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삐의 태국 여행기-5 (순진한 기꾸이들)
2007. 8. 27 (월)
5시 기상
아들 모닝콜하며 주책씨 은근슬쩍 말 건다.
" 당신도 통화할래? "
" 아니 당신 혼자 해! 저녁에 목소리 듣지 머 "
난 엄청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렇게 풀릴 줄 알았지.
하지만 조금은 서먹 서먹....
30분쯤 누워서 서로 딴짓하며 뒹굴고 있다.
" 이제 일어나야지. 당신 괜찮아? "
" 응 "
" 오늘부턴 쉬엄쉬엄 다니자. 계획대로 다른 숙소 방 있나 알아보구. 여긴 방이 너무 좁다. 답답하네 "
" 그렇지? 우리 점 찍어놨던 쑥파삿 가보자 "
" 정말 말짱하네. 어젠 아프다면서 사진 찍은 거 다 보데? "
"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인데...... "
" 화 풀렸지? 난 화낸거 아닌데... 당신 오해한거다. "
" 나 당신 말투만 들어도 화 났는지 아닌지 알거덩? 치~ "
" 그래서 안 풀렸어? "
" 글쎄 있어 보구 " (여자라고 한번 튕긴다)
씻고 가방 챙겨놓고 쑥파삿에 가서 낮에 오겠다고 예약했다.
아침 먹으러 어슬렁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닌다.
' 사왓디 '인가 그 곳에 들어가기로 결정
근데 한 아저씨 길에 하얀 걸 뿌리며 지나간다.
" 자기야 저게 모야? "
벌레 오지말라고 텐트 주위에 뿌리는 석회 같은 건가?
뒤가 시끌벅적해서 돌아 보니 몇명의 다른 아저씨들이 긴 빗자루로 길을 박박 문질러 씻고 그 뒤에 물탱크 차가 따라오며 호수로 물을 뿌려 행구고 있다.
" 와! 길거리 청소하며 세제 쓰네? "
모두 다 강물로 흘러 갈텐데 수질 오염에는 전혀 신경 안 쓰나 보다.
자기야 사진 좀 찍지?
신기하다
역시 아줌만 보는 시각도 특이해
이후로도 여러번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
그래도 저녁이면 뇨(일명 찌렁내) 냄새가 지독한 걸 보면 그 주범은 개와 고양이가 아닐까 한다.
택시타고 왕궁 도착
입구가 어딘가 찾고 있는데 현지인 말 건다.
" 뭐래? "
" 왕궁 오후에 문 연다네? 세레모니 때문에...... "
주책씨 친절하게 "오케이 땡큐" 까지 한다.
현지인 어디서 왔느냐? 물으며 따라오는데 우리 그냥 지나가며 웃는다.
태사랑에서 다 읽고 왔거던?
레파토리나 좀 바꾸지
순진한 기꾸이들! (사 기꾼)
왕궁 입장
처음에는 침착하게 여유있게 왕궁의 구조가 어쩌구 저쩌구......
사원의 화려함이 어떻구 저떻구......
왕가의 세가 대단하다는 둥 하면서 찬찬히 둘러보다가 시간이 지나니 덥고 지치고 그게 그거 같고 내거도 아닌데 자세히 알 필요가 있나 핑계대면서 사진만 찍는다.
태국가기전에 태사랑 여행기에서 읽었던 귀차니즘 처자들의 태도를 십분 이해한다.(주책씨 그새 그 귀차니즘 처자 싸이 방문해서 리플달고 쪽지까지 주고 받았다는데 정말 여행땜시 그랬는지 순수성이 쪼메 의심스럽다)
왕궁 후문인 듯한 곳으로 나오니 아까 그 현지인 또 있다.
지나가는 외국인 대여섯명을 붙들고 작업중이다.
' 왕궁 퍼레이드 때문에 일찍 문 닫았다. 저사람들도 돌아 나오는 거다
봐라 입구인데 사람이 없지 않느냐? (나오는 문인데) 어디서 왔느냐 좋은데 소개시켜 주겠다 ' 대충 이런 내용인데 관광안내 사진까지 보이며 설명하니 그 외국인들 현지인 말에 빠져 따라갈 기세다.
