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5. 깐차나부리, 연합군 묘지와 읍내(?
다시 페달을 열심히 굴러서 잠시 쉬어갈까 하던 내 숙소를 쌩 지나서
여행자 거리를 지나간다....
반대편 차선에서도 한 서양인 여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오~ 이번엔 하이! 하고 입을 열어 인사를 해보자.. 맘 속으로 다짐하는데,
내 앞에서 그 여자애가 갑자기 자전거와 같이 옆으로 쓰러진다 -_-;;
뭐야. 나랑 그렇게 인사를 하기 싫었던 것인가?
나도 자전거에서 내려 여자애한테 묻은 흙을 떨어주고 괜찮냐고 물어줄려고
했는데 그 여자애가 넘어진 지점이 마침 바 bar 앞이라서,
낮부터 맥주 마시고 축구보던 남자애들이 우르르 일어나더니
엉덩이랑 어깨에 묻은 흙 털어주고 난리났다...
저거저거.. 일부러 넘어진거 아냐? --+
저런여우 같은...!... 이지만 나도 담에 한번? ㅋㅋ
실은 사람이 그리워 -_-;
열심히 다시 페달을 밟아간다.
여행자거리를 조금만 나서도, 금새 집들이 현지인들이 사는 집이라서
어떻게 사는지 안이 훤히 보인다.
담이 없다..
마당에 지나가는 새 모이주려고 모아놓은 쌀통 엎어놓은것 까지 보이고,
마당 한 켠에 다라이(?)안에서 발가벗고 물놀이 하는 어린애들까지 보인다.
어찌나 우리네 사는 것과 비슷한지 깜짝깜짝 놀랜다.
특히 남자애들은 아랫도리를 안 입히고 덜렁덜렁 (ㅋㅋ 뭐를?) 내놓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것이 나 어렸을 때 이웃들 같아서 정겹기까지 하다.
끼익~!
이차선도로가 어느새 갈림길에 와 있다..
스스로 길눈이 밝다고 생각하는지라, 첨에 숙소 잡을 때 자전차아저씨
뒷좌석에서 구경하며 익힌 지리로 더듬더듬 와 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어디로 가지? -_-
침을 뱉어서 손바닥에 대고 찰싹! 하기엔 내가 넘 고상해서 ㅎㅎ
길을 묻기엔 주위에 물놀이하는 애들이랑 새모이주는 할머니밖에 없고..
에라, 아니면 돌아가지 뭐... 난 시간이 남아도는 깐차나부리의 여행자잖아.
한국에서는 하루도 농축해서 두배 세배씩 늘여서 썼는데,
이 곳에선 시간을 희석해서 쓴다..
시간이 희석될 수록, 왠지 내가 숨쉬는 이 공기에 더 짙은 여유가 배이는것
같은 것은 왜 일까?
대충 방향을 잡고 가는데, 점점 익숙한 거리가 나온다.
마치 북미 혹은 유럽 (가본적은 없다만)의 한 공원과 같이 깔끔하게 단장된
연합군 묘지가 눈앞에 보인다.
묘지의 비석들이 쭉 깔린 묘지의 입구를 찾아 들어간다.
입구는 늦오후의 늘어진 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묘지에는 아무도 없다... 개 두 마리 외에는.
좀 슬퍼졌다. 묘지 입구에 자전거를 주차시키고,
터벅터벅 묘지 안으로 들어가자, 여행자거리의 떠들썩함도,
육차선 거리의 시끄러운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이 흐른다.
검고 마른 개와 누런 털을 가진 개 두 마리만 장난치며 뛰어놀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일까?
잘 단장된 묘지 사이의 꽃과 화초들을 보며... 묘지사이에 난 길을 걷는다.
Private, age 22.
Sargeant, age 26.
고작해야 일병, 이병.... 말단계급을 단 사병들이다.
게다가 나이는 스물 둘, 많아봤자 스물 여섯 일곱, 어린애들은 열아홉도 있다.
나보다 어린 녀석들이다.
