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여행-제4합 : 롬프라야, 바다, 기억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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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여행-제4합 : 롬프라야, 바다, 기억의 유전자

필리핀 6 2248

1997년...

오세아니아를 여행할 때였다.

호주 중앙부에 있는 거대한 바위산,

단일한 바위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고 해서

‘지구의 배꼽’이라고 부르는,

에어즈 롹 등반을 마치고

숙소 근처의 공터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다.

눈길이 닿는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온통 채우고 있는

광활한 우주 공간의 별의 꽃밭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포근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생명공학을 전공한 모 교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호주 에어즈 롹에서의 경험을 말했더니

‘인간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기억 때문에

밤하늘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니, 유전자에도 기억이 있단 말인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생명의 조상은 우주로부터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초적 고향인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지요.

다른 예로, 푸른 바다를 보고

기분 더럽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죠.

지구상의 생명이 바다로부터 진화했다는 설이 있지요.

게다가 우리는 태어나기 전 10개월 동안

어머니의 바다(양수) 속에 있었구요.

우리 머릿속에는 수억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근원에 대한 기억이 각인되어 있어요.

그 기억의 유전자 때문에

인간은 하늘과 바다를 동경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내가 늘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은...

수완나품 공항 택시운전사에게 사기를 당해도,

게스트하우스의 불친절한 스탭이 기분을 잡치게 만들어도,

조미료로 뒤범벅된 태국 음식 때문에 아토피를 앓아도,

얼마를 못 견디고 어김없이 다시 태국을 찾는 것은

기억의 유전자에 문신처럼 박혀 있는

생명의 고향, 바다로 돌아가기 위함인가...


롬프라야 사무실은 수많은 여행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버스+보트 조인트 티켓을 판매하는 회사인 롬프라야는,

방콕-춤폰-꼬 따오-꼬 팡안-꼬 사무이 루트를

왕복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때마침 태국 동해안,

즉 꼬 따오, 꼬 팡안, 꼬 사무이가 성수기인데다가,

(푸켓, 꼬 피피 등은 반대편인 서해안에 있다.)

매월 보름마다 꼬 팡안에서 벌어지는

세계적인 여행자 축제인 풀문파티를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롬프라야를 찾은 것이었다.

롬프라야는 방콕-춤폰 구간은 버스로 이동한 뒤,

꼬 따오-꼬 팡안-꼬 사무이는 카타마란이라는

최신형 쾌속선으로 운행한다.

방콕에서는 오전 6시와 오후 8시,

하루 2차례 출발하는데

오전 6시에 출발하는 편은

꼬 따오 오후 3시, 꼬 팡안 오후 4시, 꼬 사무이 오후 4시 30분 경에 도착한다.

오후 8시에 출발하는 편은

꼬 따오 오전 9시 30분, 꼬 팡안 오전 11시, 꼬 사무이 오전 11시 30분 경에 도착한다.

평소에는 버스 1대 정도가 출발하는데

이날은 3대가 가득 찰 정도로 성황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서양인,

특히 이스라엘인이 많았고,

동양인으로는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

태국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최근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국적별 분포 특징은

이스라엘인과 중국인의 약진이다.

이스라엘인은 4~5년 전부터 급속하게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끼리끼리 몰려다니기와

주변 사람 눈치 안 보고 제멋대로 행동하기로 인해

다른 여행자들의 눈총을 많이 사고 있다.

주로 패키지로 태국을 찾던 중국인은

1~2년 전부터 개별여행자들이

주식 상한가 치듯 몰려들고 있는데,

그 성향이 이스라엘인 못지않게 드세서

머지않아 태국의 양대 여행 악동으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된다.

암튼 오후 8시에 출발할 예정이던 롬프라야는

평소보다 3배나 많은 승객들을 버스별로 분류하느라

10시가 다 되어서 카오산을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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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생명의 고향인 바다를 그리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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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춤폰 구간을 운행하는 롬프라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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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프라야에서 운행하는 카타마란 쾌속선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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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마란에서 하선하는 여행자들





6 Comments
pny1008 2007.10.11 11:06  
  1등이다~ㅋㅋ어쩜 글쓰시는 재주가 너무 좋으세요~
아직도17일이나 남았는데 빨리 태국에 가고 싶다는...ㅜㅜ
월야광랑 2007.10.11 21:40  
  와아!!! 더듬이 버스다... :-)
꼭 곤충의 더듬이 같은 사이드 미러를 가진 버스... ^.^
JASON` 2007.10.12 13:30  
  여행 수필집을 대하는 기분입니다.
곧 출간되지 않을까....
늘 잘 보고 있습니다.
나마스테지 2007.10.21 20:19  
  바다가 너무 보고싶어 서울이 싫었던 기억...가지고 있음
스컬리 2007.10.25 15:45  
  저도 잘 보고 있습니다~^^
시나눅왕자 2008.10.14 18:12  
  이스라엘,짜장면 이야기에서 100프로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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