" 그 사람 큰 거 한 건 했네 레파토리나 좀 바꾸지 "
우리는 웃으며 숙소로 향한다.
숙소를 옮겼다.
덜 깨끗하지만 넓고 천장도 높고 침대도 하나에 시원하고 아침까지 준다니 아침마다 메뉴 고르는 고민까지 해결했다.
또 하나 빨래가 무지 잘 마른다.
입방기념으로 샤워하고 젖은 속옷 빨아 널고 (어제 못한 부부애도 과시) 조금 쉬다가 입맛도 살릴겸 동대문으로 가서 김치말이 국수와 비빔밥 고추장 팍팍 넣어서 먹었다.
내일 아유타야 우리끼리 가기로 했는데 하루 투어로 가자고 꼬셨다.
주책씨 혼자 교통편 스케쥴 관리하느라 너무 애 쓰는거 안쓰러워 따라 다니는 관광도 해 보자고......
시원하게 쉬고 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사는 모습 구경하며 선착장까지 걸어가기로 결정.
선착장 걸어가는 길목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 따조!! 따조!! 하나 천언 하나 천언 '
신기해서 돌아보니 타조 인형파는 아저씨다.
(사진 뒤에 노란샤쓰 입은 아저씨가 타조 파는 아저씨고 빨갛고 파란게 문제의 타조다)
조금 더 가니
' 물 두개 천언 ' 아주머니의 외침
3B 내고 강을 건너 왓 아룬 사원에 들어가 구경하려는데
현지인 가이드 한국말로 외친다.
' 3시 45분에 만나세요 여기서! '
그 독특한 말투를 따라하며 왓 포로 이동하는데 또 다른 현지인 옆에 와서 말을 건다.
' 왓 포 문 닫았는데 어디서 왔느냐 '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 사원이 거기서 거기지. 고만 보구 카오산 거리나 구경 갔으면 좋겠다. "
" 나도 그러네 가서 씻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
택시를 잡았는데 타논 파아팃으로 가자니까 갈도 복잡하고 막히니 100B 내란다.
기본 요금 거린데
한 마디 말도 미련도 없이 내려서 다른 택시 이용
첫날 이튿날은 정신이 없었다.
이제야 우리가 머무르는 동네를 살펴 볼 여유가 생기네
느긋하게 여기 저기 싸돌아 다니며 케밥도 사 먹고
지도에 나오는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한국의 어린 여학생들에게 음식 조언도 해 주며 느긋한 저녁시간을 즐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린 술을 전혀 못하니 맛있다는 싱하 맥주잔을 기울이며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다는 거
수퍼에 들어가 내일 먹을 간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태국 베낭여행 셋째날
어젯밤 폭우가 엄청 쏟아지더니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무지 밝아보인다.
근데 숙소가 좀 좁다 보니 아무래도 불편하다.
특히 싱글 두개를 붙여 놓은 침대가
물론 여행 계획을 하면서 호텔이 아닌 guest house에 머물기로 결정할때는 어지간한 불편도 참아내기로 했지만 같은 요금이라도 더 나은 데가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오기 전 정말 태사랑 숙독을 했었다.
몇 군데 점 찍어 놓은 곳 중 쑥파삿에 가 보기로 했다.
원래 쑤쿰빗쪽의 호텔도 심각히 검토했었지만 여러가지 여정상 또 카오산의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었기 때문에 호텔은 진작에 포기했었다.
어젯밤 다툰 일은 잊어버렸다.
아픈 예삐를 보니 맘은 아프고 막상 멀쩡한 예삐를 보니 심통도 나고......
그래도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나와 지금까지 일생을 같이 해 왔고 앞으로도 같이 할 사람이나 보물 다루듯이 곱게 다루어야 한다.
태사랑에서 읽은 대로 쑥파삿의 카운터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무뚝뚝했다.
