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2. 방콕에서 깐차나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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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2. 방콕에서 깐차나부리로.

빨갱이꽃 11 10794

셋 (태권도남동생과 인도프로그래머누나, 그리고 나..)은
방값도 아낄겸 오늘 저녁은 같이 묶기로 하고 어디서 묵을까
고민을 하다가....

방콕이 두번째이면서도 한번도 한인업소를 가본적이 없던 나의 호기심과,
남매의 한인업소가 왠지 더 싸다는 생각이 의기투합하여 한인숙소로 가기로 했다..

게다가 둘 다 왠지 카오산 자체에 숙소를 잡기는 싫다는 느낌을 가지고,
요술왕자님이 축척무시하고 그려주신 알아보기 편한 지도^^에 나온
무슨 개울.. 도랑가 같은데 뒤에 위치한 정글뉴스로 가기로 했따!

짐과 신라면 한 박스를 질질 끌고 도착한 정글뉴스..
문을 똑똑 노크를 해도 인기척이 없어 그냥 벌컥 열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하얀 배를 드러내놓고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저 아저씨가 쥔 아저씨인가?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용감한 누나의 남매가 슥 들어가더니,
' 아저쒸! 아저쒸!' 흔들어서 아저씨를 꺠운다..... ㅋ
왠지 여행이 쉬워질것 같다는 기분좋은 느낌이....

아저씨를 깨워서 대충 방 흥정을 하고..
에어컨 달린 침대 3개짜리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화장실에 물 내리는게 없어서 한번 당황한 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손잡이가 달린 물호스를 발견하고
열심히 내리는데...
뒤에서 뭘하길래 저리 시간이 오래 걸리나 싶어 다가온 태권도남동생은
순간 기겁하면서..
' 누나! 그건 x 막힐때 뚫는 호스인데... 무지 드러울 텐데요! '

-_-;;
글쿠나...

내가 화장실을 좀 가리는데 앞으로 어쩌지 걱정이 잠깐 앞섰지만..
숙소 들어오는 부근의 강 옆에있는 사원에 딸린 화장실이 좋아서
다행이었따.... 안그럼 배 볼록 변비쟁이 될 뻔..


길거리에서 저녁도 먹고... 좀 돌아다니다가.
난 아직 일정을 안 짰기에 일정을 짜려고 숙소로 돌아왔고.
(2주일정으로 와서 일정을 하나도 안 짰다..
뭐 태국갈까? 생각한것도 오기 이틀전.. 하루전에 티켓 사고.. 새벽에
짐싸서 왔기 때문에.. ㅋ)
두 남매는 3박 5일짜리 항공권을 사서 왔기 떄문에
최대한 빨빨거리고 돌아다닐 태세를 잔뜩 갖춘채로.
마침 동대문에서 열린 한국인 정모를 가기로 했다.
나도 정모에 따라갔지만, 동대문에 테이블 세개를 잡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자 왠지..... 무서워져서 (혼자 노는게 익숙해져서 ㅠ)
그냥 와버렸다...
디스코텍인가? 나이트를 간다고...

그리고 그렇게 간 이들은...


열두시가 넘고... 한시가 넘어도 돌아오질 않았따.. -_-

왠지 허술한 문 자물쇠를 바라보며 난 불안해졌다.
밖에서는 개 짖는 소리... 오토바이가 와서 내 방앞에 서는 소리..
멀리서 싸우는 소리...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난 혼자다.. 여자 혼자.. 이쁜 여자 혼자... (퍽!)

게다가 아까 정글뉴스 아저씨가 혼자 왔으면
나중에 꼬따오 다이빙이나 같이 가자고.... 괜히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한밤중에 혼자 있으니, 무서워져서 이것저것 끌여다가
경계해야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임 ㅋ 정글뉴스 아저씬
그냥 배 한번 득 긁고 가던지 말던지... 했던 것이었을 걸? ㅋ)
나 혼자 있는 걸 아는데.... 술이라도 먹자고 찾아오면 어쩌지...
(역시 혼자 있는 여자의 공포망상이 끄집어낸 상상ㅋ 정글뉴스 아저씨
그런 아저씨 아녜요~ 제 머릿속 이미지가 이래서 죄송 ㅠ)

인기척이 없다..
무섭다....
남매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까 남동생이 청바지 사달라고 자기 누나한테 조르는걸
누나는 안돼! 단칼에 자르드만....
빨리 오면 예쁜 남동생 청바지 이 누나가 사줄게..
오기만 와줘... 제발..... ㅠㅠ

새벽 두 시....지쳐서 불을 켠채로 골아떨어지다.