1940년대, 해외여행도 분명 한번도못 가봤을, 얼굴에 솜털이 송송할 녀석들이 말도 안 통하고, 한번도 들어본적도 없는 태국이란 나라에 와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우다가 갔을까.
부상을 입고 죽어가면서 저 지구편 반대쪽에 있는 자신의 집이,
가족이, 어머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몇 거리를 사이에 두고 저쪽 여행자 거리에선 분명 유럽과 미국에서 온
이 죽은 군인 또래의 아이들이 싼 물가에 행복해하며
할일없이 낮부터 맥주 한잔 하며, 바의 태국여자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몇 거리 뒤에는 몇 십년전에 전쟁으로 죽어간 비슷한 나이 또래의 그 아이들이 묻혀 있다니.
참 많이 슬펐다. 난 그게 늘 문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꼭 내것처럼 마음에 다가와서
마음이 참 아파진다..
태국에 끌려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고향산천을 그리워하며 죽어갔을
우리나라 청년들도 생각하고. 전쟁이 무엇일까, 무슨 명분이길래, 한 사람의 목숨보다 더 귀한것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다가 발길을 멈추게 한 비석 하나.
" 사랑하는 아들, 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축복한다,
그리고 하느님께 나머지 시간을 맡긴다.."
목까지 차올랐던 뜨거운것이 눈물이 되어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의 죽음을 60년이 훨씬 지나서야 애도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누가 봤으면 가족을 찾았나 싶을 정도로 지나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비석 앞에서는 같이 슬퍼해주는 것 외에는 다르게 할 것이 없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세상의 원리는 그런것 같다.
정치인들의 권력 싸움으로 하루하루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저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과 가족의 슬픔이 아직도 이 세상에 떠도는데,
세상에는 또 다른 전쟁들이 매일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내 나라에 일어나지 않으니 무관심하다면 너무 무책임한게 아닐까,
이 세상에 나 혼자 사는게 아닌데...
그렇다면 내가 할 수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나 하나의 안위, 내 가족의 안전과 행복에만 만족하고 살아가면 될까?
아아아아~~~~~~ 모르겠다...
사실 여행 떠나온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왜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든거다.
문득 주위의 환경이 낯설어 보이고..
내가 그전까지 품어왔던 꿈들이 점점 나에게 손짓하며 멀어지는 것도 보이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서른이 넘으면 정말 가졌던 꿈이 '한때 품었던 꿈' 으로남아버릴것 같아서... 나 자신을 추스릴겸,
내 인생에 도전을 줄 겸, 직장을 그만 둔건데.
잘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래서 나중에 죽을때... '인생 헛살았어' 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아.. 좀 울고 진지하게 머리좀 썼더니 배가 고프다 -_-;;;;;
터미널 앞에 야시장이 열린다고 가이드북이 써 있었다...
깐차나부리 읍내(?)로 다시 들어가서 구경좀 하다가, 야시장에서 밥을 먹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다. 깐차나부리 읍내로 들어가는 길은
6차선 대로..!!! 쌩쌩 차들이 지나가면 내 자전차가 순간 흔들;; 한다.
이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저 연합군묘지의 군인오빠들이랑 귀신친구 되겠다는 생각에 인도로 자전거를 들고 옮겼다.
울퉁불퉁한 인도를 자전거를 타고 가니 더 재밌다.
길거리에서 놀던 아이들도 쳐다보고, 지나가다 신기한거 구경도 하고.
누구네집 담장에 핀 장미덩쿨이 어찌나 소담스러운지... 구경도 하고.
룰루랄라 하다가 서점을 발견했다..!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가수 비 -_-
뭔 쿨피스같은 음료수 깍대기에 비의 얼굴이 도배가 되어 있누나..
자전거를 세우고, 서점에 들어간다.
이건 말이 서점이지, 꼭 우리나라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 분위기다 ㅋ
손에 동전이랑 지폐를 말아쥔 어린애들이 많은 장난감이며 군것질 거리앞에서 어떤것을 집어야 할지 망설이며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 것도 똑같다.. ㅎㅎ
나도 구경하다가, 머리핀을 하나 집었는데, 삼십밧이란다 -_-;;;
바가지 씌우는 분위기인걸.... 싶어서 그냥 바이바이 하고 돌아나왔다.
