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혼자방콕구경하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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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혼자방콕구경하기(5)~

늑대의시간 8 4717

재밌다고 답 글을 달아주신 님들... 너무 감사해요.
여행기를 쓰다보니 여행이 더 즐거웠던 착각(?)이 들어요. ㅎㅎㅎ
힘을 내어 열심히 써 볼까요!!


술을 마신 담 날은 역시 늦게 일어나게 되요.
일어나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드라이어를 안 가져간 덕분에 고생 좀 했습니다. 마르지 않고 척척 목덜미에 감기는 머리카락을 추스려 안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근데, 앞에 한국인이 분명한 남성 두 분이 보이더군요.
훤칠하고 잘생기신 두 분 모습에 괜히 어깨 으쓱~ 후후.. 저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한국 사람 잘생기면 좋잖아요..
근데 이 두분이 길을 못 찾으시는지 두리번거리고 당황하고 계신 듯 했어요.
뚝뚝기사들은 눈을 빛내며 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몇 일 다녔다고 여기 지리를 좀 익히게 된 저는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도저히 쑥쓰러워서 말을 못 걸겠더라구요.
왠지 부끄럽고..주제넘게 나서는 것 같고...
그래서 결국 옆에서 미적대다가 그냥 지나쳤습니다.
미안해요, 두 분.. 분명히 아리따운 태국 아가씨가 도와주었을 거라 믿습니다.

이 날은 국립미술관에 갔습니다.
제가 가진 가이드북( 헬로 태국이 아니었어요...)에는 설명도 안나오고, 지도에 이름만 띡~ 나온 미술관.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요, 가보니 제겐 제일 재밌었던 관람이었어요.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요, 태국의 고전회화부터 현대회화까지 망라한 미술관은 참 즐거웠어요. 시원하고~ ㅎㅎ 그림 좋아하시는 분께는 강추입니다.
다만 월, 화요일은 개관 안하니까 확인하세요.

즐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 이번엔 이세탄과 게이손 백화점에 갔습니다... 만...혼자 하는 쇼핑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어요.
한국 여자분들이 반드시 들려주는 와코루에도 가고, 빅씨에도 갔는데요, 빅씨는 그냥 정신없는 시장분위기. 그저 그래요.
게다가.. 조금 비참했던 기억이 게이손에서 있었어요. 크흑..
제가 꼬지지한 외모에 검은 비닐봉다리 하나를 들고 돌아다녔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명품 매장에서는 절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심지어 어떤 옷 매장에서는 저의 깜장 봉다리를 의심의 눈으로 보기까지~!!

아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구!!
뭐...
실제로 살 돈도 없었지만..ㅋ~

결국 이세탄 백화점인지 게이손인지 하여튼 식품 매장으로 가서 먹을거만 잔뜩 샀어요. 여긴 식품매장이 지하가 아니라 윗층에 있답니다.
가서 요상한 브랜드의 맥주도 사고, 커다란 조각 케잌도 사고, 커~다란 요구르트도 사고.. 결국 요기서만 즐거웠습니다. ㅎㅎㅎ
먹을 걸 잔뜩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다시 BTS를 타고 싸판 탁신으로 가서 수상버스를 탔습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고요.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엄청난 방콕의 직장인들이 몰려 서 있는 시간이었던 거심미다!!! 퇴근시간!!!

배는 퇴근용으로도 쓰이더라구요. 태국의 직장인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채이며 간신히 배에 탔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뱃가에 서게 됐지요.

짜오프라야 강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강가의 허름한 판잣집들에는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그 옆의 고급호텔에는 화려한 불빛아래 외국인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구요.

저는...
외로왔고...
행복했습니다..

후후..

제 옆에 까무잡잡하고 배가 볼록 나오신 중년의 아저씨가 서 있었거든요.
이 아저씨도 뭔가 감흥에 젖은 얼굴로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시더라구요.
아저씨와 저는 서로 말도 안 통하고, 누군지도 모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이 때만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후후...

아~! 이 날, 너무나 아름다운 중국계 커플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제가 길을 좀 헤매다가, 잘~생긴 훈남이 지나가길래 과감히 흑심을 품고 접근하긴 했어요... ㅎㅎ
상냥하게 같이 길을 연구하기 시작하는 남학생..(대학생이었습니다)
옆에 침을 흘리며 좋구만~ 좋아~를 맘 속으로 연발하고 있던 저.
그러나!!! 벗뜨!!!
곧이어 나타난 것은 그의 여자친구 였슴미다..
날씬! 귀염! 섹시! 친절!

