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베트남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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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베트남 마지막 밤

Moon 1 4109
샤워를 하고나니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머나먼 베트남까지 왔는데 가족들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벤탄시장으로 갔다. 호치민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 시장의 규모에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우리네 남대문 시장만큼은 아니고 조금 큰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난다. 현지인들도 많고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뜨인다.

자주 느끼는 건데, 베트남 사람들은 손재주가 비상한 듯 정교한 수공예품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전체 시장을 둘러보고, 어머니와 동생 줄 대나무 가방을 골랐다. 가방 2개에 25USD인 것을 20USD에 샀는데, 더 깎을 수 있었을 거라는 후회가 들기는 한다. 늘 그렇듯 나는 좋아보여 사오는 데 집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친구가 부탁한 베트남 모자 non도 막 짐을 챙겨 철수하려는 상인을 붙잡고 2개 1USD인 것을 5개에 2UDS에 샀다. 이것 만큼 베트남을 잘 상징할 수 있는 기념품도 드물지 않나 싶다. 커피 귀신인데다 베트남이 유명한 커피 생산국이니 이도 빠뜨릴 수 없다. 더군다나 이 곳에서 마신 커피가 지금까지 내가 마셔온 커피중 최고였으니 더 더욱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베트남에서 처음 본 Cafe phin은 원두커피를 담고 그 걸 압축해서 걸러내 먹는 장치인데, 베트남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다. 재질은 주로 양은이나 알루미늄이라 사용하다보면 찌그러지기 쉬운데, 또 그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다. 조금 비싼 스테인레스 Cafe phin을 샀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1개에 18000동인 것을 깎고 깎아서 80000동에 5개를 샀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커피, 종류가 많기도 하다. 100g에 5000동부터 24000동까지 있다 그 자리에서 원두를 갈아 진공포장을 해준다.

베트남에는 "여우똥 커피"라는 것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커피는 자바섬에 있는 Cavit Coffee라는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걸러낸 커피를 으뜸으로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이 Cavit이 여우와 흡사하다하여 Fox Dung Coffee라 한다. 이 여우라는 놈이 응큼하고 꽤가 많아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따먹고, 원두는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과 섞여 나온 것을 골라 내니, 모양새는 좋지 않으나 그 어찌 맛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참 흥정을 한 후에야 제일 좋은 커피를 1Kg에 200000동에 하기로 했는데, 1.2kg 12봉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덤인가 싶어 고맙다고 돌아서는데 붙잡고 돈을 더 내란다. 한참 실랑이 끝에 그만 저녁 먹으려고 남겨둔 15000동을 빼앗기고 말았다. 10봉지 달라는데 자기 마음 대로 12봉지 만들어 저녁 값까지 빼앗어 가다니, 원래 흥정 대로 10개만 가져가려니 또 아깝기도 하다. 괘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리 밉지만은 않다.

해는 지고 거리에는 여전히 엄청난 오토바이의 물결이 일고 있다. 누군가 물어봤다. 한국은 베트남보다 훨씬 잘 사는데, 그렇다면 한국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오토바이가 있느냐고... 우리는 오토바이 대신 자동차가 넘친다고 말할 만큼 내가 그리 야박하지는 못하기에 그저 조금 있다고만 답했다.

벤탄시장에서 숙소까지는 약 7분 거리인데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길이 그 길 같아서 영 갈피를 못잡겠다. 큰 건물인 New World Hotel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길을 돌게 된다. 모토나 씨클로를 타자고 해도 돈도 없고, 또 가까운 거리라는 걸 아는데 택시를 잡아탈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지도 보여주고 이야기해봐도 안 통하고... 처음에는 산책 삼아 가지 싶었던 것이 차츰 걱정으로 바뀐다. 으쓱한 베트남 거리를 배회하는데 귀찮은 씨클로 기사들이 따라붙는다. 야밤에 씨클로는 정말 위험하기에 더 더욱 경계하게 된다. 한 씨클로 기사는 분명 길을 아는 눈치인데, 씨클로를 타라고만 하지 절대 길은 안 알려준다. 잘못 길을 들어섰는데도 알려주지도 않고. 그 동안 좋았던 베트남 이미지가 무너져 내린다.

