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6. 깐차나부리- 방콕- 끄라비로 이동..
금요일 밤... 열심히 썼는데 잘못 눌러서 다 날라갔습니다 -_-
내가 왜 빽스페이스를 그따구로 눌렀을까요.
울 엄마 저주가 아직도 통하고 있는걸까요? 여행기는 무신~ 하는.... ㅠ
여행기는 벌써 끄라비까지 갔는데 다시 깐차나부리를 떠나는 부분부터
시작하려니 아유 허탈해 죽겠심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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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차나부리를 떠나 이제 난 끄라비로 간다. 끄라비로 가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뭐 원래 아무런 계획도 (뇌도? ㅋ)없이 왔는데, 어제 서점에서 산 태국 사진 엽서가 이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 싶을만큼 확 시선을 잡아끄는 예쁜 바다와 동그란 해안이었는데 뒷면에 Ko Phi phi 라고 써 있는 거였다.
와... 입맛을 다시다가, 그럼 가보지 뭐 그래서 피피섬에 가기로 했다. -_- 초간단 루트짜기. 예약도 없이, 뭐 얼마나 묵을지도 모른채. ㅋㅋ
피피섬에 가기위해서 푸켓을 통해갈까, 끄라비를 통해갈까 하다가 끄라비를 가기로 했다. 이유는.... 오기전에 읽은 여행기중에 끄라비타운의 야시장이 그렇게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아 끄라비 타운을 떠나기가 싫을 정도였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싸고 맛있는 음식... 머릿속의 cpu 점유율이 순간 99 %가 되어버린 그 한 마디 때문에 난 끄라비 타운을 간다.... 끄응.
그리하며 깐차나부리를 떠나 방콕으로 가는 여행자 버스에 오르는데, 내 숙소 옆방에 묵었던 커플도 버스 (실은 봉고 -_-;; )에 오른다. 그 커플은 서양인 할아버지/ 태국인 젊은 여자 커플이었기에 미안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선입견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한번도 눈 마주쳐본적도 없고, 그래서 한번도 인사한적도 없는 커플. 게다가 내 맘은 여행자 '버스' 라고했는데 왜 '봉고' 일까에 대해 심히 쏠려 있는 상태였다...
울 엄마가 봉고는 타지 말라고 했는데. 봉고는 보험도 안 들어주고 위험하다고 어릴때부터 세뇌를 당해왔던 터라.. 그렇다고 이게 버스냐 봉고지 하고 여행사에게 따져봤자 왠지 먹히지도 않을 것 같고, 그냥 이게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버스' 일거란 생각이 든다. 썽태우가 썽태우지 트럭은 아니잖아? -_-;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타기로 결정한다. 다시 터미널로 가고 버스를 타고 방콕 터미널로 가서 다시 카오산으로 가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귀찮다 -_-
탔다. 타고 맨 뒤좌석에 앉아 무릎에 어제 산 한 봉다리의 람부탄을 놓고 하나씩 까먹었따. 람부탄을 먹는 내가 부러웠던지, 옆자리의 태국녀가 과자를 꺼내서 자기도 먹고 옆의 서양남의 입에도 넣어준다. 그러자 서양남 앞자리에 앉은 젊은 서양녀가 뒤를 흘낏 보더니 가방안에서 초콜렛을 꺼내 먹는다. 서양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그 옆자리의 젊은 서양남이 가방을 뒤져 또 뭔갈 꺼내먹는다. 금새 버스, 아니 봉고 안은 쩝쩝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조용해졌다 -_-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이 먹으면 나도 먹고 싶은건 똑같다니까 ㅎㅎ
람부탄을 열심히 까먹는데, 잘 나가던 차가 갑자기 멈춘다. 멈추더니 갈 생각을 안한다. 뭐야? 말뚱 쳐다보는데, 운전사는 영어를 못한다. 무슨 일이야... 다시 엄마의 저주인가? 싶은데, 내 옆의 태국녀가 갑자기 태국말로 운전사에게 말을 건다. 말투와 표정으로 보아 따지는 듯한 표정이다. 한참 둘이 옥신각신 하더니 태국녀가 서툰 영어로 서양남에게 설명을 한다. 저 운전기사가 여행사에서 돈을 못 받아서 기름 넣을 돈이 없으니까 여행자에게 달라고 한다나... -_- 허참. 저거 저거 사기치는거 아냐? 생각하는데 다시 태국녀가 운전기사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운전기사 차를 출발시킨다. 운전기사가 자기 돈으로 넣고 나중에 여행사에서 받는 걸로 했다고. 당연한 것을, 왠지 여행자에게 돈 받고 그냥 먹을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태국녀가 따지지 않았더라면 우리 돈 줄뻔했잖아! 그 생각이 들자, 그 태국녀를 보는 시선이 갑자기 달라진다. 왠지 미안하다.. 미안한 마음에 내가 먹던 람부탄이라도 줄까 싶어 봉다리 안을 봤더니 람부탄이 한 개 남았따...!
그 많던 람부탄은 누가 다 먹었을까.