한참후에 남매가 돌아왔는데, 쌩쌩한 얼굴로 어? 잤어요?? 그런다.
그런 자지 안 자나.... 어린것들 같으니라구. -_-
밤새 놀고도 생생한 것이 역시 나이차가... 쿨럭 ㅠ
남매의 후기는 뭐. 그럭저럭..
역시 그냥 첫날의 피로를 마사지 받고 숙소에서 피로 푼 내가 나았다고...
보기엔 넘 무서웠다 ㅠ
오토바이 소리가 날떄마다 왠지 태국애들이 내 방문을 뜯어서
들어올것 같은 그런 기분 ㅠㅠ
낼부터는 혼자 다녀야 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


아침이 밝았고...
남매는 바다를 보러 파타야를 가기로 했고..
난 시골마을과 세계대전의 유적지가 있는 깐차나부리로 가기로 했다..
예의바르고 똘똘하고 예쁘고 잘생겼떤 남매 (보고 있을수도 있다 ㅋ)
와 헤어지는게 좀 아쉬웠지만,
난 내 길을 가야 한다..

헤어지기 전에 아침으로 나이쏘이에 들러서 갈비탕 -_- 한 그릇 먹고
, 아쉽더만... 잘 익은 깍두기만 있음 딱이었는데 ㅋ,
동대문에 가서 ' 아저씨 라면 사세요~' ㅋㅋㅋ를 외치면서
신라면 한박스를 파는 걸 보고는..
헤어지다.

헤어지고 난 카오산에 있는 커피점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좀 쐬고...
일정도 정리하고, 일기도 쓰면서
이 여행이 내게 무엇인지.. 어떤 컨셉으로 갈지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우선 잠은 편한데서 자야겠다.. 어제 너무 데였다 -_-
이불도 없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길거리의 소음들을 들으며 혼자 자니까
이건.. 자는게 자는게 아니더라.
친구랑 둘이 왔음 좋았을 숙소가, 혼자 자니까 바로 무서워진다.

두번째...굳이 액티비티 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 -_-
그동안 벌어둔 돈.. 좀만 더 쓰지 뭐.
고생하려고 온게 아니라 혼자 편하게 쉬려고 왔으니까.
그래서 책도 카오산에서 바리바리 샀따.. 나중에 세어보니까 열다섯권!!!
다 로빈쿡 소설이다~ 내가 메디컬 스릴러 광이라서 ㅋㅋㅋㅋ
... 는 아니고, 영어책중에 술술 읽히는게 사실 몇권 없어서 -_-;;

세번째... 굳이 동행을 만들지 말자..
그래서 같이 온다는 친구도 말리고 혼자 온 거잖아.
직장도 때려치고, 생각좀 하려고 온 거인만큼 어설픈 동행으로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지 말자.

오케!
생각 정리 끄읕!
여행할 준비 완벽해!

씩씩하게 뙤약볕을 헤치며 택시를 잡고 남부터미널 (아까 커피 시킬때
종업원한테 발음 해보라고 열번 시켰다 ㅋ 그 때 배운 발음으로다가)을
능숙하게 태국어로 날려주고 뒷 좌석에 사모님 폼으로 앉았다..

그러나 영어로 말거는 택시 아쩌씨. 어디가냐?
깐차나부리 간다..

오~! 내가 싸게 데려다줄게.. 어떄?
얼만데?

천 오백 바트.
-_-

됐거든?

멋적은 웃음을 짓는 아저씨... 이 아저씨도 왠지 서투르다 ㅋ
나랑 비슷하네.
됐다고 한마디 자르니까 더 이상 말 안 붙히고 그냥 간다..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다.
꼭... 울나라 '군' 단위 시골 터미널 처럼 생겼다.
사람들 많고 좁고 낡은 의자에, 더위에 지쳐서 건물안에 들어와서
뻗어 자는 개들도 그렇고...

들어가서 두리번 거리자마자 멋진 모자를 쓰고 접근하는 아저씨.
영어로 어디가냐고 묻고, 저~기 가서 표 끊으라고 알려준다.
오. 역시 방콕은 여행자를 배려하는 도시인 거다..
표 끊고 출구 가보니, 벌써 버스가 덜덜 거리며 시동을 걸고 떠날 준비를 한다.