보증금 없고 아침식사(파인애플 쨈을 곁들인 구운 토스트 두쪽에 커피한잔) 주고 하루 400B
에어콘 상태나 욕실 상태를 봤을 때 카오산 게스트하우스치고 만족스런 가격이다.
특히 방 천장이 높고 넓어서 좋았다.
점심시간에 짐을 옮기기로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사왓디로 갔다.
언제나 처럼 난 현지식, 예삐는 서양식
아침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이용해서 왕궁으로 갔다.
2킬로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어제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가능하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니 택시를 이용해서 왕궁에 도착했다.
현지인이 다가온다.
아! 지겨운 기꾸이들!!!!
왕궁 문 닫은 거 알거든?
됐거든?
그래도 웃으며 ' I see. Thank you ' 하고 지나쳤다.
첨엔 좀 진지하게 보다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이나 넉넉하게 찍고 가자
명색이 태국에 왔는데 태국스런 왕궁사진이나 넉넉하게 찍어야지
난 사실 총각때는 외국에 나가면 항상 대학교에 갔었다.
목적은 단 하나
여학생 꼬시러......
이런 관광 명소는 별 관심이 없었다.
왕궁을 나오는데 그 기꾸이들이 큰 거 한건 하는 걸 보며 웃었다.
솔직히 나도 첨엔 믿을뻔 했다.
한번도 와 보지 못한 예삐가 아니었으면 당할뻔 했다.
근데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맨날 꼭 같은 레파토리를 쓰면서도 무지 진지하다.
태국을 떠날때까지, 마지막 날까지 이 말을 들었다.
' 세레모니 때문에, 퍼레이드 때문에 여기 문 닫았다 두시간 후에 연다 '
동대문에 들렀다.
재석아빠님은 노트북 놔두고 리플 단다고 정신이 없다.
문의 하나 하나에도 정성껏 리플을 달아주시는 재석아빠님이 무지 착하게(?) 보였다.
동대문의 명물이라는 김치말이국수와 비빔밥을 시켜서 먹었다.
의외로 김치말이 국수가 맛 있었다.
난 지금까지 24개국을 돌아다녔지만 외국에서 한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면 현지식을 먹어야지 한식을 먹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동대문 김치말이 국수는 참 특이한 음식이었고 더위에 지친 한국여행객들에게는 입맛을 되살려주는, 근데 정말 첨 보는 특이한 음식이었다.
아유타야와 방파인 투어 예약을 하고 왓 아룬과 왓 포로 발길을 돌렸다.
한식을 먹고 기운을 차린 예삐는 선착장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둘이 걸어가며 지나다니는 사람들 씹으며, 봉지과일(파인애플과 수박)을 사먹으며 탐마쌋 대학 구내를 지나서 선착장으로 갔다.
왓 아룬으로 가는 배를 올라타니 디카프리오를 닮은 유러피언 젊고 핸섬한 애 하나만 있고 아무도 없었다.
우리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그랬는데 예삐 그 놈 쳐다 보는 눈길이 수상하다.
내가 봐도 젊고 애스럽고 보통의 유럽피언과 같은 건방짐도 없고 괜찮아 보이는데........
괘씸한 예삐!
내가 계속 눈치를 주는데도 눈길을 거둘 생각을 안한다.
눈웃음까지 치면서........
E~~~C, U.......C, A......C
왓아룬에 도착하니 손님이 별로 없다.
마침 덥기도 하여 위로 바람도 쐴 겸 위로 올라가지니 예삐 싫단다.
하여튼 귀차니즘의 대가다.
그래도 꼬셔서 조금 위로 올라가니 강 전경이 다 보이고 무지 시원했다.
왓 아룬 관광을 마치고 왓 포는 ' 그게 그거다 ' 라는 결론을 핑계로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카오산으로 나갔다.
방람푸 시장과 카오산 일대를 돌면서 이것 저것 군것질도 하고 돌아다니다 저녁을 먹고 수족관(피쉬방)에 들러 카메라에 들어있는 사진을 휴대용 하드로 옮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태국 여행 2일, 휴가 3일이 벌써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