나지 뭘~~~~ 깔깔깔.... 괜히 민망하니까 -_-;;
어쨌거나 태국녀의 도움으로 우리 차는 다시 출발했고, 울 엄마의 사주를 받은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운전기사는 궁시렁대다가 운전을 하고 자기돈으로 기름도 넣었고. 그리고 무사히 방콕에 도착했다.
깐차나부리에서 버스에 오를때는 서로 인사도 안했는데, 내릴 때에는 왠지 같은 배, 아니 차를 탔던 동료애가 생겼던지 헤어진다는 생각에서였던지 다들 바이바이 하고 헤어진다. 나도 왠지 미안했던 태국녀와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보이며 바이바이 했다. 미안해 태국녀. 태국녀 나이도 좀 있어 보이던데,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내가 미안해. 무슨 사이더라도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람. 미안해 태국녀~ 잘 살아야돼애애애애~
그렇게 다시 방콕, 카오산에 돌아왔다. 한 밤 자고 갈까 하다가, 그냥 오늘 하루는 이동에 버리기로 하고 오늘 저녁에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왠지 지쳐 여러군데를 다니며 가격을 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에어컨 빵빵해 보이는 여행사 한 군데를 집어 들어가서 바로 표를 샀다. 430바트. 터미널에서 가는 건 거의 뭐... 천 바트 넘는것 같은데 싸게 잘 샀다 싶어 흐뭇했다. 출발은 저녁 7시, 도착은 아침 9시. 허거걱. 뭐 이래? 그렇게 오래 버스안에서 보낼 거라면 잘 먹어야 한다는 다짐이 든다. 배고파 난폭해지면 버스안의 다른 여행자들에게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 내 안의 야수를 잠재우기 위해 오늘 저녁은 무지하게 맛있는 걸 먹어야겠따..! 이건 날 위해서야 아냐. 우리 모두의 공익과 안전을 위해서야..!!
그래서 결정한 메뉴는 김치말이국수. ㅋ 방콕 여행의 필수코스아닌가? 외국 나가서 한국음식 먹는 것이 좀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야간버스라는 고난을 앞두고 힘좀 내려면 한국음식만한 것이 없는거다.. 게다가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라면 그저 밥하고 김치가 쵝오인거다,흠흠.
동대문에 가서 김치말이국수를 시키려고 보는데 태국인 종업원이 와서 날 기다린다. 고민하다가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마침 김치말이국수를 먹고 있다. 손가락으로 슬쩍 가리킨다. 그러자 영어로 말해야 할까, 한국말로 알아들을까, 태국말로 해야 할까 (할줄도 모르면서 ㅋ) 갈등했던 나의 고민을 비웃어주듯 종업원은 유창한 한국말로 ' 김치말이국수? ' 그러더니 총총 주방으로 사라졌따 -_-;;;; 글쿠나. 김치말이국수라고 하면 알아듣는구나.
나온 김치말이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김치에 국물한번 쭉 들이키면 오오오오오~ 그러나 김치말이국수는 내 안의 야수를 잠재우기엔 양이 너무 적었다. -_-;;
그래서 계산하고 나와 배낭을 들쳐메고 카오산 거리로 가서 군것질을 했다. 맛있는 치킨케밥에, 바나나 팬케익, 스프링 롤... 빨갛고 파란 젤리와 색소가 뿌려진 음료수에, 과일에.... 이하 생략.
이제 좀 배가 부르다. ㅎㅎ 여행사로 가서 에어컨을 쐬다가 날 데리러 온 사람 따라서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난 430바트에 끄라비가는 표를 샀는데...... 바로 옆 여행사엔 손글씨로 KRABI- VIP BUS- 400 B 라고 써있다. 끄응..
아, 한 발자국만 움직였으면 팬케익이 한 판인데... ㅠ
굴비엮듯 다른 여행자들을 데리고 나와 합류해서 또 걸어가는데... 저~ 앞에 있는 여행사 간판에는 KRABI 380바트다.... ㅠㅠ
아아아.. 이렇게 눈앞에서 내가 뻘짓한걸 보는 맘이 너무너무 괴롭다 ㅠ 게다가 그 돈이 그냥 한국돈으로 삼십바트 구백원 하면 그런갑다 하는데 그 돈들이 로띠 한판, 파타이 한 접시로 환산되니까 너무너무 괴롭다... ㅠㅠ
안되겠다. 오늘 버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젤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미스테이크를 평생 후회할 것 같다 ㅠ
그리하며 버스가 왔을 때, 다른 여행자들은 커다란 배낭을 1층 짐칸에 싣는다고 낑낑 거릴때 난 배낭을 둘러맨채 그대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여행자 버스에 대해 여러가지 경고가 많았다. 작은 배낭만 가져가고 큰 배낭을 짐칸에 넣어 놓으면 여행자들이 잘 때, 직원들이 뒤져서 귀중품을가져간다는 둥... 안 자면 이상한 가스 -_-를 틀어서 재운다는 둥..
그래서 난 뭐라고 해도, 아무리 좁아도 내 배낭을 내가 꼭 가지고 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따.
