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여행-제1합 : 동방항공
추억은 늘 아쉬움의 빛깔로 기억된다.
그것은 과거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형은
희망의 깃발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떠나는 자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일이 시급할 뿐이다.
일상이 따분하거나
생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
사람은 여행을 꿈꾼다.
휴식을 위해서 떠난다고?
보 쉣!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은
당신이 가족과 함께 꾸민 보금자리,
집이다.
만약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면
당신의 인생은 50점짜리이다.
그러므로, 나는 50점짜리 인생이므로
여행을 떠난다.
텍스 포함 40만원인 동방항공은
딱 그 액수만큼의 기대치를 보답해주었다.
이 여행의 막바지에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최소한 타이항공을 타겠노라고.
물론 그 이상의 사치가 주어진다면
더욱 감사하겠지만.
동방항공은 비행기도 새 거였고
기내식도 만족스러웠고
한국인 승무원이 많아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지만,
잘 구운 생선을 먹다가
작은 가시 하나가 목구멍에 걸렸을 때처럼
개운하지 못했다.
그 가시 하나는 침 한번만 꿀꺽 삼키면
목구멍 아래로 흘려내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것이지만,
오, 나는 예민한 인간이다.
몇 안 되는 중국인 승무원들의 무례함과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 1종류의 기내식,
그리고 맛없는 중국 맥주와
간격이 좁은 좌석이
그 가시였다.
그리고 한번 목에 걸린 가시는
새끼에 새끼를 치면서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