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파와-500밧으로 즐기는 1박2일 수상시장, 반딧불, 전통가옥홈스테이
암파와 Amphawa
수상시장, 반딧불 , 전통목조가옥 홈스테이를
1박 2일 동안 500밧 에 즐길 수 있는 곳
암파와,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 꽤 생소한 지명으로 다가올 이 자그마한 마을은, 방콕에서 남쪽으로 두시간 남짓 달리면 이르게 되는 수상가옥 마을이다.
수상가옥이란게 그다지 대단한건 아니고, 사실 운하 양쪽으로 크고 작은 목조건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는 형태여서 사전에 그렇게 큰 기대는 금물~
일설에 의하면, 이 마을이 그 동안 태국 방송이나 미디어에 몇 번 소개되어서, 태국 현지인들에겐 꽤 지명도도 있고 실제로 주말에는 놀러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라고 하는데...
유명한 섬이나 해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태국인 관광객들... 아무래도 태양이 내려쬐는 바다 보다는 산이나 계곡, 또는 방콕에서 두세시간 거리에 있는 근교 볼거리들을 훨씬 더 좋아하나보다.
참, 이곳은 방콕의 주말시장 짜뚜짝처럼 주말에 방문해야 참맛을 느낄 수가 있다. 금, 토, 일 이렇게 3일간 먹거리 장터도 활발하게 열리고 상점들도 손님맞이에 본격적인데다가 먹을 걸 잔뜩 실은 운하 위의 쪽배도 이 기간 중에 성업이라니까 말이다. 한주에 3일간이라서 날짜 맞추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평일날 가도 누가 막는 사람은 없지만, 수상시장의 전경과 현지인들의 나들이 방문이 없어서 좀 을씨년스러울 수도 있을 듯......
오전에 일어나 작은 배낭에 1박2일 지낼 동안 필요한 간단한 세면도구랑 잠옷가지 들을 주섬주섬 집어넣고 숙소를 나서서는 든든한 아침을 먹고 남부 터미널로 향한다.
가는 방법은 비교적 쉬워서, 터미널 버스를 이용해 도시 간 이동을 해본 여행자라면 전혀 어렵지 않게 갈수가 있었다.
남부터미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부스에 보면 ‘담넌 사두악’ (아침 수상시장으로 유명한 곳이죠~)행 표를 파는 부스가 있는데 여기에서 ‘암파와’ 행 표를 끊으려 하니, 매표원 언니가 밖을 가르키면서 지금 얼른 차에 타라는 모션을 취한다.
엥... 얼결에 후다닥 나가보니 담넌 사두악 행 에어컨 일등 버스가 붕붕~ 하면서 곧 터미널을 떠나려고 하고 있어서 잽싸게 올라타고 보니, 버스 안은 승객이 없어서 한산하다.
70 밧을 내고 ,버스에 실려 1시간 40분 정도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며 붕붕 남하하다 보니 안내양 언니가 여기서 내리란다. 우리를 길가에 떨궈 놓고 버스는 담넌 사두악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끔 신경 안 써주는 무심한 안내양 언니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시간 반쯤 되면 안내양 언니한테 다시 한번 ‘암파와?’ 하고 물어 주는 센스도 필요할 듯~~
우리랑 같이 내린 현지인 커플을 따라 들어간 라마 2세 공원... 아마도 이 공원을 통과하면 암파와 시장이 나오나보다.
사실 공원 이란게 그저...다 거기서 거기 인지라, 살짝 건너뛸까 말까 망설였는데 일단 보기로 하고 20밧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공원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예상외로 좋은 느낌의 곳이었다. 잘 정돈되어 있는 정원에 전통 가옥처럼 꾸며놓은 복층 구조의 건물의 2층에 올라가면 여러 가지 볼거리 들이 단정하게 잘 전시되어 있어서, 관심 있게 보게 되는 곳이다.
폭신한 잔디를 마음껏 밟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곳
내용을 알수 없는 조각
공원 끝 강변쪽에 있는 하얗고 커다란 나무
이 공원을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난 후 공원의 정문으로 나오지 말고 잔디밭 옆의 샛문으로 나가게 되면 갖가지 먹거리들을 파는 좁은 골목을 지나 드디어 운하를 사이에 두고 목조 가옥들로 빽빽한 암파와 수상시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 초행길을 설명만으로 찾기는 좀 힘들고 이럴 때는 지나가는 아줌마한테 물어보거나 사람들이 향하는 데로 눈치 있게 움직이는게 최고~
공원 옆 쪽문으로 나와 걸어서 몇 분 정도면 다다르는 곳이라 찾기가 힘들건 없었다.
이곳에 도착 했을 때가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었는데 이때만 해도 마을엔 고즈넉한 느낌이 배어나왔다.
