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삐의 태국 여행기-3
2007. 8. 25 (토)
4시 기상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비몽사몽간을 헤메다 깼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주책씨 깨우고 씻고 준비해서 집을 나서니 5시
해 뜨기 전이라 어둑 어둑한데 가방들고 나가니 괜히 집걱정, 아들걱정,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 우리 이래도 되는 걸까? 아들 혼자 두고 "
" 기왕에 나섰으니 일상을 잊고 재미나게 놀 생각만 하자 "
버스 타고 수영역에서 환승 지하철로 노포동까지 가니 6시 20분
우리가 타고 갈 차를 확인하는데 바로 옆에 인천공항까지 바로 가는 버스 발견
" 아니 이럴 수가!!! 이건 왜 몰랐을까? "
일단 터미널내 식당에서 아침밥 먹고 인천공항행 버스 시간이랑 가격 물어보고......
내려올땐 저거 타고 내려와야지
밥 먹고 나니 6시 50분이다
버스 출발은 7시
주책씨 자기가 짠 계획표대로 착착 진행되니 뿌듯한 모양이다.
공항버스 기사에게 갔다 오더니 차가 2시간마다 있으니 시간이 맞으면 타고 맞지 않으면 서울로 나가잔다.
가는 도중 금강 휴계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서울 도착 12시
밥 먹고 차만 탔더니 배가 안 고프다.
공항까지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사실은 인천공항 밥값 비싸단다) 간단하게 요기하고 공항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10분쯤 있으니 웬 아저씨가 " 김포! 김포! " 외친다.
저 아저씨 택시 기산가? 호객행위 하나보다
여기선 장사 안될텐데 라고 속삭이는데 공항버스 안내해주시는 분이었다.
오해해서 쬐금 미안했다.
2시 공항 도착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게 기다리는게 좋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무지 심심하고 지겹다.
짐 부치고 전화기 받고 세관 통과
면세구역에서 쇼핑을 안 좋아하니 심심하고 할 일이 없다.
괜히 왔다갔다하다 그것도 지겨워 앉아 있다 졸려서 잤다.
비행기에 올라 티켓을 보여주니 우리는 2층으로 가랜다.
올라갔더니 이게 왠일?
좌석을 잘못 찾았나 다시 물어보려고 돌아 서는데 주책씨 놀라서 좌석 확인하더니 맞단다.
좌석이 무지 크고 앞 좌석과의 간격도 무지 넓다.
" 이건 비지니스 석인데 어찌된 일이야? "
" 나도 모르지 인터넷으로 지정 가능한 좌석 보여 주길래 둘이 앉을 수 있는 곳으로 내 마음대로 골랐지 "
그때부터 내릴때까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와!!!! 편하다! "
" 와!!! 넓다! "
" 다리펴도 안 닿네? 내 다리가 짧아서인가? "
" 사람도 몇명 없네? 저사람이 이층담당 승무원인가? "
" 서비스도 좋은데? "
계속 재잘재잘......
주책씨 내가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 좋아져 싱글벙글이다.
" 당신 눈 높아져서 계속 비지니스석 찾을까 겁난다 "
" 자리 좁아도 좋으니 계속 태워줘 잉~~~ "
방콕 공항 도착 짐 찾고 여권과 입국신고서 제출해야 하는데
주책씨 앞장 선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책에서는 입국목적, 잠 자는 곳을 묻는다는데 나한테만 물으면 어쩌지?
영어도 못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서류를 내 밀고 어색하게 서 있는데 옆에 한국여자인 듯한 사람이 와서 섰다.
그 줄 직원이 여자에게 무언가를 묻는데 그분이 못 알아듣고 계속 다시 묻는다.
" 왓? 왓? "
그래서 내가 말해 줬다.
" 숙소 묻네요 호텔을 발음 하는 것 같은데 "
그 분 "아~~! 그걸 안 적었구나"
나 영어 못한다.
몇개 안되는 단어 중 하나라서 알아 들었지
그렇게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와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또 한참을 기다렸다.
버스속에서 우리는 공항버스 티켓을 받던 그 부스속의 아가씨들을 씹으며 비오는 방콕 거리를 살폈다.
버스에서 내리니 주책씨 무척 난감해한다.