암튼 첨엔 날 저지하던 태국인도 배낭을 보더니 올라가라고 손짓한다. 내 배낭은 35 리터짜리. 어딜 가든, 얼마나 가든, 어떤 계절에 가든 무조건 저 용량에 맞춘다. 그 이상의 크기와 무게는 내게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다. 다행히 난 좀 덜 자주 갈아입고 다녀도 괜찮다.... 그래서 동행이 없는 건가? -_-;;;; 젝일.
어쨌거나 그렇게 차지한 2층 버스의 맨 앞자리는 환상적이었다. 앞도 큰 통유리, 측면도 유리. 게다가 2층이라 높기도 높아서 버스안에서 보는 방콕의 야경은 너무너무 멋졌다. 야경 구경을 하다가 어느정도 방콕에서 버스가 빠져나오자 영화를 틀어줬다. 영화 제목은 dragon rider. 엄청 유치찬란하다. 그래도 여행자들은 심심했기에 -_- 모두 눈을 티비 모니터에 박고 열심히 봤다.
난 너무 유치해서 차마 열심히 봤다 -_- 유치하니까 대화 필요 없이 그림만 봐도 이해가 가더라 ㅋㅋㅋ 역시 외국영화 자막이 없을땐 유치한게 킹왕짱~ ㅋ
영화도 허무하게 끝나고 (유치한 영화의 특징,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심히 미약하다 -_-;;;), 다른 여행객들은 주섬주섬 잘 준비를 하고. 나도 쿠션 삼아 베고 있던 배낭을 복도쪽 좌석에 옮기고 베개 삼아 베고 담요를 덮고 누웠다. 측면의 유리창에 까만하늘이 나타난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과, 어두운 나무와 함께.... 음악을 듣는다. 배경음악은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ㅋ
언제나 야간버스를 탈 때 시작음악은 '밤이 깊었네' 이다. 자칫 멜랑꼴리해지기 쉬운 상황 (고생스러운 야간버스에, 타지에 와있으므로)에 내일에 대한 기대를 불어넣고 기분을 상쾌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내게 용기를 주는 음악이다. 밤이 깊었네에에~ 둥둥둥둥 드럼 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는 언제 들어도 넘 좋다 ~
가지마라 가지마라 나를 두고 떠나지 마라~둥둥둥~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버스는 나를 싣고..
나는 음악과 까만 태국의 하늘과 별을 싣고... 달린다.
좀 잤나? 싶었는데 갑자기 불이 환히 켜지며 사람들을 깨운다.
다 온건가? 싶어서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다 -_-
휴게소라며 나와서 밥을 먹으란다!!!!!!!!!!!
이런 미췬... -_-
그래도 화장실은 가자 싶어서 나오니 정말... 70년대의 고속버스 터미널보다
더 후진 쪼그려쏴식의 변소가 나온다. -_- 난 괜찮다. 난 쪼그려앉을 수 있어... 그런데 서양애들은 못 쪼그리는 애들이 꽤 되는 줄 아는데... -_-;;;
내가 더 미안해진다... 풋.. (정말? )
일도 보고,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다시 잘 준비 하는 것임)나오는데
세상에 그 시간에 밥 먹으랬다고 정말 졸린 눈을 비비며 밥을 먹는애들이 있따... 것도 밥을 여행사에서 주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밥 '사'먹으라는 것인데. ㅋㅋ
꾸역꾸역 맛도 없게 생긴거... 분명 아침부터 지금 이 시각(새벽 1시)까지 팔던걸 먹는 서양남 여행자들을 보니까 괜히 친근감이 생긴다.
생긴건 무슨 헐리우드 영화에 나온것처럼 생겨서 (서양애들은 다 똑같이 생긴것 같다, 내 눈에.. 그래서 몇년전까지만 해도 헐리우드 영화를 잘 못봤다.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녀이 그 녀인데 아군 적군이 구별이 안 가니... 계속 옆에 있는 사람한테 쟤가 아까 걔냐? 물어봐야 해서... 쯥),
뭔 나도 안 먹게 생긴 음식을 먹고 있는 거다. ㅋㅋㅋㅋ
너도 막 자랐구나? 왠지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랄까? ^0^
그렇게 삼십여분간을 쉬었다가 다시 버스는 출발한다. 먹으랬다고 먹은 애들은 다시 담요를 덮고 쿨쿨 잠들고, 난 다시 음악을 들으며 밤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밤은 혼자 잠들지 않는 구나.. 생각도 들고. 한국에 두고 온 것들도 생각이 나고...
배경음악은 서태지의 1집의 명곡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까만 밤
아주 까만밤, 너와 내가 사랑 했던 아름다운 밤...
그렇게 버스는 다시 달리고..
다시 멈췄을 때는 아스라히 동이 터 있었다.
깨어 났을 때 부시시한 여행자들의 모습에 웃기기도 했는데
뭐 나도 만만치 않다는 거 -_-
이유없이 버스는 몇 시간 그냥 서 있다가 완전히 밝아진 후에 다시 출발했고,
그 사이에 팻말도 마을도 없는 그냥 한 길가에 무슨 히피같이 생긴 서양남 1인을 내려주고, 그렇게 끄라비 타운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