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 생초보를 위한] 35세 독거노인 방콕 표류기 (15)
앞글에 그대로 이어서 나나에서의 어고고바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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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대 보다가 축구 보다가 하고 있던 잠시 후~ 드디어 제 옆에 한 아가씨가...... 아가씨가...... 아가씨가? 아가씨가 아니라 왠 청소년이 하나 와서 앉습니다? 아무리봐도 너무 앳됩니다. 여튼 이 아가씨(?)를 일단 지금부터 초상권 보호를 위하여 ‘박양’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푸잉이 옆에 와서 앉으면 음료수를 하나 시켜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음료수 값의 일부가 아가씨 몫이 됩니다.
“음료수 한 잔 마실래요?”
* 어고고바에서 음료수 가격 : 80 - 110 바트 내외가 일반적인 듯
음료수값이 추가된 계산서를 역시 한번 슬쩍 확인해 줍니다.
근데 이거 앳된 정도가 아니라 너무 어려보입니다. 물론 어고고바에서 일하는 푸잉들은 대체로 나이가 20대 초반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간혹 미성년자들도 불법이지만 일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혹시 미성년자가 아닌지 하는 걱정 겸 염려 겸 하는 생각에 나이부터 물어봅니다.
“몇살이에요?”
“18살요”
제 나이의 반토막입니다. -_-; 18살이면 태국에서 어고고바에서 일하는게 불법은 아닙니다. 제가 알기론 17세 이상이면 합법이라고 합니다. 뭐 17이든 18이든 분명한건 너무 어리다는 겁니다. 그리고 얼굴도 너무 동안이라 솔직히 18이라는 말도 잘 안 믿깁니다. 가뜩이나 전 어린 여성분은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어리다못해 미성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니 더 그렇습니다.
쪼끔 있다가 춥댑니다. 춥겠죠. 박양이 입고 있는 천을 다 모아서 하나로 기워도 제가 입고 있는 반바지 앞판 하나 만들 면적도 안나올 것 같습니다. 에어콘이 시원하게 나오는 이곳에서 추운게 당연합니다. 머리도 아프다네요. 아무래도 감기 걸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이 좀 안됐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박양은 영어가 너무 짧습니다. 여튼 어렵게 대화한 바로는 밤에는 여기서 일하고 낮에는 일주일에 4일씩 공부한답니다. 자기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은 가난하고 그래서 여기서 일한다네요. 일한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되었다고 합니다. 거짓말인지 정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잠시 대화하고 있다보니 감을 잡았는지 한국으로 치면 작은 마담 정도에 해당할 ‘마마상’이란 분이 박양 옆에 와서 앉습니다. 한 가게에는 모통 이런 마마상이 여러 명 있습니다. 여튼 저와 박양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네요.
마마상의 영어발음은 많은 태국님들이 그렇듯이 알아듣기 참 힘듭니다. 오죽하면 처음에는 제가 영어가 아닌 줄 알고, “저 태국어 전혀 못해요. 영어로 말해주세요” 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_-; 웃으면서 영어라네요~ 여튼 그 발음에 나름대로 약간 익숙해지니 대화는 한결 편해지기는 했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 갑자기 가게 전체가 “와~” 하는 함성으로 울립니다. 오옷, 박지성의 골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어고고바에서 박지성의 5호 골을 보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o^ 역시 유럽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기와 관심은 대단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그렇게들 축구에 집중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맨유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건지도 거기서 실감했습니다.
박양이 제 코가 빨갛답니다. 엥? 저는 평소에 술을 잘 안마십니다. 체질적으로 안 받아서~ 근데 내 코가 빨간색이라니? 미련맞게도 그 다음날에나 알게 된 일입니다만, 나나에 오기 전인 오늘 짜뚜짝 시장과 두싯을 강렬한 태양 아래 무방비 상태로 누비면서 제 얼굴과 목, 양 팔 쪽은 이미 화상상태였던 겁니다. 그걸 말한건데, 전 아직도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난 술 잘 안먹는데?” 이런 말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제 손을 가르켜 “곰의 발”이라고 말씀하시는데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둔감합니다. -_-;
저는 박양이 제 색소폰 선생님을 닮았다고 말해줬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레슨을 받는데 레슨 선생님이 대학교 1학년일 때부터 저를 가르치기 시작해서 이번에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정말 닮기는 많이 닮았습니다. 특히 레슨 선생님 1학년 때를 생각해보면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여튼 그 이야기해주니 아주 좋아합니다. 정말 애 같습니다. 하긴 18이면 애는 아니어도 청소년은 맞긴 맞지요.