영어소설책이라도 있음 살려고 했는데, 다 태국말책이고..
하긴 읍내에 조그만 문방구에서 영어책 파는데가 어딨겠나.
여튼 ㅎㅎ 조그만 애들이 손에동전 움켜쥐고 머리 긁적이며 구경하고
있는게 귀여워서 용서해준다! ㅎㅎ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간다. 터미널을 지나, 한참 가다보니
철길이 나온다! 아니 이 철길은 혹시 그 콰이강의 다리로 가는 그 철길?
오오.... 대충 깐차나부리의 지도가 눈에 잡힌다 ㅋㅋㅋ
이렇게 작다니깐.. 그래서 시내가 아니라 읍내인거다.
철길에서 자전거 핸들을 틀고 다시 읍내쪽으로 향하다가
터미널 주위에 장이 서 있는걸 발견했다.
오오~ 야시장이로구나..
아직 어둡지 않아서인지, 음식노점상보다는 공산품노점상이 더 많이 나왔다.
악세사리도 팔고 머리핀에 여자애들 앙증맞은 가방까지...
게다가 과일시장까지..!
과일을 보는데 과일마다 숫자가 써 있다. 25, 30 뭐 그런 숫자...
저게 무슨 뜻일까? -_-
말을 거는데, 과일장수 아줌마가 영어를 못하신다...
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아! 저게 바트구나.. 혼자 해결을 하고
람부탄을 가리키며 25바트를 내밀었다.
아줌마, 웃으면서 커다란 비닐봉투에 람부탄을 넣기 시작한다....
넣고 넣고 또 넣고.. 다 넣고 나고 저울을 보여주는데,
그 무게가 1kg.
저 많은 람부탄, 혼자 다 못 까먹는데, 저게 우리돈으로 고작 900원인거다.
고맙다고 캅쿤캅 하고 돌아선다..
난 1kg나 되는 줄 몰랐다고.. -_-
난 낼 깐차나부리를 떠날 건데, 저걸 언제 다 먹나....
오늘 저녁을 람부탄으로 떼워? 아냐.....
자전거를 끌고 돌아서다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아줌마한테 갔따.
내 람부탄 봉다리에서 람부탄을 두 주먹을 꺼내서 아줌마에게 주고,
너무 많아서 다 못 먹는다는 제스쳐를 하며
(람부탄을 가리키고 두 손으로 큰 원을 그리고, 내 배를 가리키고 두 손으로
작은 원을 그린 다음,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면 대충 이해가지 싶다.. ㅋㅋ)
돌아섰다..
아줌마 고개 끄덕거리면서 받아들더라.
암만..자청해서 반절만 먹겠다는데 누가 싫어할까..
먹을걸 자진반납하다니 나도 양심 많이 살았따 -_-
아무래도 공기 맑고 인심 좋은 시골에 와 있어서 나도 릴렉스 된거 아닐까?
고등학교 다닐때.. 친구들이랑 밥 먹을땐 우리 친구들 중 그 누구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따..
왜냐, 한 마디 할 수록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거다..
ㅋㅋㅋ 그래서 그 수다스러운 여고생들이 어째 점심시간이 젤 조용하고
다른 반 애들이 왔다가 왜케 조용해 수업하는줄 알았잖아 할 정도로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 제일 치열하고 -_-; 그랬던.. 점심시간. ㅋ
한국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다, 나도 어른됏나봐 ㅋ
아직 밥을 남기는 경지에 다다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람부탄 한보따리를 자전거 핸들에 끼워놓고 슬렁 슬렁 걸어다니며 장 구경을 하다가 현대식 백화점 비스무리 한걸 발견했다.
날도 더운데 잘됐다, 에어컨 바람좀 쐬자 ㅋㅋㅋㅋ
후딱 들어가서 보니 뭐 마트같은것도 있더라.
