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여행~기!no.9- 시즌2. 다시 고고씽!!!
태사랑님들!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올해 5월에 거침없이 여행~기!!란 제목으로 글 썼던 클클이에요.
여권이랑 뱅기표 잃어버려 사서 고생했던. 여행기의 주인장입니다.
음.. 여권이랑 뱅기표 다시 만들어서 친구들 있는
싸무이에 도착하는 부분까지 썼다가
무려.. 5개월 후 지금에서야 싸무이편을 시작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얘기못한 뻘짓이 아직 너무 많아서요. ^^;;
그 때 격려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제가 잠수타는 바람에.. 저를 안 반겨주실 듯 해요..ㅠㅠ
그래도.. 돌아온 탕아를 용서하시고..
저랑 다시 거침없이 고고씽! 해 주세요!!
2006. 5. day-4
999 버스에서 내린 나.
썽태우는 달리고 또 달렸다.
썽태우 구조상 앞보다는 돌아앉아 뒤를 보고 가는데
멀미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곳은 싸무이니까!!
내가 제일 꼴찌로 차웽비치에 내렸다.
헤매지 않고 숙소 뒷문으로 운좋게 들어갔다.
왜 운이 좋냐면.. 간만에 컴백한 나,
윤과 엠에게 내 컴백을 확실히 알리기 위한 뒷문으로 잠입은
탁월한 선택!!
그녀들이 알려줬던 방으로 가서
-아, 싸무이는 숙소가 방갈로 형이라서 일반 복도식 구조가 아니다.-
똑.똑.
아무 기척이 없다.
똑.똑.똑
이불 걷고 뒤척이는 소리가 생생히 들린다.
그리고 이어 수근대는 소리도.
-누구야..
-누굴까
-물어봐
-니가 해
-니가 해
윽.. 하여튼 니들의 그 굼벵이 뺨치는 소심함이란.
그리고 살금살금 다가와 윤이 물었다.
-후?
-익스큐즈미.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변조해 말했다.
-후?
-아이 엠 폴리스. 오픈 더 도어.
-왓?
-폴리스. 오픈 더 도어!!
쿵쿵쿵쿵!!! 주먹으로 문 때렸다.
안에서 난리났다.
-어머 어머 누구야
-폴리스라지 않았냐?
-왜?
-몰라몰라
-어떡해
-몰라.. 설마 썬땜에 온 거 아냐? 그 인간 또 사고친거 아냐?
흐흐.. 이 배신자들아, 그래 내가 너희를 징벌하러 왔다.
-오픈 더 도어!!!!
뭔가 뒤적거리는 소리, 발 동동 구르는 소리, 그러다 한참의 정적.
이윽고 커텐을 소심히 들어보는 엠..
그리고 나의 브이질
-야!!!!! 너!!!! 죽었어!!!!!
친구들, 먼 타향에서 사흘만에 보는 내가 반갑지?
반갑다, 친구야!
이른 아침이라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참, 가기 전 리셉션에 들려 내 존재를 알렸다.
내가 좀 늦게 도착했다. 내 방 내 놓으라고.
아휴.. 그런데 알스 아저씨네 집 리셉션 아줌마 무지 불친절하다.
더구나 엠, 윤이 그동안 나없는 사이 얼마나 숙소에서 뻘짓했는지
나도 동급으로 묶여서 영어 못하는 동양인으로 완전 차별, 무시.
-너희 둘, 나 없는 사이 뭐 먹고 뭐 하고 살았냐?
-그냥 그럭저럭.
-빨리 불어, 낯빛보니 뻘짓하고 지낸 듯 하구낭
-그냥 뭐, 씻고 잠자고, 밥 먹고
-밥은 어떻게 먹었는데? 거리에 나가는 보고?
헉.. 엠, 윤 여기 온지 3일차인데 어제 겨우 밤거리 나가봤단다.
온 첫날 수영장 갔다가 서양인들만 있어 뻘쭘해 들어와 잠자고
가져온 신라면 먹고
바다에도 서양인들 많아 부끄러워서 어제도 씻고 잠만 잤단다.
그러다 정신차리고 나가서 가 본다는게
신혼여행 팩키지팀 가는 바가지 레스토랑.
간만에 만난 한국인 가이드에게 부탁해 랍스터 한 마리 천밧 주고 먹었는데 안습이었다고.
영어가 안 되서 편의점에서 산 전화카드는 고장이어서 바꾸지도 못했다고.
달래서 보니,, 맙소사, 이거 휴대폰 충전 카드잖아!!!
-그런데 썬,,, 여기는 무슨 식당이 새우볶음밥만 주냐?
주문도 안 받아.
으이구, 이 애물단지들.
어쩜 말 한 마디 못하면 바디 랭귀지 할 주변머리라도 있든지.
왜긴 왜야! 내가 장난친 거지!!!!!
-참고로 그녀들과 헤어질 때
식당가서 웨이터 부를 때 까오팟 꿍이라고 외치면 온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드디어, 나의 로망!!! 두구두구두구두구.. 차웽 비치!!
수영복을 입네 썬크림을 바르네 난 완전 신나 오도방정모드다.
우리 셋 중 유일하게 개헤엄 섭렵하신 윤도 은근히 수영모드에 들 뜬 눈치.