마마상은 박양이 19이라고 합니다. 물론 한 살 정도 틀리게 알 수도 있죠. 하지만 원래 미성년자인데 나이를 높게 말하는게 아닌가 약간 의심하는 마음이 있던 저는 그 의심이 조금 더 커집니다.
결국은 마마상이 하는 얘기는 박양을 데리고 나가란 이야기죠. 물론 박양을 데리고 나가려면 이 바에도 돈을 주고, 박양에게도 따로 돈을 줘야 합니다. 어고고바의 최종적인 목적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면 분명하게 말해주는게 서로를 위해서 좋습니다.
“저는 그냥 쇼만 보러 왔어요”
사실 제가 잘못한건 없는거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저녁은 먹었니?”
아까 오후에 렛츠 릴렉스에서 안마 받은 후에 받은 과자 두 개를 먹지 않고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그걸 박양에게 줍니다.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배가 좀 고팠던 것 같습니다. 먹으면서 내가 쳐다보니 겸연쩍게 웃는데 정말 그 표정만큼은 조금도 가식이 없어 보입니다. 아까 했던 저에게 모든 말이 정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방에 초콜렛이나 과자 같은게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여튼 박양을 데리고 나올게 아니라면 제가 거기서 너무 오래 거기서 시간을 끄는건 박양 입장에서는 손해겠지요. 어차피 한 40분여 있었으니 있을만큼 있었습니다. 이만 가야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일어서는데도 미안하고 뭔가 마음이 무겁고 좀 그렇습니다.
* 어고고바에서 맥주 한 병 + 음료수 한잔 : 230바트 (250바트 지불)
박양에게는 따로 200바트를 줬습니다. 이건 그냥 제가 주고 싶어서 준거고, 팁을 따로 줘야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사실 어고고바에서 일하는 푸잉들의 수입은 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해 은행에서 일하는 사무직원의 세배 가까이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필요 이상의 팁을 주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기분좋게 유흥가 구경 하러 나온거였는데, 왠지 돌아가는 길은 맘이 좀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돌아가는 길의 택시기사까지 염장을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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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유흥 이야기를 하겠다고 누차 선전을 해놓고 결국 글은 별로 즐겁지 않게 맺었습니다. 대신 다음날이 되면 이날의 무거움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머리를 홀랑 비우고, 결국 쏘이 카우보이의 어고고바로 진출하여 거기서는 나름 재미있게 놀고 잘 돌아옵니다. 어고고바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는 그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주로 해야할 이야기는 오늘 거의 다 했어요~ ^^)
원래는 택시기사 이야기까지 하려는게 목표였는데 결국 꽤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글을 저 무례한 택시기사 이야기를 시작으로, 태국에서의 택시이용에 대해 정리하는 걸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셋째날은 드디어 태국 여행의 가장 큰 볼거리의 하나인 방람푸 지역의 왕궁과 사원 구경에 나섭니다. 거기까지 한번 진출해 보려합니다.
싸왓디 캅~
앞글에 이어져서 이번 글이 약간 짧아진 관계로 사진 하나 넣을 자리 나오겠네요.
<씰롬 컴플렛스(백화점)에서 이용한 PC>
15분에 10바트인데, 특이한 점은 오른쪽에 저렇게 직접 동전 넣는 곳이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 1분이 되면 삑삑~ 소리가 나요. 속도는 모뎀 쓰던 시절에 인터넷으로 멀티미디어 컨텐츠 접속할 때 정도라고 생각하심 될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