웰빙여행을 급히 떠나와서 딱히 얼굴팩같은걸 못 챙겨온지라
구경하면서 팩을 몇 개 사려고 갔는데..
종업원들이 나한테 다 태국어 -_-로 말을 걸면서 이거 사라 저거 사라
판촉을 하는 거다....내가 태국인으로 보여? 그런거야?
종업원한테 영어로 얼굴 마사지 제품 어딨냐고 물어봐도,
태국말로 대답..-_- 왜 그래애~나 장난하는거 아니란 말야... ㅠ
신기한게, 그 백화점에는 화장실앞에 1바트짜리로 체중을 재게 하는
체중계가 있다 ㅋㅋㅋㅋ
일보고 나와 체중을 재보니.... 두둥...!
한국에서 출발할 때보다 1.5 킬로가 늘었따 -_-;;;; 헉...........
저울이 이상한 거구나 ^0^
맘 편히 먹고 돌아섰으나 기분은 찝찝..
나중에 끄라비로 내려가서 비키니 입어야는데 -_-
이런식이면 곤란하다...........쯥.
백화점에서 다리도 쉬고 에어컨 바람도 쐬다가 나오니
고 사이에!!!!!!!!
야시장이 사라졌다!!!!!!
-_-
내가 출입구를 잘못나왔나?다시봐도 내가 세워둔 자전거가 있는 걸로 보아
맞는데..
젠장... -_-;;;;
그렇다면 아까 내가 음식물노점상이 아직 안나온거라 생각한건
이미 나왔다가 다 들어간거?? 뭐지?
흑흑흑.....
아까 본 야시장이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의욕도 덩달아 사라진다...
여행은 뭐하누... 다 먹고 살라고 하는 짓인데.
먹을게 없는데 여행은 뭐할러 하누... ㅠ
터벅 터벅 걷다가, 졸리프록이나 가서 밥먹자는 생각으로 겨우 충격을 추스리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배가 고파서 -_- 눈앞이 보이질 않는다...
아까는 안전을 생각하여 인도로 자전거를 탔지만,
샹! 배고프단 말이다! 집에 얼른 가야지... 해가 지는 깐차나부리 읍내의
6차선 차도에 자전거를 타고 오른다.
양옆에 자동차, 부릉부릉 오도바이, 사이에서
나 -_- 한국녀 1인, 빨간색 자전거에 빨간색 람부탄이 가득든
투명한 비닐봉다리를 싣고 신호를 기다린다.... ㅋ
오오...
태국의 도로교통법도 모르면서 ㅋ 겁도 없이 같이 신호대기를 하는데,
마치 달리기 계주 할 때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거다.
(학창시절 계주 선수...체육 3년내내 100점만점에 전교 1등 ㅡㅡV 가사 전교 꼴등 ㅠ )
그러다가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고 다들 부릉부릉 떠나는데 가슴이 터질것 같다!
얏호!
페달을 신나게 밟아서 앞으로 나가는데 세상에 -_- 삼거리다...
삼거리라니... 어디로 가야지? 어디로 가야지?
순간 패닉, 뒤에선 차가 달려오고 있는데 ㅠㅠ 어떻하지?
결국....
달리던 차들사이에서 빠져나와 횡단보도에 얌전히 자전차를 대고
보행자신호를 기다렸다가 -_- 자전차 끌고 건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연합군묘지에 있는 군인오빠들이랑 같이
깐차나부리에서 뼈 묻고 싶진 않거든... 아직은.. -_-;;
슬슬 눈치보며 3차선으로 자전거를 다시 끌고 나가, 턱없는 차도를
유유히 자전거를 타며 집으로 돌아간다.
정말이지 집으로 가는 기분이었다.
이 낯선 도시의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다는 그 기분.
큰 차도에서 갈라지는 골목길 저 끄트머리에 걸린 노을과,
하나둘씩 켜진 도로의 가로등 불빛들이
마치 내가 외국의 낯선도시에 있는게 아니라 동네에 있는것 같았다...
