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중 신원불명인 채 투병중인 여성이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와 있는 내용입니다.
이름 : 서순희 나이 : 28세
지난 5월경 태국 여행중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현재 태국 크리스챤병원중에서 투병중, 여권 분실로 신원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가족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답니다.
----- 펌 내용-----
현재 태국 방콕 크리스찬 병원에서 한인 통역을 봉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태국에 들어와 병원 통역 봉사를 한 지 어느 새 4년째가 되어가고 있네요. 4년을 가까이 일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도 참 많았었습니다.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들었던 일들도 종종 있었고, 그래도 좋은 일들이 훨씬 많았기에 이리도 재미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 통역 근 4년을 다 해, 아니 내 삶 27년을 다 해 봤을 때, 전 오늘만큼 불쌍한 사람을 본 건 처음입니다. 글쎄요, 그다지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건 아니어서 이번에 제가 본 사람보다 더 한 분들도 많겠지만, 저의 짧은 인생 경험에 의해선 그렇네요.
사실 전 지난 4개월 동안 한국에 들어가 있다가 지난 10월 6일에 태국에 들어와, 병원 일은 15일부터 시작을 해서 이 여성분에 관한 소식은 어제 오늘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경,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주위 태국인들한테 들었으니까요, 28살의 한 한국인 여성분이 태국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도 없었고 그냥 일반 자유 여행을 즐기시던 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하루는 여권이랑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습니다. 혼자서 여행을 하는 중에, 여권이나 지갑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누구나 다 잘 알 겁니다. 해외에서 혼자 그런 일을 당했으니 참 많이 갑갑했겠죠, 그래서 그 분은 경찰서를 갔습니다. 분실 경로 등 조서 작성을 마치고, 경찰서를 나오던 중 이 여성분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당황한 태국 경찰들이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경찰 병원으로 이 여성분을 보냈는데, 병원에서는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물론 이 여성 분, 계속 의식이 없죠, 태국 경찰 병원은 국립 병원이라, 병원비가 싸긴 해도 병원 시설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료를 위해 방콕 병원으로 보내서 이런 저런 정밀 검사를 했습니다. 방콕 병원은 개인 종합 병원이라 진료비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나옵니다. 이때까지도 이 분의 보호자를 찾지 못해, 한국 대사관이 나서서 도와줬는데, 아마도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인지 제가 있는 방콕 크리스찬 병원으로 옮겨왔습니다. 크리스찬 병원은 그나마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요, 이 병원으로 옮긴지 현재 3주 정도 됐다고 합니다.
오늘 화요일 병원 업무가 끝나고, 병실에 올라가서 봤는데, 정말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겠더라구요. 환자 분은 말도 못하고, 숨도 잘 못 쉬셔서 목에 구멍을 내 보조 기구를 내고, 뇌에 물이 차 호스로 연결해 물을 곧바로 장으로 흘려 보낸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들어가서 몇 마디 얘길 했는데, 말을 알아들으셨는지, 소리 내서 엉엉 우시는데, 얼마나 많이 우셨는지 눈물은 나오지 않고, 이 내 울음을 그치다가 다시 우시고 그러기를 반복하셨어요.
여권이랑 지갑을 잃어버려서 신상이 확인되지 않고, 다만 알 수 있는 건 경찰 조서 꾸밀 때 얘기했던 이름이랑 나이만 안다는 거죠. 보호자도 없이 5개월 가까이를 거의 혼자 투병하시며, 오늘도 지친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게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데 이 분 이름과 나이만으로 한국에서 보호자를 찾는 건 정말 힘들겠죠? 지문 검색 같은 걸로 한국에서 신상 정보를 알 수 있지는 않나요?
해외에 혼자 여행하다가 여권이랑 지갑을 잃어버려 신상 정보를 알 수 없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수막염이라는 판정을 받아 거의 반 식물 인간 상태로 약간의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게 정말 슬프게 만듭니다. 그 분의 이름은 서순희이고. 나이는 28살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에 하나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나마 짧은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