말씀드린대로 유흥가에 가거나 혹은 그 쪽에서 돌아올 때 외에는 위에 말씀드린 종류의 일을 당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외국인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 가나 이런 류의 질 나쁜 택시 기사가 일부는 있다는 걸 생각하면, 방콕의 택시 기사들이 유독히 문제 있다는 인상은 사실 별로 못 받았습니다.
승차 거부는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닌 걸로 알구요, 미터로 흥정 붙이는 경우는 말씀드린대로 그냥 내려버리시면 됩니다. (물론 불쾌한 일이긴 합니다만~) 가까운 길을 돌아가봐야 사실 우리 돈으로는 얼마 더 나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방콕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기사는 나름 안막히는 길로 해서 빨리 가려고 노력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태사랑에서 읽은 글 중에는 태국에서 오래 거주하신 분인데도 그런 부분을 오해해서 나중에 알고 보니 미안하더라는 글을 남기신 것도 봤습니다.
‘내 삶에 영향을 줄만큼 큰 손해가 아니라면, 조금 여유있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린다’ 는게 제 약간 느슨한 삶의 방식이라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방콕에서의 택시 문제도 그렇게 생각하면 큰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아, 물론 저도 그 손해가 정도를 넘어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넘어가진 않죠. 오히려 그런 판단이 드는 극단적인 경우는 독하다는 소리 좀 듣습니다~ ㅋㅋ 다만 여행지에선 가능한 앞에 말씀드린 접근방법이 필요없는 말썽은 줄이고, 여행의 즐거움은 오래 가져가는 일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또한 요술왕자님께서 초보 방콕 여행자들도 지나친 바가지 택시요금 정도는 방지할 수 있는 유용한 지도도 올려놔 주셨습니다. 항상 ㄱㅅㄱㅅ~
* 방콕의 전체적 방향파악과 택시요금에 대한 정보
- 태사랑-여행자료실-검색어 “방향" 으로 검색 -「[지도] 방콕 주요 지역 방향잡기 개념도」
* 태국의 택시요금 체계
- 기본요금 35바트, 시간거리 병산제
- 공항에서 대기 중인 택시는 50바트를 추가로 받으며, 공항에서 시내로(혹은 반대로) 이동 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톨게이트 요금 추가
그리고 태국에서는 사실 택시만한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다음날 타게 될 르아 드언(수상버스)가 교통체증도 없고 배를 타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이동할 때만 탈 수 있습니다. 또 저녁 시간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쌘쌥 운하 보트도 정해진 구간을 이동할 때만 탈 수 있죠.
가까운 거리는 뚝뚝이 좋다고 하지만, 뚝뚝은 미터기가 전혀 없이 흥정을 해서 타야 합니다. 거리와 요금에 대해 감이 없는 여행객이라면 바가지 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일부 뚝뚝 기사들의 호객행위와 사기행각 역시 잘 알려진 바입니다. 그리고 아니라도 가까운 거리면 어차피 몇 바트 차이도 안나는 거, 냉방 안되는 뚝뚝보다는 택시가 훨씬 낫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뚝뚝이 유용한 경우는 걸어서 한 5-10분 정도 거리 내외인데 날은 너무나도 뜨거울 때 정도인 것 같습니다. 두싯이나 왕궁 주변 같은 지역에서 사원과 궁전들 사이를 이동할 때 정도가 될까요? 그 외에는 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태국님들은 아가씨들 중에도 오토바이 택시라고 해서 말 그대로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오토바이 기사 붙잡고 잘 가는 분들이 많지만, 여행객분들은 아마 대부분 이거는 탈 엄두가 안 나실거고~
BTS(지상철)과 MRT(지하철)도 유용할 듯 합니다만, 저는 결국 택시의 편리함에 안주하여 이용해 보지는 못했네요. 원래는 전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가면은 반드시 지하철을 한번은 타본다는게 철칙이었는데도~ ㅎㅎ 열심히 공부해간 이용법을 한번도 못 써봤네요. 필요하신 분은 활용해 보세요~
* BTS와 MRT에 대한 상세한 정보
- BTS 이용법 : 태사랑-여행자료실-검색어 “BTS"로 검색-「BTS 승차권/타는법」
- BTS와 MRT 통합노선도 : 태사랑-여행자료실-검색어 “BTS"로 검색-「[지도] 방콕 BTS-MRT 노선도」
- BTS와 MRT 역주변 안내
․ 태사랑-여행자료실-검색어 “BTS"로 검색-「BTS 역주변 추천업소 위치」
․ 태사랑-여행자료실-검색어 “MRT"로 검색-「[지도] 방콕 지하철 노선도」
그렇다고 방콕의 택시 기사님들이 다 예뻐보이고 좋기만 하다는 소리냐? 물론 그건 아니죠~
우선 크지도 않은 방콕 시내임에도 생각보다 길 잘 모르겠다는 기사들이 좀 있으시더라구요. 길 잘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해서 그냥 내린 적도 한 번 있고, 지도 주고 여기라고 찝어줘서 간신히 간 적도 한 번 있고, 제 11번째 글에서 보셨듯 가자는데로 못 가고 결국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내린 적도 한 번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알만한 업소나 호텔 정도 같은데 잘 모르는 경우는 꽤 있었구요.