도저히 저 따위는 따라갈 수 없는 그녀! 크흑!

이 아리따운 커플은 저를 이끌고 제가 찾는 곳 까지 같이 가주었어요.
정말 한국에서 기념품 하나 챙겨가지 못한 저의 무성의함을 많이 반성했어요.
친절한 현지인들에게 주고 싶었는데... 담엔 꼭 그럴꺼에요.
헤어질 때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넌 참 친절하고 나이스한 아가씨야. 너무 고마워~ 인사했더니 아가씨, 얼굴이 발그레 해 집니다.
아우~
여자한테 가슴 두근거림 안되는 거 아닌가요? ㅎㅎㅎ

담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정말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원망하던 낮 시간.
그 땐 몰랐죠.
뱅기 안에 그리 훈훈한 스튜어드들이 잔뜩 있을 줄은...
ㅎㅎㅎ
이건 담 글에 쓸께요.

8 Comments
배낭쟁이 2007.05.27 15:27  
  다음편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ㅋㅋ 혼자면 가끔씩 외롭기도한데 그래도 정말 재밌게 여행하신거같네요~~ 저도 나중에 한번시간내서 꼭 한번 가고싶습니다 ~~ ㅋㅋ 님께서는 유난히 훈남훈녀를 많이보셨군요~~ 제눈엔 안보이던데 ㅠㅠㅠㅠㅠ
신비맘 2007.05.27 20:27  
  전 서양인만 눈에 들어오던데..와우~ 눈 버리고 왔어요..ㅠㅠ 근데 덩치에 주눅들어서 눈 마주치면 잽싸게 피해버린게 아쉬워요. 씨익~한번 웃어나볼걸~..~
pig 2007.05.28 15:50  
  혼자서도 여행을 재밌게 하시네요. ^^;
돌아오는 날은 ... 정말 급우울해지죠...
ㅎㅎㅎㅎ 2007.05.29 17:37  
  님!!저두 혼자 방콕만 갈까?하는데~~몇박몇일로 다녀오신건가요? 비용은 얼마나 드셨는지??
늑대의시간 2007.05.30 15:16  
  ㅎㅎㅎㅎ님, 닉넴이 너무 간편해서 좋네요. ㅋㅋ~
저는 5박6일 정도 있었구요, 음... 대략... 뱅기값 빼고 25만원? 음.. 근데 이것저것 쇼핑도 많이 하고 그럼 더 나오겠지요. 전 쇼핑이고 뭐고 아부지 담배 빼고는 아무것도 안 사왔거든요.
스피드 2007.05.31 17:17  
  오늘(31일)방콕에서돌아와보니 또 잼있는 여행후기가있네요.다음편기다림없이 한번에 소설책읽듯이모두읽었습니다.즐거운여행하셨네요~ 훈남들은한국에도많은데....
5월하순 방콕은36도를기록하고 초저녁잠깐비가내리는 무지무지더운날씨였습니다.낮시간에밖을돌아다니기가 무서울정도였으니까요.그리구 여행가실때는 한국에서 더위에녹지않는 사탕이나 크랙커,또는 양갱이...등등챙겨가세요.택시타고기사한테,호텔벨보이.길안내해주는현지인....너무너무유용하답니다.
늘맑음 2007.06.08 12:13  
  저도 작년에 이어 올해 여름휴가 방콕으로 혼자 가려고 날짜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자 다녀 버릇하니, 저한테는 동행이 안붙던데;; -_-^
외롭고 행복하다는 말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압니다
전 조식 혼자 먹을 때 그랬는데~ ㅎ
이번에는 꼭 디너크루즈도 하고, 라이브바에가서 혼자 맥주도 홀짝이고 올랍니다~ :)

참, 저도 한 스튜어드가 훈훈해서 참 좋았는데, 일도 잘해서 타이항공에 칭찬 피드백 해줬어요_ㅎㅎ
여린언니 2018.03.06 17:24  
여행 정말 재미있게 하셨네요. 너무나 부럽습니다...
저도 갈 때 한국에서 간단한 기념품 같은거 사갖고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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