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하롱베이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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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하롱베이 I

Moon 0 3779
오늘은 하롱베이로 1박 2일 빅그룹 투어를 출발하는 날이다. 어제 예약한 신카페에 들러 커다란 짐은 맡기고 가벼운 짐만 가지고 떠나기로 한다. 한 골목에만도 2, 3개의 신카페가 있으니 어느 곳이 오리지날 신카페인지는 알 길이 없겠다. 어제 가이드를 봐 준 항도 어느 곳이 오리지널인지 자신도 모르겠단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 여행사마다 특화된 상품들이 있는 거 같고, 예약은 한 곳에서 하더라도 제3의 장소에서 이합집산을 다시 하여 각 각의 여행사로 다시 배분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각 각의 프로그램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으므로 너무 심한 바가지만 당하지 않았다면 어느 여행사를 통하건 크게 게의치 않을 것 같다. 물론 선경험자의 조언으로 어느 정도 실수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경험하지 못 했다면 좋고, 나쁘고의 판단도 할 수 없는 법,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복불복(福不福)'을 기대하며 어느 가이드, 어느 차량을 만나게 될 지 나의 운을 시험해보는 편이 되려 즐거운 여행을 만드는 팁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이용한 신까페는
74 Ma May Str.. 
T. 926 0533
언듯 보면 모르지만, 명함을 자세히 보면 신까페의 트레이드 마크인 삼각형 내 흰비둘기 대신 엄지 손가락을 세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역시 오리지날이 아니었다.

미니버스는 몇 개의 호텔에서 관광객을 픽업하여 하롱으로 떠났다. 베트남-아메리칸 부부와 그들의 쌍동이 남매, 프랑스에서 온 젊은 여대생, 호주에서 온 뚱뚱한 아가씨와 회사를 다니며 휴가차 들렀다는 청년, 우리를 태우고 하롱으로 출발하였다.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던 베트남인 아줌마는 실로 talkative한 데다 영어, 불어가 능통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자신들의 배경과 히스토리를 장황하게 설명해준다. 하도 귀동냥으로 반복해서 들었더니만 나중에는 그 레파토리를 다 외워버렸다. 편하게 쉬면서 갔으면 좋겠는데 소프라노톤의 아줌마 때문에 휴식은 예전에 그른 것 같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참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고 여러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어서 고마운 아줌마로 기억된다.

미니버스는 하롱만 근처에 일행을 내려주고 점심식사를 가졌다. 식사는 사람 수에 비해 반찬이 적어 약간 부실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시장을 반찬으로 먹고 있자니 끊임없이 여행객들을 식당에 쏟아 낸다. 테이블에 따라 약간씩 메뉴가 틀린 것으로 봐서는 투어 프로그램과 비용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베트남에서는 쌀 주생산국이서인지 다른 건 몰라도 어디를 가나 밥 인심은 꽤나 후한 점이 마음에 든다. 물인심도 이렇게 후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인들이랑 식사를 하다 느낀 거지만 아시아인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고 그에 따라 아시안 식당들이 많이 생겨난 탓에 이제는 많은 서양인들도 젓가락질이 꽤나 능숙하다. 젓가락질 잘 해야 밥 잘 먹는 건 아니지만, 가장 무거운 쇠젓가락을 쓰고 젓가락질에 능숙하기에 머리 좋다는 소리를 듣는 한민족인 만큼 정확한 젓가락질을 하도록 노력해야하지 않나 싶다.

날씨는 더운데 지루하리 만큼 대기시간이 길다. 이러다 세계 8대 절경이라는 하롱을 오늘 둘러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기다리다 입이 쭉 앞으로 나올 무렵이 되어서야 미니버스가 도착해서 하롱만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수 많은 용선(龍船)들이 정박해 있고, 멀리 바다에는 수 많은 섬들이 빼곡하게 점점이 박혀 있는 것이 그 바다가 바다가 아닌 커다란 호수로 착각하게끔 만든다. 또 각 각의 그 섬들을 향해 일제히 나가는 용선들 또한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였다.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바다로 나가는 배에서 알 듯 모를 듯 약간의 흥분이 앞선다. 빅그룹 투어라 사람이 많을까 싶어 걱정했는데, 그리 번잡스럽지도 않고 한껏 여유롭다.

우리에게는 모항공사 CF로 다가온 하롱베이였지만, 이 곳은 지켜야할 세계문화유산중의 하나로 유네스코에 의해 지정이 돼있을 만큼 수려한 절경과 그 가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롱(Ha Long)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인 하룡(下龍)의 베트남말로 옛날 이 일대에는 끊임없는 해적들의 침범이 있었는데 한 번은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해적을 물리치고 보석들을 빼앗아 그 보석을 바다에 뿌려 놓았는데 그 보석들이 기암괴석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실제로 우리의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쩐흥다오 장군이 1288년에 이 지형을 이용하여 몽고군을 격퇴하였다 한다. 또 다른 전설로는 산에 사는 거대한 용이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이 때 용의 꼬리가 도리깨질을 쳐 산이 움푹움푹 패여 이런 지형을 만들어 냈다고도 하고, 비늘이 튀어 섬을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다. 하노이 호치민 박물관에는 한쪽 벽을 불투명 유리바탕에 투명 유리를 점점이 박아놓아 하롱의 눈물이라 명명한 것도 그네들의 불우한 과거사를 돌아봤을 때 한 편 수궁이 갔다.

배는 몇 몇의 섬을 돌아 석회암 동굴 앞에 일행을 내려 놓았다. 하롱베이에서 기대하지 못 했던 아름다운 석회동굴 항띠엔궁. 항(Hang)은 동굴을, 띠엔꿍(Thien Cung)은 '천궁(天宮)'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꽤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용왕의 아들과 월족의 공주가 이 곳에서 결혼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고, 몇 십년 전에는 해적들의 은신처로도, 프랑스 식민시절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로도 이용되었다 한다. 화려한 조명에 비해 더 이상 성장을 멈춘 동굴이라는 사실은 한 편 서글픈 감도 없지 않았다.

띠엔꿍 동굴을 나오면 바로 더우고 동굴과 이어진다.이 동굴은 938년 응우꾸엔이 중국과의 전투에서 이 곳에 말뚝을 박아 중국배들을 몰살시킨 장소이기도 하고, 쩐흥다오 장군이 몽고군을 격퇴시킨데 사용된 동굴이기도 하다.띠엔꿍 동굴이 화려하다면, 이 곳은 소박한 분위기의 동굴이다.

배는 다시 드넓은 바다로 나아갔고,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상가옥들이며 고기 잡은 어부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섬들도 보기 좋았지만 그 환경을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워 보였다. 배는 바다에 정박을 하고 조그마한 나룻배로 옮겨 앉아 바다위에 떠있는 루언동굴을 둘러 보았다. 일어서면 바로 머리를 부딪힐 것 같은 좁은 통로를 지나자 거짓말처럼 높은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너른 바다가 나타난다. 언젠가 푸켓의 팡아만에서 본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규모가 크다.

배가 정박해있는 틈을 타 조그마한 나룻배들이 몰려와 과일이며 게 등을 팔러 모여든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인데다 해산물 같은 경우에는 직접 배 안에서 조리를 해주기도 한다는데 아무도 주문하지는 않았다.

여유로운 바다와 여유로운 섬들과 여유로운 시간들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하룻밤을 지낼 깟바섬을 향하여 배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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