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4. 따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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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4. 따오로 가는 길

마구술 11 5067

그동안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여기서부터 저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어흑~~

따오에 가려면 조인트 티켓을 사야 하지요. 버스랑 배...
태사랑을 보다 보니 왠지 동대문 사장님이 친절하신 듯 하여 찾아갔습죠. 그런데 사장님 출타중.. 밥 먹고 다시.. 역시 출타중.. 동네 한바퀴 돌고 또 다시.. 아직도 출타중.. 직원한테 말해서 전화 하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지만 사람 얼굴 보구 말 하는걸 좋아하는지라...

암튼 그래서 포기하구 홍익인간 쪽으로 가는데...
내 숙소.. 벨라벨라에 딸린 여행사 유리창에 선명하게 쓰인 꼬따오 조인트 티켓!
그래. 귀찮은데 기냥 여기서 하지 뭐.. 하고 들어갔죠.

여행사의 현지인 언니.. 꼬 따오 가고 싶다고 하니 350밧 이랍니다.
허걱! 내가 알기로 롬프라야 조인트 티켓은 700밧쯤 한다고 했는데 이건 어찌 반값이란 말인가.. 살짝 안심이 안되어 버스랑 배가 어떤 것인지 물어보니 사진을 보여줍니다. 나쁘지 않군요. 가격도 싸고.. 옳다구나 하고 예약 했습죠.

다음날 저녁 6시 여행사 앞에서 기다립니다.
따오 가면 돈 찾기 귀찮을까봐 다이빙 강습료 내려고 10000밧도 미리 찾아서 역시 다이어리에 고이 모셔두었지요.

그런데 이거... 6시가 넘었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여행사 언니한테 어케 된거냐 물으니 쫌만 지달려바바.. 하더군요. 이거 당장 남부터미널로 날라가서 표 새로 사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때 쯤 어떤 아찌가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나더군요. 배표를 한장 주면서 여기서 쫌만 더 기다려라 합니다. 그 아찌랑 같이 온 외국인 두명도 저랑 같이 길거리에 철푸덕 앉아 기다리고 있었더랬지요.
좀 있다 그 아자씨 사람들을 좀 더 몰고오더니 어디론가 우리를 데려갑니다.

주차장에 서있는 미니버스..
설마 이걸 타고 춤폰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불안이 엄습했지만 일단 탔슴다.

그 버스는 여기 저기 여행사 앞을 들러서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달리더니 어느 주유소 앞에 멈춥니다. 거기엔 커다란 2층 버스. 첨에 여행사에서 보여준 사진에 있는 그 버스 맞군요.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에서 빵이랑 물이랑 사서 버스에 올랐지요. 의자도 좋고 담요도 있고... 이리 좋은데 도대체 VIP버스는 얼마나 더 좋길래 그리 비싼겨..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더랬지요.^^
운전기사와 조수인 듯한 태국인 직원 두명이 있더군요. 이 조수 아주 친절합니다. 물어보는 거에 대답도 잘 해주고 나 잠들면 어떡하냐 했더니 깨워줄테니 걱정 말라고 하며 생글생글... 사실 사람들이 조금 불안해 하고 있었거든요. 얘기하다 보니 따오, 푸켓, 피피 등 죄다 행선지가 다른데 어케 한 버스를 타고 가나 하구요... 암튼 그넘이 깨워준다는 말에 다들 안심한 눈치였죠.

영화를 틀어주네요. 디파티드랑 럭키넘버 슬레븐..
둘 다 본 영화라 저는 잠을 청했는데 다들 재미나게 봅니다. 모니터 연결선이 부실한지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화면이 안나와서 제 옆과 뒤에 앉은 웨스턴 옵빠들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선을 끼웠다 뺐다 하더군요.

한참 자다보니 휴게소에 세워주네요.
어찌나 태국은 휴게소도 노천인지... 지붕만 있고 벽은 없습니다. 각종 과자를 포장해서 팔고 있고 건더기를 골라 넣을 수 있는 국수를 팔더군요. 저는 그냥 녹차나 하나 사서 버스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주위가 시끄러워집니다. 사람들이 상에 반찬과 죽을 차려놓고 태국인 손님들을 부르는 소리... 태국 사람들은 휴게소에서 죽을 먹나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우동 먹듯이...
저는 잠깐만 서는 줄 알고 국수 안 먹었는데 거기서 1시간이나 쉬더군요.

