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삐의 태국 여행기-4
2007. 8. 26 (일)
5시 기상
TV 모닝콜 덕분에 깼지만 난 누워서 뒹굴고 주책씨 집으로 전화한다.
아들 학교 지각 할까봐 핸드폰, TV, 알람시계 모두 모닝콜을 맞춰났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아침마다 전화하려고 임대폰(어비스폰, 1주일 임대료 12,000원,충전 150B) 가져온거다.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니까......
6시까지 그냥 누워있다가 외출 준비한다.
침대가 더블이 아니라 싱글 두개를 붙여놔서 가운데 홈 때문에 따로 떨어져 잤다.
나이 들어도 우린 신혼이나 마찬가진데......(궁시렁 궁시렁)
나 씻고 준비할 동안 주책씨 자기 준비 다하고 가방까지 정리한다.
시간 많이 걸릴까봐 화장도 안하고 썬크림만 바르는데도 항상 내가 늦다.
그러니 밖에 나오면 가방, 방 정리는 주책씨 몫이다.
8시에 아유타야행 배가 있다.
이름하여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 선데이 크루즈"
일주일에 일요일 딱 한번 있다니까 그거 타고 다녀올 계획이다.
큰 길로 나왔더니 아니 우리차가 거기 있었다.
" 신들의 산책......로디우스 "
색상까지 꼭 같았다.
택시를 타고 선착장 이름을 말하니 아는 것처럼 하더니 탐마삿대학 구내로 들어갔다 나와서 다시 제자리 이제와서 모르겠다고 한다.
싸우기 싫어서 30B 주고 내렸지만 기분은 영 아니다.
대학생에게 부탁해서 택시기사에게 가는 곳을 말해 달라고 하고 다른 택시를 탔다.
정확히 내려주긴 했는데 택시 탔던 곳에서 너무 가깝다.
30분 남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마하랏선착장으로 갔는데 그배가 7시에 떠났단다.
다음주 일요일에 다시 오라네
주책씨 생각도 못한 상황에 처하니 열 받은것 같다.
어디 앉아서 생각 좀 하잔다.
" 계획 수정하면 되지. 오늘 시내가고 모레 버스타고 가자 응? "
여행이란 이런 복병도 있어야 재미있고 나중에 추억거리도 생긴다.
내 나름 열심히 분위기 전환시키려 애쓴다.
잠시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3일차 스케쥴과 바꾸기로 결정.
택시타고 시암스퀘아에 있는 마분콩으로 고!! 고!!!
맞은 편에 내려서 시계를 보니 너무 이르다.
배가 고프니 길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여 세븐일레븐 앞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지도를 꺼내 짐 톰슨의 집으로 가는 길을 체크하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새삼스레 내가 아니 우리가 타지의 여행자구나 하고 실감한다.
걸어서 짐 톰슨의 집
또 걸어서 빠뚜남 시장으로 가서 슬리퍼(일명 조리) 두컬레 100B 주고 샀다.
그리고 바로 옆 상가에서 시원한 냉커피와 점심을 해결했다.
또 걷고 걸어서 수안 파카드 궁정에 도착, 많이 덥다.
입장료를 내니 부채를 선물로 준다.
바로 옆의 전시실을 보고 실망!
밖으로 나가 사진이나 찍자며 돌아 다니니 실제 집이 또 있다.
올라 가려는데 어떤 남자분이 막으며 다른 길로 가란다.
길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니 처음 실망했던 마음이 차츰 풀린다.
거의 다 보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까 그 분이 우리 두사람 사진을 찍어 준다며 잘 나올만한 곳에 서라고 해서 아주 이쁜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여행이란 낯선 문화를 보고 낯선 사람과 만나는 이런 경험들이 모여 추억으로 남는 것이겠지.
전철을 타고 짜뚜짝시장에 도착
사람이 너무 많다.
밀려 다녀서 구경도 쇼핑도 힘들다.
겨우 빠져 나오니 주책씨 시장 둘러보는 공짜차 있다고 타자 하네
천천히 가는데도 제법 시원하다
한바퀴 돌고 의견 일치
" 재미없다 가자! "
" 마분콩 가서 저녁 먹고 집에 가자 "
마분콩 건물안으로 들어오니 머리가 띵하다.
근데 어쩌나......
진통제를 숙소에 두고 왔다.
더 아프면 안 되는데
한번 시작하면 견디기 힘들게 아프다.
걱정이다.
3층 식당에 음식이 좋아 보인다.
주책씨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오자 한다.
그냥 먹었으면 좋겠는데
힘도 없는데
4층에도 식당이 5층에도 식당이 있어 다 훓어보고 3층으로 가잔다.
그냥 아무데서나 먹자하고 싶은데 딴에는 맛있는거 먹이고 싶어 저러나 보다 하고 참는다.
4층에서 길을 잃어 헤메다 3층 도착 음식을 주문한다.
