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하노이 시티투어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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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하노이 시티투어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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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들르게 되면 반드시 거치는 코스중 하나가 수상인형극이다. 1000년을 이어온 전통인데다 그 기법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외지로 시집을 가는 딸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고 오직 아들에게만 전수가 되었다 한다.

마침 일요일이라 20000VND짜리 2등석은 완전히 매진이 되었고, 다행히 40000VND짜리 1등석은 남아 있다. 두 좌석의 차이라면 1등석은 무대 바로 앞자리에 앉고 부채외에 수상인형극에 쓰이는 CD를 하나 더 받는 건데, 극장 내부가 그리 크지 않아 2등석도 관람에는 크게 불편이 없을 듯 싶다.

호안끼엠 호수 북쪽에 위치한 수상극장에서 표를 예매하고 바로 근처인 응옥썬사에 들렀다. 하노이를 들르게 되면 호안끼엠 호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호안끼엠호는 시내 중심에 있어 미인의 눈처럼 하노이의 표정을 결정지어준다 한다. 실제로 폭 200m, 둘레 700m인 이 호수주변은 언제 가봐도 활기차 있다. 새벽에는 온 주민들이 모여 에어로빅을 즐기며, 낮에는 더위를 피하는 휴식터, 밤에는 연인들의 다정한 연애장소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호안끼엠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데, 몽고침입에 이어 명나라가 침공해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있던 15세기 초, 레러이(Le Loi)라는 사람이 이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중 물보라와 함께 거대한 거북이 나타나서 신비로운 커다란 검을 주고 갔는데, 레러이는 이 검으로 명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베트남 최초의 장기 왕조인 레 왕조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된다.
그는 훗날 이 호수에서 천둥번개와 함께 나타난 커다란 금거북에게 칼을 돌려 주었다 한다. 그래서 이 호수 이름을 '검을 돌려 받다'라는 뜻의 환검호(호안끼엠; 還劍湖)라 불리게 되었다.

호안끼엠 호수 가운데에는 몽고를 물리친 Tran Hung Dao장군에게 헌납된 응옥썬사(玉山寺)가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절에는 1968년에 이 호수에서 잡힌 커다란 거북이 박제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이 거북이 검의 전설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였단다.

이 사찰에서는 영어를 전혀 못 하는 현지인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종이에 "山玉"이라는 글자를 적어서 보여주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태국의 보석 사깃꾼처럼 우리에게 산에서 나는 옥과 같은 보석을 팔려고 하는 줄 알고, 손사레를 치고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이 호수를 지나다보니 호수에서 절로 들어가는 다리에 커다랗게 한자로 "玉山"이라 써있는 것이 아닌가. 이 절이 현지 사람들에게 응옥썬이라 불리우는 건 알았지만 한자로 "玉山"이라 쓰는 걸 몰라서 공연한 사람을 의심하게 돼 부끄러웠다.

수상인형극은 3~5분짜리 단막극으로 총 17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는 못 하지만 우수꽝스러운 변사(?)의 멘트와 박진감 넘치고 신기한 인형극이 화려하게 펼쳐져 어떻게 1시간이 흘렀는 지 모를 지경이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는데, 첫 마디가 내일 하롱베이 여행을 자신들에게 계약하라 한다, 이미 이 곳의 바가지 요금을 경험한 데다, 신카페에서 일체를 모두 예약했기 때문에(신카페는 이 사실을 숙소에 알리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다른 일정이 있어 예약은 하지 못 하게되었다고 미안하다 하니, 상대방 낯빛이 조금 변한다. 어제 이야기한대로 방은 4층으로 옮겨졌는데, 방도 너무 좁고 시설도 어제와는 판이하게 열악하다. 더 더군다나 미리 옮겨 놓기로 한 우리 베낭이 없는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우리 짐이 어디 있냐니, 모르겠다며 잠시 기다리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한참 뒤에 밥 먹는 식당에 있단다. 내려가보니 한쪽 구석에 널부러진 베낭이며 김군의 카메라 가방은 누군가의 손을 탄 듯 자물쇠마저 엉성하게 채워져 있다. 도저히 마음 상해서 이 곳에 못 있겠다고 알렸더니만, 카운더에 있는 종업원의 태도가 돌변한다. 18USD외에 방을 따로 잡은 값 9USD, 물 1USD, 거기에 TAX까지 10%를 더 내야한단다. 물론 체크아웃 시간 이후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 당연하지만 그 건 약속대로 우리의 짐이 그 방에 있을 때에야 유효한 거 아닌가. 만약 그렇게 방치해둔 상태에서 짐이 없어졌더라면 그 때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한참을 따졌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물값이 보통 숙소에서는 10000VND이하인데다 TAX 부분도 이미 이야기를 한 터였는데 답답하기 그지 없다. "어제 나를 상대했던 사람들 다 불러라" 얘기해도 그럴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고, 자신은 인수인계 받은 게 전혀 없으니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단다. "좋다, 우리는 네 말을 다 이해한다, 그런데 만약 네가 우리라면 이 상황에서 열 받지 않겠냐?" 자기 같아도 열 받을 거 같단다. 그럼 우리 돈 다 못 준다. 그래도 자기에게는 아무 권한이 없으므로 그럴 수 없단다. 똑같은 말의 반복.
김군에게 "여기 확 뒤집어버릴까?", 평소 같으면 다혈질인 성격 탓에 누군가 곡소리가 났어도 벌써 났을 터이지만 이 곳은 홈그라운드가 아니고, 이 곳 사람들의 기질상 경찰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절대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나도, 김군도 이미 잘 알고 있던 터라, 열을 삭이며 김군이 한 마디 거든다, "베트남의 경제를 위하여... 그래봐야 만원돈인데, 그 거 가지고 우리 여행을 망칠 수는 없는 거 아냐"
"그럼 우리에게 사과해라", sorry 한 마디면 웃고 넘어가겠다라고 했는데도 사과는커녕 구구절절 변명만을 늘어놓는다. 결국은 영수증에 있는 돈 다 내놓으라는 소리.
우리에게는 여기서 이 놈에게 돈을 받는 것보다는 우리의 일정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원하는 돈을 다 주고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하며 그에게 시원스레 말했다. "C.발.새.끼.", 욕 먹고도 좋다고 웃는다. 바보...

