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다녀왔습니다] 9. 루앙파방⇒쌈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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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다녀왔습니다] 9. 루앙파방⇒쌈느아

vixay 3 3306

(BGM) Nina Simone - Take Me to the Water 음악끄려면 ESC

오전에 빡우동굴 구경을 갔다 왔다. 아주, 그저 그랬다. 므앙쿠아에서 넝키아우까지 오면서 우강의 아기자기+스펙타클한 뱃길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빡우로 가는 왕복 4시간의 메콩강 유람은 잠자기 딱 좋았다. 평범한 강변 풍경이다. 배 모는 사공까지 졸지만 않았으면 더 맘 푹 놓고 잘 수 있었을텐데. (체질상 졸음운전하는 차에선 잘 못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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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우동굴 맞은편의 파헨Pha Hen 절벽. 날씨는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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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어이싸이에서 오시는 분들인가보다. 표정이 좋지 않다.
이 후어이싸이-루앙파방간 스피드보트의 안 좋은 점 또한가지는, 루앙파방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다 배를 세워준다는 거다. 다시 뚝뚝을 타고 시내까지 들어가야 하니 차비가 또 들어가는 데다, 바가지 또한 만만찮다. 시내쪽에 사원이 많아 소음문제 때문에 그렇다고는 하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배가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시끄러워봤자 1분도 안 돼서 소리는 달아나버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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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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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보트 타고 후어이싸이 가시나보다. 내릴 때쯤이면 저들의 표정도 위의 사진과 비슷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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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투어보트들. 큰 여행사는 독자적으로 배를 띄우고, 작은 곳들은 몇 그룹을 합쳐서 한 배에다 싣는다.

빡우에는 두 개의 동굴이 있다. 아랫쪽이 탐띵이고, 위의 것이 탐품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성지로 받들어지는듯 했지만, 탐띵 구석구석 들어차 있는 수천 개의 불상 말고는 특별히 흥미로운 볼거리가 없었고, 둘 다 뒤쪽으로 더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몰라도 동굴이라는 이름조차 과분해 보이는, 그냥 토끼꼬리 같은 구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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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띵 입구. 입장로 10,000K를 받는다. 투어요금과는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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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띵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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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띵에서 바라본 메콩강. 동굴 입구에서 저렇게 향과 꽃을 묶어서 1~2천 낍 정도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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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에 있는 탐품 내부. 조명시설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플래쉬를 빌려 들어가거나 해야 안을 볼 수 있다.

오고 가는 길에 술빚는 마을, 반상하이(원래는 독짓는 마을)와 베짜는 마을, 반상컹을 잠시 들렀는데, 이마저도 시간을 충분히 안 줘서 제대로 구경도 못 했다. 그냥 5$에 시간때우기로는 그만인 것 같다. 나야 뭐, 라오스에서 좋은 데 많이 가봤으니 그렇다쳐도, 처음 와서 시간이 얼마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이렇게 돈 쓰고, 시간 쓰는 게 어떻게 느껴질지.
게다가 오후에 꽝시폭포까지 같이 예약한 이들한테는 점심시간을 고작 10분 준다. 한국의 단체관광단 같았으면 농성을 하고 난리났을텐데, 몇 마디 구시렁거리고 마는 이들이 오히려 신기하다. 아침에 픽업하러 왔을 때 정원초과로 사람을 끼워넣고 하는 것부터가 영 마음에 안들더니... 역시 패키지투어는 내 체질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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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하이의 술빚는 광경. 메콩강물을 그대로 끌어올려서 발효원액에 넣고 끓인 다음, 그 증기를 모아 소주를 만드는 것이다. 퐁살리에서는 저 대롱 끝의 술단지 입구에다 나뭇잎을 채워 넣어서 술에 녹색을 넣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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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컹에서 말리고 있는 비단실. 동네 여기저기에서 베짜는 아낙들을 볼 수 있다.

배 내린 곳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볶음밥에 계란프라이를 추가했는데, 야채 같은 건 하나도 없이, 단지 '기름에 볶은' 밥 위에 계란을 얹어서 준다. OTL
'이기 머꼬?'
'볶음밥에 계란. 니가 시킨 거.'
'그람 닭고기 볶음밥 시키모 느그는 달랑 닭고기랑 밥만 볶아 주나?'
'짜오.'
그렇단다. 커헉. 되려 날 '뭘 바라는 기야?'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당당한 종업원에게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간장이나 도라', 라고 할 밖에.