이제 어지럽고 아프다.
조짐이 안 좋다.
음식이 나왔는데 한입 먹는 순간 아! 어쩌나
구역질 난다.
이제 심각한 수준
주책씨에게 말한다.
" 자기야 나 몸이 안 좋아 "
"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
눈치를 보니 많이 놀란 듯
" 많이 아퍼? 힘들면 얘기 하랬잖아 애 심해질때까지 참어? "
" 아까부터 얘기 했는데 "
목소리 기어 들어간다.
비싼 음식 잔뜩 시켜 놓고 먹지도 못하고 먹는 시늉만 한다.
음식 냄새 참을 수 없어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일어난다.
나 다녀 올 동안 음식 혼자 다 먹어 줬으면 좋겠다.
천천히 다녀왔더니 너무 오래 걸려서 걱정했단다.
찾아갈려고 까지 생각했다며 무지 걱정한다.
택시 타고 돌아오는 데 이사람 아직도 카오산 지리를 모르는지 경황이 없어서인지 카오산 입구에서 내린다.
힘들어 죽겠네
거의 두 블럭정도 걸어서 숙소에 돌아와 약 먹고 누웠다.
주책씨 놀라고 걱정되어 까만 얼굴이 노래졌다.
약 먹고 누웠는데 첫날 너무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몸이 개운해서 일어나니 두시간은 잔 것 같다.
" 자기야 나 이제 괜찮다 "
아무 대답이 없다
화 났나 보다.
침대에 누워있더니 밖으로 나간다.
돌아와서 심각한 목소리로 말한다.
" 내일부터 스케쥴 반으로 줄인다 "
" 꼬창도 안간다. 그 몸으로는 무리다 "
" 인자 괜찮은데 "
" 그런 몸으로 해외여행은 무리다. 그냥 푹 쉬다 가자 "
" 두통이 심해져서 그렇지 일정이 무리여서가 아니고...... "
처음엔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기가 죽고 눈치가 보였는데 같은 말 반복하며 이 사람 말투가 점점 심해지는 거 같다.
" 그 몸으로 해외여행은 무리다. 푹 쉬고 목요일에 집에 가자. 비행기표 땡기자. 놀려고 왔지 고생할라고 해외까지 온 거 아니잖아 "
이쯤에서 내가 제동을 걸어야 그만 할 것 같다.
" 비행기 날짜 바꿀 수 있나? "
" 그래 왜? "
" 그럼 내일로 바꿔서 집에 가자. 당신 그런 기분으로 쉰다고 한 들 마음이 편하겠나? 나도 이런 기분으로 여행 안되겠다 집에 가자 "
주책씨 또 충격을 받았다.
" 내가 일정에 못 따라 가더라도 화 안내고 구박 안한다고 약속 해 놓구......훌쩍 "
" 나 두통 있는 거 알잖아! 가끔 심해지는 거 알면서......훌쩍 "
" 성질만 내구......훌쩍 "
요정도 하면 우리 주책씨 화 안낼거라는 거 알지롱!
약간은 진심 쬐끔 서럽다.
두사람 다 아무말 없이 누워 있다.
내일 아침이면 다 풀릴거다.
두사람 다 진짜 화 난게 아니니까
주책씨는 너무 놀라서 감정 조절이 안 된거고 난 남편 말리느라 화 난척 한거니까
물론 여행은 계획대로 쭈~~욱 할거구
치~~~ 오늘은 굳나잇 키스 못 받았네
태국베낭여행 둘쨋날
에라완에서의 첫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아유타야를 가기로 계획했었지
원래는 주말에만 하는 그 유명하다는 짜뚜짝 시장을 보려고 했었는데
배를 타고 아유타야를 가고 싶었다.
예전에 화물선을 타면서 짜오프라야강을 타고 올라와 끄롱또이 강 한가운데 배를 정박하고 짐을 싣고 내렸지
그 때 강을 타고 오르내릴때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노년기 지형이어서 강이 얕아서 큰 배가 다니지 못하지만 이곳 방콕이나 동남아시아 여러나라 그리고 미국 뉴 올리언즈도 강을 타고 올라가서 화물을 싣고 내린다.
예전에 아르헨티나에 갔었을때는 4만톤급 화물선을 타고 이틀동안 강을 타고 올라갔었지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강을 오르내릴때 너무 좋았었다.
해서 비용도 싸고 운치도 있는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 썬데이 크루즈를 이용해서 아유타야를 다녀오기로 했는데 이 배는 일요일만 운행한단다.
그래서 첫날 아유타야를 가기로 결정했다.
일단 아침은 가면서 해결하기로 하고 탐마쌋 대학 옆에 있는 마하랏선착장으로 가기로 했는데 지도나 지명에 보니 타마하랏이라고 되어있어 택시기사에게 그리 말한게 태국에서의 첫날을 헤메게 한 원인이 됐다.