그리고 앞에 말씀드린대로 호텔 앞에 정차해 있는 택시들, 유흥가로 가자는 경우에는 미터로 안가고 가격 흥정 붙이는 기사들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관광과 여행의 도시인 걸 생각하면, 영어가 안되는 분이 예상보다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영어가 되는 택시 기사분들이 더 문제이긴 합니다. 이건 뭐 되도 문제 안되도 문제~ -_-;
사실 영어가 좀 안되도 길만 잘 아시면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약간 번거로울 뿐이죠. 저번에 말씀드린대로 우리가 보기엔 “로빈슨 백화점” 인데 이걸 “로빈싼 디파트먼트 스토어” 라고 발음해야 알아들으신다든가, 영어로 길을 설명하면 잘 알아듣지 못해서 같이 주변을 살피며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이동해야 한다든가 뭐 그런 정도~ 약도 하나 미리 인쇄해서 가져가셨다면 조금 더 편하실 거구요. 서로 서툰 영어와 서툰 태국어 몇 마디 섞고 손발짓 약간 하면 다 됩니다.
오히려 좀 그런 경우는 영어가 되는 택시 기사분들 중에 있습니다. 영어가 되는 택시기사는 곧 호객행위를 한다, 뭐 이렇게 보셔도 별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몇 번 당했던 실례 중 하나를 들자면,
“라차다피섹에 가요”
“(누드가 그려진 광고명함을 내밀면서) 마사지 가실래염?”
“노 땡큐인데요”
“그럼 시원한 타이 마사지는 어때요?”
“쫌 전에 받고 나왔는데요”
“거기는 샤워 안 되는데였을거잖아요. 샤워도 되고 좋은 곳”
“노 땡큐” -_-;
“전부 다 노 땡큐래” -_-;
그나마 다행인건,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이 곳에선 삐끼나 호객행위가 그렇게 집요하지는 않은 편이란 겁니다. 위의 택시 기사는 제가 타 본 중 가장 집요했던 사람이구요, 그 외에는 대체로 한 번이나 두 번 정도까지만 물어보고 “노 땡큐” 하면 더 이상은 권하지 않습니다. 서로 너무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의사표현하면 강권하는 법은 별로 없는 듯 하니 적절히 거절하시고, 언제 어디서든 삐끼를 따라가시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
여튼 이렇게 엎친데 덮친 기분으로 호텔 앞에 내린 저는 다시 50m 정도 떨어진 Family mart 에 걸어가서 생수와 콜라를 사서 방으로 올라갑니다. 사실 생수 사려면 자말 왓킨스가 내려준 곳에서 내려 그대로 육교로 길을 건너 Family mart 들려서 호텔 오는게 더 가까웠습니다만, 그 친구의 태도가 맘에 안들어 일부러 뻗댔던 거였죠.
‘니 고집만 고집이 아닌거야’ ㅋㅋ
바가지와 고집과 오기가 교차하는 방콕에서의 이틀째 밤이 깊어갑니다.
윤다훈이 태국어로 대사치는 한국 드라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대로 잠듬, zzzz~
아, 자고 있는데 거북이의 ‘Come on'도 태국어 버전으로 나와요~
잠 다 깼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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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잠시 후 타게될 르아 드언의 선착장 전경입니다.
타는 법에 대해선 곧 자세하게 다시 다루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