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다녀왔습니다] 2. 우돔싸이⇒퐁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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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다녀왔습니다] 2. 우돔싸이⇒퐁살리

vixay 3 3751

(BGM) MG4-1974 Way Home 음악끄려면 ESC

아침 8:40에 우돔싸이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4:30이 돼서야 퐁살리에 도착했다.
우돔싸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므앙라 부근의 길이 제일 멋있었고, 퐁살리에 가까와질수록 점점 잦아지는 길가의 고산족 마을들도 아기자기 좋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거의 여덟 시간이나 걸린 버스여행이니 안 잘래야 안 잘 수가 없었고, 자다깨다 한 흐린 정신에 좋았다고 생각되는 풍경이 정녕 내가 기억하는 이름의 동네 풍경인지 아닌지는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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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느아인지 분따이인지에서 사먹은 50원짜리 아이스크림 퐁살리 가는 길의 한 학교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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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퐁살리
졸다 깨면 쉬야한다고 산 중턱에 서 있고, 또 졸다 깨면 300불을 훔친 죄로 잡혀가는 수갑찬 죄수와 호송경찰관이 옆에 앉아 있고, 또 졸다가 깨면 어느 샌가 입에 아이스케키가 물려져 있고, 또 정신없이 졸다가 끈에서 풀린 닭이 푸드득 버스 안을 날아다니는 통에 잠이 깨고.... 27인승 버스에 탄 인간은 또 우예 그리 많은지. 족히 한 40명은 됐던 것 같다. 라오 사람들의 다리접어 낑겨앉아 오래가기 신공은 단연 기네스북 감이다. 버스에 탄 사람들 중 가장 큰 허우대를 가진(서양여행객도 하나 없이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었음) 내가 오히려 미안해질 지경이다.
여튼 소나 돼지를 안 실어준 것만으로도 무지하게 감사한 버스는 엄청난 회전과 경사, 정차, 출발을 반복하면서도 빵꾸 하나 안 난 채 퐁살리에 잘 착지했고, 나는 땀으로 푹 젖은 등짝과 얼얼한 궁둥이 정도는 불평할 건덕지도 안 된다는 것을 며칠 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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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파'라는 이름의 못생긴 녀석이 시내 가는 길에 오토바이를 태워 주었다. 한 때 같은 곳에서 일하던 동료의 라오 이름도 '쏘파'였는데, 라오 말로 '예쁘다'는 뜻이다. 그 친구는 그나마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는 아녔는데... 여튼 얼굴은 험악해도 맘씀씀이는 예쁘니 그걸로 쌤쌤 해주지 뭐.

여기 라오에서 내내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했던 T군이란 녀석이 있다. 이놈이 여기 퐁살리 출신의 '푸노이'족으로, 나랑 꽤 친하기도 하고 얘네 친척, 친구들도 여럿 만나보고 해서, 쭈욱 푸노이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숙소도 푸노이가 한다는 Yu Houa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는데... 쉐에엣!!! 다시는 론리플래닛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나름 깨끗하다는 숙소 방 구석에 수북한 담배꽁초가 웬말이더냐. 성분을 알 수 없는(사실은 뭔지 안다) 벽의 얼룩들, 돌리는 손잡이가 떨어져나가 주먹만한 구멍이 뻥 뚫린 방문까지, 더러울 수 있는 구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더러워 주셨다. 그래도 침대 시트와 공용화장실이 그나마 참을 만 한 수준이어서 2$을 주고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짐을 풀고 1층의 식당으로 내려와서 간판을 자세히 보니, 영어로는 Yu Houa로 적혀 있지만 라오어를 읽으면 '니 후아'였다. 니호아~? 이런~ 혹시나 하고 쥔장한테 물어보니 역시나 중국사람이란다. 것도 특유의 퉁명스런 태도로. 방의 담뱃재와 저 쥔장을 쓸어담아 '친절한' '푸노이가 운영하는' '깨끗한' 숙소를 소개해 준 론리플래닛에 EMS로 부쳐주고싶었으나, 착불이 안된대서 그냥 포기했다.

그나마 저녁에 먹은 밥은 먹을만 했지만, 방 꼬라지에 이미 덴 후라 부엌의 상태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게다가 뭔 양은 그렇게 많은지. 미운 벌레가 모로 긴다더니, 다른 데 같았으면 얼씨구나 했을, 푸짐한 밥주걱 인심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밥이 많다고 투덜대면서도 기어코 다 먹고야 말았다. 그럴 거면서 욕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맨정신으로는 잠자기도 글러먹은 것 같아서, 맥주까지 두 병을 털어넣었더니 배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듯 부풀어올랐다. 배도 꺼뜨릴 겸, 어디 노는 친구들 있음 함 껴볼까 하는 기대를 안고 산책을 나섰다. 가 30분도 안 돼서 돌아왔다. 해 진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적막한 것이야... 불 켜진 가게라고는 어느 골목의 쓰러져가는 꼬치집 두어 군데, 그리고 나의 니호아 게스트하우스... 그냥 방에서 고상하게 책이나 읽기로 했다.

그 날 밤, 고상한 책읽기의 고상한 BGM은 뚫린 방문구멍으로 사정없이 들려오는 '아흑.... 흑....하악하악....' -_-;; 니호아 게스트하우스는 바람난 퐁살리 유부남들의 밀회장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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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파랑까마귀 2006.11.15 17:37  
  ㅋㅋ니호아GH 조심해야겠네요~
danpark23 2006.11.16 10:18  
  퐁쌀리 5달러짜리 호텔 너무 깨끗하고 좋았는데...
동네에서 제일 큰 호텔 있잖아요.
트레킹도 좋았고 핫사 쪽으로...
vixay 2006.11.17 22:42  
  제일 큰 호텔이라면... 퐁살리丰沙里호텔 말씀이시죠? 라오스 살면서 하도 중국인들한테 데여서...^^; 아예 들어가 볼 생각도 안 했는데 깨끗한가 보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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