간장에 비벼서 밥을 다 먹고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라고 하면 순 거짓말이고, 비가 막 오려는 듯 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잠시 뒹굴거렸는데도 시계는 벌써 4시를 가리킨다. 이를 어쩐다냐... 바로 위앙짠으로 돌아가자니 왠지 뒤를 덜 닦은 거 같고... 어제 생각처럼 씨앙쾅을 거쳐서 쌈느아까지 가는 건 길이 너무 험할 것 같고...
위앙짠 북부터미널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루앙파방을 거쳐 가는 쌈느아행 버스는 오늘도 확실히 아침 7시 정각에 잘 출발했단다. 어제는 뭔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자기는 모른단다. 물어본 내가 그르지.

게스트하우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 쌈느아로 갈까, 위앙짠으로 갈까?'
'여기 계속 있어. 온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역시 번지수가 틀렸다.

루앙파방에서야 밤새 버스 기다릴 일이 없으니, 일단 터미널에 나가 보고 버스가 안 오면 다시 돌아와 하루쯤 더 있다 위앙짠에 가기로 결정했다.
북부터미널에서 한참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제 막 쌈느아행 버스가 들어왔다. 시간은 4시 40분. 앗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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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뒤에다 냉장고를 묶고 있는 조수총각. 길 중간에서 저렇게 몇십 분을 지체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앞머리를 나팔처럼 묶고 있는 것이...혹시...변선생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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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조수총각이 중간에 탄 이들의 버스요금을 걷고 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돈다발은 한 명에게서 받은 것이다. 1,000K*90장. 루앙파방에서 쌈느아까지의 요금은 90,000K이다. 나팔머리 총각도 보인다. 조수는 세 명. 그런데 운전은 기사 혼자서 끝까지 한다.

17:00
루앙파방 출발. 터미널에서 찰밥과 째오벙(매콤한 루앙파방 전통음식. 고추장에 라면스프를 넣은 것 같은 맛인데, 물소껍질 말린 걸 채썰어 넣어서 쫄깃한 것이 여행다닐 때 차에서 먹기 딱 좋다.)을 사 두었다.

19:00
빡몽에 도착해서 가지고 온 찰밥과 째오벙에 삥까이(닭구이)를 하나 사서 저녁을 먹었다. 디저트로 바나나도 한 송이 샀다. 그저께 넝키아우를 습격했던 맹마오(날개미)떼가 오늘은 빡몽을 뒤덮었다. 국에 연신 첨벙첨벙 빠지는데도, 사람들은 굴하지 않고 잘 먹는다. 30분쯤 쉬다 출발.

20:30
뼈아픈 기억의 넝키아우에 도착했다. 내가 기다릴 때는 차가 안 오더니만, 차가 온 날엔 왜 기다리는 사람도 하나 없는지.

22:00
므앙삼똔 도착

22:40
위앙캄 도착. 드디어 자리가 슬슬 비기 시작한다. 맨 뒤에서 바로 앞, 두 자리를 차지하고 드러누웠다. 맨 뒷자리에는 박스 속에 닭이 한 마리 들어 있는데, 그걸 베고 자는 아저씨도 있다. 존경스럽다.

02:40
위앙텅(므앙히암) 도착. 넝키아우에서 이 동네에 대한 소문을 들었었다. 아담하니 참 멋지댔는데, 캄캄한 밤이라 좋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다만 잠깐 바람을 쐬러 내렸다가 올려다본 하늘에 총총한 별과, 풀숲 위를 떠도는 반딧불이들은 예뻤다.

05:40
후아므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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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어 조수들도 앞에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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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로 해가 뜨고 있다. 저 구름 아래로 들어가면 이제 쌈느아다.

07:30
드디어 쌈느아 도착. 오고야 말았다.
3 Comments
파랑까마귀 2006.11.21 07:36  
  스피드보트 탄 사람들의 표정에 많이 웃었습니다~ㅋㅋㅋ 마지막 사진 넘 멋지네요~ 쌈느아는 또 어떨런지 기대가 됩니다~^^
vixay 2006.11.21 17:33  
  저도 조만간 저 스피드보트, 타러 갈 예정입니다. 살짝 걱정이 되네요. ㅎㅎ
후니니 2008.03.26 18:45  
  아이구 가고잡던

드디어 쌈느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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