물론 나에게는 안 그런척 하지만
하지만 내가 누구냐 이사람과 20년을 같이 살았는데 그 정도 눈치는 있지
숙소를 어떻게 찾을까 걱정하는게 뻔히 보인다.
내가 도움을 줘야겠지?
혹시 몰라서 파일 속에 있던 태사랑 홈피에서 출력한 카오산 지도를 한장 접어서 주머니속에 넣어왔지. 물론 집에서 가는 길을 눈여겨 보았고
지도를 꺼낸다.
조금 걷다가 '걸리버'가 보일길래
" 여보 여기서 길 건너자 "
" 응 "
어두워서 골목길 못 찾겠다
무섭기도 하고
조금 둘러가자
" 당신 알겠나? "
" 응 "
" 여긴 국립 미술관이네 "
"그래? 그럼 잘 가고 있네"
" 저기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
조금 가다가 지도를 살핀다.
골목 막혔다.
거기서 좌회전, 쭈~~욱 가다 골목끝에서 우회전하니
왼쪽에 홍익인간이 보인다.
" 와! 맞다 정말 홍익 인간이 있네 "
" 이제 어떻게 해? "
" 또 쭈~~욱 가다가 '바다소리들'이 보이면 좌회전"
" 응 여기네 귀신이네 "
" 골목 중간쯤에 있을텐데? "
끝까지 가도 없다.
다시 되돌아오니 주책씨 '에라완' 간판을 찾았다.
" 우와! 당신 꼭 와 본 사람 같다. 자기집 찾아가듯이 한번도 안 들리고 가네 "
" 참 이상하네 정작 자기집은 못 찾아가는 사람이...... "
당신옆에서 항법사 생활이 몇년인데
집에서 공부 좀 했지
턱이 하늘을 향한다.
늘 남편 바지만 붙들고 따라 다니다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니 무척 기쁘다.
그 지도 오늘날까지 내 바지속, 지갑속에 있으며 무엇을 찾을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집에와서 보니 낡아서 모서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 태사랑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여러장의 지도, 피해사례, 여행일기 등이 없었다면 참 많이 헤메었을거다.
태국에서의 첫날 밤
우리의 신혼여행이 시작된다.
길거리 구경하고 자자는 주책씨 의견에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낯설고 어색한 발걸음으로 골목길을 두어번 돌아 가다 외국인이 사먹고 있는 팟타이를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느끼하고 아삭한 숙주와 면의 조화를 감미하며 내가 정말 외국에 있구나 하고 느꼈다.
태국베낭여행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니 몹시 피곤하다.
이번 주일 유독 회사일이 바빴고 특히 신경쓸 일이 많았다.
막상 떠나기는 하지만 고3 아들을 두고 그것도 개학하는 아들을 두고 떠나는 마음 어찌 편하리오
" 내가 고3 부모 맞나? "
행장을 꾸렸다
여행용 가방 두개 중 하나는 수화물로 부치기로 하고 액체류 화장품을 포함한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짐을 넣고 자물통을 채우고
기내로 들고 들어갈 가방에는 조금 더 중요한 걸 넣었다
그리고 내가 둘러메고 갈 베낭에는 캠코드를 비롯해 비교적 중요한 것과 선그라스 그리고 인터넷 발권서류 출력한 것과 여행책자 태국지도 그리고 여행계획 출력한것 등을 넣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복대!
미화 700불 중 600불과 여권 2본을 넣고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 주머니 지갑에는 미화 100불과 인천 오갈 한화를 넣었다
그리곤 아들방에 들렀다
늦게까지 공부를 했는지 놀았는지 몰라도 아들은 자고 있었다
빰에 뽀뽀를 해 주고 나오는데 마음이 징~~했다
드뎌 출발!
나름대로 일정을 맞춘다고 빡빡하게 계획을 짰는데
특히 이동시 교통편은 거의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을 세웠다.
비용의 최소화를 항상 염두에 두고......
노포동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우리가 탈 차를 확인하는데
맙소사!
버스 앞에 붙어있는 행선지 ' 인천공항 직행 '
아침부터 뒷골이 댕긴다.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데
역시 터미널 음식이다
미워서 카드를 내 밀었다
예삐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어이구 잘 논다
고3짜리 아들 두고 여행가면서 억시도 기분 좋구나
갑자기 얄미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20년을 같이 산 마눌을......