다시 길을 떠났지요. 정신 못차리고 자고 있는데 아까 그 친절한 직원이 깨웁니다.
너 다 왔어. 얼렁 내려..
비몽사몽인 상태로 내리니 정류장엔 저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이 많군요.

한 20분 모기와 싸우며 기다렸을까...
또다시 버스가 오더니 쏭섬 타는 사람만 타랍니다.
네. 제가 타는 보트는 쏭섬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롬프라야나 시트란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설도 열악해서 한국사람들은 잘 안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인트 티켓이 싼거겠죠.

그 버스를 타고 쏭섬 터미널이란 곳에 갔슴다. 나름 식당도 있고 샤워실도 있고 누워 잘 수 있는 공간도 준비가 돼 있었어요. 배 타러 가려면 2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배가 살살 고프길래 국수를 한그릇 시켰지요.

시켜놓고 애지중지 나의 다이어리를 보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다이어리에 고이 모셔둔 저의 1000밧짜리 동지들이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질 않는겁니다. 헉.. 더 이상한건 15000밧이 있었는데 11000밧만 사라지고 4000밧은 남아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그 돈을 썻던가? 아냐.. 잃어버린건 확실한데 어디서?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에서 자는 동안입니다. 항상 다이어리를 몸에 지니고 다녔고 숙소에선 화장실 갈 때도 문을 잠궜고 나오기 직전에 분명 돈을 확인 했거든요. 버스가 확실합니다. 그런데 누가.. 앞엣놈 뒤엣놈 하나하나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넘이 휴게소에서 서 있을 때 나를 흘끗흘끗 보던데.. 그놈일거야.. 하며 저주를 퍼 붓습니다. 망할놈. 그 돈 갖고 실컷 놀다가 나중에 상어한테나 콱 물려라. 빌어먹을 넘..

그렇지만 누굴 원망하겠슴까? 그 큰 돈을 가방에 넣어두고 도둑님 가져가세요 하고 실컷 잠이나 퍼 잔 제가 바보지. 어떻게 바로 옆의 가방을 뒤지는 데도 그렇게 쿨쿨 잤는지 이해가 되질 않지만..

그래도 또 나름대로 그 훌륭하신 도둑님께 감사합니다. 다 가져가실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살 길을 마련해 주신다고 4000밧이나 남겨 주시는 센스~ 그 도둑님 아마 복받으실 거에요. 게다가 가방 안에 디카랑 MP3플레이어도 있었는데 돈만 살짜쿵 가져가시는 깔끔한 도둑님의 배려에 눈물이 앞을 가리고..ㅜ.,ㅜ

나중에 사람들한테 들으니 그렇게 훔쳐가는 도둑은 태국인이라고 하네요. 절대 다 훔쳐가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요샌 드물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 에어컨에 수면가스를 풀어서 사람들 몽땅 재우고 터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고 하네요. 롬프라야 조인트는 그런 도난 사건이 없다고 하던데... 암튼 저는 300밧 아끼려다 11000밧을 날렸답니다.
그래도 돈만 가져간게 어딘지...

오기 전에 방콕에서 좋은 일도 했는데... 세븐일레븐 알바가 잔돈을 100밧 더 줬는데 그냥 꿀꺽 할까 하다가 돌려줬답니다. 그것도 숙소에 돌아간 후에 알게 돼서 어찌나 망설였던지.. 귀찮기도 했구.. 그래도 100밧이 우리에겐 적은돈이라도 태국 사람에겐 거금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돌려주러 갔더랬지요. 근데 그 알바 별로 고마워하지 않더라는... 쩝
암튼 그런 좋은 일이라도 해서 도둑이 그만큼만 훔쳐간 거라고 애써 자위를 했지요. 그렇지만.. 어흑...

사실 여행 직전에 한국에서도 지갑을 잃어버렸거든요. 30 평생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냥 해외여행 가기 전에 액땜 했다 생각했는데 돈을 또 잃어버리다니 저도 참 구제불능입니다.

