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그냥 발길 닿는대로 - 태국 국경을 넘어서
이젠 당분간 언제 다시 볼 지 모를 First Hotel을 조용히 빠져나와 호텔 앞 택시를 잡고
어제 받은 약도가 그려진 명함을 내밀면서 룸비니공원 쪽으로 가자고 하니 알았다며 타라고 한다.
카지노버스 정류소에 오니 대형 버스 3대가 시동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닌 버스로, 그것도 캄캄한 새벽에 태국을 빠져나간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허긴 우리네는 비행기를 타야만 국경을 넘으니깐..
달리는 버스의 창 밖으로 태국의 새벽 하늘이 점점 붉은 빛을 띠며 밝아오고...
약 3시간이 지날 무렵 종점인 캄보디아와의 국경 지역에 도착한다.
버스를 내리자 마자 마주친 낯선 풍경에 순간 당혹감이 일고,
사방에서 달라붙는 삐끼들 속에서 어디로 길을 잡아야 할 지 낭패감이 엄습해 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는 큰 흐름을 따라서 태국의 출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캄보디아의 국경으로 들어왔다..
차량의 굉음이 배제된 탓인가??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게 느껴지는 사위..
남루한 행색.. 힘겨워 보이는 느릿느릿한 동작들.. 아,, 시계바늘을 한 1000년은
되돌려놓은 듯한 광경에 순간 목이 콱 메어왔다.
비자 발급 기다리는 동안 마침 한국인 여자 2명을 만나서 같이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55불 요구하는 걸 깎아서 45불로 하기로 하고 씨엡립까지의 멀고 먼 장정에 돌입했다..
도로 확포장을 위한 정지작업이 이미 시작되어서 생각한 것 보다는 도로 사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를 진동에 신경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 옛날 비포장길의 신작로를 차를 타고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3시간 이상
오래 차를 타야 한다는 것은 다소 인내심을 요구했다.
하지만 뒷좌석의 울 마눌님은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좀 피곤했는 지
연신 들석거리는 차의 진동에 몸을 맡긴 채 그냥 조용하기만 하다..^^
씨엡립을 1시간 정도 남겨놓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차도 세차를 하고.. 매점에 있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매점의 진열품이 우리 60년대 정도 될까??..
매점 앞 도로...
우리 옛날 과자 그런 거...
길 가 노점상을 거들어 주던 이 어린 친구, 사진기를 갖다대니
자세를 잡으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참 순수하다랄까...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잘 생겼는데,,,,
또 가슴이 저려온다..
국경 출발 후 4시간 조금 지나 씨엡립 시내에 도착했다. 중간에 2-30분 정도 쉬었으니 3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예약해 놓은 타프롬 호텔로 들어서니 인터넷으로 약속한 섬낭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어지간히 시간을 맞추었다. 한국에서 이메일로 오후 2시 경에 호텔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2시 10분에 호텔을 들어섰으니..^^
1년 간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섬낭은 우리말을 제법 할 줄 알아 한결 의사소통이 쉽다.
영어도 되니 어려운 단어는 영어로 뜻을 통할 수도 있고..
섬낭과 다시 헤어진 후 시내로 나가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4시 반에 다시 만나 자기 차인 우리나라 스타렉스를 타고 톤레삽으로 나갔다.
도착 후 앙코르왓 만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아 할 수없이 내일 하루만에
앙코르의 모든 것을 보기로 하고서...
우리의 젊은 총각, 섬낭...
동남아시아의 최대 담수호라고 하는 톤레삽.. 호수라기 보다는 거대한 대양이라는 말이 맞을 법했다.
평상시엔 서울시의 4-5배 정도의 넓이이지만 우기엔 26배의 넓이가 되어 거의 경상북도 면적에
육박하고 수심도 1m에서 9m로 깊어진다고 한다. 엄청한 물이 메콩강에서 톤레강을 통해
이 호수로 역류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감히 상상이 잘 안 가지만..;;;
저기 양 쪽의 푸른 수초 사이로 보이는 물길까지만 배를 타고 나갈 수 있었다. 오늘 기상이 허용하는
한계라고.. 가까이 가니 더 이상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성난 파도들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대양이 버티고 선 것 같아 두려움이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이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 쪽에선 추석 보름달이 두둥실 떠 올랐고 다른 한 쪽은 아쉬운 석양이 저물어 가면서...
호수를 빠져나와 어둠이 내리고 있는 씨엡립 시내로 다시 들어왔다.
섬낭과는 내일 호텔에서 일찍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씨엡립 시내의 The Soup Dragon..
캄보디아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밤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