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메콩 델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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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메콩 델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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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분에 출발하는 메콩델타 투어에 맞춰 Sinh Cafe에 나왔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임에도 불구하고 호치민시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투어버스가 이 곳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또 전국으로 떠나는 오픈 버스도 관장한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아침식사는 마침 Sinh Cafe가 꽉 차있기에 한산한 옆 Cafe에서 먹었다. 베트남의 명물이라는 바게트를 먹지 않을 수가 없지. 바게트 빵과 구운 계란, 커피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간단하게 설명은 돼있다지만 직접 보지 않은 이상에야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다. 주문하고 보니 다른 아침 메뉴를 주문하면 바게트빵은 공짜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런... 잼도 없는 마른 빵을 먹고, 뜨거운 계란껍질을 벗기다 손껍질마저 벗져졌다. 라임을 반쪽 내왔는데 이 건 어느 순간에 먹어야 하는 지 도통 모르겠다.

커다란 버스를 타고 메콩강으로 향했다. 역시 우리의 대우버스다. 대형버스의 90% 이상은 국산차라 한다. 택시도 마찬가지로 프라이드와 마티즈가 주종을 이루고 조금 고급스런 차종은 누비라다. 버스들도 대부분 중고차로 한글이 그대로 적힌 채 베트남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차량만 보면 여기가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이 곳에서도 한류가 유행인지라 한글이 써있는 차량이 좀 더 비싼 가격을 받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고, 일부러 한글을 그려서 운행하기도 한다니 재미있다.

두 시간여를 달려 메콩강에 도착했다. 티벳산맥에서 발원하여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이 곳 베트남까지 이르는 거대한 동남아시아의 젖줄기이다. 그렇다보니 이 메콩강의 최대 수혜자가 베트남이라고 할 만큼 澍좡?토사물들이 이 곳에 쌓였고 세계적인 곡창지대의 명성도 얻었으나, 그로 인해 베트남전 당시에는 많은 타격을 받았다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버스에서 커다란 배로 옮겨타고 흙색의 메콩강을 지난다. 군데 군데 수상가옥들도 보이고 이 메콩강을 터전 삼아 생활하는 수상시장의 모습도 보인다. 배는 점심식사를 위해 피닉스섬에 정박하고 베트남식 점심을 먹었다. 어제 여행하다 만난 그리스 커플도 다른 팀에 섞여 식사중이다.

식사를 마치고 조그만 배로 나눠타고 좁은 수로를 따라 이동한다. 배를 타고 가다보니 머리를 스치는 나뭇잎이며, 새들의 소리, 말 그대로 열대우림의 진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작은 배가 뭍에 도착하자마자 동네 꼬마들이 나와 나뭇잎으로 만든 벌레 모양의 것들을 하나씩 안긴다. 분명 돈을 지불해야 할 것 같아 싫다해도 모두에게 건낸다. 사양하다 하나를 받아들고 조금 있다 2000동쯤 줘도 좋겠다. 커다란 뱀을 목에 감을 수 있는 기회도 주고, 한 켠에서는 살아있는 벌들이 가득한 벌집을 통째로 들고 나와 직접 손으로 찍어먹게도 해주었다. 그리고 열대과일과 꿀을 베트남 차에 담아와 대접하고, 각종 악기를 든 악사와 아오자이를 곱게 차린 여인들이 베트남 민속노래를 들려준다.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가득 차 있다는 걸 느낀 건 지나친 나의 비약일까... 분명 돈을 받겠지 싶었던 나는 결국 도시 생활에 찌든 한낱 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배로 돌아올 무렵 벌레를 나눠주던 꼬마들이 나타나 "머니"를 외친다. 2000동쯤 주려 했는데 어느 꼬마가 내게 주었는 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돈을 주지 않아 짐짓 모른 체 하고 말했는데 조금 미안스럽다. 그래도 꼬마들은 멀리까지 뛰어나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꼬마들이 컸을 때는 베트남이 지금보다는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투어는 코코넛으로 캬라멜을 만드는 곳에 잠시 들렀고, 밝은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었다. 막 만든 따끈따끈한 캬라멜을 언제 또 맛보겠는가. 포장하고 남는 짜뚜리를 집어 먹는 재미도 남다르다.

이렇게 메콩델타 투어를 마치니 조금 피곤한 감이 없지 않다.

저녁은 좀 거하게 먹고 싶어 가이드북을 뒤지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꾸에흐엉 1 호텔 부페를 가기로 했다. 시클로나 모터바이크는 흥정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택시를 이용했다. 주소를 보여주고 가자하니 자꾸 손가락을 하나 둘씩 폈다 접었다 한다. 길을 모르는 모양이다 싶어 다른 택시를 타겠다고 하니 손목을 붙잡는다. 알고보니 똑같은 이름의 호텔이 1, 2, 3, 4 식으로 숫자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바로 숙소 옆에도 꾸에흐엉 3호텔이 있었으니 택시기사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

부페 식당에서 애들을 데리고 온 현지인 Liem이라는 친구와 우연찮게 동석해서 베트남 경제와 한국 경제를 비교하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이 사람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엘리트층인데도 불구하고 한 달 월급이 300 USD정도 한단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여러 상황이 안 좋고, 싼 임금을 좇아 베트남으로 많은 발길을 하고 있다하니, 정확하게 우리의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조심스럽게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만, 승전국이기 때문일까,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한다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솔직히 말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번 주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단다. 이민 가는 이유는 자식들에게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교육적인 목적이 주란다... 우리와 똑같은 상황...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행운을 기원해주었다...

정말 많은 공감가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질 때는 이메일 주소를 서로 교환했다.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베트남을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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