암튼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짐칸에 실었던 트렁크도 열어본 흔적이 있더군요. 중요한 물건은 꼭 몸에 지니시고 웬만하면 너무 싼 건 이용하시 마시기를...

암튼 그렇게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배를 탔답니다.
선실 안은 어찌나 추운지 다들 갑판 위에 널부러져서 갔지요. 따오까진 세시간쯤 걸리더군요. 바닷바람 맞으며 달리다 보니 돈 땜에 상심한 것도 조금씩 회복이 되더이다. 제가 원래 단순해서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거든요.^^;;
갑판에 널부러진 사람들 모두가 어찌나 평화로워 보이던지...
그래. 돈은 이미 없어진 거고 앞으로 그 돈만큼 더 재밌게 놀자
하고 생각 하는데 저 멀리 따오가 보입니다.

11 Comments
ㆀⓚⓐⓩⓤㆀ 2007.07.03 20:22  
  쏭섬! 저는 따오에서 방콕갈때 시간이 늦어서 쏭섬을 탔었는데 저도 좀 고생했어요. 배는 괜찮았는데 대기시간이랑 이런게 좀 길어서리~ 돈 잃어버리신거 참 아깝네요. 여행에서 돈 잃어버리면 정말 짜증나죠~ 마구술님은 잃어버린것도 아니고 누가 훔쳐갔으니 정말 화나셨겠어여~ 그래두 여행 무사히 차질없이 잘 마치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따오 너무 좋지 않나여? ㅎㅎ 아 그리워요~
마구술 2007.07.03 21:21  
  관리 제대로 못한 제가 바보죠. 그 도둑님 그 돈으로 잘먹고 잘 살고 계시겠죠. 그냥 적선한 셈 치렵니다. 배는 좀 아프지만..ㅎㅎ 따오 정말 좋죠. 저도 그리워 죽겠어요.
필리핀 2007.07.03 21:30  
  에구, 에구... 거금을 잃어버려서 어떡해여...
제가 다 가슴이 아프네여...[[고양눈물]]
이 미나 2007.07.04 08:24  
  에고고...
저도 맘 아파요..[[고양눈물]]
내 곁을 떠나간 동지들을 훌훌~비워 낼 줄 아는
마구비워!!![[원츄]]
다나^^* 2007.07.04 09:27  
  도둑님의 배려?? ㅋㅋㅋ
맘 아펐겠다...
p.leah 2007.07.04 10:09  
  저두 이전에... 다 갖구 가고 100밧 하나 남겨놓으셨더군요 여권이랑 뱅기티켓이랑 카메라랑은 고이 남겨놓으셔서 정말 고마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예로 2007.07.04 15:16  
  전 여기서도 잘 잃어버리고...흘리는데...나가면...아아...ㅠ.ㅠ  저에겐...복대는 생존물품이 되고야만거십니다~~~~인도도 아닌 태국에서...ㅠ.ㅠ
푸켓알라뷰 2007.07.04 19:52  
  낙천적인성격이라 좋습니다.이미 일어난일인데 할수없죠..저도 보라카이에서 기름넣는다고 30분을 바다위에 떠있는 바람에 마지막비행기도 놓치고 국제선비행기도 놓치는 사건이있었죠..돈도 없는상태였고 카드도 없고 어찌어찌하다 담날 돌아왔는데요..그때 배운게 많아요.다 경험이고 교훈이되니 좋게생각하세요^^
gogo방콕 2007.07.04 23:06  
  11000밧이면 여행자입장에서 거금인데 제가마음이 다절여오네여
라퓨타로 2007.07.14 14:46  
  엄청 큰돈을 ... ㅜㅠ 더 안습인건 수면가스 풀어놓고 몽땅털기도 했다는 ㅠㅠ 곧 갈건데 걱정되요 ㅠㅠ
마구술 2007.07.14 15:18  
  넘 걱정 안하셔도 돼요. 제가 부주의해서 그런거니까요.대부분의 태국 사람들은 친절하답니다. 도둑은 어디 가나 있잖아요. 중요한 물건들을 몸에 꼭 지니고만 다니시면 걱정 안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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