마침 호텔에서 준 명함이 생각 나, 명함을 사람에게 보여주니 이제서야 대화가 된다. 사람들이 길을 제대로 알려주기 시작한다. 지도보다는 명함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 마침내 숙소에 도달하니 그 안도감이란...

가지고 있는 동이 없어 저녁을 달러로 계산하고, 잔돈을 동으로 받아 인터넷을 하고 나니 딱 맞다.

호텔은 운영하는 가족들도 같이 살기에 식구들이 모두 1층에 내려와 있다. 이 집 큰아들네미랑 딸네미는 일본어 공부가 한참이다. 마침 기초적인 걸 공부하길래 나도 잘 모르면서도 발음 등을 교정해주었더니 대단한 사람을 만났다는 표정을 짓는다.

짐을 모두 꾸려 공항으로 가려는데, 주인 아줌마부터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악수를 했다. 다시 베트남이 좋아진다. 보통 택시비는 5USD인데, 미리 방 예약할 때 택시 서비스를 부탁해서 4USD로 갔다. 택시가 공항에 들어갈 때 통행료도 몇 천동을 내야하는데 그 것도 내지 않아도 됐다. 나중에 공항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게는 10000동에서 20000동, 심지어는 사람수대로 10000동씩을 냈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호텔을 통해 공항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아,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짐 검사도 끝내고 보딩을 하려는데, 인천행 베트남항공이 10시간 후로 연기 되었단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반드시 이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고 어필하는데, 평소에도 안 되는 영어가 이 순간 왜 이리 잘 나오는 지 깜짝 놀랐다. 난감해하는 항공사 직원이 호텔을 잡아준다고 하는데다, 없는 비행기를 새로 만들 수도 없는데 어쩌겠는가. 끝으로 조그맣게 이야기했다. "is there any compensation including transport, accomodation, etc" 한 마디로 "돈 달라"고 했는데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ㅎㅎㅎ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언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수긍하는 분위기다. 어떤 사람은 하루를 더 묵게 되어서 좋다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베낭 매고 와서 졸지에 별 몇 개짜리 호텔에서 자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Amara Hotel.
호텔에 도착해서도 항공사 측에서 연락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베트남이 아직은 개발하고 보완해야 할 여지가 많은 듯 싶다.

방은 역시 훌륭하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다 계획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참 단잠에 빠져 있을 집에 전화하기도 어중간한 시간이다. 어찌됐건 나의 부재를 알려야겠기에 PC 방을 찾으러 나갔다. 길가에서 음료수며 담배를 파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따라오라며 한참을 길을 안내해주는 것이 아닌가. 이미 문 닫은 PC방까지 문 두드려 주고, 영업을 하는 집까지 안내해주더니만 PC방 주인에게도 이 친구가 인터넷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까지 해주고는 가신다. 너무나도 고맙다. 그런데, 이 곳은 나 같은 여행객들의 발길은 적은지 IME가 깔려 있지 않다. 할 수 없이 돌아가려는데 PC방 주인이 따라 나와 IME가 뭐냐고 안 되는 영어로 묻는다. 외국인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스톨 하시라고 자세히 설명해주고 나오니 문 밖까지 나와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 곳 사람들, 여러 번 느끼건 데 우리네와 정말 많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호텔로 되돌아와 다른 문 연 PC방은 없나 배회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오토바이를 타고 옆에 오더니만, "아..가..씨.. 필..요..해..요..?"라고 한국말로 묻는다. "No thank you"라고 하자, "어..리..고.. 이..뻐..요.." 한다. "I don't need girls~!!!" 라고 몇 번이고 단호히 대답했는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기색이다. 그러더니 맞은 편에서 오토바이 하나가 더 오는가 싶더니만, 아가씨가 내린다. 아주머니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이 아가씨란다. 오 마이 갓... 뒤도 안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 입구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이쁘장한 아가씨들이 하나 둘씩 오토바이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거나 남자와 함께 커플로 나가는 모습들도 보인다. 남자는 모두 한국남들이다.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다 문득, '얼마인지 물어나 볼 걸'

우여곡절 많았던 베트남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1 Comments
나이등 2017.07.30 16:47  
혼다 걸이라고 한다고 하는것 같습니다.
작년 2016년 봄ㄴ에 하노이 후안끼엠 호수근처에서 조금떨어진 뱐두리에서 2번 호객당했엿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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