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4. 욕망이 멈추는 곳 at 꽁로
길미 엄춘다고 욕망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꽁로에서 길은 멈춘다.
길과 나란히 하던 양변의 산줄기는 꽁로동굴에서 만난다.
그래서 길은 멈춘다.
바람도 멈춘다.
고단함도 멈춘다.
외로움도 멈춘다.
그리움도 멈춘다.
그리고 욕망마저 멈춘다.
길이 멈춘다고 욕망이 끊어지진 않겠지만
꽁로에서는 그렇지 않다.
꽁로에는 선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꽁로에는 고단함을 식혀주는 시원한 물줄기가 있고
꽁로에는 사념할 틈을 안주는 산과 들이 있다.
소란한 기계음이 꽁로에는 없고
화려한 불빛이 꽁로에는 없고
재화가 오고가는 시장이 꽁로에는 없고
탁한 언어들이 꽁로에는 없고
빨리 다닐 수 있는 포장길도 꽁로에는 없다.
그래서 욕망은 멈춘다.
그리고 평안함만 남는다.
그리고 꽁로에는 내 평안함을 보태어주는 내 친구 미스킴이 있다.
키가 크는 만큼 자유로움도 커지고
덩치가 커지는 만큼 지치지 않는 시간도 많아진다.
미스킴의 자유로움과 시간을 따라잡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애교와 친근함과 예의바름 때문에
모든 말괄량이 짓이 내 평안함을 보태고 있다.
오늘도 평안한 낮시간을 보내고 벼베기가 끝난 빈들에서 땅강아지를 잡는
불빛춤을 보며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