어딜가도 고향을 느낄 수 있다는 거, 그게 지구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고픈배를 참다 못해, 겁도 없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론 람부탄을 이빨로 쥐어뜯어 벗겨내어서 먹기시작했다..
오~ 이 달디단 맛. 하얀 과육을 베어물으니 과즙이 시원하고 달다..
다 먹은 씨앗은 퉤! 길거리에 버려주는 센스 ㅎㅎ
람부탄을 그렇게 한 서너개쯤 먹었을까, 저 앞에 내 시야에 포착되는 것은..
노점상 쌀국수다아아아!!!!
바로 자전거를 세우고, 말이 안 통하니, 어떤 아가씨가 먹고 있는걸
슥 어깨너머로 들다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내가 먹고 싶은 토핑 (돼지고기같은거..) 대충 손으로 가리키니까,
수염 숭숭난 아저씨가 쌀국수 한그릇 거하게 말아주신다..ㅎ
오예!
길거리에 임시로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서 늬엿늬엿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고 있다... 너무 행복하다 ㅠㅠ
국물맛이 끝내주는 쌀국수..... 습...쓰다보니 또 먹고 싶구나..
아저씨는 국수를 말고, 난 국수를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나타난 검정 고양이 한마리.
고양이를 키워본적이 없는지라 고양이를 부를때에도 개 부르듯
혀를 치아 뒤에 붙혀서 쭈쭈쭈 부르는 나 -_-
고양이 들은 척도 안한다, 어딜가나 이 고양이들의 도도함은 똑같은 듯.
국수를 말던 아저씨가 그런 날 안타깝게 봤던지 돼지고기 몇점을 들고와서
내 발 옆에 떨어뜨려 주신다.
그러자 바로 야옹~하면서 어슬렁어슬렁 내게로 다가와 고기를 먹는 고양이.
아저씨는 국수를 말고, 난 국수를 먹고, 내 발옆의 고양이는 고기를 먹는다..
여행자라고 커다란 카메라에 여행자 티 내는 것보다,
이렇게 누군가의 일상에 슥 기어들어가 그 그림의 일부가 되는 것이 좋다.
남들처럼 대단한 모험, 럭셔리한 호텔이나 투어를 하는건 아니지만,
난 내 이런 여행의 방식이 좋다...
남들은 촌스럽다하겠지만, 그래서 어디가서 이게 좋았노라고 자랑스레
말하지도 못하지만..
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고양이와도 바이바이하고,
남편이 말아준 국수를 과연 저 이상하게 생긴 여자애가 잘 먹을까,
의구스런 표정으로 한 쪽에서 날 바라보던 남편의 부인과도 바이바이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 숙소로 향한다...
디저트로 여전히 람부탄을 하나씩 까먹으며..
람부탄의 하얀고 굵직한 씨앗은 그렇게 나의 족적을 남겨주며....
숙소로 돌아오기전,
언제나그렇듯 세븐일레븐에 들러 맥주 한 캔과 군것질거리를 또 사고,
숙소로 돌아와 지친 발을 쉰다.
영화도 좀 보고 샤워도 좀 하고..
그리고 마사지를 받으러 나간다.
서양인과의 혼혈처럼 보이던 언니 맛사지사의 손길이 죽여주던데,
오늘도 그 언니한테 받고자 어제와 같은 시간에 나간다,
다만 샤워를 하고.. 어제는 샤워를 안해서 -_-
내 땀절은 몸에 언니의 손길이 닿는게 쫌 미안했거덩..
또 땀절은 몸에 이런저런 피로푸는 향료를 발라주는것도 미안했고...ㅎ
위치는 간판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쬐금....힘들다.
깐차나부리에는 마사지 가격이 당시 기준으로 99바트에서 160바트
까지 있었다. 방콕이 180바트니까 정말 저렴한 거지.
졸리프록에서 많이들 받던데, 난 조용하고 나처럼 왠지 구석진 곳이
편해서 일부러 사람 없는 곳을 찾아 갔는데.