금강휴게소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언젠가 예삐가 금강휴게소에 있는 오리를 타고 싶어 했다
아직 태워주지 못했는데
예삐야! 오리가 아니라 비행기를 태워주마! 오늘
역시 여행은 여유야!
근데 오늘 아침부터 내내 전화가 진동을 한다
거래처다
아! 정말 너무한다
여행가는 사람한테 이건 아니자나!
그래도 여행간다는 말은 못하고
자기는 심각해서 살려달라고 하는데
강남 터미널에 내리니 시간이 어중간했다.
쫀쫀하게 인천공항 밥값이 비싸니 여기서 먹고 가자고 할 수 도 없고
적당히 시간이 어중간하니 여기서 먹고 가자고 했다.
역시 터미널 음식!
길을 건너 공항버스 정거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김포행이 오구 곧이어 인천행이 왔다
여행이란 역시 떠나는 그 순간이 가장 화려한 클라이막스인지도 모른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는 공항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세상 부러운게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 먼저 발권을 했다
인터넷 예약서류와 좌석서류를 내 미니 티겟을 주고 짐을 받아주었다.
솔직히 올해 항공예약발권이란 과목에서 아바쿠스를 공부했었는데 모든 절차와 내용이 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너무 흐뭇했다.
짐을 부치고 로밍전화기를 찾았다
아침마다 아들 학교가라고 깨우려면 로밍폰은 필수다
면세구역에 들어오니 너무 심심하다
9년의 승선생활, 여행, 회사에서의 해외출장을 다니면서도 물건을 사 들고 다닌적이 없다.
정말 해외나 면세점에서의 쇼핑은 아무 관심이 없으니 심심할 수밖에
예삐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다
드뎌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근데 이층으로 가라고 한다
내가 좌석을 잡을땐 분명히 A-300 이었던것 같은데
여긴 보잉747이다
좌석번호는 같은데 비지니스석이다
와우!!!! 예삐 일났다
좌석사이가 좁다며 고속버스도 아니고 이게 뭐냐며 난리치더니 오늘은 연신 입이 귀에 걸렸다
다리를 뻗어보고 누워보고......
기내식은 고기와 생선을 하나씩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그건 예삐 명령이었다
고루고루 시켜서 맛있는 건 자기가 먹는게 당연하단다
태국에 다다르니 비가 내린다
아! 어쩌나?
우긴줄이야 알고 왔지만 첫날 가방 끌고 숙소 찾아가야하는데 웬 비?
바가지 쓰는 걸 방지하기 위해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티켓팅 아가씨들은 계속 기다리라며 저거끼리 수다만 떤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둘이서 내내 아가씨들을 품평하고 씹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하도 씹어서 나중에 버스가 왔을땐 입이 아팠다.
속도 시원하고...... 메롱!
카오산에 도착하니 알아볼 수 있는 건 국립미술관
근데 문제는 비가 부슬부슬
신경이 마니 쓰인다
근데 예삐 꼭 많이 다녀 본 사람처럼 길을 찾는다
기가 차서
결혼하고 처음 자기 집에 가는데 자기 집도 제대로 못 찾던 사람이......
카오산 골목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니 태사랑에 등장했던 수많은 가게들의 상호가 보인다
에라완에 도착하여 이름을 대니 보증금을 달란다
근데 방에 올라가 보니 방이 너무 좁다
화장실 갈때 다르고 올때 다르다더니 처음 게스트 하우스 가격 볼땐 만족스러웠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너무 좁아서 아쉽다
짐을 풀고 카오산을 산책하며 핫타이를 시식했다
너무 행복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일로 밤새 전화와 시름했었는데
하룻만에 너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돌아와 집사람이 샤워를 하는 동안 카운터에 내려오니 그 유명한 재석아빠님이 계신다.
사진으로만 뵙던 분
내가 방콕을 드나 든 건 1981년부터인데
그때만 한더라고 방콕에서 한국인 상대 사업을 하시던 분은 한일관 권사장님
그리고 다른 업소 박 모 여사장님 단촐 했었는데
이제 이런 새로운 분들이 터를 잡고 계신다
물론 그때는 카오산 이름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재석아빠님과 맥주 두어잔 하고 올라가서 방콕에서의 첫날밤을 뜨겁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