두번이나 택시를 갈아타고(실제 거리는 숙소에서 2킬로도 되지 않음) 도착하니 아주 친절한 아저씨 7시에 배가 떠났다며 다음 일요일에 오란다.
" 아!! 머리 아퍼 예삐야 혈압 오른다 "
노련한 예삐 내가 흥분한 걸 아니까 일단 자리에 앉으라고 달랜다.
하긴 내가 흥분하면 어쩔거냐?
배는 떠났는데......
놓친 기차!
떠나간 애인!
이 얼마나 슬픈 표현 들인가?
일단 스케줄을 수정하기로 하고 마분콩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70B
왠지 바가지 쓴 기분이다.
언젠가 태국 환란기에 사업 실패하고 샌드위치 장사로 재기하신 분 기사도 읽은 적이 있고 해서 길거리표 샌드위치를 사 먹어봤다.
거의 공짜 수준이지만 맛도 있고 깔끔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육교를 건너 길을 돌아가서 두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니 짐 톰슨의 집이 있었다.
첨엔 머 별로로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교복 그것도 미어 터질것 같이 팽팽한 치마에 흰 상의를 입은 태국 여대생들이 우글우글....
정신이 없었다.
영악한 예삐
한마디 한다
" 여보 이번에 한국가면 나도 교복 한벌 맞출까봐 "
그래 내가 졌다
얄밉기 짝이 없다.
그래도 짐톰슨 집을 구경하며 너무 행복했다
오늘 정말 황금어장이다
나중에 나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밖에 나오면 재빨리 현실로 돌아와야한다.
나에겐 오직 예삐뿐!
둘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씨암스퀘어를 걸었다
걷다가 구경하다 먹다가 쉬었다가 하기를 여러번
드디어 빠뚜남 시장에 다다랐다
활기찬 시장을 보니 몇년전까지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정말 가격도 저렴하고 없는게 없었다.
짜뚜짝 시장보다는 못하지만 수도 방콕의 대형시장중의 하나임을 느끼게 했다.
근처 상가에 들어 점심을 먹었다
이날 부처님 관련 행사가 있어 많은 가게들이 오후에 문을 연다면서 일부식당만 문을 열었다.
일단 뽁음밥, 닭고기가 들어간 국수를 시켰다
합계 60B
열대지방에서는 자주 먹는게 좋을 것 같아서 군것질을 많이 하고 특히 과일을 많이 사 먹었다 물론 음료수나 물도 많이 먹혔지만 과일이 특히 좋았다 싸고 달고
점심을 먹고 휴식을 조금 취한 후 쑤안파카드 궁전으로 걸어갔다.
첨 별 볼일 없던 것 같던 쑤안파타드 궁전(정말 입장료가 너무 아까웠다 첨엔)
근데 너무 감동을 먹였다
더구나 직원 한명이 계속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주며 여기가 좋다 저기가 태국스럽다는둥 너무 친절까지 떨어서 부담스러웠지만 참 좋았다.
쑤안파카드 궁전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파야타이역에서 전철을 타고 없는게 없다는 짜뚜짝 시장으로 갔다.
근데 너무 심했다.
가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계속 떠밀려 다니다 공짜로 돌아다니며 태워주는 트림을 발견하고 예삐와 함께 올라타고 한바퀴 돌고 나니 별 생각이 없어졌다.
우리 가자! 마분콩으로.....
다시 전철을 타고 씨암역에 도착하여 씨암스퀘어를 조금 걷다 마분콩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이제는 우리나라도 음식의 지방특색이 없어지고 표준화 되었지만 세계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다.
글로벌 음식
한국에서 보이는 음식이 태국에서도 흔하다
특히 퓨전일본식 음식들
오늘은 태국와서 처음 밖으로 나왔으니 포식을 함 하자
게요리도 시키고 새우요리도 시키고 실컷 시켜놓았는데 예삐 상태가 별로다.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예삐야 이 음식들 나보구 어쩌라구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나간 예삐가 소식이 없다
안절부절
화장실이 한 두군데라야 가 보지
예삐가 다시 나타날때까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물론 음식도 제대로 먹을수가 없었다
어~~~ 이 아까운 음식
하지만 음식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와서 예삐 잃어버리고 가면 난 아들한테 맞아죽는다.
아버지는 온 가족의 종이라 생각하고 저 엄마만 하늘같이 떠 받드는 놈이다
한참 후에 돌아 온 예삐를 보니 이제 화가 난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
그러나 화를 낼 수 도 없고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예삐가 잠든 새 로비에 내려오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무지 슬프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
그것도 태국까지 와 가지고
내가 너무 무리했나보다
근데 올라가서 멀쩡한 예삐를 보니 또 화가 난다
오늘은 뽀뽀를 해 주지 않고 잠을 잤다.
하루를 잘 보내고 저녁에 기분 잡쳤다
아들에게 전화하니 저 엄마 안부만 묻는다
나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