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9. 집에 가기 싫어!
마지막 글 다 써놓고 올리는 과정에서 또 날렸답니다.
이런~~
오늘 하루종일 밥도 굶어가며 썼는데...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다시 씁니다.
오늘 안에 완성하리라...
아무튼 방콕에 도착했지요. 아침 8시..
휠람퐁역과 가까운 차이나타운 구경을 갈까 했으나 만사가 귀찮습니다.
기냥 따오로 빽하고 싶은 마음 뿐...
택시 타고 카오산으로...
짐도 놓아두고 씻기도 할 겸 홍익인간 도미토리를 잡았지요.
여성전용 120밧, 남녀공용 팬룸 90밧.
30밧도 아까워
아자씨 저 자고갈 거 아니니까 공용으루 주셈.. 했지요.
제가 받은 키는 7번 침대
올라가보니 어떤 남정네가 반라로 엎어져서 만화책을 탐독중이십니다.
"거기 제 침대거덩요."
"미안요. 근데 여기 남자방인데.."
"남녀공용이걸랑요"
아마 그 총각 저보고 무지 까칠한 뇬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맞아요. 정말 까칠한 상태였지요.
끼니를 때우려고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는데 토할 것 같습니다.
친구들 줄 선물 이것저것 사고 맛사지집에 4시간이나 죽치고 서비스를 받아도 도통 좋아지지 않는 기분..
비행기 시간은 11시 50분인데 7시에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발권하고 면세점을 헤매다가 마지막 쑈를 했죠.
화장품을 사니 500밧짜리 쿠폰을 두장 주더군요.
옳다구나 하고 보드카랑 쪼꼬렛을 샀지요. 가격 딱 맞춰서.
그러고 가고 있는데 직원이 초고속으로 달려와 저를 붙잡습니다.
계산이 잘못됐다나 뭐라나...
짜증이 마구 밀려옵니다.
가뜩이나 집에 가기 싫어 죽겠는데 그녀석 제 성질에 불을 당긴겁니다.
지금 장난하냐.
문제가 있으면 계산할 때 말을 할 것이지 사람 놀리냐!!
알고보니 한 코너에서 500밧 이상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제가 쪼꼬렛은 350밧 짜리를 산 게 문제였던 겁니다.
아 놔~~ 쿠폰 다 쓰려고 먹지도 않는 쪼꼬렛 산건데...
물론 쿠폰 뒤에 써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 영어로 된거 읽어봤을 리가 없지요.
게다가 직원들도 잘 몰랐던거고..
성질을 마구 내니 한국 직원을 불러옵니다.
술을 더 사던지 초콜렛을 비싼걸로 바꾸던지 하라네요.
물론 술을 더 사고 싶었지만 한국 반입 1병까지 라는걸 너무나 잘 알기에...
쪼코렛 550밧 짜리로 바꾸고 일은 일단락 되었지요.
암튼 저는 태국 공항에서 예의 없게 소리소리 질러댄 어글리코리안이 되고 말았답니다.
짜식 미안하다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걸...
그런데 알고보니 원래 태국사람들은 미안하단 말을 잘 안한다는군요.
어쨌든 하루 종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도 사는 족족 다 잃어버리고 마지막 물은 수화물 검사할 때 뺏기고..
차라리 지가 먹지 그 아까운 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냐..
버거킹 가격이 한국만큼 비싼것까지 맘에 안듭니다.
덕분에 밥도 굶고 탑승시간 3시간이나 남았는데 모든 수속 마치고 들어가버렸지요.
빼도박도 못하게...
그런데 이노무 뱅기는 도대체 어디에 서 있는건지 버스에 태우더니 공항을 한바퀴 돌더군요.
공항 구경을 시켜주는건지..
암튼 마지막엔 공항에서 버스타고 한번 헤매주시고...
죽은듯이 자고 일어나니 인천공항..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집에 오니 방바닥에 저벅저벅 밟히는 먼지들과 물을 달라고 절규하는 화분들...
일상으로 돌아왔네요.
며칠간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저를 더 먼곳으로 데려다 놓아 버렸습니다.
생각을 합니다.
스물에서 서른이 되는 동안..
나는 얼마나 나에게 휴식을 주었는가..
이번 2주도 채 안되는 여행이 가장 긴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딱 연말까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내내 다른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그래. 몇달 일 안한다고 굶어죽지도 않고 너의 미래가 암흑에 빠지는 것도 아니야.
걱정하면 걱정하는 만큼 살고 기대하면 기대하는 만큼 사는거야.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도 보며 살자.
지금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따라가는거야.
하여..
저는 다시 떠납니다.
따오에도 다시 가고 맘 내키는 곳 어디든 갈 생각입니다.
주변에는 니가 나이 서른이나 먹고 제정신이냐 하는 사람이 널렸지만 신경쓰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제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고생도 참 많이 했지만
휴식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 버린
너무나 아름다운 여행이었답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도 소중한 것을 찾는 여행을 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