가끔씩 왔다 갔다 하는 쪽배들과 오래된 시간들이 아로새겨진 나무문 과 원목 마루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들 보면서, 아~ 저거 한국에서는 평당 수 십 만원 호가하는 원목마루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앗~ 저 처마에 달린 전기줄 모습은 나 어릴 때 우리 외할머니 집이랑 비슷하잖아.... 하며 옛날옛적 생각도 났다가, 하여튼 이것저것 여러 생각에 잠겨 평화롭게 마을을 둘러보았다.
요왕의 카메라도 역시 바쁘기는 매한가지....
우리는 여기서 나무 위에 걸쳐져 있는 작고 마른 뱀이랑, 길이가 1.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긴 꼬리의 도마뱀, 그리고 팅팅 불어서는 운하 언저리로 둥둥 떠내려가는 죽은 점박이 개 도 봤다.
음... 죽은 개를 봤을 때는 정말 기분이 섬찟했는데 그냥 그물에 걸레 빨고 설거지 하고 멱 감는다고 싸롱 하나 걸치고 첨벙거리는 젊은 아낙네를 보니까 이것이 물위의 삶인가 보다싶었다. 그냥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풍경인가 보다. 그나저나 그 큰 도마뱀이 혹시나 조그만 아이들한테 해꼬지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심히 들었다. 그럴라치면 어른들이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줘야 할텐데....
운하 양쪽 언저리 길로 설렁거리며 다니면서 코코넛 아이스크림, 싸이끄럭(태국 소시지), 쏨오(포멜로) 등등 잔잔한 군것질 거리를 사먹는 것도 작은 재미 중 하나이다.
가정집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서 그 안의 전경을 살짝 구경하기도 했는데, 그중 한집에서는 젊은 남자가 삭발을 하고는 흰 천을 두르는 의식 비스므리 한걸 하기도 했다.
코코넛 아이스 크림
수선하는 집인 듯
그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사브작사브작 거리면서 돌아다녔는데, 이 잔잔하고 나른한 무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행락객들이 몰려드는 오후 4시 언저리가 되자 마을은 점점 요란법석 왁자지껄 분주해지고 열기가 모락모락, 게다가 우리는 여기서 일박을 해야 하는데, 방은 나중에 맘에 드는 거 골라잡아도 되겠지 하고... 일단 마을부터 둘러보며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입에 달고 유유자적 했건만, 막상 체크 인 하려고 방금 전 알아둔 숙소로 가봤더니 그 사이 풀이란다... 허걱~
숙소에 묵는 사람들이 거의 현지인인지라 미리 전화 예약도 받고 하니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방이 없는 것....
가장 마지막 순위로 예상하고 있던 큰 방(침대도 아니고 두툼한 요가 5개 깔려있고 선풍기 방이다.) 을 여러 개 가진 홈스테이로 갔는데, 이미 예약을 받아 다 찼을 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5인 기준 2,000 밧이란다. 켁. 그럼 베드 하나에 400??
쓸쓸히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가 얼음물 두 잔을 내오면 잠깐 기다리란다. 잠시 기다리니 맞은편 집에서 아저씨가 쪽배하나를 저어서 우리를 실으러 온다. 에어컨 딸린 방이 600밧~
‘반 매 아롬 홈스테이’ - 직역하면 [아롬 아주머니 민박집] 정도 되려나 - 로 이렇게 소개되어져서 방을 잡았다. 여기도 운하 쪽의 목조건물의 방은 다 찼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새 건물로 안내 되었다. 정말 민박 분위기가 나게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방과 주방을 지나 2층에 있는 방을 얻었다. 깨끗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방이다. 욕실은 공동 사용.
운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화분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거실
우리가 묵은 방
그나저나 이 동네 사람들, 전반적으로 참 친절하고 나긋나긋 하다. 부드러운 분위기가 마을전체에 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랬다.
짐을 풀고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시들시들해진 체력과 부들거리는 다리를 살짝 재충전 시킨 후, 저녁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마을로 나가 보니... 와글와글, 엎치락 뒤치락, 북적북적..... 크지도 않은 작은 수상마을 전체가 사람의 물결이다.
우선 저녁을 먹어야 했다. 괜찮아 보이는 식당들은 손님들로 빼곡하고, 노점에서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든지 아니면 테이블이 비기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자리 잡고 앉던가해야 하는데..... 여행객에겐 이것저것 20, 30밧짜리 군것질 거리로 끼니를 대신하는 것도 재미 있을 듯 하다.
태국식 아이스 바, 셔벗, 찹쌀 도넛, 굴과 계란 숙주가 엉킨 허이텃, 오징어 살 부침개, 돼지고기 꼬치구이, 숯불위에서 연기를 피우는 싸이끄럭, 볶음 국수인 팟타이. 구운 새우와 오징어, 와플 등등... 먹거리는 많고 위장은 벌렁되고 땀도 무진장 난다.
운하 언저리에 쪽배를 대놓고 계속 음식을 만들어 내는 아줌마의 손길은 그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의 요구에 역부족... 초보 여행자 라면 이 열기를 뚫고 음식을 주문하기가 녹록치는 않을 듯 하다.
