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8. 춤폰에서 헤매기
이번 편은 돌아오기 전 춤폰에서 생쑈한 사연입니다.
보시는 분들은 웃으시겠지만 정말 절박한 시간이었답니다.
사진들은 춤폰역 앞 야시장에서 찍은 노점 식당들...
수전증 때문에 사진이 몽땅 흔들리긴 했지만..
달리 올릴 것도 없고 해서...-_-;
따오에서 떠나기 싫어 울먹울먹 하다가 결국 떠나게 되었답니다.
리조트 근처 여행사에서 기차 조인트 티켓을 끊었지요.
방콕으로 올라가는 버스편은 낮에만 있는지라 방값도 아끼고 편하게 누워서 갈겸 기차 침대칸을 끊었답니다.
보트와 기차 2등칸 팬 상층 으로 해서 900밧 이더군요.
그런데 도대체 왜 여행사 직원들은 저에게 쏭섬 표만 주는 것일까요?
제가 무지 돈이 없어 보이나 봅니다.--
암튼 그렇게 2시 반에 쏭섬을 타고 따오를 떠났답니다.
섬이 멀어지는 게 너무나 아쉬워 흐릿해진 그 섬이 수평선에 넘어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갑판에 앉아 있었더니 춤폰에 도착하더군요.
배에서 내리니 버스로 춤폰역까지 태워다줍니다.우리나라 시골역처럼 작은 역이더군요. 춤폰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 기차 시간은 10시 20분...난감합니다.
차라리 8시 기차를 끊을걸 새벽에 방콕을 헤매는 것 보다는 밤에 춤폰을 헤매는 게 나을 성 싶어 늦은 시간 표를 끊었는데 도무지 이 동네 할 게 없네요.
야시장이 있다 해서 걸어다녀 봤는데 먹을것 파는 노점들이 전부고 그나마도 생전 처음 보는 먹거리들인데 영어는 구경도 할 수 없고...
제가 태국에서 현지인을 젤 많이 본 곳이 춤폰이네요.
사람들이 저를 막 쳐다봅니다.
서양 사람은 가끔 있지만 동북아 사람 구경하기 힘든 그동네. 게다가 여자 혼자 짤짤거리고 다니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겠죠. 지나가는 사람마다 말을 겁니다. 너 일본사람이냐~~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다 씹었죠.
뭘 먹긴 해야겠는데 도무지 노점에서 파는 것들이 뭔지 알수가 없습니다.
모르는 음식에 도전하기엔 전 너무 지쳐 있는 상태였고...
그나마 큰 레스토랑이 있기에 들어갔지요.
어찌나 비싼지...
20밧짜리 커피 한잔 마시면서 두시간 동안 죽치고 있었더랬습니다.
도저히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서 음식들을 물색하고 다녔지요.
뭐가 안짤까?
어디에 팍치가 안들어 있을까?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산 것은 소세지 한개.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이 엄청 느끼해 보이지만 그나마 젤 안전빵인 것 같아 골랐지요.
봉지에 양배추랑 같이 넣어주더군요.
한입 베어물었는데... 아 놔~ 대체 왜 소세지에도 향신료를 잔뜩 넣는 거냐고오오~~
암튼 어찌어찌 그걸 다 먹고 과일주스도 하나 사먹고 세븐일레븐 가서 빵이랑 우유랑 물을 샀지요.
태국 수퍼마켓 빵 나름 훌륭합니다.
그것들을 들고 털레털레 다시 역으로..
아직도 한시간도 넘게 남았슴다..
멍청하게 앉아있다가 왔다갔다 하다가...
저랑 똑같은 루트로 헤매고 있는 외국인이랑 계속 눈이 마주칩니다.
그녀석 표정이 저 지지배는 왜 나만 따라다니는 거야!! 하는 얼굴입니다.
어디 갈때마다 마주쳤거든요.
아~~ 나도 아자씨 싫단말이야.
결국 시간은 가고 기차가 들어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차에 올라 내 칸을 찾아 나섰지요.
3번 차로 가야 하는데 무턱대고 제가 올라탄 차는 11번이었습니다.
3번 찾아 삼만리.. 10번 지나 9번 지나 식당칸 지나...
털털대는 트렁크 끌고 겨우겨우 3번 차로 들어갔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내 자리에 이미 누가 있는게 아니겠슴까?
아자씨 비키바.. 여기 내자리..
그랬더니 역무원이 와서 표를 보여달라더군요.
그리고.. 역무원이 하는말..
아가씨 기차 잘못탔어.
이거 반대로 가는건데...
허걱!
일단 내려서..
옆라인 기차로 열라 달립니다.
정말 욕 나올만큼 멉니다.
겨우겨우 그 열차 꽁무니에 붙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엔 무조건 타지 않고 밖에서 3번차를 찾기로 했지요.
그러나 가도가도 침대차는 안나오고 좌석칸에 탄 사람들이 이리저러 뛰어댕기는 저를 보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아 놔~~ 아무래도 이 기차도 아닌거 같어.
다시 역무원에게 뛰어가서 아자씨~~ 이거 방콕 가는거 맞아여?
헥헥대며 물어봤지요.
표를 보더니 맞댑니다.
시간은 이미 출발 시간이 훨씬 지나가 기차는 가려고 푹푹거립니다.
멋지신 역무원 아자씨.
제 가방 갖고 뜁니다.
겨우 저를 기차에 타고 계신 직원에게 양도합니다.
그 직원 아자씨 표를 보더니..
제 자리를 찾아 주시더군요.
이미 기차는 역을 떠나고 있었더랬지요.
온몸이 땀 범벅.
제정신이 아닙니다.
어쨌든 제 침대로 기어올라갔지요.
저는 기차에서 한시간 동안이나 헥헥거렸답니다.
훌륭하신 역무원 아찌 아니었으면 못 탔을 기차..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복받으실거에여~~
침대기차 정말 좋더군요.
침대마다 커튼도 쳐져 있고..
방콕까지 10시간 동안 다리 쭉 뻗고 잤답니다.
아침이 돼서 다른 사람들 다 일어나 있을때 까지 잤지요.
덕분에 제 밑에칸 아저씨 침대를 의자로 만들지 못해 고생좀 하셨네요.
(아침이 되면 침대를 접어서 의자로 만들어준답니다.)
암튼 어젯밤 저의 행각이 소문이 났는지 방콕 가까워 오니 직원 아찌가 오셔서 친절하게 너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가르쳐주네요. 종착역인데...
그러나 쑈는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