위치는... 졸리프록에서 나와 콰이강의 다리쪽으로 여행자거리를 걷다보면,
또 다른 세븐일레븐이 나오기 전에,
오른쪽에 환하게 유리창으로 안이 훤히 보일 수 있고 별다른 간판없는
집이 있따... 유리창에 140바트라고 써 있고 마사지라고 써있긴 하다.
들어가보면 오른쪽 하얀벽면에 여행자들이 써놓은 낙서가 있는데,
the best ever I've had 같은 구절들이 눈에띈다, 한마디로 쵝오란 얘기지....
어쨌거나 들어갔더니 언니가 날 알아보며 환히 웃는데,
이미 언니는 다른 사람을 마사지 해주고 있다....흑.
언니 말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데 왝, 김진수같은 사각턱을 가진 아저씨다..
오라 손짓해서 가보니 빈 방 -_-
남녀가 외람한데 빈방에서 지금 내가 너한테 마사지 받으라는 거야?
응 알았어 -_- 하라면 하라는 대로...
근데 마사지 받으면서 보니까, 이 아저씨 약간 게이틱 하다.
손목시계 벗으라고 나한테 말하면서 자기가 입을 가리고 웃는다 -_-;;;
조금 안심이 되는 구나..
게다가 손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힘있고 부드럽고... 정말 쵝오다!
대충 만져주는 방콕의 맛사지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맛사지에다가,
너무 수다스러워서 맛사지 받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아니고,
너무너무 좋았다..
끝나고 나오니, 언니가 마사지 잘 받았냐며, 저 사람이 우리가게 쵝오다 라고
말을 해준다. 역쉬...
돈을 주니, 50바트를 섞어서 잔돈을 준다.팁을 주고 싶은데, 잔돈이 없다.. ㅠ
그래서 마사지사에게 백바트짜리 내밀며 돈을 바꿔 달라고 하고,
이십바트 다섯장을 내미는 것을 세 장만 받았다.
순간 어리둥절하며 두 장을 다시 내게 내미는 맛사지사..
김진수 닮은 순박한 표정으로.. 팁이라고 다시 내가 도로 내미니까,
그때서야 팁이란걸 알아들었는지 아~ 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그런다..
아냐아냐 내가 고마워.. 나 오늘 하루죙일 자전거 탔거덩?
너 덕분에 내 다리가 피로 싹~이야...^^
어쩔줄 몰라하는 맛사지사와, 맛사지사를 웃으면서 바라보는 쥔장아저씨와,
원래 내 단골이었던 언니와, 나와, 모두모두 웃으면서 바이바이했다..
아저씨, 내가 소문 많이 내줄게~ 속으로 다짐하고 왔는데..
-_-
이제서야 여행기를 쓰니... 그 간 망해서 없어졌을수도 있겠다 ㅠ
방콕, 특히 카오산처럼... 팁은 당연한 거고, 마사지하면서도
자기들끼리 수다떨고 대충 손으로 사분사분 만져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사지였다...
내 이 맛사지 때문에 다시 깐차나부리 가야지 생각까지 했으니.
숙소로 돌아와 이제 어디로 가지? 생각을 한다.
끄라비, 특히 아오 낭은 작년에 갔따 와서 다시 가고 싶진 않았지만,
혼자 온 마당에 새 곳을 개척하기는 쪼오끔 부담스럽다....만,
낮에 서점에서 산 엽서 한장에 반해서 그 엽서의 풍경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그 곳은....
바로 피피섬! 유후!!!!!
내일은 다시 방콕으로, 그리고 방콕에서 여행자버스를 타고
끄라비로 갈 거다..
여행자 버스 말고 걍 VIP 버스 탈까 했는데, 가격차가 거의 천밧이나 나서..
돈이 없어서.... 게다가 오기전에 버스 탈때 주의사항 다 들었으니...
또 다른 여행자와의 교류도 쬐금 그립기도 하고.. ㅎㅎ
울 김진수 오빠의 손길로 구석구석 풀어진 전신에
딱 알맞은 정도의 피로감과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역시 잠자기 전까지 헐리웃 영화 한편과 맥주 한캔을 필수 코스~!
*
사진이 구려서 죄송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