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백조 기념여행기 - 1. 방콕 입성!
여자 혼자 여행 왜 못가냐... 는 맘을 품고서도
분명히 혼자 가도 괜찮을까 하면서 검색창에 '여자 혼자' '여자 홀로' 라는
검색어를 써넣고 여행기를 선별해 읽는 사람들이 지금 있다..
그들을 위해서 올린다.. ㅋㅋ
실은 내가 그랬다 -_-
혼자여행이 첨은 아니면서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국가이기도 하고,
뭐 ... 예전엔 친구랑 왔는데 혼자 오니까 괜히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서..
출국을 앞두고 괜히 의기소침해지는 거다. 자자, 혼자 갔다와도
이렇게 멀쩡하게 잘 살아왔다. 힘내자! 여자혼자 화이팅~
여행날짜는... 2007년 4월 초순.
이제 낼 모레 글피면 서른을 앞둔 싱글 여자로서.
가슴에 품어온 소중한 꿈의 꽃을 한번 피워보리라는 결단으로
직장을 때리치고 ㅋ 백조 기념 여행을 떠나게 된다.
부푼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을 함께할 손목시계 쇼핑을 한다.
여행은 꽤 다녔는데 한번도 면세점 이용을 안한 모범생이기 때문에...
돈한번 쓰자고 ㅋ 맘먹고 둘러보니 우와~ 볼게 이렇게 많다..
망설이고 또 들었다놨다 하는 소심한 행동거지로 결국..
뱅기 타기 십분전에야 시계 하나 겨우 사고.
그 때부터 뛰기 시작, 다다다다다다~
뛰는데 내가 아는 그 출구가 아닌 곳의 한 남자 승무원이 따라 뛰며 묻는다.
' 방콕가세요, 방콕? '
끼이이이익~~~~
' 방콕 맞는데요, 아 여기에요? '
하며 방향을 트는데 남자 승무원 한마디 더 한다, 오리엔탈 타이?
오~ 노노.... 타이 에어웨이즈~
같이 뛰던 남자승무원은 이제 뒤로 뛰고..
나는 앞으로 뛰면서...
문득 기억이 난 것이...
집에 전화를 안 한 거다 -_-
엄마한테 전화를 하긴 해야는데....
사실 여행간다고 미리 말씀을 안드려서 걱정스럽기도 한데..
더 걱정스러운건 사실..
직장 그만둔걸 말을 안했다는 거..... ㄷㄷㄷㄷㄷ;;;;;
엄청난 불효녀 ㅠㅠ
결국 뱅기 타러 뛰면서 전화를 걸어서,
' 엄마, 나 지금 태국가 -_-;;;
실은 직장 때려쳤거든?
근데 난 괜찮으니까 엄마도 걱정하지 말고 지내~
나 지금 비행기 타야해서 끊을게, 안녕~'
울어머니 울먹거리면서 무슨 소리냐... 고 하는 걸 뒤로 한채 뚝 끊었따.
물론... 지금까지 학교진학이며, 직장이며, 모든 문제를 다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집에선 그저 믿어주고 지지해줬던 그런 거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번엔 내가 좀 심했다.. 라고 생각하며 자책했다.
그리고 뱅기 안으로 골인!
날 반겨주는 보라색 타이항공 승무원들 싸와디 카~
캬~
뱅기를 타자마자 이건 바로 태국이구나야..
그 전까지의 근심을 다 잊어버리고 좌석에 앉아 부푼마음으로
방금 산 시계를 들다 보게 되었따...
오~ 스왓치 시계 첨 써보는데 초침 열라 시끄럽다 어쩌고...
내 오른쪽 옆엔 한국남자들..
왼쪽옆엔 태국? 인도? 남자..
혼자 뱅기탄 여자를 흘끔흘끔 쳐다본다.
나? 시선 안 준다 -_-
뱅기 안에선 앞으로의 일정을 짜야하니깐.. 미리 시선 막아두기. ㅋ
그리고 뱅기안에서 주는 아몬드 먹고... 음료수 마시고..
밥 싹싹 긁어 다 먹고 한 잠 잤는데..
