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에필로그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베트남
여행기

Moon's story - 에필로그

Moon 6 3520
이번 베트남을 여행하는 내내 나는 나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럽게도 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왜 베트남에서 전쟁이 일어났으며, 왜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참전을 했는 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추상적으로만 다가오는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 자체도 정립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베트남을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행동에 옮기 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비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었고,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도 십중팔구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기에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중국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이와는 다르게 우리가 베트남전 참전국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베트남행을 망설이게 한 동기이도 했다.

내가 본 베트남은, 우리네 시골길을 막 개간한 신작로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해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개방에도 적극적인 이미지였다. 베트남의 일부를 돌아보고 논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전쟁의 폐허를 연상할 수 있는 곳은 적어도 내게는 없었다. 되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이 그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이방인의 눈에는 더 새로웠다.

베트남 사람들의 바가지 요금이며, 불친절함에 대한 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들었던 터러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았었는데, 이 역시도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되려 길을 물으면 서로 의사소통은 안되더라도 심각한 표정으로 함께 지도를 들여다봐주는 사람들이었고, 또 어떤 이는 한밤중에 내 손을 붙잡고 PC방을 안내해서 이미 문 닫힌 PC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숙소에서도 친절히 요구사항을 들어주었고, 식당에서도 메뉴마다 정가가 표시되어 있어 바가지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재래시장 같은 곳은 외국인에게는 더 받는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가치를 환산하여 구입할 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고,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 않던가.

전쟁의 그림자 탓에, 나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어두운 면만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역시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도 보았고, 우리보다 더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았다.

예전 필리핀 출장에서 베트남 Shell 직원들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내게 말한 일이 있었다. 물론 어떠한 적의를 띠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베트남 사람에 대한 웬지모를 원죄(?)를 난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아무리 한류가 베트남을 휩쓸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도 Made in Japan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일본이라는 나라를 경멸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고 비슷한 생각을 갖은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다. 또한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더 원흉일 수도 있는 미국에 대한 자세도 비슷하였다. 오히려 미국을 동경하는 느낌도 받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그 내면에는 베트남이 승전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도 미쳤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앞으로 큰 일을 낼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정서적으로나 생김새로나 우리와 너무나도 흡사한 이 사람들, 우리네 글자를 구경하기 어렵지 않은 이 땅에서 내 선입관에 대한 기분 좋은 반란을 경험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몰라도 너무 몰랐던 베트남, 이렇게 베트남과 가까워지고 한 동안 베트남과의 열애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6 Comments
냠냠옥수수~ 2004.10.01 15:29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베트남을 여행하고 싶었는데...베트남을 여행한 다른 여행자들의 말만 듣고 왠지 두려워서 선듯 가지 못했거든요. 이번 여행에는 꼭 베트남에 가봐야겠네요. 익숙하고 편한 태국도 좋치만 베트남에서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 2004.10.02 11:48  
  Moon 님....
어디서 많이 뵌듯한 아이디인데요...
통 기억이 나지 않네요...
동생(친구?)분이랑 태국 갔던 여행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오래되어....가물가물....^^
그 여행기 중.....일부는....많은 도움이 되었었는데...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하노이만 다녀왔었는데....
남부쪽에 다시 한 번 더 가야겠습니다...
Moon 2004.10.02 23:20  
  냠냠 옥수수님, 말씀하신 대로 베트남은 태국과 다른 두려움과 설레임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사랑님, 아마도 태국 여행기 "Moon's story"를 기억하시는 듯... 이렇게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
블루스카이 2004.11.18 14:19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파안 2004.11.22 19:21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1월에 베트남을 여행할 예정인데
벌써 다녀온듯한 느낌이...^^*
sendfeel 2004.12.22 14:54  
  저도 잘 읽었습니다.
내년 여름쯤에 다녀올까 하는데
벌써부터 막연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