시장의 가장 중심이 되는 다리
시장통에 있는 갖가지 먹거리들
셔벗
각종 튀김
아이스 바
작은 토기에 직접 쪄서 내놓은 간식들
싸이끄럭
사람들은 배에서 음식을 주문해 이렇게 운하 옆 계단에 앉아 먹는다
운하 변 식당은 이렇게 운하쪽으로 식탁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딤섬파는 아가씨
각종 장조림 덮밥 파는 배
이곳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긴 꼬리 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 한 시간 반 정도 떠내려가면서 보게 되는 반딧불들의 전경이다. 다리 아래 표 파는 부스에서 일인당 60밧에 티켓을 끊으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 금방 배에 탈수가 있다.
이 부스에서는 낮에는 사원 등 몇몇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반적인 루트 표를 50밧에 팔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반딧불 보는 배표를 60밧에 판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는데 반딧불이 보일까 했지만 운하를 스르륵 거쳐 가는 동안 주위는 금세 깜깜해졌다.
암파와 주변의 운하와 강(매끌렁 강)을 멀리 한 바퀴 돌면서 반디불을 볼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천천히 가거나 잠깐 멈춘다. 반딧불이 허공을 막 떠다니면 더 극적이련만, 그렇지는 않고 나무에 붙어 반짝거린다. 게으른 자슥들... 좀 훨훨 날아보지, 그럼 완전 멋질 텐데.....어쨌든 나무에 붙어 반짝이는 그 모습이 꼭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 싱가폴에서 온 젊은 여행객이 오~~ 크리스마스 트리~~ 하는데, 갑자기 우리나라 겨울 전경이 확 생각난다. 루미나리에도 멋있는데... 크리스마스는 트리는 춥고 눈이 와야 제격인데...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 흐흑...
가끔 나무에서 이탈해 붕붕 날아오르는 백패커 반딧불이 한 마리씩 보이는데 그 때마다 배위에서는 ‘오오~~~’ 하는 작은 웅성임이 생기곤 한다. 한 시간 반 동안의 투어동안 초반은 호기심과 탄성으로... 후반부 30분은 약간의 지루함과 엉덩이 배김이 전해진다.
사실 반딧불을 본건 이번이 생애 처음이어서 상당히 의미 있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살짝 지루해져서 - 저거 사실 반딧불이 아니고 알전구 아닐까? 낄낄 - 하면서 농담도 하긴 했지만...
반딧불 보러가는 배
길을 가득 매운 대부분의 행락객들은 이것을 마지막 세러모니로 마무리 짓고, 각자 자가용을 타고 방콕으로 돌아가 버려서 마을은 저녁 9시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묘하게 조용해진다. 요왕은 술 한잔 하러 밖으로 나가봤지만, 아무런 재미도 못보고 그냥 쓸쓸히 방으로 들어와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숙소 바로 앞에서 국수 파는 쪽배가 와서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아침을 제공한다. 공짜는 아니고 한 그릇에 15밧, 집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피나 티는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주방도 쓸수 있어 라면 같은 걸 갖고 가도 좋을 듯.
어제는 그저 지쳐서 몰랐는데, 이집의 운하 쪽 거실은 여러 가지 볼거리들과 사진들로 가득해서, 한 태국 가족은 전통적인 디자인의 의자와 나무 침대를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방콕의 도심에서만 자라난 이들에게도 이곳은 역시나 생소하고 의미 있었나 보다. 이 집 자체가 볼거리이다. 이 마을에서 홈스테이 하지 않았다면 느껴볼 수 없었을 아침 분위기였다.
아침으로 먹은 해물 국수
짐을 꾸려 나서는 우리를 할머니가 낚아채서는 뒷길로 데려가니 중국식 도교 사원이 나왔다.
할머니 왈...
- 전에 일본사람들을 여기 데려왔거든, 그 사람들이 남묘호렌게쿄, 남묘호렌게코 라고 하더라. you 도 그거 알어?
- 음...난 아니지만 내 친구는 그거 해요.
- 아아....글쿠먼. 남묘호렌게쿄~~~
연이어 그 구절을 따라하는 할머니와 사원 구경을 대충 마친 후 , 우리는 - 담에 또 올께요- 라고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왔다.
시장통을 가로 질러 어제 우리를 떨어트려놓은 길 반대편에서 방콕 행 버스를 잡아 타고 다시 도시로 나왔다.
방콕과 이 마을 사이의 왕복 교통비 140, 그리고 공원 입장료 20과 배 승선료 60, 일인당 숙박비 300밧. 일인당 약 500밧(물론 먹는 돈은 더 들겠지만 ^^)으로 우리는 1박2일 동안 운하 마을과 현지인들 물과 삶을 살짝 들여다보고 나왔다.
좋았던 기억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의 고요함,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반딧불들... 그 다음날 아침, 분명 우리는 여행 중 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집에서 눈을 뜨는 것만 같았던 묘한 느낌들 이었다. 여운이 남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