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사파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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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사파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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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자유시간이다. 오후에는 라오까이에서 하노이행 기차를 탈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박하'를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호텔직원이 장이 서는 일요일이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며 극구 말린다. 차라리 몇 십 킬로 떨어진 폭포를 보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한다. 김군을 쳐다보니 어제부터 무릎도 좋지 않고 속도 좋지 않은 탓에 꺼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럼 함종산(Ham long Mt.)을 다녀와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오전 9시 30분에 민속공연이 있으므로 이 시간에 맞춰 나갔다. 숙소를 나오니 Sou와 Mocs 둘이 같이 걸어온다. Sou는 보자마자 하이-파이브를 먼저 한다. 어제 아팠다던데 괜찮냐 물어보니 아프지 않았단다, 다른 일이 있어서 못 왔다고 하는데 모르는 단어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건강한 모습이어서 다행이다. 두 사람 모두 보기만 해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김군이 약간의 복통이 있어 약국에 들렀는데, 약사가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다, 야메?, 여하튼 손짓 발짓해가며 약을 샀는데, 약 포장에 위장 그림이 있는 걸로 봐서는 대충 의사는 소통이 된 모양이다.

함롱산 근처에는 높은 송신탑이 서있어서 사파 어디에서도 보인다. 사파중심에서 2km 떨어졌다고 하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베트남에서 길을 물으면 우리와 다른 게, 우리는 몇 분 걸어가면 나온다 라고 시간을 중심으로 길을 가르쳐 주는데, 여기 사람들은 몇 km 떨어졌다고 거리를 중심으로 가르쳐 주는 게 이채롭다. 물론 전반적인 사항인지, 나만 그렇게 경험했는 지는 모르겠다. 사실 함종산은 여행 코스에 들어 있지는 않았다. 인위적으로 공원을 조성한 탓에 전원 분위기의 사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안 와봤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소박하지만 잘 꾸며진 공원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곳에서 고산족들의 민속공연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이 가장 좋았다.

함롱산 입장료 15,000VND 외에 공연 관람료 10,000VND를 추가로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외국인은 김군과 나 달랑 둘 외에는 없다. 그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갖가지 아기자기한 민속공연이 이어지고 고산족들의 의상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다. 더 더욱 이 공연이 좋았던 이유는 정말 인상좋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발견하였기에 그녀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다른 무희들은 거의 무표정인데 반해 그녀는 시종일관 웃음으로 일관했다. 아, 하노이에서 반한 그 아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미 그녀가 내 안에 들어왔다. 그런데, 더 큰 일은, 김군 가슴에도 그녀가 들어와 버렸단다. 잠시 사랑 앞에서 흔들렸지만 결국 우정을 택했다. '그래도 내 안에... 너 있다'

공연이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자니 흔쾌히 허락해준다. 환한 얼굴의 그녀와 기념 사진, 이번 여행 보물 1호가 될 것 같다. 공연장을 뒤로 하고 주위를 돌아보다 공연하던 청년이 있길래 같이 기념 사진을 찍자니, 싫다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해 버린다. 아마도 그녀를 연모하고 있었나 보다. 속 좁은이 같으니라고 설마 그녀 땜에 내가 여기 눌러 앉기라돌 할까봐?

함종산 전망대에 오르니 사파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파가 프랑스 식민시절 여름 휴양지로 개발이 된 탓인지 유럽의 어느 마을을 옮겨온 것 같다. 어디에다 카메라 앵글을 두어도 모두가 칼렌더 배경으로 그만이다. 그리고 사파 중심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고 멋들어진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함종산은 가벼운 산책코스로는 그만인 것 같다. 굳이 우리처럼 시간을 내어올 것이 아니라 잠시 짬을 내어 와도 좋을 것 같다.

함종산을 내려와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호수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방향을 잘 못 잡은 탓에 엉뚱한 곳만 계속 돌다가 더위만 먹고 말았다. 그리고 호수 찾는 건 포기. 지금 사파는 여기 저기 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고 있었다. 어딜 가도 공사현장이 즐비하다. 왠지 지금은 소박한 시골의 인심을 누릴 수 있지만 머지않아 이 곳도 도시의 찌듦과 상술이 자리 잡힐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씁쓸하다. 그리고 그런 도시의 메마름이 슬슬 자리잡혀 가기 시작하는 걸 지금도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일정이 빠듯한 탓에 사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말의 러브마켓과 박하마켓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정들었던 사파를 뒤로 하고 픽업차량을 이용해서 라오까이로 향하였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내려오면서 보는 산을 개간한 논이며 일터에서 돌아오는 고산족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고 또 봐도 정겹다. 1시간을 달려 라오까이에 도착하였다. 사파에 오기 전의 불상사로 이 곳을 거치지 않고 지나쳤기에 남다르게 보인다. 이 곳은 중국 국경마을인 헤코우와 불과 3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는데, 국경인 홍화강을 사이에 두고 발전의 차이는 10년이 넘는다 한다.

다시 야간기차를 타고 하노이로 출발한다. 이 번에는 베트남 현지인 부부와 꼬마 하나랑 같이 동침을 하게 되었다. 내일 새벽 하노이에 도착하면 바로 땀꼭투어를 떠날 예정이다. 올 때처럼 불상사가 없이 시간에 맞춰 하노이에 도착해야 할텐데... 걱정도 잠시 바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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