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7. 더 높고 더 쓸쓸하고 더 추운 at 푸쿤딸기농장
더 높고 더 쓸쓸하고 더 추운 푸쿤 딸기농장에서.
푸쿤 읍내에 비해 50미터가 물리적으로 더 높은 곳이다.
민가와 1km 떨어진데다 3일 동안 만난 사람이 고작 6명이니 더 쓸쓸한 곳이다.
계곡에서 상승한 바람이 이곳을 넘어가기 때문에 더 추운 곳이다.
이 시절에는 바람이 쓸어오는 소리로만 가득하다.
나무가지들의 스침,
깃발의 펄럭임,
바람을 닮아가는 막내딸의 재잘거림,
바람에 쫗기는 연무의 아우성,
바람을 부르는 화전민의 노랫가락,
밤바람에 떠는 곤충들 울음,
바람이 소리를 만들고 소리가 이곳을 움직인다.
바람이 만든 자리에 연무가 골 깊숙히 묻히는 시절이다.
간혹 밤시간에 이곳을 넘어가는 연무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 바람이 만든 소리만 더욱 선명한 시절이다.
더 높고 더 쓸쓸하고 더 추운 곳에서 바람의 소리를 만난다.
바람을 이고 사는 늙은 아버지와 고운 막내딸을 만난다.
오늘도 바람이 몰고오는 소리에 밤이 짧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