그런데 엠양, 당췌 아까부터 알아듣지도 못하는 티브앞에 코박고
돌부처마냥 서 있다.
-야, 너 안 나가?
-나 못 나가.
-왜? 살 때문에? 그거 이미 익스큐즈된 거 아냐?
-아니야. 나 티브 볼 거야.
-엠, 쟤 왜 저러니?
호곡, 엠양, 이 곳에 와서 그래도 방갈로 한 구석에 쳐박혀있었어도 나름 여행의 의미를 찾았으니.
그건 바로 우연히 튼 티브, 우리나라 엠넷 쯤 되는 태국 음악채녈에서
우리의 여행과 공교롭게 때맞춘
세븐의 태국 방문과 특집쇼 예고를 보았다는 것.
그런데 말이랑 자막이 후다닥 사라져, 뭐 알아듣지도 못 했겠으나,
시간을 알지 못해 줄창 3일 연짱 방구석에
쳐박혀 뚫어져라 음악채널만 보며
알아듣지 못할 노래만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엠.
너의 이번 여행의 목적, 내 잠시 잊고 있었다.
세븐 알리기, 더불어 인생에서 세븐의 의미 찾기.
많이 찾으라, 난 정과 바다로 가련다!
아... 딱 좋아.
가 본 바다라고는 푸켓 꼬란섬 밖에 없지만
그 곳의 딱 세 배 더 좋은 차웽.
잔잔히 이는 파도에 나 드디어 발 담가 보았다!!!
그 뿐만이랴.
윤과 키만한 튜브 백 밧에 빌려 엎드려 파도타기도 했다.
단, 윤이 내가 탄 튜브 깊은 곳에 끌고가 살의를 느낄 정도로
원위치 시키라고 살벌히 말해
윤이 잠시 쫄았다는 것.
그렇게 해서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윤과 떨어져 놀았는데
일어나보니 내 무릎 정도의 수심에,
내 옆에는 온통 꼬맹이들만 물장구 치고 있었다는 것.
배나온 서양 할배들이 푸하하 박수치며 지나갔다는 것.
그래도,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여긴 차웽비치니까!!!!!
끝내 방구석 지킨 엠을 데리고 뒷골목으로 나갔다.
싸무이는 동양인들은 잘 안 오는 곳이라더니
정말 동양인, 그것도 여자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팀은 우리 밖에 없다.
-그나저나, 썬. 너 왜 뻥치냐?
-내가 뭘?
-오면 동양인이 적어서 당근 대쉬 많이 받을거라며?
희소성의 가치를 발휘할 거라며?
홑꺼플의 눈이, 광대뼈가 동양적인 미를 발산..
어쩌고 저쩌고는 다 뭐야?
왜 다이아몬드인 우리를 무슨 자갈보듯 하냐고?
이것들아, 그게 희소성이랑 뭔 상관이야,
그들도 박경림보다는 김희선이 이쁘다고 한다더라.
-응, 이제 내가 왔으니 헌팅 많이 들어올거야. ㅋ
자, 우리 그 경우를 대비해 미팅용 회화나 연습해 둘까?
헌팅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엠과 정.
1분에 몇 밧하는 전화를 한국에 때린다고 난리다.
알고보니 바로 한국에서 독수공방 할 도령들에게.
-전화 늦게해서 미안행, 여기 싸무이양, 썬이 드디어 왔엉.
니 둘 언제부터 비염에 걸린거니.
-그런데 썬은 방콕서 고생 오지라게 했는지 입술에 대따 크게 뭐가 났엉.
야,야,야! 니 얘기나 하란 말얏!
-쟤가 이제 왔으니 남은 일정 별 탈 없이 진행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지, 뭥
이 못된 지지배들! 집에는 전화 한 통 안 하고 비싼 국제전화로 고작 도령들에게 한다는 말이 뭐?
니 둘, 오늘의 치욕을 내 되갚아 주겠어, 기대해!!!
그래도, 내 잠시 이 먼 타향에서도 동행 속에 고독을 느꼈으나
카오산보다 깨끗하고
빠통보다 건전한 이 차웽 뒷거리에서 마냥 행복했다.
길거리 국수도 태국 여행 세 번만에 제대로 먹어보고
그 흔한 로띠도 아저씨 열심히 돌리시라고 박수 쳐 가며 사 먹어보고
망고스틴, 망고, 수박 한아름 사서 숙소에 와서
어김없이 뭉쳤으니 쌔끈하게 고스톱 한 판 하며 나눠 먹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달궈진 등판에 오이 한 판!
-너희들, 그래도 내가 돌아와 행복하지?
-세븐은 언제 나올까.
-규니 보고 싶어.
그래그래, 동문서답이라도 좋아.
이 타향 땅에서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일이지.
나는 그리워했던 바다가 지금 내 눈 앞에 있어서 좋아.
이렇게 시작된 싸무이에서의 시즌 2!!!!
무모한 도전은 이제 그만일까.
아님 이 파라다이스에서도
우리의 예측할 수 없는 맨 땅에 헤딩하기는 이어질까?
푸른 바다, 흰 모래, 비치 파라솔 아래 야자수 한 통이 함께 하는
싸무이에서의 여행,
어김없이 계속 고고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