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삐의 태국 여행기-2
2007. 8. 18 (일)
여섯밤 남았다.
주책씨로부터 결재 서류를 받았다.
부산 출발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9일간의 여행 일정과 교통편, 예상비용, 적당한 숙소 목록까지 꼼꼼하게 정리한 파일, 여행할 곳의 지도, 비행기 예매 서류 기타 등등 꽤 두껍다.
특히 여행 일정표를 보여주며 인천까지의 교통편을 가장 저렴한 버스로 정한 것, 매일의 일정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부연 설명까지 덧 붙인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게, "천천히 살펴보고 궁금한 것 물을께" 했지만 속으로 감동 먹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도 짐을 챙기는 중.
안방 한쪽 바닥에 가방, 옷가지, 세면도구, 의약품 기타 등등을 쫘~~악 늘어왔다.
주유소에서 받은 휴지
싱가폴 비싼 호텔에서 가져온 비누, 샴푸, 샤워 캡......
주책씨 출장에서 챙겨 온 일회용 슬리퍼, 스킨 로션, 칫솔, 치약......
이런 소모품은 모두 모아 놓은 것이다.
의약품은 꼼꼼히 챙긴다.
내가 필요하니까
두통약겸 감기약, 정로환, 멀미약, 모기 퇴치약(바르는 것-싱가폴에서 유용했다)
물파스, 밴드, 후시딘, 접착용 파스, 땀띠약, 아스피린, 기타 등등
아! 바쁘다.
일주일간 먹을 아들 일용할 양식도 챙겼다.
가스 절대 사저. 햇반, 전자렌지 1분 데우는 반찬, 컵라면, 일회용 젓가락, 나머진 용돈으로 해결
2007. 8. 24 (금)
와우!!!
내일 새벽에 출발한다.
버스, 지하철, 고속버스, 공항버스, 비행기, 공항버스
하루종일 소요된다.
특히 인천-부산간은 교통비를 아끼려고 고속버스를 계획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편하게 비행기로 갈 걸 하는 후회도 해 본다.
여행가방은 어제 모두 싸고 오늘 저녁에는 아들 식사 준비와 주의사항, 연락처 (로밍폰, 큰아버지, 부산의 지인)를 적어주고 등교시간 늦지 않게 폰 알람도 따로 챙겼다.
여행 준비를 길게 한다?
난 이게 내 취미 생활이다.
준비기간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단순한 국내여행도 준비기간 일주일이니까
아차!
아들 교복 다림질 속옷, 양말, 수건도 여유있게 준비해야지
아유타야에서 바이크 빌려 다니면 좋다기에 국제 운전면허증 필요할 것 같아 주책씨 준비하랬는데 와서 보니 다른 자동차는 다 되는데 이륜차에만 도장이 없다? 이륜차는 따로 면허증이 있나?
아니면 그거 없어도 되나? 난 자전거는 못 타는데......
(싱가폴에서 자전거 교통사고로 나름 충격이 컸다.)
흥분도 되고 걱정도 되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지만 자야겠지?
2007. 8. 어느날
마눌은 여행 준비로 나나 아들 쳐다도 안 본다.
어이가 없어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정작 필요한 준비는 별로 없어 보인다.
짐 보따리를 보니 아예 이민을 가라 이민을 가!
아유타야나 꼬창에서 오트바이를 빌려타려면 국제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내라고 보챈다
귀찮게 시리
대충 타면 되지
회사 출근해서 적당히 눈치보다 도망을 나와서 운전 면허 시험장으로 갔다.
저 국제 운전면허증 내려고요
서류를 줬더니 기다리랜다
젠장 회사 빨리 가야하는데
"처리기간이 즉시가 아닌데 왜 기다리라는 거야"
근데 서류를 받아 놓고 일은 안하고 내내 옆에 아줌씨랑 수다만 떤다
한참 후에 누가 오더니 비로소 서류를 들고 머 입력하고 한다
그러고는 이름을 부러곤 난생 첨 만져보는 국제운전면허증을 주는데......
이건 머 말이 국제 운전 면허증이지 옛날에 사용하던 검역카드 같다
완전히 수첩이고 책이다
근데 이게 왠 일?
정작 있어야 할 이륜차 부분에 도장이 없다
다른곳에 다 있으면서
에이!! 모르겠다 우리나라처럼 운전면허증 가지면 오트바이 타도 되겠지
비용은 일단 700불을 바꾸어 가기로 했다.
여기 저기 우대가 어떻고 알아보고 난리를 쳤는데
나중에 외환은행 아줌씨 왈!
아무것도 필요없고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젤 싸요
우대 고객 아니라도 상관 없어요
싱겁다
근데 700불 가지고 될까?
카드 가지고 가지만 워낙 복제를 잘 한다니까 걱정도 되고
마눌 꼬셔서 은행에 국제 직불카드 만들라고 했다
혹시 카드 분실에 대비해서 잔고도 50만원만 남기고
이제 준비 끝
아니지
저 미련 곰탱이를 집에 두고 간다?
내 새끼! 밥이나 제대로 먹고 학교나 제대로 가려나?
마루에서 자라고 하고 TV 아침에 시간 맞추어 놓고 예삐 휴대폰 알람 맞추어 놓고 자명종 시계 둘 시간 맞춰놓고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하길
혹시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큰 아버지한테 연락을 해라
그리고 아버지 회사에 연락을 해서 뒷 정리를 해라
그리고 금융감독원에 아버지 어머니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가입된 모든 예적금 통장과 보험을 조회하거라
아마 너 하나 먹고 살 돈은 될거다
갑자기 눈물이 핑........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낼 아침이면 떠난다
근데 참 협조 안된다
거래처에서 내내 전화가 온다
아~~ 나더라 어쩌라고
낼이면 비행기 타는데
이 거래처 전화는 공항 도착할때까지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