자고 일어났는데!!!
귀가 안 들리는 거다................!!!!!!
귀가 멍~ 한거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영 음질이 후져서 뭐야
하고 담곡으로 넘기는데도 비슷.
어라?
이어폰을 빼고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역시 꼭 먼곳에서 웅웅거리는 소리처럼만 들리고 ㅠㅠ
내가 말하는 소리는 엄청나게 크게 들리고.
꼭 내가 내 양쪽귀를 막았을 때처럼 들리는 거다...
이런 써그럴.... 어쩌지?
가이드책을 보니 항공 중이염 어쩌고 해서 기압차로 생긴단다..
껌을 씹고 물을 먹고 어쩌고..
응 알겠다 싶어서 코막고 침도 삼켜보고 별짓 다 하는데 그대로다..
엉엉엉...
나 귀 먹었어........
이제 방콕은 한 삼십분이면 착륙한다는데 나 어떻해.......
공항 내리자마자 한국 오는 뱅기 타는 거야??
그 때부터 세상은 잿빛..
내 옆의 한국남자들은 뱅기 착륙하자 신이 나서 일어나서 달려가는데
나는 승객들 다 빠져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고...
컵쿤캅 하는 승무원 얼굴도 안 쳐다보고...
여전히 귀는 멍멍하니 잘 안 들리고... ㅠㅠ
안되겠따.... 공항에서 한 몇시간 기다렸다가
안 돌아오면 한국 가야지...
여기선 말도 안 통하고 어떻게 하냐..
체념을 하면서 입국수속을 밟았다.
귀는 안 들리는데 줄은 열나게 길더라 젠장 -_-
귀는 안 들리는데 또 왜 서양애들은 그렇게 많냐고 -_-
귀는 안 들리는데 왜 또 서양 여자애들은 옷을 그렇게 야하게 입냐고 -_-;;;
내 귀는 안 들리는데 왜 쟤네들 귀는 다 들리는 거야. 왜. 왜. 왜!!!!!!!!!!!!!!!
침울한 마음으로 입국수속을 밟고 나와서 어디로 가지?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데 갑자기 뽁!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귀가 갑자기 다시 들리기 시작하는 거다..!!
오오오...
들린다 들려!
심봉사 눈뜬 심정을 내가 알겠다!
웅얼거리던 공항 안내 방송도 잘 들리고..
내 목소리도 들리고.... 혹시나 해서 엠피삼도 들어봤더니 원래의 음질그대로 성시경이 거리에서를 외쳐대고....
아 들린다 들려! 난 이제 한국엘 안 가도 되는 거야!
나도 들려!
나도 여행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방방 뛰었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따..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산다..... 집에 가면 엄마앞에 무릎꿇고 빌어야지
생각을 하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본 건 서양인 노숙자들.. -_-;;
거기서 자는 거야? 그래... ㅋㅋㅋㅋㅋㅋ
카오산 공항버스를 타려고 앉아서기다리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다.
모래바람이 쐬에에엑 불어와서 내 큰 눈에 먼지를 밀어넣는다. -_-
눈을 비비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눈에띈 것은 바로..
신라면 한 박스에 이마트 장판테잎으로 손잡이를 만들어서
질질 끌고 다니는 한 쌍의 한국인 남녀 ㅋ
그렇게 공항에서부터 동행하게 된 그 둘은 남매였따..
누나는 인도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일했다는 수재였고..
동생은 체육교육학과 학생으로 태권도 한다고 했던가?
어쨌든 누나는 나보다 한 살 어린 그러나 아주 똘똘한 여자..
어찌나 똘똘한지 길 건널때 양쪽으로 쌕쌕 다니는 차들을
콧대 딱 세우고 쳐다도 안보고 그냥 슥 건너버리는 내공의 소유자..
난 한참 좌우를 살피다가 완전히 끊겼다 싶으면 막 달리는데.
끊기지도 않았는데도 그냥 슬렁슬렁 걸어가버리는...
인도에서의 몇년간의 생활이 방콕따위야 껌이지 라고 말하는 듯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어쨌거나 무사히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한다..