재빨리 올라타서 맘에 드는 좌석 창가 자리에 앉으니
안내양-_- 이 다가와서 표를 보잔다. 보여주니까..
거긴 네 자리가 아냐 그러면서 나를 끄집어내서 뒤에 어떤 아가씨 옆으로
밀어넣는다. 다시 표를 보니까 좌석번호가 써있다 ㅋㅋ
아이 창피...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젤 하얗다....
여행자, 외국인으로 보이는건 나 하나다...
그리고 곧 출발.

내 옆에 앉은 아가씨는 처음엔 쳐다도 안 보고 새침하게 이어폰 꼽고 창밖만 바라보다가,
차가 출발하고 안내양이 뭔 물통을 가득 담은 박스를 갖고 돌아다니다가
내 앞에 서니까 물통을 두 개 들어서 하나는 날 주고 하나는 자기가 가지면서
한 마디 한다.
프리이이이이!
오~ 공짜 물이다 이거구나.
말 걸고 나 대신 물도 받아준게 고마워서 나도 땡큐우우우우! 해줫다 ㅋ
살짝 웃음이 번지는 아가씨..
내가 대한민국의 군필 병장 제대한 건장한 남아였더라면 좋앗을 텐데..
미안해 아가씨~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현지인들로 가득찬 버스가 왠지 신기해서 그 현지인들을 배경으로 잡고
셀카를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셀카마다 카메라를 보는 현지인들이 있다.. ㅋ
사진은 좀 나중에 올리기로 하자.
지금 직장이라서 -_-;;;;;; 사진은 집에 있다고...

버스안에선 미스터 빈을 틀어준다.
다행히 더빙이 아니고 자막으로 태국어가 깔려서 볼만 했다.
미스터빈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다가.
근데 웃는 시점이 나랑 다른 태국인들이랑 다른 거다.
걔네들 웃을땐 난 가만히 있고 내가 웃겨 죽는다고 숨 넘어가게 끅끅 대고
웃고 있음 걔네들은 가만히 있고... -_-;;;
웃다가 슬쩍 옆을 보면 옆에 아가씨는 무표정하게 티비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윽 민망... ㅠ
내 리스닝이 딸려서 영어를 잘못 이해한건가....
자막이 한 박자 느린건가.. 아니면 정서가 다른 건가....
그렇게 웃다가 꾸벅 꾸벅 졸고
일어나서 다시 끅끅거리며 보면서 웃고... 웃다가 다시 자고.... ㅋ

그러다 보니 깐차나부리에 도착했다.


11 Comments
월야광랑 2007.12.01 22:08  
  으흠... 재석아빠님은 과연 얼마에 그 라면 박스를 사셨을까? :-)
순진무구녀 2007.12.02 13:50  
  그 라면을 사셨을까요?ㅋㅋㅋ 궁금
직장 땔치고 여행갔다오셔서 또 직장 잡으셨나봐요 ㅎㅎ
Zee4 2007.12.02 14:20  
  3탄은 언제 올라오누. 출국이 23일 전인데.. ㅋ
동남순이 2007.12.02 19:05  
  너무 재밌어욧~!!! 읽는 내가 신나요 ㅋㅋ
빨갱이꽃 2007.12.03 13:25  
  네. 라면 팔았어요.. 근데 신라면 박스 안에 신라면이 반절, 짜파게티가 반절이었는데.... 짜파게티는 필요없다고 하셔서.... ㅠ 그 이후 이야기는 저도 모름 ㅋㅋ
R♥해운대 2007.12.03 14:55  
  대한민국의 군필 병장 제대한 건장한 남아였더라면 좋앗을 텐데====> 쓰러집니다 ㅋㅋㅋ
Cedar 2007.12.08 03:00  
  으하하하하하~ 넘 우껴여 ㅋㅋㅋ
kiran 2008.01.04 09:08  
  기대되는여행기내요.ㅋㅋ
저런 사진저도 찍어봤는데..버스에서..ㅋ다쳐다본다는.민망~
베이비짱 2008.01.23 11:08  
  이쁜 여자 혼자..(퍽!!)
움하하~~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시네요..
재미나게 보고있습니다.
인니걸 2008.07.24 16:19  
  님아 10번 발음해 보게 했다는 거 쵝오~(좋은 아이디어인 듯 이번에 가면 나도 해봐야지)진짜 박장대소 했어요
lovelypink 2008.10.19 20:06  
  오~마이갓
물호수 그거  비덴줄 알았는데.......쓰러진당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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