47 Luong Ngoc Quyen Str. Ngoc Minh Hotel
T. 826 8459

사실 이 친구와 설전을 벌이면서도 절대 높은 소리를 내거나 위압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을 즐겼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또 마음 한 편으로는 과거에 우리가 너네에게 조금 미안한 일이 있었으니 이쯤은 우리가 감수하마, 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도중 먼저 흥분하지 않도록 나나 김군이나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추스리게 한 점도 함께 여행하는 조력자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다 생각한다. 결국 어찌보면 일의 처음과 순서를 확실하게 못박지 못 한 우리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을 나와 원래 묵기로 했던 79 Prince Hotel II로 옮겼다. 10USD, 어젯밤에 묵은 숙소보다 훨씬 좋다. 물론 계약할 때 TAX 포함 등의 유무를 확인했음은 물론이다. 내일 하롱베이로 갈 것이고 이미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다는 사실도 알렸더니 흔쾌히 OK 사인을 준다. 씻고 나와 훼의 궁정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Emperor의 주소를 보여주며 이 곳에서 얼마나 떨어졌냐니, 꽤 거리가 된단다. 가이드북에도 조금 떨어졌다고 본 거 같아 그럼 택시를 타고 간다했더니 골목이 복잡해서 모토가 더 편할 거라며 모토를 불러주겠단다. 조금 전에 불쾌한 경험도 있고 해서 그녀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 1인당 20000VND란다. 하노이 시내라면 웬만한 거리는 10000VND면 된다던데, 둘이 40000VND? 그래도 그녀의 호의를 굳이 무시하기도 뭐해서 그러자고 했다. Emperor는 그다지 멀지 않았고 돌아올 때 택시요금이 고작 1000원도 안 되는 11500VND 나왔다. 택시기사는 15000VND를 내주었는데 아예 거스름돈을 줄 생각도 안 한다. '됐네, Tip이다'. 친절한 그녀마저도 "친절한 금자씨"였던 걸까. 도대체 베트남에서는 누구를 믿어야 하나~!?

다소 억울하고 심난한 마음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자며 Emperor식당에서는 다소 과용하여 가장 비싼 궁정요리코스를 주문했다. 22.5USD/per.+10% Tax. 다른 코스는 18.5USD/per. 물론 코스요리가 아닌 개별주문은 5USD 내외.

예약을 하지 않아 황실을 옮겨놓았다는 실내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야외에서도 말 그대로 황재가 된 듯 꽤나 근사한 분위기였고 음식들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어떤 방식으로 먹는 지 어떤 재료들이 쓰였는 지 몰라 종업들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청했는데 그 때마다 친절하게 알려주고 우리가 재미있었던지 야외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은 우리 테이블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 중에 이쁘장한 한 아가씨(프라이버시 관계로 이름은 밝힐 수 없음)와는 꽤나 친해져서 장난도 치고 했는데, 나중에 떠날 때 볼펜을 가져오더니 몰래 내 연락처를 묻는다. 여행중이라 연락처가 없다하니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며 곧 전화번호가 바뀔 예정이니 그 전에 꼭 연락을 달란다. '이 놈의 인기는 국경을 초월한다니까... Love in Vietnam!!!'

Emperor.
Le Thanh Tong
T: 826 8801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유쾌한 종업원들과의 농담이 불과 하룻동안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오토바이 물결을 헤치고 오페라하우스에 들러 기념촬영을 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내 손에 꼭 쥐어져 있는 그녀의 전화번호... 나는 그녀를 만났을까? 만나지 않았을까?
내일은 하롱베이로 출발한다.





Cf) 불과 하룻밤만을 지냈을 뿐인데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비춰졌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일, 친절한 호의가 더 많았고 앞으로의 일정에는 얼굴 붉힌만한 일은 더 이상 없었다.





1 Comments
Gon 2005.08.27 11:12  
  역쉬 음식이 쵝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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