모래바람이 심난하더니만 곧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방콕은 처음이다....
창밖으로 마주치는 아이에게도 미소를 건네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이내 엄마 품속으로 고개를 파묻는다.
그러나 금새 얼굴을 살짝 들어 나를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파묻고..
귀여운것.. 한 세살 되어 보이는데 벌써 미인을 알아보고 부끄러워 하는 건가? ^^;;
그리고 창밖으로 바라본 트럭 뒤에 널부러진 거지아저씨에게도 미소를..-_-
사실 그 아이를 바라보다 미처 걷히지 않은 미소가 내 얼굴에 떠있을때
고개를 돌렸을 때 바라본게 그 아저씨인데..
자신을 향해 천사의 미소를 지어주고 있다고 착각한듯한 그 아저씨도
금새 미소를 보내왔다... 활짝~ 아주아주 활짝~ -_-;;
나도 답례의 미소를.... 활짝~ 씩~ 이까지 보여주며 ㅋㅋㅋ
그러자 아저씨가 고개를 돌린다 -_-;;
무엄하다! 어디 감히! 버럭!
-_-; 용서해줘야지....
이번 여행은 귀 먹어서 한국 돌아갈뻔했으나 귀 뚫려 머무르게 된
뽀나스 여행이다, 맘 곱게 먹어야지 ㅋ
방콕 시내로 들어갈 수록 길이 엄청나게 막힌다.... 이 공항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카오산이 두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지리는 모르고.. 여기면 꽤 가까운데 싶은 지점 (지나고 나니 민주화항쟁 기념탑이었듯ㅋ)에서
갑자기 큰 배낭을 멘 노란머리 서양남자애가 내려달라고 하더니 내린다.
그걸 보던 두어명의 커플 수군수군하더니 내린다.
그러더니 옆도 내리고. 그 앞도 내리고...
그래서 결국 우리도 대세를 따르자 -_- 고 눈치를 봐서 같이 내렸따,
이마트 끈으로 만든 신라면 한 박스를 질질 끌고.
이 신라면은 그 남매가 인도에서 공부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갖고 왔는데
ㅋㅋㅋㅋㅋ 그 친구가 항공권을 못 구해서 못 왔단다 ㅋㅋㅋ
그래서 둘째날부터 그 신라면을 카오산의 한인업소에게 팔려는
눈물겨운 전략이 펼쳐진다...
나름 한 개당 얼마씩 받으면 되겠따.. 라는 계산도 좀 하고..
한인업소에 가서, ' 아저씨 라면 사세요~' 말하는.... ㅋㅋㅋ
어쨌거나,, 우르르 내린 배낭여행자들은 모두들 한 방향으로 걷는다.
왠지 기분이 상쾌하다. 모르는 애들이지만 왠지 동행이 된것 같다.
다들 같은 기분인지 살짝씩 웃는다.
그 분위기를 몰아 버스에서 젤 귀여웠던 여자애한테 슬쩍 물었따.
어디에서 왔니?
오~
좋다... 분위기 서로 친구 되는 분위기야... 하고있는데....
갑자기 인도에서 오래살아 생존능력이 강한 남매의 누나가 스탑한다.
대부분의 배낭여행자가 가는 저쪽으로 가면 안될것 같단다.
지도를 펴더니, 반대로 가야 한다고.. -_-
난 왠지 대세를 따르고 싶은데..
하지만 첨 만난 사이에서 반론을 제기하기가 어려워 소심하게
듣고 있다가 슬금슬금 뒷걸음을 쳐서
다른 여행자들 쪽을 따라갔다..
슬쩍 보니 남매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눈치 ㅋ
얼마 안있자 바로 카오산 끄트머리가 보인다.
오~ 반가운 버거킹! ㅋㅋㅋ
카오산이다.
일년 이개월 만에 다시 오는 카오산,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구나.
늘 한 여름밤의 축제가 펼쳐지는 것 같은 설레임이 있는 카오산,
박준의 온더 로드를 읽으면서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 카오산 거리에 내가 다시와 있따....
반갑다 카오산, 반갑다 방콕, 반갑다 태국... 이제부터 여행 시작이다!