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그냥 발길 닿는대로 - 태국 국경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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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그냥 발길 닿는대로 - 태국 국경을 넘어서

타논 9 2057


이젠 당분간 언제 다시 볼 지 모를 First Hotel을 조용히 빠져나와 호텔 앞 택시를 잡고

어제 받은 약도가 그려진 명함을 내밀면서 룸비니공원 쪽으로 가자고 하니 알았다며 타라고 한다.

카지노버스 정류소에 오니 대형 버스 3대가 시동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닌 버스로, 그것도 캄캄한 새벽에 태국을 빠져나간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허긴 우리네는 비행기를 타야만 국경을 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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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버스의 창 밖으로 태국의 새벽 하늘이 점점 붉은 빛을 띠며 밝아오고...

약 3시간이 지날 무렵 종점인 캄보디아와의 국경 지역에 도착한다.

버스를 내리자 마자 마주친 낯선 풍경에 순간 당혹감이 일고,

사방에서 달라붙는 삐끼들 속에서 어디로 길을 잡아야 할 지 낭패감이 엄습해 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는 큰 흐름을 따라서 태국의 출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캄보디아의 국경으로 들어왔다..

차량의 굉음이 배제된 탓인가??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게 느껴지는 사위..

남루한 행색.. 힘겨워 보이는 느릿느릿한 동작들.. 아,, 시계바늘을 한 1000년은

되돌려놓은 듯한 광경에 순간 목이 콱 메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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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 기다리는 동안 마침 한국인 여자 2명을 만나서 같이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55불 요구하는 걸 깎아서 45불로 하기로 하고 씨엡립까지의 멀고 먼 장정에 돌입했다..

도로 확포장을 위한 정지작업이 이미 시작되어서 생각한 것 보다는 도로 사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를 진동에 신경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 옛날 비포장길의 신작로를 차를 타고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3시간 이상

오래 차를 타야 한다는 것은 다소 인내심을 요구했다.

하지만 뒷좌석의 울 마눌님은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좀 피곤했는 지

연신 들석거리는 차의 진동에 몸을 맡긴 채 그냥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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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엡립을 1시간 정도 남겨놓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차도 세차를 하고.. 매점에 있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매점의 진열품이 우리 60년대 정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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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앞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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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날 과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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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 노점상을 거들어 주던 이 어린 친구, 사진기를 갖다대니

자세를 잡으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참 순수하다랄까...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잘 생겼는데,,,,

또 가슴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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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출발 후 4시간 조금 지나 씨엡립 시내에 도착했다. 중간에 2-30분 정도 쉬었으니 3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예약해 놓은 타프롬 호텔로 들어서니 인터넷으로 약속한 섬낭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어지간히 시간을 맞추었다. 한국에서 이메일로 오후 2시 경에 호텔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2시 10분에 호텔을 들어섰으니..^^

1년 간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섬낭은 우리말을 제법 할 줄 알아 한결 의사소통이 쉽다.

영어도 되니 어려운 단어는 영어로 뜻을 통할 수도 있고..

섬낭과 다시 헤어진 후 시내로 나가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4시 반에 다시 만나 자기 차인 우리나라 스타렉스를 타고 톤레삽으로 나갔다.

도착 후 앙코르왓 만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아 할 수없이 내일 하루만에

앙코르의 모든 것을 보기로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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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젊은 총각, 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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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최대 담수호라고 하는 톤레삽.. 호수라기 보다는 거대한 대양이라는 말이 맞을 법했다.

평상시엔 서울시의 4-5배 정도의 넓이이지만 우기엔 26배의 넓이가 되어 거의 경상북도 면적에

육박하고 수심도 1m에서 9m로 깊어진다고 한다. 엄청한 물이 메콩강에서 톤레강을 통해

이 호수로 역류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감히 상상이 잘 안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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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양 쪽의 푸른 수초 사이로 보이는 물길까지만 배를 타고 나갈 수 있었다. 오늘 기상이 허용하는

한계라고.. 가까이 가니 더 이상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성난 파도들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대양이 버티고 선 것 같아 두려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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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이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 쪽에선 추석 보름달이 두둥실 떠 올랐고 다른 한 쪽은 아쉬운 석양이 저물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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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빠져나와 어둠이 내리고 있는 씨엡립 시내로 다시 들어왔다.

섬낭과는 내일 호텔에서 일찍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씨엡립 시내의 The Soup Dragon..

캄보디아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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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시골길 2007.10.21 03:13  
  즐거워하시는 표정에서, 육로로 오신  피로감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네요..ㅎㅎ ^^
남녘 2007.10.21 12:20  
  톤래샆호수에 면해살아가는 그들의
힘겨워(?)보이는 생활.....
그래도 밝은 내일을향해 공부해가는
호수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아프지만 희망을 보았네요......
건강한 여행계속되시길........
kei1224 2007.10.21 23:28  
  윽...45불...
타이앤 2007.10.22 06:19  
  국경에서 씨엠립까지 자가용택시들 요즘 성수기기간에는 대부분 45불이 단합된 가격인듯합니다...3년전에 갈땐 25불에 갔었는데...많이 올랐더군요...
gogo방콕 2007.10.22 18:48  
  버스로 가시는분은 거이 없나보네여
함박눈 2007.10.24 13:37  
  국경에서 만난 한국인여자중 나이많은 사람입니다ㅋㅋ
저희도 도착한 날 톤레삽에 갔었는데 새벽 카지노버스부터 저녁호수까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었네요..
두분 모습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타논 2007.10.24 21:38  
  아.. 함박눈님... 이렇게 다시 만나뵙다니요..
반갑습니다^^  정말 한동안 시공간을 같이 했군요..
그냥 그렇게 무심히 헤어지고나서 안타깝고 궁금했습니다..
이젠 국내에 들어와 계시겠지요..??
아님 또 어디론가 일을 저질렀셨는 지 ㅋ ㅋ
함박눈 2007.10.26 13:37  
  열심히 지병(?)을 다스리고 있답니다.
병이 도지면 어디론가를 또 헤매고 다니겠지요..
여행 후 한달밖에 안되어 아직은 꿈속에서 계속 여행다니고 있지요..^^
팍치비빔밥 2007.11.03 00:12  
  전 택시 60불에 갔어요,캐너디안,저패니즈 합류했는데 서양인이라고 바가지 씌어서 저도 막을수가,,흑흑,어쨌든 혼자가는것 보다 싸다 위로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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